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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268화 (268/680)

268화 그냥 이대로 봐준다고?

도방의 말에 모든 장로들은 낯빛이 바뀌었다.

손 장로는 당황한 눈빛이었지만 급히 표정을 감추었다.

그는 사도 장로와 격전할 때 짐짓 저지하지 못한 체하였었다.

싸우는 한편 뒤로 물러서며 그 장로를 용진 쪽으로 이끌었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후, 고의적으로 사도 장로의 일장을 맞고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마침 다른 사도 장로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었다.

손 장로는 싸움터에서 자신이 용의주도하게 움직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국 의심을 받은 것이다.

손 장로도 바보가 아니었으니 절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도방이 그저 추측으로 겁을 주는 것이라면 지금 나서서 잘못을 승인하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일이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그가 의도적으로 사도 장로를 유인했다는 증거가 없을 것이다. 손 장로는 그저 모른 체하면 되었다.

"손 장로, 할 말이 없나?"

싸늘하게 손 장로를 보고 있는 도방의 두 눈에 살의가 스쳐 지나갔다.

도방은 비록 전력을 다해 귀안 노괴와 싸웠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을 격살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싸우면서 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손 장로가 그 사도 장로를 어떻게 유인했는지 모르지만, 용진과 그 사도 장로가 격전할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손 장로가 있었다. 비록 손 장로가 급히 다른 사도 장로에게 달려들었지만, 도방은 이상함을 감지했었다.

손 장로는 예전부터 용진을 겨냥하고 있었으니 손 장로의 수작임이 분명했다.

도방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용진은 특별한 존재라 의도적으로 용진의 일을 간섭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도방은 용진의 특별한 존재를 모른 체해서도 안 되었다.

그는 우수한 제자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손 장로를 처벌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도방은 머리가 그다지 안 좋은 손 장로를 벌하려고 했다.

손 장로는 낯빛이 변하더니 이렇게 물었다.

"집법 장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장내에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고, 의아한 얼굴로 도방과 손 장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다.

장내에서 이 일의 경과를 알고 있는 건 용진밖에 없었다.

그러나 용진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스스로 모른단 말이냐?"

도방은 냉소하며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집법 장로, 명확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손 장로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방 장로는 그들과 같은 장로지만, 현천별원에서 연륜이 가장 오래고 실력이 가장 강한 장로였다. 다른 장로들은 도방 앞에서 제자라고 자칭하면서 그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그 사도 장로는 원래 너의 상대였다. 근데 네가 어찌 패배한 것이냐? 그 사도 장로와 같은 팔제 단골인 네가 그를 막아내지 못했단 말이냐?"

도방은 싸늘하게 말했다.

손 장로는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며칠 전에 수행할 때 내식(內息)에 문제가 생겨 경락을 다쳤었습니다. 그리하여 전투력이 대폭 떨어졌던 겁니다. 만일 믿기 어려우시다면 친히 검증해보십시오. 별원의 제자로서 별원의 은혜를 받고 있는 제가 어찌 별원의 제자를 해칠 수 있겠습니까?"

손 장로는 고의적이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또한, 아주 교활하여 일찍부터 만단의 준비를 해두었다. 싸울 때 고의로 경락이 부상을 입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경락이 다친 시간을 알 수 없기에 이건 증명할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손 장로가 이토록 침착한 것이었다.

도방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어렸다. 그는 손 장로가 이렇게 말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비기로 손 장로의 거짓말을 밝혀낼 수 있었다.

나쁜 일을 저지른 손 장로는 도방의 싸늘한 웃음을 보고 가슴이 세게 뛰었다. 만일 자신이 의도적으로 용진을 모해한 일이 밝혀진다면, 공정한 도방 장로는 꼭 그를 죽이고 말 것이다.

손 장로는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를 것 같았다. 도방이 콧방귀를 뀌면서 입을 열려고 할 때, 용진이 먼저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은 손 장로를 탓할 수 없습니다. 싸움터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니 누구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전 손 장로가 몇 번이나 절 구하러 오다가 사도 강자들에게 저지되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 손 장로는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도방 장로, 이 사소한 일 때문에 손 장로를 벌하지 마십시오. 비록 손 장로가 성공하지 못했지만 전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용진의 말에 도방은 눈이 둥그레졌다. 그는 지금 용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 이토록 불 보듯 뻔한 모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손 장로를 위해 나선단 말인가?

손 장로마저도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는 용진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손 장로는 두렵지 않았다. 자신의 몸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이라고 잡아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무런 허점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용진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용진이 추궁하지 않자 도방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일부 문파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번 정사대전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소."

도방은 정도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일부 문파"라는 단어를 내뱉었을 때 모든 사람의 시선은 의식적으로,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혈라종 부장문인에게 향했다.

혈라종 제자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전부 도망쳤었다.

다른 문파에도 몇 명 겁쟁이가 도망쳤지만 그래도 남은 제자들이 있었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몇 명 안되고, 모두 전사하였다 하여도 그건 일종의 영광이라 볼 수 있었다.

혈라종 부장문인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

오늘 너무 창피했다.

