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화 신비한 구체
"어떻게 된 거지,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아."
"설마 용진 쪽의 전투 때문인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이 땅이 계속 흔들리자,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퍼진 균열은 수천 리 밖까지 뻗어 갔다.
사람들은 어느새 싸움을 멈추고 흔들리는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
용진 쪽도 멈춰 서서 놀란 얼굴로 땅을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연속적으로 일어난 진동은 갈수록 격렬해졌다. 마치 절세의 흉수가 땅을 뚫고 나올 것 같은 분위기에 사람들은 압도되었다.
"설마 절세의 흉물이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혹시 전투가 흉물을 깨운 건가?”
"그럼 우리 모두 멸살 당하는 거 아니야?”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두 눈은 공포로 물들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도망치려 했으나, 구려밀경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절세의 흉물이 어디에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눈이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그 기운은 점점 강렬해졌다.
묵염 등은 다 함께 용진 쪽으로 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싸울 마음이 사라졌는지 줄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젠장, 그만 때려! 모두 멈췄는데 넌 왜 계속 때리는 거야?”
분에 찬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만이 아직까지 랑아봉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혈무애와 피투성이가 된 최강 강자 세 명과 싸우고 있었다.
아만의 싸움법에 그들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맹타를 휘두르는 것.
오직 그 방법 하나로 아만은 그들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아만의 힘은 무식하게 강해서, 영기로는 방어할 수 없었다.
세 사람은 힘의 여파 때문에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모두가 싸움을 멈췄는데, 이 바보 같은 녀석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때리자, 혈무애는 화가 치밀어 욕설을 퍼부었다.
“뭐라고? 그래?”
아만은 그제야 혈무애의 말에 반응하고 용진 쪽을 바라봤다.
전장은 어느새 평온해졌고, 모두 함께 모여 있었다. 싸우는 사람들은 그들뿐이었다.
아만은 또 한 번 몽둥이를 휘두르더니, 랑아봉을 들고 용진 쪽으로 갔다. 혈무애는 그제야 크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차라리 용진을 포위 공격할지언정, 아만 같은 답답한 놈을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늘 위에 있던 몽기와 풍소자도 싸움을 멈췄다. 천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마수도 불안해하며 몸을 떨었고,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묵염, 정문용, 화벽낙은 모두 자신들의 수하를 데리고 용진에게 갔다.
마침내 모두가 한데 모이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묵염의 제자와 화운종의 제자 수십 명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이런 전투에서 희생자의 수가 이만큼 적게 나온 것도 사실 선방한 것이었다.
“대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곽연의 갑옷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 전장에서 살상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을 꼽는다면 아마 그일 것이다.
“강렬한 소환을 느꼈어.”
용진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소환이요?”
용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지, 모두 눈이 크게 떠졌다.
"네, 조심해야 합니다. 조금 있다 더 힘든 격전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초요, 너는 먼저 모두의 상처를 치료해 줘.”
용진이 말했다.
이때 초요도 용진의 곁으로 와서 용진의 등에 손을 대고 영기를 회복하도록 도와줬다.
그러나 이건 목령공유술이 아니기 때문에, 기운을 회복시키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초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으로 결인을 만들었다.
그러자 무수한 나무 기둥이 땅에서 자라났고 부상당한 사람들의 체내에 생명의 기운이 몰려들면서 상처가 치료됐다.
상처를 치료하면서 모두는 용진이 말한 격전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 단약을 복용하여 가장 빠른 속도로 영기를 회복시켰다.
우르릉.
대지가 끊임없이 진동하면서 공포스러운 기운이 점점 강해졌다.
정도와 사도 제자들은 당황하며 모두 한천우와 윤라 곁으로 달려가 한데 모였다.
모두가 이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어쩐지 용진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들었다. 익숙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방금 대전에서 모든 전투력을 폭발시켜 풍부전신을 소환했을 때, 용진은 익숙한 소환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했다.
천지가 흔들리면서 그 소환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쿵.
갑자기 대지가 폭발하면서 직경이 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구체(球體) 하나가 대지 위에 나타났다. 신비로운 노을빛을 발산하는 구체는 혼돈의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지를 뒤흔들던 구체는 기운을 방사하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 있는 구체가 발산하는 위압에, 수많은 강자들의 무릎이 꿇렸다. 너무 무서운 기운이 발산되는 나머지 무릎을 꿇지 않으면 무릎이 깨질 것 같았다.
겨우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존급 강자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얼굴이 창백해졌으며,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모두 필사적으로 버티며 구체를 노려봤다.
이 구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두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혼돈의 기운 때문에 쳐다보기만 해도 눈가가 붉어졌다.
그 기운 속에는 천지 만물 최초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구체를 쳐다보기만 해도 단전이 미친 듯이 움직였고, 평소보다 수행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이건 틀림없이 지보일 것이다.
단지 너무 크고 무서워서 아무도 그것을 거두지 않은 것이다.
