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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610화 (610/680)

610화 세 번은 참으나 다시 건드리면 뿌리째 뽑는다!

"규칙? 그건 강자가 약자를 가지고 놀기 위한 놀이 규칙일 뿐이지요. 강자가 선수도 하고 심판도 하는 이런 놀이는 너무 지루하지 않습니까?"

용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 그래서? 어찌하려고?"

그 노인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난 내 규칙대로 할 겁니다."

"네 규칙?"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건드리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건드리면 세 번은 참으나 다시 건드리면 뿌리째 뽑는다! 이게 나, 용진의 규칙입니다."

용진은 농담이라도 하듯 진지한 표정이라곤 없이 매우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나 용진은 뼛속부터 혈살전을 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녀석들은 거듭 그와 맞서고 있었고, 이제 이런 무료한 놀이는 지겨웠다.

세 번 참고 양보한다는 건 사실 허튼소리였다. 그는 예쁜 여자에게는 세 번 양보할 수 있지만, 지금껏 남자에게 양보한 적은 없었다.

"뿌리째 뽑는다고? 하하하……."

그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을 들은 듯 눈물까지 흘리며 크게 웃었다.

용진은 아무 말 없이 뒷짐을 진 채 조용히 노인을 바라봤다.

그 노인은 웃다가 지쳤는지 그제야 말을 이었다.

"네가 얼마나 우스운 말을 했는지 아느냐? 넌 혈살전이 얼마나 큰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네가 아니라 현천도종의 노조라 해도 혈살전을 뿌리 뽑겠다는 망언을 할 자격은 없다. 그래, 계속 그런 우스운 소리를 할 생각이냐?"

용진은 고개를 저었다.

"난 혈살전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현천도종의 노조가 누구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 혈살전이 나를 죽이겠다는 것. 나를 적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적이 누가 되었든, 내가 적을 대하는 방법은 모두 똑같습니다. 오늘 내가 한 말이 진짜인지 농담인지 당신은 알 기회가 없을 겁니다. 아마 구천에서 떠돌다가 혈살전이 멸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때도 이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혈살전의 규칙에 따르면 난 네게 손을 댈 수 없다. 그러나 넌 혈살전의 위엄에 도발했어. 그러니 너를 여기서 죽일 수밖에 없겠구나. 널 죽이고 난 살육의 신에게 참회할 것이다."

우웅.

노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용진의 앞에서 사라지더니, 갑자기 뒤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비수가 날아왔다.

용진은 조롱을 흘리면서 번개 빛이 번뜩이는 손을 내밀어 뒤에서 날아오는 비수를 쳐냈다.

용진의 손이 그 비수를 쳐내려 할 때, 갑자기 용진의 앞에서 공간이 비틀리더니 아무 징조 없이 노인이 나타나 푸르게 빛나는 비수로 용진의 가슴을 찔렀다.

이건 성동격서술(聲東擊西之術)로, 노인이 용진 앞에서 사라졌을 때, 용진의 뒤에서 기이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노인이 뒤에 나타나서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죽음의 궁지에 빠지고 만다. 그 노인은 환시지술(幻視之術)을 사용하여 단지 잠시만 앞에서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혼지력으로 비수를 움직여 뒤에서 용진을 공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즉, 용진이 오기 전에 그는 이미 비수를 적당한 위치에 놓아 두었던 것이다.

"전부 투로(套路:체계적인 무술 동작)군."

용진은 냉소를 흘렸다. 그는 노인의 혼력이 요동치는 순간 이미 알아차렸다. 그의 혼력이 노인보다 백배나 더 강한데, 어찌 그에게 우롱당하겠는가?

그래서 그는 손바닥으로 비수를 치는 동시에, 그 노인의 가슴을 내리쳤다.

