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도문을 빼앗다
하늘을 가리키던 참사가 한 줄기의 번개처럼 내리쳤다.
미처 피할 수 없게 되자 연도자의 손에 기괴하게 생긴 방패가 나타났다.
그 기운을 보니, 진정한 방패가 아니라 흰 거북의 등딱지였다. 무늬가 얼기설기 뒤덮여있었는데 강대한 기운을 보니 삼 급 절정 마수의 등딱지가 분명했다.
거북이류 마수들은 등딱지가 가장 단단했고 같은 계급 마수들은 그들의 방어를 뚫을 수 없다.
펑!
참사가 그 거북이 등껍질을 둔탁하게 내리치면서 폭발음이 전해졌다.
놀랍게도 단단한 거북이 등껍질이 순식간이 갈라졌다.
신환이 가세된 용진의 힘은 너무 강대하여 거의 산도 자를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그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거북이 등껍질은 너무 오래된 것이라 고유의 방어력을 잃었기에 부서진 것이다.
거북이 등껍질이 폭발하자 그 연도자의 두 팔뚝이 잘려나갔다. 내뿜은 선혈에 내장 조각들이 섞여 있었다.
용진의 일격에 그의 오장육부마저 갈라진 것이었다.
연도자라서 그 정도로 버텨낸 것이지 다른 강자였다면 일찍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건방을 떨더니 잘 됐다!"
용진이 냉소하면서 그 연도자에게 달려들었다. 지금 연도자가 중상을 입어 죽이기 수월할 때였다.
"죽거라."
순간 용진은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한줄기의 붉은빛이 그를 고정시켰다. 용진은 얼음창고에 떨어진 것 같았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붉은빛이 절반쯤 날아왔을 때, 한줄기의 검기가 허공을 가르면서 그 붉은빛을 날려 보냈다.
"귀안 노괴, 너도 참견하려고?"
도방이 장검으로 귀안 노괴를 가리켰다.
도방이 검기로 귀안 노괴의 습격을 막아낸 것이다.
귀안 노괴의 두 눈에 매서운 빛이 어렸다. 현재 사도 제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정도 제자들은 기세가 매우 드높아 싸울수록 용감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진행되다가는 사도 제자들은 곧 전멸하고 말 것이다.
만일 일반 사도 제자라면 죽어도 괜찮았으나 연도자가 죽는 건 절대 안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연도자가 패배하자 곧바로 용진을 습격했다.
그의 경지는 도방처럼 통맥경 강자였다.
무심한 일격으로 용진이 옴짝달싹 못 하게 고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귀안 노괴는 도방이 일찍부터 나서려고 준비하고 있는 줄 몰랐었다.
귀안 노괴가 움직이자마자 도방도 함께 공격한 것이다.
"정도의 애송이들을 모두 죽여버려. 특별히 저 지휘하는 애송이를 말이다. 모두 죽여버리거라."
귀안 노괴는 더 이상 규칙을 따질 수 없었다. 연도자가 죽는다면 사도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또한, 용진이 그 연도자를 죽인다면 전장 전체가 균형을 잃게 되고 다른 연도자들도 위험해진다. 그리하여 귀안 노괴는 재빨리 용진 일행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에게 있어 용진은 심지어 윤라와 격전하고 있는 묵염보다 더 무시무시했다.
왜냐하면, 용진은 일개 응혈경의 애송이었다.
낮은 경지였지만 연도자가 반항하지도 못하고 패배하게 만들었으니 정말 놀라운 재능이었다.
그가 가장 놀란 건 용진의 전투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지혜마저도 남다르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학살이 용진 때문에 역전되었으니 귀안 노괴는 공포를 느꼈다.
만일 용진이 성장한다면 지혜와 실력을 갖춘 그가 사도의 치명적인 적으로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귀안 노괴는 예전에 규칙을 신경 쓸 수 없었다.
필히 전력을 다해 저 정도 제자를 죽여야 했다.
