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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426화 (426/680)

426화 실력을 보여주다

혈무애는 콧방귀를 뀌면서 핏빛 어린 주먹으로 검기를 내리쳤다.

퍼엉.

검기가 폭발했지만 검기에 어린 난폭한 의지 때문에 혈무애는 어두워진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물러섰다.

이에 양계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고 다들 경악한 눈빛을 보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낯빛이 조금 창백해진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저 사람은 혈무애잖아."

"혈무애를 물러서게 하다니. 도대체 어느 사람이야?"

"도대체 용진 곁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 거지? 민머리 사내가 혈무애의 공격을 막더니 저 사람은 혈무애를 물러서게 만드는군."

순간 정도, 사도 제자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사도 최강자라 불리며 윤라와 실력이 비슷한 혈무애가 뒷걸음을 친 것이다.

만일 용진의 공격에 혈무애가 물러선 것이면 다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용진은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명 사내 두 명이 혈무애를 뒷걸음치게 하자 다들 놀라워했다.

일격으로 혈무애를 물리친 악자봉도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가 전력을 다한 일격이 혈무애의 주먹을 맞고 폭발한 것이다.

그도 내상을 조금 입었고 낯빛이 창백해졌다.

악자봉과 곡양은 부상을 입었지만 마음은 긍지감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평범한 핵심급 제자들이었었다.

예전에 절세 강자들은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지금 절세 강자들과 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은 형용하지 못할 긍지감을 느꼈고 용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용진이 그들을 이곳까지 이끌지 않았다면 그들은 영원히 이런 경지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혈무애는 상대가 공격을 모두 막아내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가 예상한 완벽한 습격이 보기 좋게 실패했으니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죽어."

혈무애가 싸늘하게 웃으면서 곽연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그의 공격에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고 소슬한 기운이 곽연을 덮쳤다.

"너나 죽어."

곽연의 냉소와 함께 부문이 빽빽하게 새겨진 강철 팔이 나타났다.

순간 강철 팔이 열리자 다닥다닥한 작은 구멍들이 보였다.

혈무애는 작은 구멍을 보고 머리카락이 곤두섰으며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치익, 치익, 치익!

파공음과 함께 몇천 개의 검은빛이 번개처럼 혈무애에게 날아들었다.

그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공간이 갈라지면서 소리를 냈다.

검은빛이 강한 기운을 담고 코앞까지 다다르자 혈무애는 소름이 돋았다.

혈무애는 더이상 곽연을 습격할 겨를이 없었다. 혈무애가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자 그의 몸에서 뼈로 만들어진 갑옷이 나타났다.

"환골갑옷(幻骨甲胄)!"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환골 갑옷은 단골경 강자가 뼈를 무결점 경지까지 제련했을 때 응집할 수 있는 방어 공법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을 놓고 본다면 사제경 이상 강자만이 환골 갑옷을 응집해낼 수 있었다.

절세 강자들만 가능했고 일반 수행자들은 환골사의 정도만 응집할 수 있었다. 둘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방어력의 차이가 컸다.

환골사의와 환골 갑옷은 모두 영력을 극치로 응집하여 만들어낸 방어막이었다. 외형적으로 의복이나 갑옷처럼 보이지만 진짜 존재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의 방어력은 몹시 놀라웠다.

펑!

몇천 개의 검은빛이 혈무애 몸에 세게 부딪히면서 폭발음을 냈다. 혈무애는 그 힘에 처참한 몰골로 몇백 장 밖까지 날아갔다.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다들 입을 크게 벌리고 곽연의 굵은 강철 팔을 빤히 바라보았다.

혈무애는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의 환골 갑옷이 곽연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래도 온몸에 식은땀이 돋았다.

먼 곳에 널려있는 강철 못은 무늬가 빽빽하게 조각되었고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가 눈치 빠르게 환골 갑옷을 소환한 것이 아니라면 이미 고슴도치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이에 혈무애는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놀라울 정도로 예리한 강철 못을 강한 힘으로 발사했으니 아무리 단단한 인간이라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가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심한 부상은 입게 될 것이다.

정사대전이 시작하기 전부터 기세가 눌리는 건 혈무애에게 있어 매우 큰 일이었다.

짝짝짝!

별안간 먼 곳에서 박수갈채가 들리더니 한 무리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새하얀 긴치마를 입었는데 몸매가 훤칠하고 눈매가 그림처럼 아름다웠으며 피부가 눈처럼 고왔다.

그녀는 사뿐사뿐 걸어서 용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화벽낙이다."

적지 않은 정도 제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가 바로 정도의 최강자 중 한 명인 화벽낙이었다.

전에 혈무애가 나타나자 정도 제자들은 모두 가슴이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무거웠었다.

그러나 화벽낙이 나타나자 그들은 매우 기뻐했다.

최소한 기세 상에서는 더이상 눌리지 않을 것이다.

화벽낙 뒤에 강자 몇천 명이 있었다. 그중 절반이 별원 제자들이었다.

많은 별원 제자들을 모은 걸 보니 화벽낙은 확실히 수완이 대단했다.

별원 제자 외에 다른 세력 강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화벽낙의 실력을 보고 추종자가 된 이들이었다.

화벽낙은 가볍게 손뼉을 치면서 제자들을 데리고 용진 쪽으로 걸어왔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용진 사형의 수하 모두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습니다.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군요."

