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그룹인데 악마와 계약했습니다-96화 (96/376)

96화. 고스트라이터 (4)

마침내 퀸 오브 랩스타의 두 번째 촬영일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우슬기 매니저 대신 허인수를 대동했다.

우슬기에게 교체를 요청했더니 짜증을 좀 부리다가 마지못해 수락했다.

대충 자기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이야기였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허인수 쪽이 좀 더 사근사근한 성격이긴 한데, 결국 남자 매니저다 보니 대기실까지 따라 들어오진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대기실에 있는 동안엔 하랑 씨가 관리해 주셔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제가 밖에서 대기할 테니까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걱정하지 말고 스튜디오로 먼저 가 계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번에도 혼자서 잘했어요.”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을 지원하는 게 제가 할 일인데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슬기가 꼴사나울 정도로 고자세라면 이 수염 친구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저자세다.

시트러스밤 멤버들이 동생뻘인데도 절대로 말을 낮추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철저하게 사무적인 태도도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머슴을 자처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하랑은 대기실 앞에서 함께 기다리고 있던 백훈에게 말했다.

“후니 형, 곧 스탠바이할 것 같은데 먼저 스튜디오로 가 계실래요?”

“그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혼자 있으면 심심할 테니 인수 형도 데려가요. 대기실 앞에 매니저 세워두면 눈치 보여요. 여기 특별히 할 일 없어요.”

“아무래도 인수가 좀 깝깝하지? 인수는 우리가 다시 데려가고 새 매니저 배정받는 건 어때? 누이들한텐 여자 매니저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백훈이 능글맞게 권하자 하랑은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요. 인수 형이 우리 매니저예요. 시트러스밤 데뷔 후에도 쭉 같이 있을 거예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왕이면 사내놈들보다는 꽃순이들하고 같이 있는 게 낫죠. 안 그래요, 인수 형?”

대놓고 묻자 허인수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백훈과 하랑이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서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하는 눈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백훈이 대신 입을 열었다.

“거봐. 인수도 누이들이랑 있는 거 부담스럽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누이들이 좀 예뻐? 방방곡곡에서 예쁜 애들만 모아놨는데 장가도 못 간 인수가 얼마나 부담스럽겠어. 차라리 클라우드에 있는 게…….”

“미안해요, 형. 전 그냥 시트러스밤에 있을게요.”

백훈의 말을 끊고 허인수가 재빨리 대답했다.

클라우드로 돌아가는 건 어지간히 싫었나 보다.

아닌가? 여자애들이랑 있는 게 좋은 건가?

허인수는 얼굴이 빨개진 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등을 돌려 스튜디오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와, 허인수 이 배신자. 내가 그동안 형제처럼 대해줬는데, 단박에 여자를 택하냐? 너도 사내라 이거지?”

백훈이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허인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야, 배신자! 같이 가!”

두 사람이 떠나는 걸 확인한 하랑이 비로소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기실은 저번과 달라진 게 없다.

걸그룹 래퍼들은 따로 개인 대기실을 배정받지만, 언더그라운드 래퍼들과 루비는 하나의 대기실을 같이 사용한다.

밴시와 아리온은 언더그라운드 래퍼지만 매니저가 없는 건 아니다.

둘 다 소속된 크루가 있고, 같은 크루의 지인들이 매니저를 대행하고 있다.

여섯 명 정도의 인원이 왔다 갔다 하며 북적거리는 통에, 안 그래도 좁은 대기실이 더 비좁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엔 루비에게 호의적인 출연자가 없다.

데뷔를 하지 않았기에 걸그룹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더그라운드 래퍼도 아니다.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는 회색분자다.

함께 대기실을 사용하는 아리온과 밴시, 저 둘은 언더 래퍼지만 오버 씬을 지향하고 있다.

루비가 좀 더 영향력 있는 셀럽이었다면 대우가 달라졌겠지만,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연습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제일 먼저 걸러내야 할 인물로 판단한 것 같다.

