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화 규모가 왜 이리 작지?
용진은 고의로 주곤을 음해했다. 당완아와 그 사도 천행자의 공격 여파가 엄습할 때, 용진은 직접 영혼지력을 움직여 그의 영혼을 공격했다.
그러나 주곤의 영혼지력이 이렇게까지 나쁠 줄 몰랐던 용진은 하마터면 혼비백산할 뻔했다.
그래도 나쁜 사람은 항상 하늘이 보우한다고, 다행히 주곤의 숨이 붙어있었다. 이걸 계기로 용진은 몽기에게 그를 구하라는 연극을 하라고 했다.
주곤을 구하는 건 맞지만, 구하는 동시에 몽기가 비법을 시전하여 주곤의 기억을 몰래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건 소혼과는 달리 상대방의 방비 없이 진행되어야 하며, 시간 또한 오래 걸렸다.
그래서 몽기는 노인에게 호위를 부탁하고 한 시진 넘게 소혼하면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냈다.
동시에 주곤이 당시 영혼지력으로 당완아와 사도 천행자를 조사하려 했다가 충격받은 것이라는 가짜 기억을 주입했다.
그가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한 것인지에 대한 이유는, 그 자신이 찾아야 할 문제였다. 어차피 깨어나면 그는 바보 같은 행동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기억할 것이다.
"용진, 이번에 당신이 큰 함정에 빠질까 봐 무서웠어요."
몽기의 눈에 근심이 스쳐 지나갔다.
"괜찮아요. 저도 생각해 둔 수가 있어요. 하지만 용혈군단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함정에 뛰어들어야만 했어요. 이 경험이 없었다면 용혈군단은 기 시간을 들여 기초를 다진 후에야 진급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용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가 어찌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몰랐겠는가? 하지만 그는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
"주곤의 기억을 통해 알아낸 것이 있어요. 주씨 가문은 당신이 혼돈영지로 온다는 소식을 고의로 사도에게 알린 거였어요. 게다가 당신을 상대하는 사도 사람은 이번에 온 강자들만이 아니에요. 즉 천행자도 한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죠. 오늘 당신이 죽인 그 사람은 예외에 불과했어요. 계획에 따르면 그들은 연합하여 우리를 치려고 했어요.
그리고 이 일의 배후에는 단탑의 그림자가 있어요. 비록 주곤은 모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기억 속에서 주씨가문의 강자가 했던 말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원래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주씨 가문은, 사도의 손을 빌려 당신을 제거하고 단탑의 화씨 가문에게도 신세를 갚으려 했어요. 그리고 광산이 습격당해 모든 광물을 약탈당했다고 선포한 후, 오금 광석들을 주씨 가문의 주머니에 넣으려 했어요. 주도면밀한 계획이었죠."
몽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계략은 확실히 놀라웠다.
반면 용진은 놀랍지 않다는 듯 표정이 매우 평온했다.
"주곤은 얼마나 알고 있던가요?"
"주곤의 기억에는 사도 강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어요. 그는 사도가 한 명 이상의 천행자를 파견하여 단번에 당신을 죽일 거라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의 추정에 따르면 공격은 보름에서 한 달 후였어요. 오늘 공격하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한 걸 보면, 오늘 온 천행자는 계획 밖의 일 같았어요."
몽기가 말했다.
"보름에서 한 달 정도라……. 하하, 귀한 시간이 생겼군요."
용진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이틀 후, 용혈군단의 모든 전사를 데리고 한동안 떠나 있을게요. 몽기, 당신은 천도과를 연마하는 데 전념하면 돼요. 완아가 당신을 지켜줄 거에요."
"떠나다니요? 설마……."
몽기는 살짝 놀랐다.
"네, 당신도 봤으니 알겠죠. 용혈군단의 전사들은 이번에 생사를 건 사투를 통해 기운이 완전히 가라앉았어요. 사실 그들은 이미 통맥경 절정에 이르렀어요. 난 줄곧 그들의 수련을 필사적으로 제압하고 돌파하지 못하게 했어요. 이번에 난 전사들에게 진천단을 복용시켜, 선천경으로 완벽하게 승급시킬 거에요. 즉, 우리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하하, 그 사도 바보들이 놀랍게 되겠죠."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몽기와 당완아의 눈은 충격으로 흔들렸다. 용혈군단이 모두 선천경으로 진급한다면 그야말로 호랑이와 늑대 사단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맹호들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 * *
닷새 후, 거대한 자우봉작 두 마리가 용혈군단의 전사들을 태우고 황량한 사막으로 날아갔다.
"여기서 선천에 충격을 주면 되겠군."
용진은 주위를 살폈다. 단단한 돌이 있는 지대라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
"대장, 설마 우리에게 집단 도겁을 하라는 거에요?"
곽연이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
"왜? 돈이 생기니까 죽는 게 겁이라도 나?"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사도 대군을 죽이면서 수집한 공간 반지만 해도 삼백여 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다수의 공간 반지는 격전 중 부서졌거나 죽음이 임박한 사도 강자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러나 남은 것이 삼백여 개라 해도, 안에 있는 중품 영석은 오만여 개에 다다랐다. 물론 이 영석들은 모두 곽연의 소유였다. 용진은 단번에 부자가 된 곽연을 놀리고 싶었다.
"대장,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도겁하면 제일 약한 사람은 어떻게 견뎌요? 천벌은 여기서 제일 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내리잖아요. 곡양의 육신은 무서울 정도로 강해요. 천벌이 그를 기준으로 내린다면 나 같은 약골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곽연은 그의 허벅지만 한 곡양의 한쪽 팔을 보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이가 커도 너무 크지 않은가.
