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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 동거녀와 순애는 어떠신가요-93화 (93/194)

〈 93화 〉 92화. 다혜의 사유재산_(2)

* * *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내 손에 있는 개목걸이가 충격적이라서가 아니라.

소유욕이라는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아서.

처음 우리 집에 왔던 날부터 지금까지, 내가 봐온 다혜의 모습들이 한 장 한 장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밤만 되면 내게 온기를 빌리는 다혜.

어떻게든 집안일을 하려고 매일 내게 저녁 식사를 만들어주는 다혜.

열심히 허브에 물을 주는 다혜.

시도 때도 없이 날 끌어안고 놔주지 않는.

지난날 숱하게 봐온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이제는 슬프게 느껴진다.

다혜가 채우지 못한 것이 소유욕이라니.

그렇다면 정말로 다혜의 이런 행동들은 결핍의 흔적이란 말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혜는 정말 맨몸으로 우리 집에 왔으니까.

나는 다혜가 가진 게 뭔지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일단은 집이겠지.

우리 집.

화장실부터 침실까지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는 우리 집.

항상 함께 앉아있는 소파와, 보는 둥 마는 둥 켜두는 TV.

정성껏 관리하는 주방과 침실까지.

전부 우리의 것이다.

하지만 다혜도 우리집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어쩌면 여전히 성현이네 집에 얹혀살고 있는 건 아닐는지.

액정 태블릿, 내가 사준 옷들, 그녀의 일기장.

정말로 다혜의 물건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고작 그런 것들뿐이었다.

트럭은커녕, SUV 한 대에 모조리 실려버리는 한 줌의 짐 말이다.

그간 다혜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다혜는 여전히 맨몸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싶다.

“오빠? 음... 완전 공감한 표정인데요? 이제 인정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이 개목걸이가 부끄럽고, 여전히 아카의 생각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카의 생각이 뭐든지 간에 들어보고 싶다.

그걸로 다혜의 소유욕을 채워줄 수만 있다면...

창피한 게 대순가.

“프로페서,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후훗, 성현군. 드디어 현실을 직시한 모양이로군요. 그 목걸이를 사용할 생각인가요?”

“솔직히 몰라. 하지만 뭐라도 알고 싶어. 이 개 목걸이를 차고 다혜의 개가 되라는 그런 뜻이야?”

“푸하하하! 오빠 진짜 웃기네. 진짜 다혜의 소유물이 되려구요?”

“아냐?”

“할 수 있으면 그것도 좋겠죠. 하지만 제가 제안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더니 아카의 표정이 급격하게 음흉해졌다.

누가 야쓰 이론가 아니랄까 봐.

평범한 사람은 떠올리지도 못했을 개목걸이를 자연스레 어루만지며 말했다.

내리 깐 목소리가 질척하다.

“그런 식으로는 다혜의 소유욕을 채울 수 없어요.”

“어째서?”

“인간의 소유욕이란 끝이 없으니까요. 타인이 아무리 채워주려고 노력해도 더 심한 갈증을 느낄 뿐이죠.”

“그럼 이 목걸이는 왜 준 건데?”

“이걸로 다혜에게 증명해주세요. 오빠가 다혜꺼라는 사실 말고. 오빠가 다혜를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갑자기 뭔 소리래.

다혜의 소유욕을 채워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유하라고?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카는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고픈 욕망은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다혜가 완전히 오빠의 소유물이 됐을 때. 그녀의 소유욕도 해소될 거랍니다.”

**

원석이 형네 차를 세워놓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왔다.

아카의 말이 자꾸만 귀에서 떠나질 않는다.

정리하자면...

다혜가 완전하게 나의 것이 됐을 때, 다혜의 소유욕도 해소된다는 말이겠지.

그러니까 이 개목걸이를 다혜에게 채우고 애완동물 취급을 하란 말인가.

야동을 너무 봐서 미친 거냐?

주제는 19금이지만...

무슨 동화에 나오는 마녀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솔직히, 정말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기는 하다.

다혜는 내가 늦게 돌아올 때면 늘 강아지 소리를 내면서 나를 반겨주니까.

내가 이 목걸이를 채워주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다.

아카의 말대로 다혜는 나를 소유하고 싶어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관계는 그런 게 아니다.

서로를 완전히 소유한다는 말은 자칫 달콤하게 들릴지만.

언젠가는 빛이 바래버리겠지.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 내 손에 없는 사람은 가지고 싶어서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완전히 내 것이 된 이후에는 돌변하는 법이다.

난 그게 싫다.

언제까지고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려면, 다혜가 내 여친이든, 부인이 되든, 상관없이.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저 내 곁에 있어 주는 걸 늘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고 해서 다혜의 욕망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늘 상대방을 위해서 날 부숴버릴 준비를 한다는 뜻이니까.

좋아, 결심했다.

기꺼이 부서지자 권성현.

다혜가 원하는 게 소유욕이라면 내가 채워줘야지.

다혜가 가진 한 줌의 짐 중에서 제일 값비싸고 소중한 건 바로 나니까.

어차피 다혜의 소유물이 될 거라면 난 제일 비싼 귀중품이 될 거다.

물론 내가 다혜에게 개 목걸이를 채우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직접 쓰는 일도!

**

상가 거리를 한참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삑삑삑삑삑.

혼자 살 때는 1초 만에 도어락을 열었는데, 요즘은 왠지 느리다.

비번을 누르는 동안 들리는 발소리 때문에 그렇다.

우다다다다 하고.

다혜가 뛰어나오는 소리를 듣는 게 좋아서 점점 손가락이 느려진다.

문을 열고 나면 뛰어들어서 안기는 게 조금 버겁지만.

