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화 나를 발견할 수 없는 걸까?
"아오우."
설이는 용진 곁에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조금만 참아. 넌 저들이 끝난 다음에 도겁해야 해."
요 며칠 마음이 불안정했던 설이는 곧 자신도 도겁할 것임을 느꼈다. 그래서 방금 용진에게 자신의 천벌도 곧 올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먼저 돌파한 후에 천벌을 받는 인간과는 달리, 마수는 도겁할 때 먼저 천벌을 받은 후에야 승급한다.
그러나 지금 용혈군단이 도겁을 하고 있었고, 용진은 그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설이가 되도록 움직이지 않게 했다. 기세를 폭발시키지 않아야 천벌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먹구름이 약간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걷힐 기미가 보였다.
원래 일반적인 통맥경 강자가 선천겁을 건너는 건 다섯 번의 호흡을 초과하지 않는다. 용혈군단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천벌을 받는 건 함께 도겁을 했기 때문이다.
그 천벌은 매우 부드러웠다. 줄곧 미온적으로 내려와 용혈군단의 전사들은 위험하지 않게 육신을 세례 했다. 이때 용혈군단의 전사들은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피부에도 검을 얼룩이 묻어 있었다.
이건 체내의 불순물이었다. 그중 일부는 단독이 체내의 쓰레기와 혼합되어 냄새가 지독했다.
용혈군단의 모든 전사는 자신의 몸이 과거보다 열 배 이상 강해진 것을 느끼고 속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몸속 영기는 이미 기체에서 점차 액체로 전환되고 있었다. 액체가 형성된 후의 영기는 영기가 아닌 영원(靈元)이다.
영기와 영원, 둘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며, 동일 등급에 있지 않다. 도겁 후에 그들은 진정한 선천경 강자라고 할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에 쓰이는 힘 모두 천지지력을 움직인다. 그들은 온몸에 힘이 충만함을 느끼고 있었다.
"곡양, 너의 모든 기세를 폭발시켜 천벌에 도전해 봐!"
갑작스러운 외침에 모두 멍해졌다. 용진이 곡양에게 천벌에 도전하라니?
곡양더러 죽으란 소리가 아닌가?
"망설이지 마. 지체하면 천벌은 흩어질 거야!"
용진이 외쳤다.
곡양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도겁할 때 기세를 폭발시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용진의 말을 듣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곡양은 입술을 깨물다가 온몸의 기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쿠르릉…….
흩어지려던 천벌이 갑자기 화가 난 듯 하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먹구름이 사방에서 휩쓸려 오더니, 순식간에 천 리까지 뒤덮었다.
쾅!
이전에 내렸던 번개가 작은 빗방울이라면, 지금 내리치는 번개는 그릇처럼 굵어, 몸에 부딪히는 순간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흘러내렸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 최선을 다해 막아! 아직 크게 상승할 공간이 남았으니 낭비하지 마!"
용진이 외쳤다.
단수인 용진은 많은 사람의 체내에 수많은 불순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 번개의 강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곡양에게 천벌을 화나게 하라는 것이었다.
모두 듣자마자 용진의 뜻을 알아차렸다. 비록 온몸이 아팠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악물고 버티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곡양, 계속 총력을 다해야 해!"
용진이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곡양은 체내의 기운을 남김없이 폭발시켰다. 사람들 중 기운이 가장 강한 것은 곡양이었다. 그가 기운을 폭발시키자 허공에서도 굉음이 났다.
곡양이 기운을 폭발시키자 하늘은 갑자기 한바탕 거세게 움직이더니, 사발만 한 번개가 물통만큼 굵어졌다.
"풉……."
제일 먼저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한 건 곽연이었다.
"대장, 살려주세요!"
용진은 괴로워하는 곽연도, 천벌에 폭격당해 뼈가 부러진 전사들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뚫어지게 천벌을 주시하고 있었다.
쿠르릉!
갑자기 폭발음이 울렸다. 사방 천 리의 번개 구름은 순간 조용해지더니, 역대급으로 강한 섬멸의 기운이 엄습해왔다.
"망했다. 이제 큰일 났네."
용혈군단의 전사들은 절망에 빠졌다. 하늘이 노했으니 세상의 모든 것을 멸할 것이며, 그들도 죽게 될 것이다.
"쳇, 이걸로 놀라는 거야? 설아, 해치워 버려."
용진이 차갑게 소리치자, 갑자기 거대한 풍인구가 허공을 가르며 구름으로 들어갔다.
쾅.
하늘 위로 날아올랐을 때, 풍인구는 이미 천 장 가까이 커지더니 갑자기 폭발했다.
천 리에 달하는 거대한 천벌 구름에는 예상치 못한 구멍이 크게 뚫렸다. 그 사이로 비친 햇빛 때문에 사람들은 그제야 아직 낮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설이가 날린 일격이 뜻밖에 천벌 구름을 뚫자, 용혈군단의 전사들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하, 모두 아주 잘했어. 너희들은 이제 돌아가 쉬어라. 다음은 설이 차례거든."
용진은 커다란 손으로 설이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천지가 요동치면서, 허공에 요란한 울음이 들렸다. 무서운 위압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웠다.
설이가 풍인구로 뚫었던 천벌 구름은 순식간에 아물더니, 지름이 천 리밖에 되지 않았던 천벌 구름은 순식간에 만 리 정도 폭등하며 온 세상을 뒤덮었다.
무서운 하늘의 위엄에, 용혈군단의 전사들은 종잇장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서울 정도로 강한 위압감이었다. 심지어 하늘의 분노까지 느껴졌다.
"대장, 우리를 놀리는 거죠?"
