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화 선물을 줄게
묵씨 가문은 다른 종문과 달리 묵씨 가문으로만 이뤄졌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모두 묵씨 가문 자제들이었다.
그 가족들만 하여도 수천만 명이 되었다.
묵씨 가문의 실력은 현천분원보다 뒤처지지 않았다.
가문 내에는 강자들이 수두룩했다.
청주에서 묵씨 가문과 겨룰 수 있는 종문은 없었다.
청주에서 그들은 가히 패자라 칭할 수 있었다.
묵씨 가문의 문주, 묵 대인은 매우 강단이 있는 분이었으며 일을 행함에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종문 제자들을 매우 엄격하게 다스렸고 묵염에게도 욕설과 매질을 아끼지 않았다.
묵염은 묵씨 가문의 제일 천재로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자주 받았었다.
그가 세 살이 되던 해에 할아버지는 그에게 비수 한 자루만 쥐여 준 후 승냥이 굴에 던져버렸었다.
세 살짜리 묵염은 승냥이를 모두 죽인 후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었다.
묵염이 욕설을 내뱉으면서 과거를 이야기하자 용진과 당완아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건 확실히 매우 잔인한 양육 방식이었다.
묵염은 묵씨 가문의 적계 장손으로 금이야 옥이야 키워야 하는데 왜 이 정도로 모질게 대한단 말인가?
"제기랄, 어머님의 맹세가 아니었다면 내가 정말 주워온 자식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매일마다 나에게 사고를 치지 않는 사내는 못난이라고 말했거든. 그래서 난 어릴 적부터 사고를 쳤고 동년배 중에 때리지 않은 아이가 없었어."
묵염이 말했다.
"그 후는 어떻게 되었어?"
용진이 복잡한 얼굴로 물었다.
"그 후? 돌아가서 한바탕 맞았었지. 칠칠치 못해 약한 자를 괴롭힌다고 하면서 말이야. 사내대장부로서 응당 강자를 괴롭히면서 성취감을 느껴야 된다고 했었어. 그때 코흘리개였었던 내가 뭘 알겠어? 내가 강자와 약자를 어떻게 구별할 줄 알았겠냐고? 또한 묵씨 가문 적계 장손인 나를 누가 감히 때릴 수 있겠어?"
묵염은 분개하면서 말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어요? 강자를 괴롭혔었나요?"
당완아는 웃기면서도 놀라워 이렇게 물었다.
"괴롭혔었죠. 예전에 절세 강자를 한 번 골탕 먹인 적이 있었어요."
갑자기 묵염의 얼굴에 뭔가 뿌듯함이 묻어났다.
"어떤 경지의 강자였어?"
용진이 물었다.
"네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경지야. 그 사람은 우리 청주 무인 중에서 가장 강한 사내로 대적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지."
묵염이 당당하게 말했다.
"설마 너의 할아버님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용진이 이렇게 묻자 묵염은 웃으며 답했다.
"하하, 네가 맞혔어, 대단해! 우리 할아버지야."
"성공했어?"
"성공했어."
"결과는 어땠어?"
용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묵염은 순간 의기소침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내가 부모님에게 한바탕 매질을 당했었다는 것이지. 그 후 또 삼촌과 백부들에게도 주먹으로 안마를 받았었어."
"저런, 네가 무슨 짓을 한 건데?"
용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어린 내가 문주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그저 할아버지의 술병에 오줌을 갈겼을 뿐이야."
묵염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푸흡."
용진과 당완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인인 당완아는 정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다급히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용진은 개의치 않고 하하 크게 웃었으며 눈물까지 흘렸다.
"묵염… 넌 진짜 대단한 인물이야."
용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대단한 인물이긴, 너도 그런 가족이 생기면 미쳐버릴 거야. 매일 수행하라고 핍박하고 괴롭히잖아. 그러니까 나는 기회가 날 때마다 집을 떠났던 거라고. 그러나 이번에는 너의 덕분에 좀 편안하게 보냈어. 고마워, 그 기념으로 한 잔 더 마셔."
묵염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술잔을 들더니 용진과 잔을 부딪쳤다.
"윤라의 다리 덕분이겠지."
용진이 말했다.
"그래. 집에 돌아갔을 때 영감들은 나를 한바탕 때리려고 했었어. 흥, 그래서 내가 윤라의 다리를 그들 앞에 던져주었지. 하하하, 용진, 넌 그때 영감들의 표정을 보지 못해서 모를 거야. 난 정말 기분이 좋았거든, 안 되겠다, 한잔 더 마셔!"
묵염은 그 사건을 이야기하니 매우 흥분되었다.
그는 용진과 연이어 세 잔을 마신 뒤에서야 말을 이었다.
"여태껏 집에서 답답하게 지내다가 네 덕에 숨 한 번 트이게 된 거야. 용진, 정말 고마워."
"참나, 그만 고맙다고 해. 친구끼리 무슨……."
용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벗 사이에 고맙다는 말은 실례지. 자, 한 잔 더 해."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항아리의 술을 다 마셔버렸다.
묵염은 또 술을 세 항아리 꺼냈고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진은 당완아더러 곁에 앉아있으려고 했다. 당완아는 비록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용진 옆에 앉아있었다.
"용진, 넌 정말 괴물이야. 단골경에 진입한 내가 너에게 큰 압박을 느끼다니."