용진은 아무런 기교 없이 그저 강하게 힘을 가한 주먹을 내밀었다. 주먹이 나오자 공간이 순간 흔들렸다. 그 노인이 주먹에 맞았다면 노인은 곧바로 가루가 되어 박살 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용진의 주먹이 그 노인을 치기 전에 노인의 비수가 먼저 용진의 몸을 향해 날아왔다.

그 푸른 비수에는 수많은 갈고리가 있었는데, 갈고리 사이로 끈적끈적한 액체가 달라붙어 있었다. 맹독이 분명했다.

만약 용진이 찔린다면 그 맹독은 순식간에 퍼져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도 용진의 치명적인 일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는 두 사람 다 죽는 초식이었다.

쉭.

아무리 오래 살아도 노인은 죽고 싶지 않았는지 발끝을 살짝 떼고 귀신처럼 재빨리 뒤로 물러나, 용진의 주먹을 피했다.

그 순간 노인의 몸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놀랍게도 여덟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 동시에 용진을 에워싸고 급격히 회전했다. 마치 수백 명에게 포위된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탕!

갑자기 그림자 중 하나가 용진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곧바로 용진의 주먹에 막혀 폭발음이 났다.

"이건 모두 속임수일 뿐이군요. 과연 사전에 준비하고 배치를 했군. 살수는 모두 바보들입니다. 자칭 살육 천사니 어두운 밤에 목숨을 거두는 사신이니 뭐니 다 거짓이에요. 당신들은 그저 떳떳지 못한 쥐새끼들일 뿐입니다. 광명정대한 싸움에서 당신들은 죽을 수밖에 없어요."

용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망할 놈, 감히 살육의 신을 모욕하다니, 죽어라!"

쾅!

그 노인은 줄곧 통맥경의 수련을 사용하여 용진과 싸웠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자 단번에 선천지경 강자의 위압을 폭발시켰다.

"진정한 살육의 신이 무엇인지 보여 주……."

푹.

갑자기 뇌정장창이 노인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끝없는 뇌정지력이 순식간에 그의 신경을 마비시켰다.

"미안, 내 성격이 좀 급해요. 당신의 잔소리를 들어줄 수가 없었어요. 이제 그 머리를 좀 줘야겠어요."

이런 살수에 대해 용진은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죽음의 혈투를 몇 번 거치면서 용진은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노인이 기세를 폭발시켜 초식을 놓기 전, 틈을 발견한 용진은 놓치지 않고 일격을 가해 결국 사살했다.

팍!

용진이 손가락으로 노인의 이마를 가리키자, 거대한 영혼지력이 휘몰아치며 나왔다.

"소혼(搜魂)!"

용진은 노인에게 소혼술을 펼쳤다. 가장 야만적인 영혼지력으로 노인의 영혼 방어를 파괴하고 그의 기억을 살피기 시작했다.

"뭐야, 영혼 봉인이잖아!"

용진은 깜짝 놀랐다.

펑.

그 노인의 머리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용진은 급히 영기를 운행해 혈장이 몸에 떨어지는 것을 피했다.

쉭, 쉭, 쉭!

그 노인이 죽는 순간, 어디서 나타난 건지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강자 십여 명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용진을 향해 까만 쇠뇌를 들어 올렸다.

위력이 강한 쇠뇌와 화살은 번개처럼 빨랐다. 거리도 가까웠고, 노인의 머리가 터지는 순간이라 아주 절묘했다.

이 살수들의 화살에는 생각할 것도 없이 맹독이 묻어 있을 것이다. 이런 화살에 닿으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뇌정호순(雷霆護盾)!"

용진이 낮게 외치자, 두 손에 수많은 뇌정지력이 솟더니 앞에 거대한 뇌정 광구가 만들어지면서 용진을 단단히 보호했다.

뇌정지력 앞에서 그 화살들은 모두 위력을 잃고 부서졌다.

"대낮에도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쓰다니, 너희들의 신세도 안타깝구나. 차라리 다른 세계로 가는 게 좋겠어. 그곳은 온통 어둠뿐일 테니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거다."

