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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253화 (253/680)

253화 선수를 치다

"이럴 수가?"

도방마저도 낯빛이 변했다. 다른 장로들도 경악한 기색이었다.

사도 제자들이 이만 명도 넘어 보였기 때문이다.

역대의 정사대전에서 정도의 인원수는 항상 사도의 두 배였다.

이번에 사도 제자의 인원수가 정도 제자보다 네, 다섯 배 많아진 것이다.

"하하하, 도방, 지금 너의 표정이 아주 재미있군. 내가 전에 말한 말의 뜻을 지금은 이해했어?"

귀안 노괴가 낄낄거리며 냉소했다.

지금의 도방은 귀안 노괴의 조소를 신경을 겨를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수를 가지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도가 무슨 방법으로 단번에 이 정도로 많은 제자들을 모으고 배양시켰는지 몰랐지만, 이는 정사대전에게 있어 매우 큰 부담이었다.

"도방 장로, 어떡하오? 이렇게 싸움이 지속되다가는 우리 제자들이 모두 전멸하는 게 아니오?"

어느 장로가 조급해하며 말했다.

모든 세력에서 제자들을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고 있었다.

누구도 자신의 아이가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일이 이 상황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소. 우리가 참견한다면 사도 강자들도 참견할 것이니 우리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소."

도방은 가까스로 침착을 유지했다.

왜냐하면, 용진의 얼굴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용진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했다.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태연자약하게 서 있었다.

용진은 마치 반석(磐石)과도 같았다.

몇 배나 많은 강적이 나타나도 도심을 굽히지 않았다.

사도 제자들은 정도 제자와 몇십 리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치 이리떼가 사냥감을 노리듯 싸늘한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도망쳐."

누가 외쳤는지 십여 명이 고함을 지르면서 뒤로 도망쳤다.

순간 도방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모든 장로들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게 허무하게 도망친 사람들은 바로 혈라종의 제자들이었다.

혈라종의 제자들이 선두를 떼자, 몇백 명이 그들을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득실득실한 사도 제자들을 보고 모두 겁을 먹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도망치는 건 일종의 생존 본능이었다.

"이런 바보들!"

도방이 크게 노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도망치는 제자들을 죽이라고 명령하려는 것이다.

"내버려 두십시오."

이때 용진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력으로 말했기에 목소리가 크지 않지만, 주위 백 리 안에서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도방은 멍하니 있다가 다시 손을 내렸다.

그도 이 상황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의 사기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들이 도망친다면 전체 대오의 자신감이 흔들릴 것이다. 이건 사기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살아온 도방이라 하여도 이 상황이 매우 난처했다.

"만일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면 도망치십시오. 이건 용사들의 전쟁이니 약자는 참가할 자격도 없습니다."

용진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목소리는 매우 평온했고 일말의 긴장이나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하지도 않았고 매우 침착했다.

속으로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의 긴장감이 꽤 풀어졌다.

그들은 현천별원의 제자들 얼굴에 아무런 긴장도 찾아볼 수 없다는 걸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하늘을 찌를 듯한 전의뿐만 보였다.

어느 정도 도망치던 제자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모두 고개를 돌려 용진을 보았다.

"수행은 원래부터 앞으로만 나아가고 뒤돌아 갈 수 없는 길이오. 앞으로 나아가려면 죽음과 대면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소.

만일 죽음을 대면할 용기도 없다면 어찌 생사 속박에서 벗어나 더 높은 경지로 돌파하겠습니까? 만일 당신들이 오늘 도망친다면 경지가 정지될 것이오.

오늘의 일이 장차 여러분의 심마가 되어 영원히 진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어. 그래도 계속 살아있을 수 있으니 마음껏 남은 인생을 즐길 수는 있을 것이오.

반면!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소. 그러나, 만일 살아남는다면 장차 필히 절세의 강자로 될 것이라고 내가 보증하겠소! 강자가 될 사람은 남고 목숨을 보존하려는 사람은 빨리 도망치시오. 조금 후면 도망치지도 못할 테니!"

용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용진이 이렇게 말하자 절반 정도 도망치던 정도 제자들이 이를 악물고 돌아왔다.

"제기랄, 난 겁쟁이가 아닌 영웅이 될 거야."

"죽는 게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십팔 년 뒤에 다시 영웅으로 될 거다."

"사도의 놈들과 목숨 걸고 싸우자! 죽더라도 몇 명은 끌고 지옥으로 가겠어. 우리 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긍지심을 느끼도록! 빌어먹을."

비록 애써 자신의 용기를 북돋으려고 욕설을 뱉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기개가 있는 사내들이었다. 현천별원 제자들의 호방함에 감동한 것이다.

원래 오천여 명 중의 절반 정도가 도망쳤지만, 일부 사람들은 다시 돌아왔다.

전장에 삼천여 명의 정도 제자만 남아 있었다.

도망치는 천여 명의 제자들은 자신들을 저지하는 사람이 없자 곧바로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용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는 도망치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

도망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거나 나약해 보이지만 태생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

이곳에 제자들은 모두 소위 "천재"였고 다들 가문의 자랑이었다.

가문과 종문의 배양방식 때문에 오늘에 결과가 생긴 것이다.