퀸 오브 랩스타의 최후 보상인 컴필레이션 음반은 생방송 무대에 오른 4명의 래퍼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다.

저 언더 래퍼들에게는 이름도 모를 연습생과의 친목보다는 자신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컴필레이션 음반 참여가 훨씬 중요하다.

6명 중 4명.

경쟁률도 높지 않다.

내 뒤에 딱 두 명만 있으면 수익이 보장되는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먹잇감은 누가 보더라도 노루비다.

그렇기에 지금 대기실의 분위기는 냉동고에 들어온 것처럼 차갑고 삭막하기만 하다.

하랑은 다른 팀을 눈치를 살피고는 곧바로 루비에게 다가갔다.

루비는 방송 진행순서가 적혀있는 큐시트를 보고 있었다.

“후니 형하고 인수 형은 먼저 스튜디오로 보냈어요. 촬영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떨지 말고 리허설 때처럼만 해요.”

“고마워, 하랑. 아는 사람들이 눈에 밟히니까 확실히 안심되더라.”

“본 촬영 때는 저번처럼 이상한 짓거리를 벌일 수도 있어요. 디스 배틀은 리허설도 안 했으니까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아요.”

“이번엔 음원도 미리 받았는데 또 큰일이 있을라고.”

디스 랩이라고 하나 음원도 이미 받았고, 렌시아를 상대할 가사도 미리 준비해 왔다.

과거를 들먹이며 루비를 협박한, 못된 계집애의 궁둥이를 걷어차 줄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다.

“하랑아, 그런데 큐시트에 하나 거슬리는 게 있어.”

“뭔데요?”

“여기. ‘디스 배틀 파트너 결정’이라고 쓰여 있는데?”

루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을 보니 진행순서에 ‘디스 배틀 파트너 결정’이라는 큐가 잡혀있다.

진행 중간에 디스 파트너를 결정하는 요식행위가 있는 모양이다.

루비는 불안한 얼굴로 하랑에게 물었다.

“우리 상대가 렌시아 아닌가?”

“내부적으로 상대를 미리 정해놨어도, 시청자가 보기엔 좀 더 즉흥적으로 보여야 하니까 진행에 넣은 것 같아요. 제작진이 입맛대로 골라버리면 불공평하다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다 눈속임이에요.”

일단 루비가 안심할 수 있게 답을 내놓았지만, 꺼림칙한 건 하랑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고 해도 이렇게 러프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능 프로는 없었다.

유독 루비에게만 고의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생각해 보면 제작진 측에서 렌시아가 디스 배틀의 상대라고 직접 언질을 준 것도 아니었다.

“우리 연습한 것 중에 범용적으로 적용될 만한 디스 랩 있죠? 순한 맛이요.”

디스 랩을 연습할 당시, 우리는 렌시아를 적으로 상정해서 연습했다.

수도 없이 가사를 만들고 조합했다.

최종적으로 3개의 완성된 가사가 나왔는데, 비난의 강도가 약간씩 달랐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여러 형태로 디스하려고 준비한 것들이다.

디스 배틀의 목적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것이지만, 이게 수많은 시청자가 보는 방송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최소한, 이 불문율은 지켜야 한다.

렌시아가 의도적으로 나이브한 디스곡을 가지고 나왔는데, 거기다 대뜸 쌍욕으로 디스를 박아버릴 수는 없다.

상대방이 나를 살짝 밀쳤는데, 명치에 칼날을 꽂아버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속은 후련하겠지만 일반 시청자들 눈에는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머저리로 보일 거다.

렌시아는 압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이고, 루비는 인지도가 바닥인 연습생이다.

루비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돌 데뷔지, 대선배인 렌시아의 뚝배기를 깨버리는 게 아니다.

아니꼬운 일이지만 상대가 먼저 흉기를 휘둘러 줘야, 같이 망치를 휘두를 수 있는 정당성이 부여된다.

그때는 얼마든지 렌시아의 머리를 후려쳐도 된다.

