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감히 손을 대?
"용진 사형, 사흘 전에 송명원 사형의 어느 제자가 당직을 서던 도중에 집법자 세 명이 커다란 물체를 메고 별원으로 돌아온 걸 보았다고 합니다."
그 제자가 말했다.
"설이가 확실히 맞다고 했어?"
용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 제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제자가 말하길 그 물체를 겹겹이 싸매어 안에 무엇인지 명백하게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형태를 보면 용 사형이 말한 설이의 몸집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또한 그 제자는 당시 집법자 세 명 모두 처참한 모습이었고 한 사람에게 핏자국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전에 격렬한 싸움을 한 것처럼 말이에요."
용진은 속으로 놀랐다. 그건 정말 설이일 가능성이 있었다.
누가 공격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별원에는 도합 백여 명의 집법자가 몇십 개의 구역을 분할하여 관리하고 있다. 함께 있지 않았기에 한 명씩 물어봐야 될 것 같았다.
"용 형, 설이가 왜요?"
아만이 물었다.
"누가 설이를 납치했어."
용진이 이를 갈며 말했다.
"누가 간덩이가 부어서 감히 설이를 괴롭히는 거예요. 이 아만이 랑아봉으로 때려죽이겠어요."
아만이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
바로 이때 갑자기 능호가 뛰어들어왔다.
능호는 천지회에 유일한 남성 내문 제자로서 경지가 높은 축에 들었다.
"용 사형, 밖에서 어느 제자가 중요한 일을 보고하겠다고 만나길 요구합니다."
능호가 용진에게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
용진은 재빨리 말했다.
이때 몸이 좀 야윈 사내가 들어왔다. 용진은 그 사내를 보고 낯이 익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모르는 사람이었다.
"조겸(趙謙), 용진 사형을 뵙습니다."
그 사람은 용진을 보더니 곧바로 포권하면서 말했다.
"용진 사형, 전에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진은 멍하니 있다가 별안간 떠올랐다.
"당신은 바로……."
"네, 바로 저입니다. 만일 용 형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전 이미 물고기 밥이 되었을 겁니다."
조겸이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진도 드디어 이 사람이 생각났다.
시험을 볼 당시 무시무시한 강이 길을 가로막았고 건널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엽지추는 한빙지력을 사용하여 선녀처럼 강 위를 건너서 맞은편 기슭에 갔다.
한 사람이 엽지추가 남긴 얼음으로 건너편을 건너려고 하였었다. 그러나 입지추가 남긴 한빙지력은 얼마 유지되지 못했고 그 사람은 강에 떨어졌으며 호취어들의 격렬한 공격을 받았었다.
그때 용진은 나무 몽둥이를 뿌려서 그 사람을 구했던 것이다.
"용진 사형, 전 며칠 전에 제신의 세력에 가입했고 지금 몰래 찾아온 겁니다."
조겸이 말했다.
용진이 곡양을 물리쳤을 때 용진은 뇌천상과 제신도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때렸었다. 그들은 후에 많은 제자들의 몰매를 맞았고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하였다.
부상이 완치된 후 제신은 세력에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화풀이를 하였다.
깃발통을 멘 제자는 그의 매질에 기절하기도 했다.
제신은 제자들을 욕하고 때렸으며 많은 사람들을 제명했다.
꽤 높은 경지였던 조겸은 그때 뒤늦게 그들의 세력에 들어갔던 것이다.
"용 사형, 저 조겸은 당신에게 목숨을 빚졌습니다. 우선 제신의 세력에 들어갔지만, 용 사형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을 듣고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흘 전의 밤에 제신이 거나하게 취해서 용 사형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용 사형을 가슴 아프게 만들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전 어떤 사람에게서 그날 대낮 제신이 집법대에 찾아갔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용 사형의 마수에 대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겸이 말했다.
용진은 전체 별원의 새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삼급 탈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 모르는 이가 없었다.
예전에 제신은 설이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
제신이 집법대에 다녀온 저녁에 바로 용진에게 복수하겠다고 지껄였던 것이다.
다음날 설이가 사라졌다.
이 모든 증거들은 범인이 제신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용진 사형, 제가 알고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조겸은 포권한 후 나가려고 했다.
"돌아가지 말거라. 자네는 이제부터 천지회에 일원이다."
용진은 조겸을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조겸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용진을 보았다.
"용진 사형, 배신자를 제일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
"인간으로서 일단 시비를 분별해야 되고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 한다. 분명히 잘못된 선택인 줄 알면서도 계속 잘못을 저지르는 건 아둔한 일이지. 그러니 당신은 배신자가 아닌 거지. 능호, 네가 조겸을 안배해주거라. 앞으로 우리의 형제야."
용진이 능호에게 말했다.
능호는 답한 후 조겸의 어깨를 두드리고 웃으며 말했다.
"형제, 이만 가지. 내가 자네에게 거처를 안배해주겠소."
조겸은 매우 감동했다.
그는 용진이 거두어 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
"전……."
조겸이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능호가 그를 끌었다.
"됐소, 계집애들처럼 굴지 말고……."
능호는 이 말을 내뱉자마자 낯빛이 변했다.
과연 당완아와 청옥이 무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능호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알고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러나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재빨리 조겸을 끌고 나갔다.
"용진, 어떻게 할래?"
당완아가 물었다.
"나를 겨냥하는 건 괜찮지만 내 주변에 사람을 해친다면 절대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이렇게 말하는 용진의 눈빛은 비수처럼 예리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증거가 없잖아."
