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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191화 (191/680)

191화 자격이 없습니다

당완아와 청옥은 용진이 정련한 고근단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뒤로 공회는 아주 조용해졌다.

다들 자신의 동굴에서 고근단의 힘을 이용해 경지를 공고하게 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지가 완전히 안정적으로 되어야만 그들은 수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다.

당완아와 청옥도 자신의 방에서 폐관을 시작했다.

경지를 다지는 것이기에 영석진도 닫아 두었다.

공회에는 폐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용진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는 방 안에서 영혼지력으로 옥패 안의 내용을 읽어보고 있었다.

“망할, 너무하잖아. 이렇게 쉽다고?”

용진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영혼 공간을 여는 원리가 이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영혼 공간을 연다는 것은 영혼지력을 두 갈래로 나눈 뒤, 정면과 반대 면을 부딪쳐 식해(識海)에 세 번째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공간은 공간 반지와 비슷했다. 다만 공간 반지는 공간의 파편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공간 파편 안의 공간을 연결해야 했다.

이 세상에는 공간 파편이 많이 흩어져 있었다. 듣건대 먼 옛날에 여러 신들이 격전을 벌이며 공간과 성진을 부수었는데 그때 남긴 파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공간을 특별한 수법으로 반지 속에 넣으면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 반지가 만들어진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반지 내부의 공간은 정지된 것이라 살아 있는 물건을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식물이라도 공간 반지 안에 넣으면 곧 죽게 된다.

그러나 영혼 공간은 달랐다. 영혼 공간은 사람의 영혼지력으로 만들어낸 것이기에 바로 미간 중심에 있었다.

사람과 마음이 이어진 위치였다.

하지만 물체를 저장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이어져 있는 애완동물밖에 넣지 못했다. 결국에는 애완동물 공간인 셈이었다.

‘어쩐지 그 사형이 내가 이 비적을 사려고 하니까 말린다 했어.’

“이 가격을 정한 사람은 진짜 양심이 없는 사람이구먼.”

용진은 욕을 퍼부었다.

동시에 이렇게 쉬운 것을 미리 시도해 보지 않고 덥석 산 것을 후회했다.

시도해 보았다면 비적이 없이도 성공률이 오 할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쉬운 원리를 육만삼천 점이나 주고 사다니.’

용진은 마음속에서 피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숨을 들이쉰 뒤, 잡념을 떨쳤다.

이미 쓴 돈을 벌어올 생각을 해야지 후회해서 소용이 없었다. 그는 영혼 공간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식해는 미간 중심에 있었다.

그곳은 사람의 정(精), 기(氣), 신(神)이 존재한 곳이기에 신혼이라고 불렸다.

이곳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머리 중 가장 단단한 곳은 이마이고 가장 약한 곳은 미간 중심이었다. 그곳의 골격이 제일 얇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사람의 신혼지력은 미간 중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신혼지력은 위험을 가장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쇠로 된 침을 몸의 다른 부위에 가져다 댄다면 별로 큰 느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쇠 침이거나 다른 날카로운 물건을 미간 중심 앞에 가져다 댄다면 미간은 바로 찌푸려지고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식의 반응이었다. 사람들 모두 이런 감응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골격이 약하기에 신혼지력은 막힘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이것은 가장 직접적인 경로였다.

식해는 혈위가 아니라 영혼지력에 대한 총칭이기도 하고 의식의 바다라고 부르기도 했다.

수행자는 자신의 몸을 살펴볼 때, 영혼지력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영혼지력이 바다처럼 출렁인다고 하여 이렇게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용진은 식해에서 영혼지력을 모은 뒤,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두 갈래로 나누었다.

용진의 움직임과 함께 두 마리의 용이 소리를 지르며 서로에게 뛰어갔다.

두 용은 급속도로 회전하며 식해 안에서 진공 지대를 만들어냈다.

두 마리의 용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자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겼다. 소용돌이의 핵심 부위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영혼지력이 노한 바다처럼 솟구쳐 올랐으나 내부에서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용진의 영혼지력이 점점 강해지면서 내부에서 직경이 백 장에 달하는 진공 지대가 만들어졌다.

비적의 기록에 의하면 이 진공 지대가 바로 영혼 공간이라고 했다.

영혼 공간에 자신의 영혼 인결을 찍으며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과 마음이 이어진 애완동물을 넣을 수 있었다.

용진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이건 너무하잖아. 별원은 사기를 너무 잘 쳐.’

누군가 용진에게 조금만 이 방법에 대해 귀띔을 해주어도 그는 괜한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왕 열 거면 크게 열어야지.”

어차피 시작한 일이기에 설이가 안에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용진은 계속해서 영혼지력을 움직였다. 그리고 두 마리의 용이 미친 듯이 회전하게 했다.

용진이 영혼지력을 불어넣자 영혼 공간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직경이 천 장 가까이 되어서야 용진은 하던 행동을 멈췄다.

그는 자신의 영혼지력이 한계까지 운행되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더 한다면 영혼은 감당하지 못하고 손상될 수 있었다.

직경이 천 장에 달하는 영혼 공간은 투명한 공처럼 되었다. 곧이어 이상한 무늬가 천천히 공 위에 나타났다. 그 무늬가 바로 용진의 영혼 인결이었다.

영혼 인결은 커다란 자물쇠처럼 공간을 꽉 잠그고 있었다.

이 공간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주인밖에 없었다.

