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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591화 (591/680)

591화 내가 돌아왔어!

"젠장, 죽을 뻔했잖아."

용진이 갑자기 허벅지를 두드렸다. 그 용족 강자가 용진에게 전수한 공법은 선고 문자로 되어 있었는데, 용진이 알지 못할까 봐 옆에 주해가 추가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용족 강자가 말한 균은 현재의 균이 아니라 선고시대의 균일 것이다. 선고시대의 일 균은…… 삼십만 근!

여기까지 생각하자 용진은 땀이 흘렀다. 일 균이 삼십만 근이라면, 천 균은 삼억 근의 힘을 말한다.

직접 힘을 측정한 적은 없지만, 아마 그의 힘은 이천만 근 정도일 것이다. 이천만 근과 삼억 근의 차이는 커도 너무 컸다.

만약 멍청하게 청룡의 정혈을 삼켰다면 죽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용진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하마터면 자결할 뻔했다.

그렇게 죽기엔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오늘 더 넓은 세상을 보았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선천경에 들어서지 않는 한 청룡의 정혈을 연화할 수 없으니 이 일은 잠시 놔야겠어. 먼저 부모님부터 보러 가야겠어."

용진은 방향을 보다가 용족 강자가 준 방위를 따라 달려갔다. 그곳은 설이가 전송한 목표 지점이었다.

십여 시진을 달린 후에야 용진은 설이가 남긴 종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이는 은씨 가문의 조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전송되었다.

설이가 남긴 흔적을 따라 하룻밤을 꼬박 가자 마침내 작은 성 하나가 나타났다.

성내의 한 객잔에서 용진은 부모님과 여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도착했을 때 객잔에 손님은 용천소 일가뿐이었다.

설이를 본 손님들이 모두 놀라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성이라 인구가 겨우 십만 명에 불과해 역근경만 되어도 강자라 불렸고 단골경은 절세의 고수로 여겨졌으니, 오 급 마수를 언제 보기나 했겠는가?

용천소가 설이를 타고 들어왔을 때, 설이의 몸에 흐르는 강한 기운에 객잔의 주인장조차 놀라 도망치려고 했다.

주인장은 용천소에게 아무 데나 쓰고 싶은 곳을 쓰라고 말했다. 만약 용천소가 주인장을 위로하지 않았다면, 그도 벌써 도망갔을 것이다.

"진아."

용진이 오는 것을 본 용 부인은 용진을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용천소의 눈가도 빨개졌다. 그는 다시 용진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머니, 제가 걱정을 끼쳤습니다."

용진은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자신의 수행길에 부모에게까지 고통을 끼쳤으니, 가슴이 칼로 베인 듯이 아팠다.

"멍청한 녀석, 무슨 바보 같은 소리인게냐, 자, 어서 네 여동생을 보거라. 여긴 네 여동생 용소옥(龍小玉)이야. 이름은 내가 지었어. 소옥아, 빨리 와서 네 오라비를 보거라. 줄곧 네게 말한 오라비가 바로 여기 있다."

용 부인이 소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오라버니……."

어린 여자아이는 초롱초롱하게 눈을 뜬 채 용진을 바라봤다. 아이는 좀 무서워하는 듯했지만, 궁금증도 커 보이는 얼굴로 용 부인의 허벅지 뒤에 숨어 있었다. 감히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또 몹시 보고 싶어서 힐끗거렸다.

"소옥, 소옥이라…… 소가벽옥(小家碧玉:가난한 집 고운 딸)에서 이름을 따오셨군요. 어머니, 여동생이 도망이라도 갈까 두려웠던 것입니까."

용진은 웃음을 흘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어머니는 소옥이 어떤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곱게 자라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소옥의 이름을 듣고 용진의 머릿속에는 소옥보다 더 큰 사람이 떠올랐다. 마치 그녀가 일찍이 그녀의 이름을 알려준 적 있는 것 같았다. 소옥과 비슷했는데 자세한 건 잊어버렸다.

