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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303화 (303/680)

303화 음모를 꾸미다

현천분원 아래에는 백여덟 개의 별원이 있었다.

제일별원부터 제백팔별원까지 모두 삼 년 동안의 순위전으로 서열을 가렸다.

순위전에서의 서열은 분원에서 지급하는 할당액의 다소와 관련이 있었다. 할당액에는 비기, 단약, 무기를 비롯한 각종 자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분배 방식은 별원끼리의 경쟁을 시키는 데는 좋았지만 별원간의 양극화도 심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강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해지고 약한 사람들은 점점 더 약해졌다. 강자들은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어 계속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었고 실력도 점점 높아졌다.

용진이 있는 제백팔별원의 꼴등 자리는 여태껏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별원은 분원에서 지급하는 얼마 안 되는 복리로 근근이 연명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풍부한 자원이 없으면 좋은 제자가 있어도 키우기 어려웠다.

가난한 이들을 째질 듯 가난했고, 넉넉한 이들은 배가 터질 정도였지만 규칙인지라 방도가 없었다.

배를 불리려면 열심히 순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순위가 올라가야 복리도 추가될 것이다.

용진이 있는 제백팔별원에서 몇백만 리 떨어진 이곳은 산에 둘러싸여 있었다.

고목이 하늘을 찌를 듯하였고 가끔씩 커다란 맹수가 오고 갔다.

높은 산 위에 궁전과 같은 건축물을 지었는데 한 산봉우리를 뒤덮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현천분원 제일별원의 소재지였다. 주위 백 리 안에 산봉우리는 거대한 취영전에 둘러싸여 있었다.

만일 제백팔별원의 제자들이 이곳에 온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곳의 영력은 그들이 동굴 내에서 영석전을 켠 것보다 더 농도가 짙었다.

으리으리한 별원 꼭대기에 높은 탑 하나가 지어져 있었다. 높은 탑 꼭대기 층에 몇 사람이 모여있었는데 다들 벽 위의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중의 한 여인은 바로 낙빙이었다. 낙빙 곁에는 열네 살 남짓해 보이고 낙빙과 비슷하게 생긴 사내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낙빙의 오라버니, 제삼십육별원 장문인인 낙풍(洛風)이었다.

낙빙과 낙풍 앞의 사람은 안색이 음침하고 두 눈이 칼날처럼 예리하여 바라볼 수 없었다.

이 사람은 자리에 서 있었지만 천지와 융합한 것처럼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사내가 바로 제일별원 장문인 사계천(沙啓天)이었다.

경지는 선천지경 후기였고 제일별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사계천은 제일별원의 장문인으로서 신분이 고귀하여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낙풍이 귀한 영상을 가져왔고, 그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벽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건 용진이 강일범과 격전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용진의 등 뒤에 신환이 나타나자 힘이 용솟음치기 시작했고 장내의 선천지경 강자들마저도 깜짝 놀랐다.

화면이 꺼진 뒤 낙풍은 급히 말했다.

"사 장문인, 용진은 남길 수 없는 인물입니다. 꼭 화를 불러일으킬 겁니다."

낙빙은 제자들을 데리고 현천별원을 욕보이러 갔다가 지존급 제자 한 명은 폐인이 되고 연도자 두 명은 반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이에 낙풍은 하마터면 미쳐버릴 뻔하였다.

낙빙에게서 전투 과정을 들은 낙풍은 당장 낙빙을 데리고 제일별원에 찾아왔다.

그들이 제일별원을 위해 움직인 것이었다.

이렇게 큰 손해를 보았으니 제일별원에게 자신들의 공로를 알려야 했다.

강일범과 쌍둥이는 매우 심한 부상을 입었기에 꼭 분원 강자의 손을 빌려야 했다.

분원 강자가 나선다고 하여도 그들은 거금을 들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상대방은 도와줄 의무가 없었다.

낙빙은 용진을 죽도록 미웠고 그의 통째로 삼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낙풍도 그러했으며 남매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면 낙풍은 낙빙을 그토록 방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동시 낙풍은 낙빙보다 더 먼 곳까지 보았다. 용진은 무시무시한 천재였으니 그가 성장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번에 제일별원을 찾아온 건 자신들의 공로를 알리고 제일별원의 손을 빌어 용진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같은 종문의 제자로서 어찌 서로를 해칠 수 있단 말이냐? 우리는 응당 제백팔별원에 용진과 같은 천재가 나타난 걸 기뻐해야 되고 절대 질투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사계천은 고개를 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낙빙과 낙풍은 동시에 낯빛이 변했다. 그들은 오늘 처음으로 제일별원의 장문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태도에 두 사람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동시에 기분이 매우 언짢아졌다.

'제기랄, 내가 너희들을 위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무책한 말만 하다니. 정말 인간도 아니군.'

가슴에 불만을 품었지만 그들은 감히 얼굴에 드러낼 수 없었다.

화병이 생긴다고 하여도 가슴 속에 꽁꽁 넣어두고 있어야 했다.

"동문끼리 응당 서로 돕고 격려하여야 하지 절대 싸워서는 안 된다. 너희 별원 제자가 비무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다. 우리들은 예로부터 사이가 좋았으니 너희 제자들의 일은 우리가 해결해 주마."

사계천은 덤덤하게 말했다.

낙풍은 이 말을 듣고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는 백치 같은 낙빙보다 훨씬 총명한지라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사 장문인, 고맙습니다."