하늘 가득 퍼진 천벌 구름을 보던 곽연은 땅에 드러누울 지경이었다. 용진과 함께하려면 엄청난 강심장이 필요했다.
"설아, 가자. 천벌이 이미 널 고정했어."
용진이 설이의 등에 올라타자, 설이는 번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리를 날아갔다.
설이가 나는 듯이 달릴 때, 위압감이 가득한 천벌 구름도 설이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천벌 구름 속에서 수많은 번개가 뭉쳐져 있었다. 그 기세에 사람들은 숨이 막혔고, 몸이 눌려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구름이 지나간 후에야 사람들은 헐떡거리며 숨을 쉴 수 있었다. 번개의 강도는 끔찍할 정도로 무서웠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기는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용진이 떠난 방향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대장이 천벌 구름을 끌고 갔어. 지금 하늘을 건드리려는 것인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곡양이 버둥거리며 일어나 말했다.
"대장이 설마 위험하진 않겠지?"
송명원도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용혈군단은 용진을 더는 사형이라 부르지 않았다. 군단장이라 부르지도 않았으며, 모두 통일적으로 그를 대장이라 불렀다.
건달 같은 호칭이지만, 사형이나 군단장보다 훨씬 친밀했다. 게다가 용진의 성격은 아무리 봐도 군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대장이라는 호칭이 딱 맞았다.
"무슨 근심이 그리 많아? 대장이 누군데 위험하겠어?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은 나 좀 부축해 줘, 이러다 내가 벼락 맞겠네."
곽연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섰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안에서 그는 육체 강도가 가장 낮아, 크게 다쳤다. 아마 그의 육체 강도는 몇몇 여자보다 못할 수도 있었다.
"자, 가서 대장이 뭘 하는지나 보자고."
사람들은 서로 부축하며 일어났다. 비록 부상이 엄중했지만 모두 마음 놓고 상처를 치료하고 있을 수 없어 용진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보려 했다.
함께 높은 산을 하나 넘은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 리 밖의 전방은 이미 천둥 바다여서, 용진과 설이의 그림자는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악!"
갑자기 용혈군단의 전사 하나가 머리를 잡고 비명을 질렀다.
곽연은 욕설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멍청한 녀석! 이렇게 무서운 천벌을 영혼지력으로 살펴보려 하다니, 죽으려고 환장했어?"
영혼지력이 매우 강했던 그 전사는, 신식을 통해 천벌 안의 상황을 조사하려 했지만 영혼이 천벌 구역에 닿자마자 튕겨 나와 하마터면 신혼이 모두 깨질 뻔했다.
"나…… 난 그냥 대장이 걱정돼서……."
그 전사는 창백해진 얼굴로 머리를 감쌌다. 죽을 뻔했기에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말했잖아! 대장이 어떤 사람이야? 그를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자신을 걱정하는 게 더 나아! 모두 얌전히 앉아서 치료해야 할 사람은 상처를 치료하고, 약을 먹어야 할 사람은 약을 먹어! 번개가 계속된다는 건 대장이 아직 안에 있다는 뜻이니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곽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요상단 하나를 삼켰다. 곧 쓰러질 것 같았다. 말을 해도 회복한 후에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서둘러 앉아 용상단을 삼켰다. 그들은 부상을 회복하면서 눈 앞에 펼쳐진 끝없는 번개 바다를 응시했다.
비록 수천 리 밖이지만, 그들은 저 번개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낄 수 있었다.
"천벌이 작아졌어. 끝나려나 봐!"
뇌정지력이 천천히 약해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누군가 기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보인다, 보여! 대장과 설이 모두 있어. 젠장, 뭐지? 내 눈이 침침해졌나?"
설이는 하얀 털을 곤두세우고 번개를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
그 번개는 설이의 몸을 왔다 갔다 하며 기승을 부렸지만, 놀랍게도 설이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용진은 설이와 멀지 않은 곳에 앉아서 손에 찻잔까지 들고 마시고 있었다. 한 모금 한 모금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
그 번개는 용혈군단 전사들에게는 매우 무서운 것이지만, 용진과 설이에게는 가랑비에 불과했다.
이건 설이의 첫 번째 천벌일 뿐이라 제일 약했다. 용진과 설이는 이런 강도의 천벌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용진은 조금 전 용혈군단을 지휘하면서 목이 메도록 소리쳤다. 마침 목도 마르니,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인 것이다. 물론, 그 모습이 용혈군단에게 보일 줄 몰랐지만.
용진은 급히 찻잔에 있는 봉왕밀을 마신 후 잔을 던졌다. 그리고 하늘의 천벌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설마 정말 나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걸까?"
용진은 좀 궁금해했다. 원래 용진은 설이와 함께 도겁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번 용진이 설이의 천벌을 방해했을 때, 결국 천벌에 의해 무차별한 폭격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치 용진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천벌은 설이에게만 힘을 집중 포격하고 있었다.
용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설마 천도를 속일 수 있나?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날 발견하지 못한단 말인가? 아니면 내가 진정한 힘을 발산하지 않으면 나를 발견할 수 없는 걸까?'
온 하늘에 가득했던 번개는 갑자기 마치 끓는 물처럼 들끓더니, 거대한 뇌정지구가 되어 운석이 내려앉는 것처럼 떨어졌다.
뇌구(雷球)의 직경은 십여 장으로, 마치 강이 역류하는 것처럼 설이와 용진을 향해 돌진했다.
그 장면을 본 용혈군단의 전사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게 도대체 무슨 세례란 말인가. 저건 그야말로 섬멸이다.
설이의 천벌 강도와 비교했을 때, 그들의 천벌 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 뇌구는 그들을 파멸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