"용진, 이번 정사대전의 총지휘는 너이니 네가 상과 처벌의 기준을 선포하거라."

도방이 말했다.

"제가요?"

용진은 멍해졌다.

"그래, 장문인이 너를 총지휘로 선택했으니 너에게 그런 권리가 있단다. 나도 반대할 수 없는 것이지."

도방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용진은 깜짝 놀랐다. 용진은 그저 자신을 현천별원 제자들의 작은 대장이라고 생각했었고, 자신의 책임이 이렇게 무거운 줄 몰랐었다.

다들 자신을 바라보자 용진은 사양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먼저 처벌부터 말하겠습니다. 태생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사는 없으니, 처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인간의 천성이라 전 그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엄하게 가르치지 못한 스승의 탓이고 그 제자들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제자들은 저의 형제가 아니고, 이런 행동을 배신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들이 종문에 돌아간 후, 종문에서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해 우리 별원은 간섭하지 않을 겁니다."

다들 속으로 깜짝 놀랐다.

세속 세계든, 수행 세계든 전장에서 도망가는 건 모두 죽을 죄였다.

그러나 용진은 그들을 쉽게 놓아주려 하고 있었다.

종문 장로들은 속으로 용진이 고마웠고 또 깊은 수치심을 느꼈다.

용진의 넓은 배포와 비교해보니 그들은 정말 머리를 들 수 없었다.

"그리고 상은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무릇 저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저의 형제입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상의 많고 적음을 따지겠습니까?"

정도 제자들은 용진의 말을 듣고 긍지심을 느꼈다.

더 대단한 용진이 자신들을 형제라고 생각하다니.

그들은 자신이 매우 대단한 인물이 된 것 같았다.

싸움터에서의 용진은 지상세계로 내려온 천신과 같았다. 최강자를 몇 명이나 죽인 뒤 사도 장로까지 죽였다.

사도에서 천년 이래 제일 천재라고 불리는 윤라마저도 용진에게 한쪽 다리를 내주고 말았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용진은 무적의 전신과 같았다.

이런 사람이 자신을 형제라고 생각하다니. 다들 매우 감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용진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도방은 젊은 제자들의 숭배심으로 가득한 눈빛을 보고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것이 바로 용진의 매력이구나. 주변에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기꺼이 싸우게 하는 매력.'

다른 장로급 강자들도 속으로 탄복했다.

용진은 태생적인 대장이었다. 그 패기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지금 장로들은 도리어 상을 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자들의 확고한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의 대전을 통해, 제자들이 놀라운 성과를 가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용진이 정사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말한 것처럼, 살아남은 제자들은 모두 대단한 강자로 될 것이다.

특별히 살아남은 핵심급 제자들은 모두 조문을 각성하여, 강자가 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었다.

마지막에 도방은 예전의 규칙대로 살아있는 인원수 비례로 상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장 상을 나누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모든 사도 제자들의 머리를 현천별원에 보낸 뒤에 정산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전장을 청소하면서 사도 제자들의 시체를 모으기 시작했다.

머리만 가져가고 이곳에 시체를 남긴다면, 강자들의 시체가 부패되면서 역병이 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꼭 시체를 가져가서 태워야 했다.

전장을 청소한 뒤, 한 장로가 시체 한 구를 들고 걸어왔다.

그 시체를 본 사람들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바로 용진이 홀로 격살했던 팔제 단골경의 사도 장로의 시체였다.

어마어마한 팔제 단골경 강자마저 용진에게 죽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팔제 단골경 강자는 현천별원에서만 배양해낼 수 있는 강자였다.

또한, 별원에도 팔제 단골경 강자가 여덟 명일 뿐이었다.

용진이 무시무시하게 강한 팔제 단골경 강자를 죽이자 충격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도방은 그 시체를 보관했다. 이번 전장에서 죽은 사도 중 최강자였기 때문이다.

팔제 단골경 강자는 생명력이 왕성했다.

팔골호체를 개방하면 전투력이 무궁무진하였기에 격살하기 어려웠다.

이런 강자 앞에서 분연히 맞서다니.

여태껏 정사대전이 이어졌지만 이런 강자가 죽은 것은 처음이었다.

도방은 이 시체를 현천분원에 보내려고 계획했다. 현천분원에서 이런 재앙급 강자가 별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수히 많은 자원과 정력을 다해 용진을 배양할 것이다.

싸움터를 청소한 뒤, 각 대종문 장로들은 제자들을 데리고 잇따라 떠났다.

그러나 떠나기 전에 모두 용진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들은 용진을 존중했고 깊은 감동을 느꼈다.

용진은 그들에게 수행자가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용진은 그들 수행 길에서의 밝은 등이 되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해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전에 피를 흘리면서 함께 싸웠던 친형제 같은 제자들이 떠나자 용진도 가슴이 시큰거렸다. 용진은 그들과 손을 흔들면서 작별을 고했다.

모든 사람이 떠나자 별원 장로와 제자만 남게 되었다.

용진은 갑자기 도방 장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방 장로, 전 잠시 집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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