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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393화 (393/680)

393화 산더미 같은 해골

용진은 사실 월소천의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적들이 그를 모해할 때 그는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내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지혜에 너무 의존하여 모든 일을 지혜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용감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점점 마모될 것이다.

그럼 점점 나태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용진은 지혜가 아닌 두 주먹으로 적의 음모를 부수길 좋아했다.

그가 원하는 건 절대적인 힘이었다.

그런 힘이 있다면 무슨 음모든 소용이 없었다.

"당신의 어머니께서는 참 대단한 분이시네요."

용진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당연하지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마……."

월소천은 용진이 자신의 어머니를 칭찬하자 매우 기뻐하면서 입을 열었지만, 말끝을 흐렸다.

"계속 앞으로 가요."

용진은 웃으며 말했다.

"용진, 제가 두렵지 않나요?"

월소천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아니요."

용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는 건 많지만 여인은 제외야.'

"당신은 제가 왜 마인의 결정핵을 모으는지,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요. 제가 당신을 해칠까 걱정되지도 않아요?"

월소천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독심술을 사용하는 게 아니었어요? 알아차리지 못했나요?"

용진은 월소천에게 웃으며 말했다.

"전 독심술을 몰라요. 그러나 한 사람의 눈빛, 표정, 호흡, 심장 박동수, 체온과 영혼의 변화로 생각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에요."

월소천이 말했다.

"세상에, 그렇게 복잡해요? 당신은 이런 걸 왜 배웠나요? 다른 사람의 사주를 봐주려고요?"

용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제가 다른 사람의 사주를 보겠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말하시길 외계 사람들은 매우 음흉하고 가식적이며 잔인하니 이런 수단을 배워야 나올 수 있다고 하셨어요."

월소천은 조금 화를 내면서 말했다.

"당신 어머님의 말씀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어요. 정도, 사도 제자들은 모두 음험하고 잔인한 인간들이에요. 특히나 정도 제자들은 더 음험해요."

용진은 탄식하더니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정도 제자인 자신을 가장 죽이고 싶어 하는 건 도리어 정도 제자들이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잔인하고 악랄한 사도보다 음흉한 정도가 더 무서웠다.

왜냐하면, 사도는 내부 싸움을 하는 일이 적었다. 사도가 잔인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정정당당하게 적자생존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정도는 각종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능한 이들이 천재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으며 무릇 위협이 되는 사람이 나타나면 몰래 죽이곤 하였다.

제일별원의 행동들이 생각나자 용진은 화가 치밀었다.

그는 필히 한천우, 한천풍과 언젠가는 끝장을 볼 것이었다.

"용진, 당신은 나쁜 사람인가요?"

월소천은 용진이 어머니의 말에 동의하자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나쁜 사람이에요. 전 점점 더 나빠질 거예요."

용진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왜요?"

월소천은 의아했다.

"제가 말해도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은 저처럼 아직 타락하지 않았으니."

용진은 월소천의 순진함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월소천은 신분과 경지가 신비하지만, 처세술에서는 햇병아리와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인간 세상에서 닳고 닳은 용진과 전혀 다른 순진함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설명해줘도 이해 못 할 것이다.

소녀가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마인의 결정핵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는 그저 그녀를 도와주면 되었다.

또한, 용진은 그녀의 신분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소녀가 이유가 있어 말하려고 하지 않아서 더는 캐묻지도 않았다.

"그렇군요. 하지만 전 당신이 너무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아요."

월소천이 말했다.

용진은 그녀의 말이 너무 웃겼다.

너무 나쁜 사람이 아니라니.

결국, 나쁜 사람은 맞다는 게 아닌가?

그녀가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용진도 해명하지 않았다.

용진과 월소천이 앞으로 조금 나아가니 모퉁이가 나타났다.

모퉁이를 도니 별안간 몇백 구의 해골이 산처럼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용진과 월소천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공터에 해골이 산처럼 쌓여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었다.

공터 중간에 높이가 일 장 되는 해골이 서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옷은 모두 부식되었지만, 금속과 같은 뼈가 남아있었다.

해골의 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청동빛을 띠고 있었는데 강한 위압을 내뿜고 있었다.

몇천 장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들은 해골의 강한 의지가 파도처럼 사방으로 일렁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해골은 수중의 핏빛 장도를 대지에 꽂은 채 서 있었다. 비록 오래전에 죽은 해골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강한 의지가 느껴져 그들은 깜짝 놀랐다.

"의지가 정말 강하구나."

용진은 세상에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강자가 있다는 걸 몰랐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설마 이 사람이 홀로 쌍익마인을 전부 죽이고 기력을 다하여 죽은 것인가?

"저 사람은 아마 원고 시대 만족 전사인 것 같아요. 그들은 시방세계에서 가장 강한 전사인데 용맹하기 그지없고 실력이 매우 강해요."

월소천도 해골을 보며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만족?"

용진은 당황했다.

"당신들이 이해하는 야만 민족이 아니라 이 세계가 형성될 때 가장 먼저 태어난 일곱 종족 중의 하나에요. 그들의 선조는 신인데 만신(蠻神)이라고 해요."

월소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세상에 정말 신이 존재하나요?"

용진이 별안간 물었다.

"네."

월소천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한 마디 내뱉었다.

그러나 그 한 마디에 용진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세상에 정말 신이 존재한다니.

그렇다면 선고 시대 신들이 별을 떨어뜨리고 시방세계를 섬멸한다는 전설도 진짜일 것이다.

