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화 나 죽네, 나 죽어
그는 아홉 개의 별이 하늘을 에워싸고 있는 그림을 보고 무덤 안에서 구성패체결과 연관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그림을 제외하고 내용을 알아볼 수 있는 다른 그림들은 모두 무기와 연관이 있는 내용들이었다.
곽연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무덤의 주인은 아마 유명한 주기사일 것이고 벽화의 내용은 그의 공적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용진은 주기사에 대해 흥미가 없었으나 곽연은 푹 빠져있었다.
곽연에게 이건 확실히 매우 큰 기회였다.
용진과 곽연은 모든 벽화를 순서대로 관찰했다. 현재 대청 안의 사람들은 정도, 사도와 용진 일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용진 일행은 두 명이지만 아무도 그들을 낮잡아보지 못했고 다들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어라, 이 벽화에 동그란 구멍이 있어."
이때 정도 제자 한 명이 벽화에서 동그란 구멍을 발견했다. 매우 눈에 띄지 않는 구멍이었다.
사실 그 구멍은 벽화에 그려진 맹수의 한쪽 눈이었다. 맹수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였으나 유독 눈만 매우 동글동글하여 조금 이상해 보였다.
이 맹수는 예전부터 멸종한 맹수였다.
그리하여 다들 고대 맹수들의 눈은 원래부터 이렇게 생겼을 것이라 생각했다.
며칠 동안 보물을 찾던 사람들은 용진의 말에 드디어 자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했고 눈이 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눈 중심에 누름단추가 있었다.
정도 제자는 생각 없이 누름단추를 눌렀다.
꽈르릉.
순간 무덤 전체가 뒤흔들렸고 모든 사람들은 낯빛이 변했다.
만약 여기서 무덤이 무너진다면 모두 죽을 것이다.
철컥.
대청 가운데 바닥이 갈라지더니 곧장 아래로 향하는 커다란 돌계단이 나타났다.
별안간 통로가 나타나자 사도, 정도 제자들은 잇달아 그곳으로 달려갔다.
슉 슉 슉.
악 악 악.
그들이 계단 안에 발을 들였을 때, 벽에 촘촘하고 작은 구멍들이 나타났다. 구멍에서 무수히 많은 화살이 쏟아져 나오자 바로 십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계단은 일 평방 정도로 매우 비좁았다. 이곳에서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물러선다고 하여도 뒤쪽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제자들이 있어 후퇴할 수 없었다.
결과 모두 무시무시한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계단 입구를 보물로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질까 걱정했었다.
경지가 비교적 낮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력이 강한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물을 얻는다고 하여도 그들은 빼앗을 수 있었으니.
사람들은 우르르 뒤로 물러서면서 경악한 얼굴로 동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제야 동굴이 끝이 보이지 않는 걸 발견하고 눈앞이 아찔해졌다.
용진과 곽연 얼굴에는 냉소가 어렸다.
'바보들, 주기사가 아둔한 줄 아나? 계승이 있다 하여도 도굴꾼이 좋은 짓을 하겠어. 당연히 한 수를 남겨두지.'
이 무덤에는 반드시 들어갈 수 있는 정확한 방법 있을 것이다. 정확한 방법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뒤에 숨어 있는 함정들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 것이다.
후우.
별안간 어느 사람의 수중에 커다란 구형 방패가 나타났다.
그 사람은 공처럼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좋은 방법이구나."
이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밝아졌다. 방패로 몸을 꽁꽁 막는다면 사방으로 날아오는 화살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그 사람을 따라 하려고 할 때 안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전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까 그 사람은 초반 몇십 장 거리를 무사하게 통과했지만. 이십 장까지 굴러가자 벽에서 화살이 아닌 창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굵은 창은 매우 예리했고 그 사람의 방패는 창 앞에서 계란처럼 쉽게 뚫렸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더 멀리 갔으니 가치 있는 죽음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건 영병급 방패만이 받아낼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영병급 재료들은 매우 진귀하여 보통 무기를 만들지 호구로 만드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누군가에게 영병급 방패가 있다 하여도 꼭 두 개를 지니고 있지 않을 것이다.
두 방패로 앞뒤를 막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통과할 수 없었다.
"대장, 방법이 있나요?"
곽연은 공포스러운 장치들을 보면서 손을 비볐다.
"이 무덤의 주인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은 아닐 거야. 내가 널 들여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용진이 말했다.
"대장이 어떻게 이 무덤의 주인이 대단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죠?"
곽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회랑 장치들은 모두 건드려야 발사되는 장치기 때문이지. 그 말인즉 바닥, 벽, 천장을 건드리지 않으면 장치가 발사되지 않는다는 거야."
"모두 건드리지 않으려면 날아서 가야 되잖아요?"
곽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날아서 지나면 되지. 이 장치는 선천지경 아래 수행자들을 겨냥한 것이야. 선천지경 위에 강자들은 영력으로 날개를 만들어 날아갈 수 있어. 그리고 이 회랑은 길이가 삼백 장이고 아홉 가지 각기 다른 장치들이 강도에 따라 끝까지 이어졌군. 절세 강자들 무덤에 장치들은 이렇듯 촘촘하지 않기에 난 이 무덤의 주인이 절세 강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절세 강자들은 무수히 많은 장치를 설치하고 장치마다 각기 다른 함정을 만들지. 너도 보았다시피 이 무덤의 길이 너무 웅장하고 복잡한 건 아니잖아, 이걸 보면 주인의 신분을 유추할 수 있는 거지."
