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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515화 (515/680)

515화 살수

용진은 연속으로 세 개의 천계 전기를 수련한 후, 네 번째 전기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전기각에 울렸다.

"천계 전기각은 입장한 후 최대 세 가지 전기만 배울 수 있습니다."

용진은 단번에 이 목소리가 문을 지키는 두 선천지경 노인 중 한 사람의 목소리임을 알아챘다.

다만 처음에는 전기각 안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바람에 소리가 좀 바뀌어,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즉, 이전의 그 포효성도 그 노인의 목소리란 것이다.

"그런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장원께서는 내게 그녀의 명패를 들고 이곳으로 오면 전기를 배우고 싶은 대로 배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용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

사실 수무흔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용진은 일부러 부풀려서 얘기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손해 아닌가.

"이건 규정입니다."

그 노인이 차갑게 대답했다.

드드득.

갑자기 모든 옥첨이 석벽 안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졌다.

"뭐야, 이렇게 나를 내쫓는 건가? 젠장, 대단하군!"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지자, 용진은 화가 나서 전기각을 나왔다. 입구까지 걸어가자 긴 통로가 자동으로 열리더니, 용진이 나가자 천천히 닫혔다.

용진은 그 두 노인을 쳐다봤다. 두 노인은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듯, 눈을 감고 용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용진은 두 사람을 한 번 쳐다본 후, 말없이 고개를 돌리고 갔다. 몇 걸음 걷던 그는, 다시 모퉁이를 돌아 두 사람 앞으로 돌아왔다.

"어라, 또 두 분을 뵙습니다. 이번에도 장원님의 명을 받고 전기를 배우러 왔습니다."

용진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방금 배웠잖아?"

한 늙은이가 말했다.

"아침에 밥을 먹었다고 점심에는 안 먹습니까?"

용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규칙대로……."

"네, 저는 이미 규칙에 따라 한 번에 세 가지 전기를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왔으니, 또 들어가서 세 가지 전기를 배워야지요. 다 배우고 나오면, 또다시 올 겁니다."

용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딴 쓰레기 같은 규칙이 어디 있어? 이건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려고 만든 규칙이야. 그래, 날 가지고 놀고 싶다면, 얼마든지 놀아주마.'

그 두 사람이 일부러 그런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용진은 여전히 화가 났다.

장원의 영패가 여기 있는데, 사람을 괴롭히다니 미친 게 아닌가. 게다가 전기를 배우는데 두 노인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두 장로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별 방법이 없었는지, 다시 용진에게 문을 열어줬다.

용진이 전기각으로 들어가자 석문이 다시 닫혔다. 그 모습을 보던 노인 중 하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용진이라는 놈, 정말 지독하군. 그러니 넌 돌아가서 조영창을 설득해 봐. 용진과 사이가 나빠져봤자 손해를 보는 건 틀림없이 당신들이라고 말해."

용진은 바깥에서 무슨 일을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용진은 더이상 그들이 일부러 괴롭힌 것인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았다. 용혈군단을 강하게 만들려면, 필수적으로 이곳의 전기를 모두 봐야 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세 시진이 지나자, 용진은 흡족한 얼굴로 전기각에서 나왔다. 수십 개의 전기가 모두 그의 머릿속에 봉인되었다.

평범한 단골경 강자들은 두 개의 천계 전기밖에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용진의 영혼지력은 바다와 같아서, 수십 개의 전기도 거뜬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천계 전기를 봉인하려면 방대한 힘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기억력만으로는 천계 전기를 기억할 수 없었다. 전기가 강할수록 그 안의 정보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전기에는 운행 비결뿐만 아니라 금기, 그리고 많은 논증 상식, 선배들의 체험까지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전기는 천 명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비록 표면적으로는 같은 것이지만, 천 가지의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여러 가지 변수를 참고해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행 방식을 만들 수 있었다.

전기각에서 나온 후, 용진은 수무흔에게 신분 명패를 돌려줬다. 주청이가 창백해진 얼굴로 결사대를 다시 건설하기 위해 사람들을 지휘하는 것이 보였다.

용진은 거들먹거리며 주청이의 앞을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주청이는 화가 나, 이를 으득거리며 갈았다. 용진의 뺨을 때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한창 앞을 알짱거리던 용진은 무섭게 일그러진 주청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전송진에 올라 제일별원으로 돌아갔다.

용진이 별원으로 돌아오자 별원 전체가 야단법석이 되었다. 용진이 한천우를 죽였다는 소식이 일찌감치 전해지면서 온 별원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용진은 가까스로 그들을 진정시켜 수행에 정진하게 한 후, 새로운 거처로 갔다.

"용진 사형, 돌아오셨어요?"

용진이 막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제자 복장을 한 소녀가 몸을 굽혀 인사했다.

"누구지?"

용진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줄곧 혼자서 거처를 사용했기에 갑자기 나타난 여제자가 당황스러웠다.

"저는 소취(小翠)예요. 혹시 잊으셨나요? 며칠 전, 도방 장로께서 저를 보내서 말을 전했습니다."

소녀가 싱긋 웃었다.

"아, 생각났어. 내가 몇 살이냐고 물어봤는데, 나한테 말 안 해 줬지."

용진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소녀의 나이는 비밀이니, 함부로 물으시면 안 되지요."