술 두 항아리를 마신 묵염은 불쾌함을 잊고 용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겸손한 말만 하네. 단골경에 들어선 네가 일말의 기운도 뿜어내지 않는 건 경지가 아주 탄탄해졌다는 걸 설명하지. 너 요즘 한천우를 찾고 있었던 게 아니야?"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난 한천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얼마 전에 폐관하고 나왔는지라 밀경 깊은 곳에 가보려고 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구려밀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릴 거야. 문이 열릴 때 전송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백 년 동안 기다려야 하니 좀 불안해. 요행으로 목숨을 부지한다고 하여도 난 답답한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여기 갇히면 분명 미치광이가 될 거야."
묵염이 말했다.
구려밀경은 매우 컸고 아직 세인들이 발굴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매우 위험한 곳이며 지도에 기록되지 않아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리하여 실력이 강한 묵염마저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때? 좀 구미가 당기지 않아? 나와 함께 가볼래?"
묵염은 용진을 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용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움직이기 귀찮아서 한동안 편안하게 있을래."
"너 설마 기회를 찾고 싶지 않은 거야?"
묵염이 좀 의아해하며 묻자 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가 한천풍을 죽였다는 소식은 아주 빨리 구려밀경에 퍼질 거야. 나의 벗들이 이 소식을 듣게 된다면 필히 나를 찾을 것이고."
"하지만 구려밀경의 문이 다시 열리려면 아직도 몇 달이나 남았어. 그 시간을 이렇게 낭비할 생각이야?"
묵염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낭비라고 말할 수는 없어. 인연이라는 건 참 신비한 것이라 자신에게 속하는 것이면 스스로 찾아오게 되어있어. 지금 구려밀경에 들어온 지 꽤 되었는데 벗들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어. 제일별원의 놈들이 나를 괴롭히기 위해 동문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으니 난 그들을 절대로 그냥 내버려 둘 수 없거든."
용진은 탄식하면서 말했다.
사실 용진도 구려밀경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그것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현재 제일별원과 큰 척을 지게 된 용진은 동문들의 상황이 걱정되어 일단 자신의 일을 포기했다.
"그래, 제일별원의 멍청이들은 너무 비열해! 네가 한천풍을 죽인 건 잘한 일이야!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어. 자, 한 잔 더 해!"
묵염은 이렇게 말하는 걸 보아하니 그도 제일별원의 소행을 매우 싫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용진은 묵염과 한 잔 마신 후 이렇게 물었다.
"밀경에서 어떤 보물을 얻었어?"
"말도 마,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 생각만 하면 짜증나."
묵염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정말? 눈이 너무 높은 게 아니야?"
용진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묵염은 실력이 매우 강했다.
그런 그가 아무런 보물도 얻지 못했다니.
정말 운수가 사나웠다.
"운이 좋지 않아 좋은 보물을 얻지 못했어. 괜찮은 걸 발견해도 정도 사람들이 한 걸음 빨리 가져가 난 빼앗을 수도 없었지. 내가 잡았던 사도 놈들은 나보다 더 운이 좋지 않아 공간반지가 텅텅 비었더라고, 정말 욕이라도 뱉고 싶었어."
묵염이 무기력한 얼굴로 말했다.
"보아하니 좋은 일을 좀 해야겠어."
용진이 탄식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제기랄, 내가 나쁘다는 걸 에둘러 말하는 거야?"
묵염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당완아는 곁에서 몰래 웃었다.
"네가 나쁜 것이 아니라 운이 나쁘다는 거지. 자, 너에게 선물을 줄게."
용진은 자신의 공간 반지를 만졌다.
"잠깐만… 그러면 너에게 화를 낼 거야."
묵염은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좀 불쾌해하면서 말했다.
오만한 절세강자들은 이유 없이 다른 사람들의 선물을 받지 않았다.
특별히 행운으로 얻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자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고로 행운은 기운과도 같아 자신이 얻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면 자신의 기운도 함께 나눠주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무력으로 빼앗았다.
그건 다른 사람의 기운까지 함께 빼앗기 위함이었다.
기운이란 매우 허황한 것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기운을 매우 믿었다.
지금 묵염이 자신의 운이 좋지 않다고 말하자 용진은 그에게 선물을 해 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런 행위는 묵염에게 있어 모욕과 다름이 없었기 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오해가 있나 본데. 나도 사용할 보물이 얼마 없는데 어찌 너에게 주겠어?"
용진은 묵염의 어두운 얼굴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무엇인데?"
묵염은 좀 당황했다.
"꼭 너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물건이지. 이것 봐봐!"
용진은 이렇게 말하더니 공간반지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묵염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설마?"
묵염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용진이 꺼낸 물건을 보고 당완아도 깜짝 놀랐다.
그건 사람의 팔이었다.
어깨부터 잘린 팔이었는데 매우 잘 보존되어 있으며 강한 위압을 내뿜고 있었다.
당완아는 처음으로 이렇게 강한 팔을 본 것이다.
분명 잘린 팔인데 놀라울 정도로 강한 위압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그놈의 팔이야?"
묵염이 두 눈을 반짝이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누구의 팔이겠어? 그놈의 기운을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가질래? 거절할 거냐? 네가 거절하면 나의 소장품으로 남기려고."
용진이 말했다.
"당연히 가져야지! 소장품은 무슨, 이 팔까지 가져가면 마침 한쪽 팔다리를 맞출 수 있잖아!"
묵염은 용진 수중의 팔을 홱 빼앗더니 보물을 보는 듯 뜯어보았다.
"너무 좋아.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하여도 영감들의 입은 막을 수 있게 되었군."
당완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누구의 팔인데?"
그녀는 이렇게 묻기 바쁘게 경악하며 말했다.
"설마 그 사람의 팔이야?"
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윤라의 것이야. 전에 몽기, 육방아가 함께 매복 공격을 하였는데도 윤라를 격살하지 못했었어. 큰 우세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죽이지 못했다고. 윤라는 확실히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