"자, 소옥아, 오라비에게 안길래?"

용진은 웅크리고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 무서워요……."

소녀는 용 부인의 허벅지 뒤에 숨어 쭈뼛거리며 말했다.

"바보 같기는, 저건 네 오라비다. 잊은 것이냐? 오라버니가 우리를 구해 주었잖니."

용 부인은 소옥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초상화와는 좀 다른데…… 더 무서워요."

소옥은 용진을 보더니, 용 부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소옥의 말에 세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용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소옥이 말한 초상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건 봉명제국에서 그렸던 그림이었다. 그때의 용진은 아직 소년이었고, 지금은 이 년이 지나 이미 어른이 되었다.

단순히 외모가 더 굵직해졌을 뿐 아니라 수행 중에 강자들과 싸우면서 수많은 살육을 하는 바람에 뼛속까지 살기가 스며들었다. 그런 분위기는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비록 용진이 그런 기운을 풍기지는 않았지만, 소옥 같은 어린 여자아이는 이런 기운에 매우 민감하여 자연스레 그가 무섭다고 느끼는 것이다.

소옥이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자 용진은 살짝 웃으며 어머니에게 그녀를 달래라고 말한 후 따로 방을 찾아 용천소에게 오급 생기조골단을 먹였다. 잠시 후, 용천수에게는 새로운 팔이 생겨났다.

"진아, 밖에서 고생이 많았지?"

용천소는 용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용진은 용천소처럼 키가 커졌지만, 용천소의 눈에 용진은 여전히 어린 아이였다. 용진의 강인한 얼굴을 보자 용천소는 마음이 시큰거렸다. 이 강인함의 뒤에 있는 용진의 고통을 그는 알고 있었다.

용진은 눈물을 참고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전 괜찮습니다. 바깥세상은 아주 멋지더군요. 이제 저에게는 많은 홍안 지기와 형제들이 생겼습니다……."

용진은 용천소에게 자신의 경험을 대략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음 아픈 부분은 모두 생략하고, 멋진 부분만 골라 말했다.

"진아, 오늘 너의 선택에 난 기쁜 동시에 슬펐다. 네가 이렇게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여전히 순수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이 기뻤다.

슬픈 건 네가 수많은 살육을 겪어도 여전히 마음이 모질지 않다는 것이었어. 앞으로 같은 일이 네게 일어날까 두렵구나. 그때 네가 죽을까 봐……."

용천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용진은 정과 의리를 중시했다. 고운 마음이긴 하나, 밖에서는 너무 불리한 천성이었다.

"아버지, 안심하세요. 다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겁니다."

용진이 위로하며 말했다.

"나와 너의 어머니는 봉명으로 돌아가려 해. 작은 마을을 찾아 안정을 찾을 생각이다. 네 여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평안한 날들을 보낼 것이야.

요 몇 년 동안 동분서주했으나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했어.

난 매일 사냥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해가 뜨면 일하고 지면 쉬는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이다."

용천소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진아, 슬퍼하지 말거라. 난 오히려 기쁘구나. 이번 일로 인생 자체가 수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들은 결과에 신경 쓰느라 수행의 과정이 때로는 결과보다 더 감동적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난 젊을 때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 것인가만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결과에 너무 몰두했다는 걸 알았어. 인제 와서 보니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과정은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걸 깨달았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난 지금 과정을 더욱 멋지게 하려 해. 네가 어렸을 때 너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더구나.

하지만 하늘은 또 나에게 기회를 줘서 소옥이를 보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소중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진아, 앞으로 너의 세상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 때문에 너의 도심을 어지럽히지 말거라. 모든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있어. 우리는 이미 추구하는 것을 찾았으니, 네가 우리를 생각하면 기뻤으면 좋겠구나."

용천소는 용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용진은 용천소의 눈에서 평온함과 냉담함을 보았다.

"예, 아버지."