소취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푹.

갑자기 핏빛 장도가 소리 없이 소취의 가슴을 관통했다. 소취는 놀란 얼굴로 용진을 쳐다봤다.

"용진 사형……."

"미안, 난 여태 한 번도 소취의 나이를 물어본 적이 없어."

용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용진은 처음에 소취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소취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누군지 떠올랐다. 확실히 소취와는 일면식이 있었다.

그러나 소취에게서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한 마디 떠본 것인데, 결국 그 한마디 덕분에 정체가 탄로되어 소취의 가슴이 검에 관통된 것이다.

"이제 어디가 이상했는지 알겠어. 너의 몸에서는 소녀의 체취 대신, 짙은 향기가 나는군."

용진은 여자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나의 장검에는 영기가 있어. 만약 움직이게 된다면 너의 몸은 깨질 거야. 내 추측이 맞다면, 넌 아마 혈살전의 살수겠지."

용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하하하하…… 그래, 너 같은 사람 손에 죽는 것도 억울하지는 않겠어."

소취가 입을 열자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났다. 그러나 그 어떤 두려움도 묻어나지 않은 음성이었다.

"용진, 넌 우리 혈살전에 찍혔어. 염라대왕에게 초대장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란 뜻이다. 너의 종점은 결국 죽음뿐이야. 하하…… 컥."

뜻밖에도 혈살전의 살수는 자폭하며 사방에 피를 튀겼다.

"하, 핏속에 독이 숨어 있군. 지독한 수법이야."

용진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하늘이 빙빙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푹.

바로 이때,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그림자 하나가 번뜩이는 긴 비수로 용진의 등을 찔렀다.

또 다른 살수였다. 그는 줄곧 용진의 주위에서 그 어떤 숨결도, 적의도 드러내지 않은 채 잠복해 있었다. 그러다 동료가 살해되고 용진이 독에 중독되고 나서야 아무런 파동도 드러내지 않고 나타나 공격을 가한 것이다.

푹.

그때였다. 순식간에 핏빛 장도 한 자루가 공중에서 날아오더니 살수의 허리를 베고 몸을 두 동강 냈다.

드드드.

용진의 손에 있던 핏빛 장도는 반동으로 미친 듯이 흔들리면서 땅에 콱 박혔다. 순간 용진도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바로 이때, 갑자기 검붉은 화살이 방안에서 발사돼, 용진의 명치를 향해 날아갔다.

푹.

그 화살을 맞을 때, 용진은 손을 들어 보라색 빛을 내더니 바로 화살을 꺾어버렸다. 동시에 다른 손가락을 내밀며 소리쳤다.

"뇌명지!"

용진이 외치자, 번개 한줄기가 손가락에서 튀어나와 순식간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곧 집안에서는 울부짖음과 함께 몸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진은 그제야 천천히 땅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바닥에 꽂힌 장검을 뽑아 시체에 다가갔다.

"신식을 여는 것도 잊고 있었다니, 아무래도 그동안 너무 태평했던 모양이야."

용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신식은 용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능력이었다. 몽기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신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몽기는 영혼지력으로 주위의 영혼 파동만 감지할 수 있었지만, 용진이 말한 신식은 영혼지력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전자는 생명의 파동만 감지하고 그 방위를 알 수 있을 뿐이지만, 용진의 신식은 물체 자체를 꿰뚫고, 보고 싶은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몇 명의 살수들이 대단한 건 맞았다. 특히 그 두 명의 뒤에 손을 댄 녀석은 자신의 영혼 파동을 완전히 감춰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혼지력으로 감지해도 감지되지 않으니, 평범한 강자들이었다면 쉽게 함정에 빠졌을 것이다. 이게 바로 살수의 무서운 점이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영혼의 감지를 속일 수 있어도, 용진의 신식까지는 속일 수 없었다. 신식의 주시 속에서 그들이 숨을 곳은 없었다.

용진이 놈들이 도망칠까 봐 일부러 연기한 것이었다. 살수는 암살 기술과 도주 기술의 달인들이라. 용진은 쫓아가 죽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세 사람을 모두 죽인 후, 더 이상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때야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용진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살폈다. 유일하게 몸이 온전한 시체의 허리춤에서 청동색 팻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팻말에는 해골이 새겨져 있었다. 해골의 입에는 피가 묻은 비수가 물려있었다.

매우 정교하고 생동감 있는 묘사 때문인지, 피비린내가 팻말을 뚫고 나와 오금까지 저리게 만드는 듯했다. 팻말의 뒷면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기이한 부호가 새겨져 있었다. 아마 그의 별명일 수도 있고, 등급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 단골경 중기라서 수련이 높지 않아. 전투력도 보통이야. 오직 살육만 전공해서 그런지 냉혈하고 무자비하여 자신의 목숨도 개의치 않는군."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 용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혈살전의 살수가 드디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수단은 확실히 강했다.

모두의 눈을 속이고 제일별원에 섞여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방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기술이 너무 전문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살수는 여자로 변장해 용진의 눈까지 속였다.

만약 괴리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단번에 속아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이 살수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미친놈들이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 확실히 다루기 힘든 녀석들이었다.

그들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용진에게는 혼돈 구슬이 있어서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를 단번에 벤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누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다만 이 미친놈들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릴까 봐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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