"모두 공격하라. 후배들의 웃음거리가 되면 안 되지 않겠느냐?"
도방이 소리치자 모든 정도 장로와 사형급 강자들도 분분히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사도 강자들이 전장을 뒤흔드는 것을 막아야 했다.
지금 용진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정도 제자들의 신심을 북돋웠을 뿐만 아니라 강자들마저도 피가 뜨거워져 소리를 지르면서 전력으로 공격했다.
이 분위기를 이어나가야만 했다.
순간, 전장이 아수라장으로 되었다. 전선에서 정도와 사도 장로급 강자들이 대결이 펼쳐졌고 도방과 귀안 노괴가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래된 적수라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무시무시한 힘에 발아래 큰 산이 부서졌고 검기가 하늘을 찔렀으며 광풍이 하늘을 휘감았다. 천지마저 폭발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좀 먼 곳에서 싸웠고, 정도, 사도 장로들도 미친 듯이 격전하여 피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전장 외곽에서 쌍방 사형급 강자들이 싸우고 있었다. 이 급에는 강자들이 수두룩하여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정도에 사형급 강자들은 눈이 시뻘게졌고 같은 편이 아니면 죽일 듯이 찔렀다. 지금 그들의 마음에는 공포가 아닌 무궁무진한 살의밖에 없었다.
용진의 말에 그들 마음속에 욕망이 제대로 끓어오른 것이다.
강해지려는 욕망이었다. 강해지려면 그러한 결심이 필요했다.
그들은 드디어 자신들이 부족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천부적인 재능이 뒤처진 것이 아니라 죽음과 맞닥뜨렸을 때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결심이 없었던 것이다.
밑에 사제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걸 지켜본 그들은 일찍부터 피가 달아올랐다. 지금 기회가 생기자 죽을 듯이 싸웠다.
용진도 정사대전이 급작스레 이런 상황으로 변할 줄 몰랐었다.
그러나 지금 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으니 서둘러야 했다.
용진은 참사를 들고 그 연도자에게 달려들었다.
"용진, 영혼지력으로 연도자의 도문을 빼앗거라. 그러면 넌 연도자가 될 기회가 있다."
격전하던 도방이 별안간 높은 소리로 귀띔했다.
용진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초요는 연도자들이 시운에 따라 태어나 천도의 운을 조금 계승했다고 말했었다.
설마 이런 운도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
용진은 장도로 허둥거리는 그 연도자를 내리쳤다. 그 연도자는 크게 놀라면서 힘을 다해 검으로 막아냈다.
결국, 연도자의 톱날 같던 검이 부서졌고, 장도로 힘껏 내리치자 몸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 연도자를 절반으로 가르니 체내에 생기도 천천히 흩어졌다.
그런데 그의 미간에서 한 줄기의 무늬가 서서히 떠올랐다.
그 무늬는 매우 이상했고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그림 위에 해와 달, 별, 하천과 산이 있었는데 조금 흐릿했다.
"용진, 빨리 빼앗거라. 도문은 곧 사라진다고!"
도방 수중에 장검은 춤을 추는 듯하였다.
전력으로 귀안 노괴와 격전하다가 용진을 귀띔해주느라고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
용진은 조금 머뭇거렸다. 연도자의 반쪽 몸을 움켜쥐더니 전장의 다른 연도자에게 달려갔다.
그쪽에서 당완아를 비롯한 핵심 제자들이 목숨을 내걸고 연도자와 격전하고 있었다.
그 연도자는 너무 강했다. 그의 발아래 뇌천상을 제외하고 또 두 명의 핵심급 제자들의 시체가 놓여졌다.
또한, 당완아와 곡양도 온몸이 피투성이로 되었다. 모두 부상을 입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협공하고 있었다.
"내 칼을 받아라."
순간 번개가 하늘을 찢는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금빛 장도가 하늘을 가르는 칼날처럼 그 연도자에게 내리꽂혔다.