위잉.
그 거대한 구체는 공중에서 계속 회전하며 끊임없이 혼돈의 기운을 방출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회전하면 할수록 구체는 점점 더 작아져 갔다.
숨을 한번 고를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에, 구체의 직경은 놀랍게도 십 장보다 더 작아졌다. 그렇게 계속 축소되던 구체는 주먹만 한 크기가 될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있었으나, 오직 용진의 두 눈만 황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소환한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이 구체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이 구체가 나타난 후, 용진의 몸속에 있는 옥형성과 풍부성이 급속히 회전했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일 때보다 열 배나 더 빨랐다.
원래 용진은 이번에 기연을 놓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렇게 나타나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절세지보(絕世至寶)다.
게다가 구성패체결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휙.
허공이 한번 흔들리면서 주먹만 한 크기로 작아진 구슬이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구슬은 뜻밖에도 용진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그림자가 앞으로 날아왔고, 곧장 그 구슬을 낚아채면서 착지했다.
"하하, 이 보물은 내 거야.”
크게 웃던 그 사람은 바로 혈무애와 함께 아만과 싸우던 최고 강자였다.
그는 그 구슬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구슬이 날아오는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남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웃음소리는 한칼에 잘려나간 것처럼 갑자기 끊기고 말았다. 비록 그 구슬을 잡기는 했지만, 그 구슬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팟.
그리고 놀랍게도 그 구슬에서는 한 줄기 빛이 나더니, 최강 강자는 한순간에 재로 변해 버렸다.
"뭐야?"
최고 강자가 반항할 여지도 없이 순식간에 살해되자 모두 경악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보자 누구도 감히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구슬이 용진에게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를 깜짝 놀라고 있었다. 설마 이 구슬이 용진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구슬이 날아오자, 묵염 등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구슬은 최고 강자를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물건이었다. 감히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구슬이 이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이자 긴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구슬은 용진의 머리 위로 날다가, 머리 꼭대기에서 한 장쯤 되는 곳에서 멈췄다.
위잉.
구슬에서 빛 한 줄기가 발산되며 용진을 덮더니, 웅장한 기운이 용진의 몸속으로 천천히 흘러들어 갔다.
용진은 곧 무형의 물질이 천천히 그의 몸에 주입되며, 텅 빈 단전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용진은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어떤 힘에 갇혀, 그 힘에 휘둘리는 것만 같았다.
"저 구슬, 용진과 융합되고 있어. 다 함께 용진을 죽여야 해.”
영혼의 힘이 매우 강한 풍소자가 가장 먼저 비밀을 알아채고 말했다.
풍소자는 그 구슬의 기운이 용진의 몸속으로 미친 듯이 들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건 바로 융합의 전조였다.
용진이 이미 이렇게 강해졌는데, 다시 구슬과 융합된다면 어찌 용진을 제압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용진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용진의 운에 질투심을 품고 있었다.
천지지보(天地至寶)는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찾을 수 있고, 큰 지혜와 끈기가 있어야 정복할 수 있다.
하지만 용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지보가 알아서 찾아와 스스로 융합되었다. 이는 모두의 질투를 불러일으켰다.
“죽이자.”
화무방 등이 큰 소리를 내며 용진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묵염, 정문용, 화벽낙 등이 가장 먼저 뛰쳐나와 막아섰다.
"용진은 이제 움직일 수가 없어. 하하, 다들 온 힘을 다해 용진을 죽여라!”
이때 사람들 속의 은무쌍은, 사람들이 모두 나왔는데도 용진만 꼼짝하지 않자 흥분해서 소리쳤다.
모두가 소리치며 용진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만목부생,천지감옥!”
초요가 차갑게 소리치자, 무수한 나무 기둥이 땅 밑에서 솟아 나와 사람들을 겹겹이 막았다.
“흥, 적염화해(赤焰火海)!”
화무방의 외침과 함께, 손에 쥔 두 개의 화인이 교차되면서 나무를 베었다.
초요의 나무 기둥은 순식간에 화염에 타서 부서졌고 억제되기 시작했다.
“빙봉천리(冰封千裏)!”
“혼멸천상(魂滅千殇)!”
이때 움직일 수 없었던 용진에게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모두 최강의 힘을 폭발시켜 필사적으로 적을 막았다.
용진이 그 구슬을 융합시킬 때까지 버티기만 한다면, 승리의 저울은 순식간에 그들에게로 기울어질 것이다.
쿵.
이때 무서운 선천지력이 깃든 장창 하나가 모든 공격을 깨뜨리며 천지를 전율케 했다. 바로 윤라가 폭발시킨 창이었다.
"하하, 용진, 죽어라!”
윤라는 장창을 휘둘러 용진의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 창 위에 결집된 선천지력은 산을 무너뜨릴 만큼 강했다.
“형님을 죽이려는 놈은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고막이 얼얼해질 정도의 폭음과 함께, 커다란 랑아봉이 윤라를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