화벽낙은 이곳에 도착한 후 먼발치에서 혈무애가 공격하는 모든 과정을 보았다.

그녀는 용진의 실력을 전보다 더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화벽낙은 용진의 실력만 높게 평가했고 다른 제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까 곡양과 악자봉은 일반 지존급 강자보다 더 강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은무쌍 등급의 강자와 겨뤄도 손색이 없는 그들의 실력에 화벽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벽낙 아가씨, 과찬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니 더 아름다워졌네요."

용진이 몸을 일으키면서 웃었다.

화벽낙이 도착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라 해도 그들은 맹우였기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당연히 아만은 예외였다.

"이렇게 많은 미인들 앞에서 절 칭찬하다니. 제가 당신의 성격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의로 절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화벽낙은 몽기, 초요를 비롯한 미녀들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용진 사형에게 소개해드리죠. 이분은 제사별원의 상(常) 사형, 이분은 제육별원의 조(趙) 사형입니다……."

화벽낙은 인사를 나눈 후 용진에게 강자들을 하나씩 소개시켜 주었고 용진도 예의를 갖추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람들이 자신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은 용진의 인사를 무시하지 않았지만 경멸 어린 눈빛을 보였다.

용진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맹우인 화벽낙만 신경 쓰면 되었다.

곽연을 비롯한 제자들도 그 사람들의 도도한 눈빛을 알아차리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 세상에 용진 앞에서 거드름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어이, 너무 눈치 없는 게 아니야? 신분이 있으면 네가 아주 대단한 것 같아? 감히 우리를 깔봐?"

곽연이 별안간 욕설을 내뱉자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으며 화벽낙도 속으로 조금 화가 났다.

그녀도 자신을 따르는 강자들의 도도한 성격을 알고 있지만 결국 그녀의 세력이었으니 이렇게 욕을 뱉는 건 선을 넘는 일이었다.

곽연이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우리 대장 앞에서 넌 그냥 벌레와 다름이 없어. 아까 우리 대장이 나섰다면 넌 일찍부터 주검이 되었을 거야. 그런데 왜 바보처럼 그곳에 꿋꿋하게 서있는 거지? 자신의 꿋꿋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인가? 얼른 꺼지지 않고 뭐해? 자신의 주제도 모르는 인간이 강자라고 자처하다니."

사람들은 곽연의 눈빛을 따라 먼 곳에 서 있는 혈무애를 보았다.

그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졌기에 낯빛이 어두웠다.

아직 대전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그는 경솔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꽁무니를 빼는 것도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곽연이 혈무애를 욕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적지 않는 이들은 곽연이 혈무애를 빗대면서 화벽낙 주변에 강자들을 욕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용진을 낮잡아 보는 것인가?

그저 그들 스스로의 출신을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이었다.

"죽고 싶은 것이냐?"

혈무애는 평생 처음 겪는 모욕에 분노가 솟아올랐고 지금 이곳에서 폭주할 것 같았다. 지금의 혈무애는 곽연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혈무애, 돌아가. 이곳에서 더는 이득을 보지 못할 거야."

화벽낙은 혈무애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화벽낙의 말은 정확했다.

혈무애는 다른 사도 강자들 먼저 싸움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도 최강자는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가 먼저 움직인다면 아직 오지 않은 최강자들의 미움을 사게 될 것이다.

"흥, 잠시만 더 살려두마."

혈무애는 깊은숨을 들이쉰 후 결국 사도 대군으로 돌아갔다.

그는 용진처럼 거리낌 없이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는 총명한 사람이라 누구도 마지막 대전을 피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용진 사형, 이곳에 있지 말고 저희들과 같이 가요. 결국, 모두 정도 제자들이니 함께 적을 물리쳐야 하지요."

화벽낙이 웃으며 말했다.

용진이 입을 열기 전에 한 사내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소. 용진이 이곳에 서 있는 건 정도 편이 아니라는 뜻인데 우리가 참견할 필요가 있소?"

지존급 강자인 별원 제자의 말에 화벽낙은 낯빛이 변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곧 정사대전이 시작될 것이고 저희 공동의 적은 사도입니다. 지금 그 말은 무슨 뜻인가요?"

화벽낙은 이 상황에 자신의 말을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용진과 제일별원은 원수 사이이지만 그건 정도 사이의 문제였다.

그들은 지금 함께 힘을 모아 사도와 맞서야 했다.

"벽낙 아가씨도 용진의 명성이 어떤지 알 것이오. 우리더러 이런 사람과 함께 싸우라는 뜻이오? 난 사내대장부로서 음탕한 놈과 손을 잡을 수 없소."

이창호(李昌鎬)라고 부르는 사내가 정의로운 척하며 말했다.

"더러운 입으로 허튼소리만 하는구나. 우리 대장은 모함을 당한 거야."

곽연은 버럭 화를 내더니 그 사람을 가리키며 욕했다.

"모함?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용진이 점잖은 사람이었다면 왜 모함을 했겠어? 그렇다면 왜 나를 모함하는 사람은 없는 거지? 우리가 모두 바보인 줄 알아?"

그 사람이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너……."

곽연은 분노를 금치 못했으며 그를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었다.

화벽낙의 체면을 봐준 것이 아니라면 그는 아까부터 갑옷을 소환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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