신이 정말 있다면 자신의 꿈에서 이상한 마수와 싸우고 있던 장면도 자신의 상상만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 것이다. 현실일 수 있었다.

"고마워요. 저에게 정말 중요한 답이었어요."

용진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이에 용진은 구성패체결이 일반 전기가 아닌 신술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가 열심히 구성패체결을 연마한다면 장차 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꿈속에서 손쉽게 하늘을 가르던 그 사람이 떠오르자 용진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이만 가요."

월소천은 고개를 끄덕인 후 빙긋 웃으며 말했다.

"왜요? 결정핵을 가져야 하잖아요."

용진이 물었다.

"이곳에 해골이 너무 많아 저희는 모두를 상대할 수 없어요. 아니면 목숨까지 잃게 될 거예요."

월소천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소녀는 매우 흥분한 눈빛이었지만 이성을 잃지 않고 포기를 선택했다. 해골들이 전부 깨어난다면 그들을 필히 죽을 것이니 요행을 바라지 말아야 했다.

"이렇게 포기하는 건 저답지 않아요."

용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용진, 모험할 필요가 없어요. 보물도 살아있어야 가질 수 있죠."

월소천이 달랬다.

"하지만……."

용진은 내키지 않았다.

"용진, 고마워요. 전 결정핵 두 개로 이미 만족했어요. 이것으로 가문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거든요."

월소천이 매우 감동하며 말했다. 그녀는 용진이 이 정도로 의리를 지킬 줄 몰랐다.

그녀마저도 포기를 선택했는데 용진은 그녀를 위해 더 많은 결정핵을 얻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전 만족되지 않아요. 저 칼이 욕심나거든요."

용진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땅에 꽂혀있는 핏빛 장도를 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탐욕의 빛이 어려 있었다.

"당신… 정말 못됐네요."

월소천은 그제야 용진의 진심을 깨닫고 버럭 화를 냈다.

그녀는 손을 뻗더니 용진의 팔을 꽉 꼬집는 것이었다.

"아, 왜 이러는 거예요? 갑자기?"

용진은 팔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자 화가 났다. 월소천은 무슨 힘을 사용하는지 단단한 자신의 육체 방어력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가 신식으로 살펴보니 팔에 퍼런 멍이 들었다.

"그……."

월소천은 용진이 화를 내자 억울함을 느껴 눈시울이 빨개졌다.

"어머님의 말씀이 옳았어요. 외계 사람들은 다 나빠요, 당신도 나빠요."

월소천은 이렇게 말하더니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것이었다.

용진은 자신의 한 마디에 놀라울 정도로 강한 여인이 눈물을 흘리자 너무 당황했다.

"저기, 울지 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더 많은 결정핵을 얻어줄게요, 어때요?"

용진은 다급히 그녀를 달랬다.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용서해주죠."

울던 월소천이 웃음을 터뜨리자 용진은 어이가 없었다.

실력이 뛰어난 이 소녀가 왜 어린아이처럼 느껴질까?

두 사람의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용진의 목표는 바깥쪽에 있는 해골이었다.

"용진, 정말 모험을 할 건가요?"

월소천은 산처럼 쌓인 해골을 보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제발 그만 물어보면 안 돼요? 사실 저도 무서워서 겨우 결정했단 말이에요."

용진이 울상을 짓고 말했다.

"무서우면 이만 다른 곳으로 가요."

월소천은 매우 기뻐하면서 말했다. 솔직히 그녀는 정말 두려웠다.

이렇게 많은 해골이 쌓여있으니 그들이 아닌 선천지경 강자라 하여도 작살이 날 것이다.

"그러나 저 칼을 놓치는 것이 더 두려워요."

용진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할게요. 사실 전 불치병이 걸렸기에 이 정도로 사력을 다하는 거예요."

"불치병이요? 절 놀리지 마요."

월소천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전 보물을 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불치병에 걸렸어요. 이런 병은 약도 없어요."

용진이 무기력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탐욕이잖아요."

월소천은 용진이 이렇게 긴장된 상황에서도 너스레를 떨자 버럭 소리를 쳤다.

"당신은 몰라요. 이런 불치병에 걸린 사람만 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용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 두 눈은 먼 곳에 꽂혀있는 핏빛 장도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는 그 칼이 너무 갖고 싶어 두 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비록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핏빛 장도가 뿜고 있는 피비린내는 하늘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걸 보아하니 좋은 무기가 분명했다.

용진은 칼을 사용하기 좋아하여 좋은 칼이 이곳에 남겨진 걸 보니 손이 근질거렸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시도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용진은 빽빽하게 모여있는 해골을 보니 두렵기도 했다.

우웅.

"젠장, 망했어. 세 마리 모두 깨어났잖아."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던 용진은 자신이 점 찍었던 쌍익마인 곁에 두 마리도 함께 깨어난 걸 발견했다.

"도망쳐요!"

용진은 월소천을 데리고 도망쳤다.

갓 깨어난 쌍익마인 세 마리는 회오리바람처럼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잠깐만… 이거 가능하겠는데?"

그는 쌍익마인의 해골이 불완전한 걸 발견하고 별안간 눈이 밝아졌다. 한 마리는 위 몸밖에 없어 속도가 매우 느렸고 한 마리는 두 팔이 없었으며 나머지 한 마리는 다리가 한쪽밖에 없었다.

이에 용진은 매우 기뻐했다.

"소천 아가씨, 다리가 불구인 저 두 마리를 유인해요. 하나씩 무찌르면 가능할 것 같아요."

용진이 다급히 말했다.

"어떻게 유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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