"걱정하지 마. 너희들의 천벌은 주로 세례지 전멸이 아니야. 천벌을 받고 죽은 사람들은 너무 약해서 도태된 것일 뿐이야. 천벌로 몸을 단련하는 건 육신에 큰 이점이 있어. 난 너희들을 믿어. 그래서 계속 집단 도겁을 시키는 거야. 너희들은 곡양을 기준으로 강력한 천벌을 받아 육신을 세례 하게 될 거야.
도겁에 성공한 후, 선천경에 들어가면 수련이 폭등하여, 육신의 힘만으로도 너희들은 웃게 될 거다. 물론 세상에는 공짜는 없지. 잠시 후 너희들은 매우 괴로워질 테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너희들의 괴로워하는 모습까지 유영옥으로 기록할 거거든."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 나쁜 거 아니야? 그럼 같이 도겁해. 그래야 공평하지."
곡양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같이 도겁 하자고?"
용진은 웃음이 나왔다. 만약 그들과 함께 도겁 한다면 용혈군단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너희들은 이미 통맥경 절정이야. 내가 너희들에게 억제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너희 중 일부는 벌써 돌파했겠지. 지금 너희들은 이미 피와 불의 세례를 거치면서 기초가 튼튼해졌어. 잠시 뒤 내가 떠나면 너희들은 동시에 진천단을 삼켜야 해. 이 단약은 너희들을 선천경으로 완벽하게 진급시켜줄 거야.
너희들이 선천경으로 승급한 후에는 곧바로 천벌 세례를 받게 될 거야. 천벌 세례는 육신을 시험할 뿐만 아니라 의지에 대한 시험이기도 해. 하지만 너희들에게 있어서 그건 모두 어린애들 수준일 거야. 어쨌든, 잠시 뒤 천벌이 내릴 때 너희들은 그 힘을 빌려 체내의 불순물을 씻어내야 해.
선천경은 수행의 진정한 시작이며 매우 중요한 단계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신체가 된다면 앞으로 적은 노력으로도 많은 수행 효과를 거두게 될 거야. 자, 그럼 쓸데없는 말은 이만하고 난 떠날게. 내가 떠난 후 진천단을 바로 복용하는 거 잊지 말고."
용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설이와 떠났다. 사람들은 그가 수백 리 떨어진 민둥산 위에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함께 진천단을 삼켰다.
진천단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았다. 사람들은 체내의 영기가 천천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약력이 몸에서 운행되도록 최대한 몸을 느슨하게 풀고 가만히 있었다.
사지로 흘러 들어간 영기는 다시 체내를 헤엄쳐 단전으로 합류했다. 곧 단전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그 소용돌이는 점점 더 빨라지더니, 마지막에는 몸속에서 굉음을 내면서 기, 피, 힘줄, 뼈, 맥을 가득 채웠다.
쾅, 쾅, 쾅…….
굉음이 터지고, 기세가 폭발하며 장벽이 돌파되었다.
만약 선천경 이전이라면 벌써 돌파했겠지만, 선천경은 다르다. 이건 단지 일부분을 완성한 것에 불과했다.
장벽을 돌파한 후, 육신은 천벌 세례를 거쳐야 한다. 성공적으로 천벌을 버텨낸 후에야 체내의 영기가 후천에서 선천지력으로 전환되어, 선천경 강자가 되는 것이다.
일단 이 장벽을 돌파하면 결과는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천벌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고 선천경 강자가 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실패하여 천벌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동시에 돌파하자 삼백여 개의 기주가 하늘을 찌르며 허공이 요란하게 울렸다. 갑자기 먹구름이 끝없이 밀려와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규모가 왜 이리 작지?"
용진은 잠시 멍해졌다. 용혈군단을 뒤덮은 먹구름은 고작 수백 리에 지나지 않았다.
우웅.
갑자기 허공에서 큰 진동이 일어나더니, 수많은 번개가 폭우처럼 내리면서 용혈군단의 전사들을 집어삼켰다.
"아……."
수많은 전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번개에 대항한 경험이 없었기에, 첫 번째 타격 만에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무슨 소리를 그렇게 질러?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움직일 수 있든 없든 간에, 최대한 뇌정지력을 이용해 천천히 몸을 수련해!"
용진이 차갑게 외치자, 당황해하던 전사들은 곧바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건 하늘의 위엄이 깃든 천벌이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이다. 하늘의 위엄 앞에서 인간은 개미처럼 보잘것없는 존재이지 않은가.
그러나 용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사람들은 용진이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느꼈다. 곁에 용진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자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모두 서둘러 용진의 말대로 천천히 뇌정지력을 흡수하여 몸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계의 고급 공법을 수련한 덕분에 육신이 매우 강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구 할 이상의 뇌정지력을 막아내고, 나머지 일 할 만 몸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뇌정지력이 너무 커서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전사는 너무 조급한 나머지 뇌정지력을 너무 많이 흡수하는 바람에 아파서 곡소리를 냈다.
그러나 몇 번 호흡을 가다듬은 후, 모두 자신의 신체 능력에 따라 흡수하는 뇌정지력의 양을 천천히 증가시켰다.
"젠장, 역시 달라. 이것도 천벌이야? 진짜 사람 화가 나게 하네."
용진은 천벌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는 사실이 황당했다.
용혈군단에게 내리는 천벌 번개는 마치 소녀가 신랑의 볼을 어루만지듯이 부드러웠다.
그러나 용진의 천벌은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대하듯 모질게 공격했다. 다른 사람에게 내리는 천벌과 용진에게 내리는 천벌은 차이가 너무 극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