“꺄욱! 성현아! 아카 잘 데려다줬어?”

“아윽...! 언제까지 달려들 거야. 나 더 늙으면 허리 부러져.”

“허리 부러지면 회사 안가고 좋지 뭐. 히히... 내가 간호해 줄게.”

음... 다혜는 그냥 평소대로 말할 뿐인데.

이제는 모든 말이 소유욕과 연결되어 들리네.

하아...

각오를 다지자.

이제부터 나는 다혜를 완전히 나의 소유물로 만들 것이다.

섹무새가 생각하는 방법 말고 나만의 방법으로.

프로페서의 제안은 존중하지만 이건 다혜와 나의 연애니까, 흔들릴 생각은 없다.

“자, 이거 받아.”

“헐! 뭐야? 갑자기 웬 꽃이야?”

“내 여자한테 꽃 사주는 게 이상해?”

“헐... 뭐야? 성현이 왜 상남자 됐어?”

“이리와.”

나는 다혜의 손을 잡아끌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아기처럼 끌어안고,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

“어...? 어? 뭐야? 왜 그래?”

“뽀뽀해달라고 졸랐잖아. 안아달라며.”

“헤... 너도 뽀뽀하고 싶었구나?”

“당연하지.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내 집에 있는데, 어떻게 참아.”

“모야? 갑자기 이상하네?”

“그래서 싫어?”

“아니!? 개짱 좋아. 꽃도 사주고. 맨날 이렇게 안아줬으면 좋겠다.”

좋다니 안심이 되네.

솔직히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상대방을 소유하거나, 소유되는 방법을 모르니까.

아카는 뭔가 위압적인 방법을 떠올린 것 같지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이런 방법밖에 없었다.

“박다혜.”

“응!”

“앞으로 질투하지마. 내 여자친구는 너고, 난 너밖에 안볼꺼니까.”

“윽!”

그냥 대놓고 말로 사랑한다고, 너만 보겠노라 계속 들려주는 거.

이런 거 밖에 모르겠다.

그러니까 부끄럽고 오그라들어도 해야지.

이렇게라도 다혜가 안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 얘기해주라~.”

“너 원래 예뻤는데, 요즘은 더 예뻐진 거 알아?”

“음~ 운동해서 그런가? 나 요즘 엉덩이 커졌지?”

“어. 설거지 할 때마다 미치겠어.”

“꺄아아아아!!”

치사량이 넘었나.

다혜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후... 부끄러움을 참으니까 되긴 되는 구나.

이제 다혜는 내게 스킨십을 조르지도 않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그저 세상 편한 눈으로 내 품에 앉아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겨우 이런 것뿐이지만... 이걸로 그녀의 소유욕이 채워진 걸까.

물어보고 싶지만 소유욕 같은 말은 설명하기 너무 어려우니까.

그냥 다혜를 안고 계속 부끄러운 말을 속삭였다.

그런데 한참이 지난 후에 다혜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우와... 진짜 효과 좋네...”

“무슨 효과?”

“아카말야.”

“아카가 왜?”

“아니... 요즘 너가 나 막 안아주지도 않고 그러니까... 아카한테 상담했거든.”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그랬더니 자기가 막 알아서 해준댔거든? 근데 진짜 이렇게 됐네. 효과 쩔어!”

“아카한테... 네가 상담했다고?”

“응! 자연스럽게 스킨십 하는 법 물어봤지렁!”

그렇다는 말은...

이거 혹시...

이중 의뢰?

이런 씨.

애정의 프로페서.

30테라의 야동과 34질의 로맨스 소설, 연애 상담 케이스만 5건을 해결한 프로 중의 프로.

너의 목적은 처음부터... 내가 스스로 다혜에게 스킨십을 하도록 만드는 거였냐.

소유욕이란 말을 흘려서 내가 다혜의 스킨십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개목걸이 같은 자극적인 물건으로 내 오그라듬의 한계선을 무너뜨린 거냐.

이게 전부 네가 의도한 거였다면...

소름이 돋는다.

“뭐였어? 아카가 뭐랬길래 이래?”

“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진짜!? 그럼 가끔씩 해주라. 이거 개짱 좋음!”

“... 일주일에 한 번만.”

“오예! 그럼 이제 뽀뽀해주세요!”

소유욕은 개뿔.

다혜의 욕망을 해소하면 스킨십이 줄어들 거라고?

이제 돌진하는 다혜를 볼 수 없을 거라고?

“다혜야.”

“응!”

“이 집 누구 거야?”

“너랑 내꺼지!”

“그럼 나는?”

“너? 당연히 내꺼지! 히히...”

다혜는 그저 스킨십을 좋아할 뿐인데.

프로페서의 술수에 넘어가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말았다.

덕분에 일과 연애를 분리하려던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언제나 팔팔 끓는 다혜에게 기름을 붓고 말았네.

하하...

당했다.

“근데 성현아. 그건 뭐야?”

“어? 이거 아무것도 아냐.”

“강아지 목줄이네? 헐... 강아지 키우게? 그땐 나만 있으면 된다며!”

“아냐 아냐. 당연히 너만 있으면 되지.”

“그럼 이거 내 거야?”

“응?”

나는 다혜에게 저걸 씌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 힘들었는데.

다혜는 아무렇지도 않게 비닐 포장을 뜯더니, 목걸이를 내게 내밀었다.

“자, 성현아 너가 씌워줘.”

정말 내가 이상한 걸까.

“어때? 잘 어울려?”

아카를 초대하면서, 어린애 둘을 잘 케어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나는 어른이니까.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둘을 이길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응... 엄청 잘 어울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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