갑자기 용진의 몸 앞에 있던 뇌정 방패가 무서운 힘을 폭발하더니, 혈살전의 지부를 초토화시켰다. 그 살수들은 방어태세를 갖췄음에도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형제들이여, 물건이 왔소!"

곡양은 벌게진 눈으로 괴성을 지르더니 초라하게 날아간 살수들을 향해 장창을 휘둘렀다.

집이 무너지며 폭풍우가 몰아쳤고, 십여 명의 강자들이 초라하게 집 밖으로 날아갔다.

갑자기 신영 하나가 나타나 순식간에 사람들을 죽였다.

악자봉이 말했다.

"난 여덟."

곡양이 말했다.

"난 일곱."

송명원이 말했다.

"난 둘."

이기가 말했다.

"모두 손이 너무 빨라 난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소. 내게 하나 정도는 남겨줄 수 있지 않소?"

연속으로 두 번이나 허탕 치자 이기는 조금 분노했다. 녀석들은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괜찮아, 내가 있잖소."

곽연이 옆에 서서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십여 명의 살수가 한순간에 격살 당하자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살수가 너무 약하지 않은가.

"대장, 이게 무슨 상황이죠? 예상과 다른데요?"

곽연은 다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살수들의 소굴이라 혈전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쉬워도 너무 쉬웠다.

용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 예상이 틀린 것 같군. 여긴 임무 접수와 발표의 거점에 불과했어. 보통 고급 살수들은 이곳에 머물지 않는 것 같아. 여기 있는 살수들을 보아하니 백은 급 살수인 것 같아. 모두 수준 미달인 녀석들뿐이야."

"설마, 그 노인은 분명 선천지경 강자였잖아? 그 노인이 백은 급 살수에 불과할 리가 있어?"

곡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살수의 등급은 수련과 무관해. 그들의 암살 실력과 관련 있지. 만약 암살술이 별로라면 피해경 강자라 해도 여전히 백은 급 살수야. 게다가 살수의 등급이 높을수록 암살술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 폐기되지. 방금 그 노인은 퇴물일 거야. 그래서 이곳에서 잡일이나 했던 거겠지.

혈살전의 규칙 때문에 살수는 절대 자신보다 수련이 낮은 사람을 암살하지 않아. 이 노인은 도태된 것이다. 다른 강자들도 비슷하겠지. 비록 모두 통맥경이었지만 내가 전에 만났던 백은 급 살수보다 훨씬 모자라. 때렸는데 솜뭉치였다니, 이번에는 내 실수야."

용진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살수들은 별로 대단한 놈들도 아니었군."

이기는 깔보며 말했다. 괜한 걱정을 한 것이다.

"아니오, 저들은 어둠의 암살자로 불렸소. 그들이 잘하는 건 암살이지, 정면 대결이 아니오. 비록 그들의 진짜 전력은 너희와 차이가 크지만, 방비하지 않는 틈을 탄다면 악자봉을 제외하고는 아주 쉽게 공략당할 것이오. 그들의 은신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오. 암살술은 더 막기 힘들지. 그 어떤 살수도 얕봐서는 안 돼. 그러다간 목숨이 날아갈 것이오."

용진이 진지하게 말했다.

모두 가슴이 떨렸다. 그들은 그제야 살수란 원래 정면 대결하지 않는다는 것이 떠올랐다. 기괴한 암살 수단이야말로 그들의 비장의 패였다.

"왜 악자봉은 암살당하지 않을 거라는 거에요?"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용진을 쳐다봤다.

"그는 검수라 영각이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해. 검수는 살수의 가장 골치 아픈 목표지. 쉽게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검수는 항상 무기를 몸에 지니고 다녀서 공격할 때 그 어떤 수행자보다 빠르지. 너희 중 누구도 그를 이길 수 없어."

용진이 말했다.

"좋아, 내가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해. 그의 속도는 정말 변태적이거든."

곡양이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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