그 연도자가 막 곡양을 격퇴시켜 곡양의 모든 급소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연도자는 곡양을 죽일 가능성이 구 할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기뻐하기도 전에 죽음의 그늘이 그를 고정시켰다.
그는 깜짝 놀라면서 수중에 분수자로 뒤를 막았다.
우웅!
순간 그 연도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고 단칼에 날려갔다.
"용진!"
당완아 일행은 기쁨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아까 전력을 다해 격전하고 있어 외부의 상황을 몰랐었다.
전력으로 싸우고 있었으니 조금도 신경이 딴 곳에 팔면 안 되었다. 외부의 상황이 아니라 외부의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리하여 지금 용진이 다가온 걸 보고 매우 기뻐했다.
"완아, 영혼지력으로 연도자 머리 위에 도문을 흡수해. 자네들은 핵심급 제자들을 죽이고! 빨리!"
용진은 손에 들고 있던 반쪽짜리 몸을 당완아에게 던져준 후 앞으로 달려나갔다. 손에 든 장도가 한 필의 명주처럼 그 연도자를 휘감았다.
다른 사람들은 용진의 명령을 듣자마자 사방으로 흩어졌다. 전문적으로 사도 핵심급 제자들을 골라 죽였다.
그들을 더 빨리 죽일수록 다른 제자들이 살아남을 기회가 더 커질 것이다.
당완아는 반쪽짜리 시체를 보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손으로 미간을 살짝 누르자 무형의 힘이 천천히 그 연도자의 도문으로 뻗어 나갔다.
손에 분수자를 든 연도자는 용진의 일격에 날아가면서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 용진이 손에 들고 있는 반쪽짜리 시체를 발견했다.
그 연도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강대한 연도자가 죽어버린 것이다.
"이풍참."
용진이 고함을 지르자 수중의 참사에서 솟아오른 기운이 하늘을 뒤덮었고, 그 연도자를 향해 매섭게 내리꽂혔다.
그 연도자는 첫 번째 공격부터 용진의 무시무시함을 알게 되었다. 용진의 힘이 매우 강하기에 그와 무리하게 맞서는 건 너무 힘들었다.
용진이 장도로 내리치자 연도자는 수중에 분수자를 휘둘렀고 한 줄기의 빛이 나타났다. 용진의 일격을 받아내더니 그 힘을 따라 뒤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이 연도자는 매우 교활했다. 지금 혼전이 시작되자 용진과 무리하게 맞서지 않고 사도 대군으로 돌아가려 했다.
또한, 그의 방어방식도 매우 괴상했다.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 용진의 절반 힘을 떼어냈다.
용진은 쫓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건 정도에게 불리하였기에 곧장 초요 쪽으로 달려갔다.
아만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만이 풍차처럼 랑아봉을 돌리고 있었으며 주위에서 바람이 웅웅거렸고 조금도 피로한 기색이 없었다.
거대한 도끼를 든 연도자는 아만의 공격 아래 연이어 피를 토하고 있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용진은 초요를 도와 그 연도자를 죽이고 싶었다.
만일 그 연도자를 죽인다면 초요가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있었다.
그녀의 공격 범위가 무시무시했기에 승리의 저울은 재빨리 정도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다.
용진이 뛰어가고 있을 때, 순간 주변에 공간이 정지된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이건 단골경 강자가 위압으로 고정한 것이다.
"애송이, 죽거라."
사도 장로급 강자 한 명이 어떻게 봉쇄를 뚫었는지 이쪽에 달려온 것이다.
깜짝 놀란 용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사라진 한 그림자를 발견하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용진은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손 장로가 의도적으로 이 사람을 저지하지 않은 것이다. 이 사도 장로의 손을 빌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었다.
'날 모해 하다니, 늙다리, 딱 기다리고 있어.'
"죽거라."
사도 장로가 소리치면서 바짝 여윈 손을 뻗더니 용진에게 일장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