낙풍은 공손하게 말했다.

"그 용진은……."

얼떨떨한 낙빙은 여전히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그녀는 용진을 죽이고 싶었기에 사 장문이 대답하지 않자 발길이 내키지 않았다.

"용진은 별원의 천재고 미래 정도의 뿌리와 같지. 사도를 대항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니 절대 내전 때문에 천재를 잃어서는 안 돼."

사계천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건……."

낙빙이 계속 말하려고 하자 낙풍은 그녀를 잡아당기면서 사계천에게 말했다.

"사 장문께서 넓은 마음으로 정도를 위해 생각하시니 전 실로 탄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종문에 볼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사계천과 작별 인사를 한 후 낙풍은 시큰둥한 낙빙을 끌고 제일별원을 나섰다.

"왜 나를 잡아당기면서 묻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우리가 제일별원을 위해 그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무책임한 말 두 마디로 우리를 내쫓잖아요. 우리를 개처럼 여기는 건가요?"

낙빙은 화를 내면서 말했다.

낙풍은 어이가 없어 이렇게 욕했다.

"전에 핍박에 못 이겨 자신이 돼지라고 인정하더니 네가 정말 돼지인가 보구나. 돼지머리라 사계천의 말속에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냐?"

"말속에 뜻이라니요."

"비록 입으로는 단결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우리 제자들의 일을 돕겠다고 했으니 우리의 공로를 승인한다는 것이야. 나머지 일들은 그가 처리한다는 것이지."

낙풍이 말했다.

"전 왜 알아차리지 못했죠?"

"네가 돼지이기 때문이야."

낙풍은 화를 내면서 말했다.

"평소에 사달만 일으키고 이 사람 저 사람 괴롭히더니 말이야, 언제 그 머리로 생각 좀 해 볼래?"

"그렇다면… 그렇다면 용진의 일에 대해 태도를 표시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넌 백치인 거야? 사 장문은 이미 말했었잖아."

낙풍은 그녀를 욕했다.

"언제요? 전 왜 듣지 못했죠?"

낙빙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낙풍은 정말 장님이 아니냐고 욕하고 싶었지만 결국 참아내고 말했다.

"사 장문은 용진이 별원의 천재도 정도의 뿌리이며 사도를 대항하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잖아. 절대 내전 때문에 천재를 잃으려면 안 된다고 말이야."’

"모르겠어요."

"왜 나에게 너처럼 바보 같은 동생이 있을까? 네가 자라나는 걸 지켜본 것이 아니라면 정말 돼지가 낳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사 장문의 뜻은 절대 내전 때문에 천재를 잃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하잖아. 그 말인즉, 외부의 적과 싸울 때 손을 쓰라는 것이지, 알겠어?"

낙풍은 이렇게 말했다.

막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낙빙을 보고 그는 자신이 공연한 짓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차라리 입을 닫고 낙빙과 함께 별원에 돌아갔다.

낙풍 남매가 떠난 후 사계천과 장로 네 명은 모두 한참 동안 침묵했다.

제일별원은 확실히 강했다.

장로 네 명은 모두 선천지경 중기였고 온몸에서 강한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계천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물었다.

"아주 강합니다."

수염과 머리가 새하얀 노인이 말했다.

"다만 강일범은 완전한 지존급 강자가 아니고 우리 제자들과 비무한다면 절대 오십 합 이상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제삼십육별원에서 삼천 년 동안 지존급 강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이 생떼를 쓴 것이 아니라면 분원에서는 절대 그들에게 지존급 제자 신분을 내주지 않았을 겁니다."

"강일범은 진정한 지존급 강자가 아니지만, 용진은 확실히 강합니다. 일격에 강일범을 제패했으며 큰 힘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숨겼다는 걸 설명합니다."

한 장로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가장 무시무시한 건 그의 경지가 응혈경 절정뿐이라는 겁니다. 이런 실력은 분원 전체를 훑어보아도 천우(天宇)만이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장로도 맞장구를 쳤다.

용진은 전투 내내 매우 여유로운 모습이었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강일범이 수행합체를 사용할 때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유영옥은 영상과 소리만 기록할 수 있어 용진의 의지가 어떠한지 알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가 어떤 급의 천재인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첫 번째로 입을 열었던 백발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진짜 전투 상황을 본 것이 아닌 이상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낙빙은 용진의 의지에 자신마저 위협을 느끼고 굴복하고 싶었다고 말했었습니다. 비록 그녀가 용진을 죽이고 자신의 굴욕을 씻기 위해 과장되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일은 그럴 가능성에 염두를 두어야 합니다. 용진은 위협적인 인물이니 응당 중시해야 합니다."

다른 장로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천우 외에는 이런 전적을 이룬 사람이 없어 그들은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제일별원이 여태껏 일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소식이 매우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순위를 위협할 수 있는 천재가 나타나면 최대한 포섭하고, 포섭하지 못하면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하나 십 위 안에 별원들은 제일별원을 매우 경계하면서 최대한 천재들을 꼭꼭 숨겨두고 있었다. 순위전까지 숨겨두었다가 보여주곤 하였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제백팔별원에 적합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꼴등인 별원으로서 별원 중의 가장 강한 천재를 보여주어야만 더 많은 자원을 얻어 그들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하여 용진은 단번에 현천분원의 모든 별원들 앞에 폭로되었다.

사계천은 한참 뒤에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용진이 구려밀경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도록 만들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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