"자, 가서 네 여동생과 좀 놀아주거라. 너는 저 아이의 우상이야. 옥이는 줄곧 너에 대해 얘기했단다."

"하지만 저 아이는 저를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용천소 일가족은 이곳에서 사흘 동안 평온한 날들을 보냈다. 그동안 용진은 설이와 함께 옥이와 놀았다.

녀석은 유난히 설이를 좋아하여 심지어 놀다가 피곤하면 설이의 등에서 잠을 청한 적도 있었다.

용진은 설이의 몸에 기대어 설이의 커다란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온했다. 사실 행복은 아주 단순한 것인데, 무엇 때문에 목숨 걸고 싸웠던 것일까?

이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서 용진은 전에 없던 평온을 느꼈다. 끝없이 싸웠던 나날은 모두 지나간 날처럼 멀리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평온은 잠시뿐이라는 것을 용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피비린내 나는 전장 속으로 돌아가 계속 싸워야 했다.

싸우지 않으면 자기의 출신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친부모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용진은 자줏빛 옥패를 꺼내 그 위에 새겨진 글씨를 더듬었다. 괴로웠다. 언제 친부모를 볼 수 있을까. 살아는 계실까.

"오라버니, 우리 곁을 떠나는 거예요?"

어느새 소옥이 깨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용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난……."

"난 오라버니가 엄청난 영웅이라는 걸 알아요. 온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사마와 싸우는 거죠? 오라버니가 사마를 이기면 옥이를 보러 올 거라는 걸 알아요."

소옥은 갑자기 흥분하여 말했다.

"누가…… 네게 그런 말을 하더냐?"

용진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엄마가 그랬어요. 아빠도 그랬어요. 아, 맞다. 오라버니! 왜 오라버니는 아빠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나요?"

옥이는 말이 너무 빨리 바뀌어 용진은 따라가지 못했다.

"나도 어렸을 때 아빠라고 불렀어. 하지만 후에는…… 아버지라 불렀지. 왜냐면 이 오라비가 너무 커졌거든. 아빠라 부르는 건 안 어울려."

용진은 자신이 소옥만할 때 아버지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아빠라고 부르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후에 아버지가 떠나고 난 후에는 그 호칭이 낯설어졌다.

"그럼 난 안 클래요. 영원히 아빠라고 부르면 아빠도 영원히 날 아껴주겠지. 오라버니, 이리 와요. 뽀뽀해 줄게요."

소옥은 손을 뻗어 용진의 목을 껴안더니 용진의 볼에 뽀뽀했다.

용진과 많이 친해진 소옥은 더는 예전처럼 용진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되려 용진과 가장 친해지는 바람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오라버니, 사실 난 아빠가 너무 미워요."

"왜?"

용진은 어리둥절했다.

"아빠 수염이 너무 따갑거든요. 깎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자라서 너무 아파요."

소옥이 속닥거리며 말했다.

"하하, 소옥아, 뒤에서 사람 흉보는 버릇은 좋지 않은데."

어느샌가 용천소가 두 사람의 뒤에 나타나 소옥의 말을 듣고 웃었다.

"아빠, 안아주세요."

용천소가 오자 소옥은 두 팔을 벌렸다. 용천소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로 한 손에 덥석 안아 올렸다.

"인제 그만 어리광부리고 밥 먹으렴."

용 부인의 목소리가 방에서 들려오자 온 가족이 네모난 탁자에 둘러앉았다. 비록 평범한 야채 두부지만 화기애애했다.

용진은 이곳에서 꼬박 칠 일을 머무르고, 팔 일째 되는 날 결국 떠났다.

그는 떠나는 장면을 보이기 싫어 일부러 늦은 밤에 몰래 떠났다. 용천소는 용진이 떠나면 조용한 곳을 찾아 평범한 생활을 할 것이라 말했다.

용진은 비교적 큰 성을 찾아 적지 않은 전송비를 지급한 후, 현천분원으로 가는 전송진에 올랐다.

'형제들이여, 내가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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