별원의 제자들은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하거나 경멸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을 동정했고 남아 있는 자신에게 긍지감을 느꼈다.

만일 용진을 만난 것이 아니었다면,

용진이 그들에게 지키는 힘의 진정한 의의를 알려주어 그들이 진정한 전사로 탈바꿈한 게 아니라면,

그들도 저들 중의 일원이 되었을 것이다.

"축하합니다. 오늘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장차 필히 진전한 강자로 될 겁니다. 모든 제자들은 현천별원 제자 뒤에서 공격하십시오. 마음껏 무기를 휘두르면서 인간도, 귀신 같지도 않은 저들의 머리통을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치세요. 공격하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더 이상 공격할 필요가 없소. 왜냐하면, 그때 당신은 이미 죽은 것이니까."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하!"

곡양 일행이 크게 웃자 정도 제자들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다. 긴장하던 분위기도 이 웃음에 완전히 완화되었다.

도방은 먼 곳에 있는 용진을 보고 속으로 감개무량해졌다.

용진은 정말 괴물이었다. 무슨 난제든 가장 수월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몇 마디 말로 원래 도망치려고 했던 겁쟁이들이 순식간에 용사로 된 것이다.

용진에게 독특한 매력이 있어 사람들은 그를 따르기 좋아했다.

"아주 좋아, 매우 재미있는 장면이군. 너희들이 우리 제자의 무기를 어떻게 막아내는지 지켜보겠어. 피와 살이 흩뿌려지는 장면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지는군, 낄낄낄……."

귀안 노괴의 입에서 고막을 찌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쌍방은 지금 두 산봉우리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전장은 그 사이의 산골짜기였다.

세 장소는 삼각형을 이루었다. 거리가 몇백 리밖에 안 되었다.

"낄낄은 뭐가 낄낄이야. 여태까지 살면서 너처럼 눈꼴 시리게 생긴 자식은 처음이다. 참 괴상하구나, 도대체 어느 무덤이 무너졌기에 네가 튀어나온 것이냐? 네 어미와 아비가 왜 너를 이 꼴로 키운 것이냐?"

용진은 욕하자마자 스스로 뭔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너의 어미가 너를 낳을 때 너무 못생겨서 그냥 막 키워서 그랬나?"

용진 뒤에 제자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당완아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현천별원의 제자들은 생사도 안중에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감정에 초연해져서 전혀 거리낌 없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먼 곳에 있던 도방 일행은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도방에게 있어 용진은 장차 한 지역을 이끌 지도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방에게 저속한 말들을 퍼붓기 시작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도 제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귀안 노괴를 귀안 상인(上人)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사도에서 명성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장로라 하여도 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뽑아버리는 자였다. 그러니 그의 무시무시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사도들이 존경하고 있는 인물을 정도의 작은 항렬이 이토록 모욕하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빌어먹을 애송이야, 너의 힘줄을 뽑고 영혼은 정련하겠다. 죽여, 저 애송이의 목숨만 남기거라."

귀안 노괴가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귀안 노괴의 노호와 함께 사도 제자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무기를 꺼내더니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사격수들 준비."

용진의 낮은 소리와 함께 별원 제자들 손에 긴 활이 나타났다.

화살을 활시위에 놓고 팽팽하게 당겼다.

"사십오 도로 비스듬히, 눈을 감고 쏴요."

슉슉슉!

화살이 폭우처럼 전장에 쏟아졌다. 별원제자들을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모두 멍해졌다.

쿠웅쿠웅쿠웅!

모든 사람이 용진의 행동에 의아해할 때 폭발음이 연이어 들려왔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악… 비겁한 자식들, 독 연기다."

처참한 비명 소리와 노호와 함께 사도 제자들은 피독단을 복용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피독단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바로 이때, 하늘에서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비스듬히 쏘았던 전에 화살과 달리 바로 쏘는 것이었다.

푹푹푹!

울부짖음이 끊이질 않았고 피가 사방으로 튕겼다. 먼 곳에서 지켜보던 정도와 사도의 장로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상상했던 것과 좀 달랐다.

"물러서, 얼른 물러서. 독안개의 범위를 피하거라."

귀안 노괴가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독 안개에 뒤덮인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몰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 안개에서 벗어나기 전에 독살되었다.

일부 행운아는 독 안개에서 나온 뒤에서야 죽었다.

진정한 대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벌써 수많은 사도 제자들이 죽은 것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니 벌써 몇천 명이나 되었다.

용진은 이번에 자신의 모든 독단을 사용했다.

사도 제자들은 운이 나빴다.

그들이 일렬로 서서 기세로 정도 제자들을 겁주려고 했던 것이다.

만일 부채형으로 공격했다면 화살로 뒤덮을 수 있는 범위가 그렇게 클 수 없었다.

너무 넓으면 독성이 겹쳐지지 않아 이 정도로 강하지 않을 것이다.

용진은 상대방이 이렇게 바로 일렬로 공격한다면 일격에 절반 인원수를 멸할 자신이 있었다.

"죽여, 모조리 죽이거라!"

귀안 노괴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사도 제자들은 독 안개가 분포된 범위를 돌아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아오!

하늘을 뒤흔드는 포효와 함께 거대한 몸집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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