그 무늬가 공에 떨어지자 수많은 점으로 변해 순식간에 공을 뒤덮었다.

용진은 그 점들이 무늬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무늬는 빠른 속도로 공에 의해 흡수되었다.

무늬가 완전히 사라지자 용진은 이 영혼 공간이 자신의 일부분으로 되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설이가 옆에 없네.”

용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그는 설이가 아주 그리웠다. 설이는 손바닥만 할 때부터 그를 졸졸 따라다녔고 그를 찾으러 먼 길을 오느라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와 설이 사이에는 짙은 감정이 있었다.

시험장에 들어서기 전에 용진은 설이더러 홀로 별원 범위 밖의 곳에서 그를 기다리라고 했다.

그가 이곳의 일을 마치면 찾아가겠노라 약속했다.

설이는 적염설랑인 데다 이미 삼급에 진입하였다. 삼급 마수 중의 왕이라고 불리는 적염설랑은 실력이 강해 위험에 빠질 일은 거의 없었다.

영혼 공간을 개척한 뒤, 용진은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수화를 연화하여 수화방 구십칠 위인 화석람염(火蜥藍焰)을 손에 넣게 되었다.

지금 그의 실력은 크게 강해졌다.

하지만 그날 오기와 싸웠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한참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단염의 강한 정도는 용진의 실력과 연관되기 때문이었다.

단염은 이미 용진의 경락에 융합되어 용진의 영기가 짙을수록 그것이 발휘할 수 있는 위능도 강했다.

용진의 영기는 응혈경 강자보다 열 배 정도 짙었으나 역근경 강자와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

수행자의 첫 관문은 역근경의 벽을 뚫는 것이었다.

이 벽을 뚫으면 영기가 수십 배 폭등할 수 있었다.

용진은 지금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그는 아주 갑갑한 기분을 느꼈다.

별원의 규칙에 의하면 새 제자는 한 달 안에 외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그는 아직 설이를 찾으러 나갈 수 없었다.

옥형단을 정련할 수 있는 약재도 현천각에서 꽤 많이 보았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적어서 수천 점이고 어떤 것은 심지어 만 점이 넘었다.

귀사에게서 배운 유명귀영보도 지금은 수행할 수 없었다.

그의 경락이 아직 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수행한다면 경락이 터질 것처럼 아플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용진은 풀이 죽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자신이 아주 좋은 보물을 얻었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 유명귀영보는 개천보다 더 고급이었다. 게다가 귀사의 분노한 표정을 떠올리자 그는 이것이 아주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 그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설이 찾으러 갈 수도 없고 귀영보도 수행할 수 없고 약재도 살 수 없고 삼급 마수의 정혈도 구할 수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참 생각해 본 용진은 문득 현천별원의 한 곳을 떠올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당완아와 청옥은 접옥봉 봉왕정을 마시고 입정 상태에 들어가 경지를 공고하게 다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몰래 동굴 밖으로 뛰어나와 현천 광장 서쪽의 건물로 갔다.

이 건물은 아주 평범해 보였는데 겉보기엔 일반적인 살림집이었다.

문의 맨 위에는 커다란 글씨가 적혀있었다.

‘임무발포부(任務發布處).’

‘바로 여기야.’

용진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두 여인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뿐, 다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기가 임무를 받는 곳입니까?”

용진은 잘못 들어온 줄 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아요, 이곳은 별원에서 임무를 나누어 주는 곳이에요. 여기에서 임무를 받은 뒤, 완성하면 점수를 얻을 수 있어요.”

한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용진은 두 여인 모두 기운이 강한 것을 보고 둘 다 역근경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저 급의 강자였다.

“어떤 임무가 있는지 볼 수 있습니까?”

용진이 물었다.

“물론이죠. 모든 임무는 다 이곳에 있어요.”

그 여인은 미소를 지으며 커다란 책을 용진에게 건네주었다.

용진이 그 책을 펼쳐보자 안에 빼곡히 적힌 글자가 보였다.

그 위에는 각종 인물이 표기되어 있었다.

임무 뒤에는 완성 시에 받을 수 있는 점수가 쓰여 있었는데 수십 점부터 수천 점까지 다양했다. 임무를 완성하면 그만큼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임무에도 등급이 있었는데 네 개 등급으로 나뉘었다. 사등급은 아주 간단한 것으로 망을 보거나 순찰하는 등이었다. 매일 얻을 수 있는 점수는 이십에서 오십까지 다양했다.

삼등급의 임무는 약재를 채집하고 마수를 돌보거나 연단사나 주기사의 조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 임무는 모두 일정한 기술 함량이 필요했다. 임무를 완성하면 백에서 오백 정도의 점수를 가질 수 있었다.

이등급은 대다수가 외부로 파견 나가는 임무였다. 외부 세상으로 가서 호위를 하거나 운송, 또는 악을 제거하는 등 일을 했다.

이 임무는 주기가 길지만, 점수도 두둑했다. 수천 점에서 수만 점을 얻을 수 있었다.

곧이어 용진은 일등급의 임무를 보았다.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용진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일급 임무는 긴급 임무로 항상 있는 게 아니에요. 어떨 때는 일 년 내내 없으니까요.”

그 여인이 말했다.

용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그럼 저는 어떤 임무를 받을 수 있습니까?”

한가해서 할 일이 없는 용진은 뭐라도 일을 찾아서 하고 싶었다.

“미안해요. 당신은 아직 임무를 받을 자격이 없어요.”

그 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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