용진은 이렇게 분석했다.
곽연 역시 무덤의 규격이 절세 강자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금 실망하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괜히 기뻐한 거잖아요."
"틀린 생각이야. 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돼. 만일 절세강자의 무덤이었다면 우리 경지로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용진은 웃으며 말했다.
곽연은 이 말을 듣고 눈이 밝아졌다.
만일 절세강자의 무덤이었다면 아무나 들어가지 못할 것이며, 살아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기회가 있다 하여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 이 무덤은 너에게 있어 정말 안성맞춤이야."
용진이 말했다.
무덤 안의 주인이 어떤 인물이든, 정말 무덤 안에 보물이 있다면 지금 그들에게 있어 매우 대단한 물건일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각종 방법으로 들어갔기에 동굴 안에는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들 모두 실패한 것이었다.
실패자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모습이 매우 처참했다.
긴 계단이 모든 사람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용진이 말대로 선천지경 강자처럼 날아가지 못한다면 다들 눈을 빤히 뜨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퍼억.
별안간 사도 강자가 손을 흔들더니 비좌 하나를 날려 보내는 것이었다.
그는 곧장 창 하나를 끄집어왔다.
비좌는 줄이 매우 길어 삼십여 장 밖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삼십여 장은 한계였고 더 멀리 날아갈 수는 없었다.
"와, 아마 영병급 재료를 사용한 것 같아."
창의 재료를 본 사도 제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을 들어보니 매우 묵직했고 무게가 몇천 근이나 되었다. 창으로 바닥을 찔러보니 두꺼운 벽돌에 곧장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경악한 눈빛으로 계단 벽을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창들은 구멍에서 쏟아져 나와 반대편 벽에 부딪혔었다. 벽이 멀쩡한 걸 보아하니 장창보다 더 단단한 듯하였다.
벽마저도 이렇게 대단한데 안쪽에는 얼마나 좋은 물건이 숨겨져 있을까?
사람들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장창이 없어질 때까지 장치를 끊임없이 건드린다면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 제자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멍청아, 설계자가 너처럼 바보인 줄 아냐? 그렇게 간단한 문제점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 같아? 계단에 창이 가득 차도 장치는 계속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보물을 찾으러 갈 수 있단 말이냐?"
사도 제자가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너……."
정도 제자는 매우 분노하면서 욕설을 내뱉으려 했지만 상대방의 표독스러운 눈빛을 본 후 욕설을 도로 삼켰다.
"재간이 없으면 좀 옆으로 비켜줄래? 곽 대인이 너희들에게 도대체 어떤 것이 대단한 능력인지 보여주마."
곽연의 건방진 목소리가 들리자 다들 뒤로 시선을 돌렸다.
곽연과 용진이 동굴 앞에 다다르자 정도, 사도 제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정도 제자들이 볼 때 용진은 영락없는 사도였다.
사도 제자들에게도 용진은 매우 사악한 존재였다.
곽연은 자신의 말에 모든 사람이 겁에 질린 얼굴로 물러나자 속으로 득의양양해졌다.
용진의 권세를 빌어 위세를 부리는 것이지만 곽연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대장의 권세가 바로 그의 영광이니 말이다.
사람들은 분노의 눈빛만 보낼 뿐 한 마디도 감히 내뱉지 못했다. 강한 연도자들과 지존급 강자마저 입을 열지 못하자 곽연은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정도, 사도 제자들은 곽연의 표정이 매우 불쾌했다.
그러나 곽연이 시도해보겠다고 말하였기에 그들은 저지하지 않았다.
많은 강자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통과한 사람이 없었고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일반 핵심급 제자인 곽연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용진이 어떤 교묘한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여겼기에 입을 다물고 용진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대장, 제가 이미 큰소리를 쳤는데 정말 통과할 수 있어요? 실패하면 안 돼요, 완전히 망신을 당하는 것이니깐."
곽연은 계단 앞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그럴 일이 없을 테니 걱정하지마. 너를 날려 보내면 저곳에 있는 높은 축대 위에서 움직이지 마. 내가 갈 때까지 말이야."
용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진이 영혼지력을 사용했기에 사람들은 용진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보일 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네, 대장, 전 어떻게 할까요?"
곽연은 용진의 말을 듣고 자신만만해져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두 다리를 오므리고 두 손은 주먹을 쥔 상태로 가슴 앞에 놔. 윗몸을 좀 숙이고."
용진이 말했다.
곽연은 고분고분하게 매우 멋진 행동을 취했다. 그는 정도, 사도 제자들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고 매우 얄밉게 흔들어주기까지 했다.
정도, 사도 제자들은 모두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들은 용진과 곽연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모욕한다고 생각했다.
"허잇."
곽연이 퍼레진 제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통쾌하다고 생각할 때 용진이 그의 엉덩이를 퍼억 걷어찼다.
"아이고, 나 죽네."
후우.
곽연은 순간 큰 힘을 느꼈고 용진의 발길질에 모래주머니처럼 계단 안으로 날아갔다. 그는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