당완아가 조금 난처해하며 말했다. 조겸의 몇 마디 말과 예측으로 찾아갈 수는 없었다.
"증거를 찾아보는 건 나 용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지. 그냥, 그들을 찾아가자."
용진의 얼굴에 싸늘함이 어렸다.
왜서인지 용진의 "찾아가자"는 말을 들은 당완아와 청옥은 소름이 끼쳤다.
그녀들은 용진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가 결정한 일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흥, 감히 설이를 괴롭히다니. 용 형, 저희 그들이 울면서 엄마를 찾아갈 때까지 때려줘요."
아만은 용진의 뒤를 따라가면서 밖으로 향했다.
당완아와 청옥도 재빨리 뒤를 따랐고 용진을 잡으며 말했다.
"제자들을 소집할까?"
그녀는 지금의 용진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정말 큰 일이 발생할 것 같았다.
"그래, 제자들을 소집하여 현천광장에서 날 기다려. 나와 아만이 그들을 찾아갈 거야."
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마친 후 아만을 데리고 곧장 하산했다.
당완아와 청옥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용진은 죽어도 굴복하지 않는 전형적인 성격이다.
예전부터 용진과 설이의 감정이 매우 두텁다는 걸 들었었다.
지금 설이가 납치되자 용진은 살기를 억누르지 못했다. 지금 용진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큰일이 생기겠구나."
청옥이 탄식했다. 그녀들도 저지할 수 없다는 걸 알아 각자 송명원을 비롯한 이들에게 통지했다.
지금은 일을 더 불거지게 만드는 것이 나았다. 결국 다수인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용진은 다시 한번 유배될 것이다.
송명원을 비롯한 사람들도 제신이 배후에서 꿍꿍이를 꾸몄다는 소식을 들은 후 모두 분노했다. 분분히 무기를 들고 그들을 찾아가려고 했다.
당완아는 그들을 저지했다. 용진이 그들에게 현천광장으로 모이라고 했으니 꼭 그의 계획이 있을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에 분노를 가라앉히고 광장에 모여들었다.
오대세력의 사람들이 모두 현천광장에 모이자 전체 별원의 제자들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다.
오대세력의 사람들이 왜 모두 살기등등한 표정인지 몰라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돌아가 각자의 대장에게 보고했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큰일이 벌어진다는 걸 예감했다.
다들 호기심이 동하여 돌아가 보고했고 구경거리를 기다렸다.
용진과 아만이 막 제신 세력의 산에 진입하였을 때 저지를 받았다.
용진은 그들을 보지 못한 듯이 산 위로 곧장 향했다.
"거기 서, 더 이상 서지 않으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
어떤 제자들이 짐짓 호통을 쳤다.
전번 공회쟁탈전에서 용진에게 얻어맞으니 그들은 용진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공회제자로서 막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외침에 따라 더 많은 제자들이 달려왔다. 용진과 뒤에 악귀 같은 아만을 보았을 때 모두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오늘 용진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용진은 전번에 전투할 때에도 느긋한 표정이었다.
오늘의 용진에게 짙은 살기가 감돌았으며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무형의 칼날이 그들의 목에 닿은 것 같았고 용진의 한순간에 그들을 모두 죽일 것 같았다.
용진은 그 제자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계속 아만과 앞으로 걸었다.
그 제자들은 부단히 뒤로 물러났다.
아만도 그들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지금의 아만은 야생의 맹수처럼 사나웠다.
또한 그의 거대한 몸집은 정말 괴물과도 같았다. 등 뒤에 있는 커다란 랑아봉을 보고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아만은 용진의 뒤를 따랐고 두 사람은 앞으로 걸었다. 칠십, 팔십 명이 되는 제자들은 긴장한 기색으로 부단히 후퇴했다.
산봉우리에 다다르자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핵심 제자의 거주지였다.
"제신, 얼른 튀어나오지 못해?"
용진이 별안간 높게 고함을 지르자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고 산골짜기에 무수한 메아리가 울려 퍼져 사람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얼른 튀어나오지 못해?"
"얼른 튀어나오지 못해?"
"얼른 튀어나오지 못해?"
"……."
메아리가 연속으로 울려 퍼졌고 주위 수백 리의 산에서 살기등등한 이 한 마디가 메아리쳤다.
별안간 세 사람이 동굴 안에서 뛰쳐나왔다.
예상 밖에도 곡양, 뇌천상과 제신이 모두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제신은 용진이 온 걸 보고 낯빛이 변하더니 눈에 당황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가까스로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말했다.
"용진, 넌 정말 대담하구나. 감히 나의 세력범위에 와서 방자하게 굴다니."
용진은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발견했다. 이는 그가 매우 긴장되었다는 걸 설명했다.
긴장 중에도 일말의 흥분이 섞여 있었다. 이건 이 모든 것이 제신의 수작이라는 걸 설명해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아."
용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수중에 나타난 거대한 골인으로 제신을 내리쳤다.
용진이 공격하자 곡양이 기합 소리를 냈다. 온몸에 부문이 빛났고 순간 전투력이 극대로 제고되었다.
"용진, 오늘 네가 돌아가지 못하게 해 주마."
곡양이 용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일을 잊고 있었다. 집중력을 모두 용진에게 몰두하여 용진의 뒤에 있는 아만을 발견하지 못했다.
"감히 우리 용 형에게 손을 대다니, 죽어!"
우웅!
공간이 부서질 듯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거대한 랑아봉이 곡양을 향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