그래서 우리는 3개의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순한 맛, 중간 맛, 매운맛.

이 중 순한 맛에 해당하는 가사는 상대방이 렌시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래퍼에게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한 가사다.

물론 강도가 약해서 임팩트는 떨어진다.

“디스할 상대가 렌시아가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아요.”

“그, 그래.”

어쩌면 렌시아가 루비의 상대가 아닌 게 나을 수도 있다.

다른 래퍼들은 루비의 정체를 모를 테니 과거의 상처를 꺼내서 헤집지는 않겠지.

이 방송을 계기로 잠들어 있던 루비의 안티 팬들이 우르르 튀어나오는 상황은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물론 렌시아와 붙는다면 그런 상황도 감수해야겠지만, 기세로 눌러 버릴 수만 있으면 새로 생긴 팬들이 안티 팬과 대신 싸워줄 거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 안티 팬이라는 바이러스를 상대하기 위한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백신이 인터넷에서 물고 뜯는 데 특화된 힙합 팬덤이라면 더 좋겠지.

소위 말하는 힙찔이들 말이다.

빠순이 vs 힙찔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현재로선 이독제독(以毒制毒)이 최선이다.

-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나서 스태프가 슬그머니 대기실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퀸 오브 랩스타, 래퍼분들 스탠바이하실게요.”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렌시아가 디스 배틀의 상대로 나오면 계획대로 진행하고, 아니더라도 당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루비가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앞으로 손을 내밀었고, 하랑이 그 손을 붙잡아 루비를 일으켜 세웠다.

* * *

비상계단에 쪼그려 앉은 가나는, 하랑의 전화번호를 띄운 휴대폰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 걸기’ 버튼을 누를 용기만 내면 된다.

하랑에게 루비가 상대할 디스 배틀의 상대가 렌시아가 아니라는 말만 전하면 된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설명하려면 렌시아의 랩 가사를 대신 써줬다는 것도 밝혀야 한다.

“그냥 거절했으면 됐잖아, 이 멍청아…….”

가나는 결국 루비의 디스곡을 만들어 렌시아에게 보내고 말았다.

노루비가 어떤 아픈 일을 겪었는지 다 알았으면서 가사를 만들어 보냈다.

‘은영아, 네가 데뷔를 못 하는 것보단 낙하산으로 들어온 노루비가 데뷔를 못 하는 게 낫지 않아?’

‘사람들이 궁금해하더라. 시트러스밤의 박가나가 누군지. 어디서 튀어나온 연습생인지 짐작도 못 하던데?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참았어. 아끼는 동생이 데뷔한다는데 재를 뿌릴 순 없잖아.’

‘작업실 하드에서 내가 뭘 찾았는지 아니? 연습생에 지원하려고 찍은 네 프로필 사진들이 있더라. 그러고 보니까 옛날에는 이렇게 포동포동했었지? 푸훕! 이 포즈는 뭐야? 설마 이거 예쁜 척하는 거야? 풉! 나 혼자 보기 아깝다, 진짜.’

과거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아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겁에 질렸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생각이 짧아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관조하지 못했다.

빨리 연습생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자비로 프로필 사진을 찍었고, 그걸 작업실 하드에 저장하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

영원히 덮어두고 싶은 과거였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항상 혐오에 찬 시선을 받았고, 불친절한 대우를 받았다.

그 치욕스러운 과거의 한 조각이라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게 싫었다.

류하민을 만난 이후에 곧바로 그루밍을 관뒀다.

연습생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탄로 날까 봐 무서웠다.

동시에 진짜로 데뷔를 해서 류하민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열망도 생겼다.

그게 가나를 변화시킨 원동력이었다.

지독할 정도로 굶고, 하루에 12시간씩 운동을 해서 살을 뺐다.

습관적으로 굶고 토하다 보니 거식증까지 생겼다.

급격한 체중 감소로 인해 늘어진 피부를 잘라내고 재건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과거를 지우려고 이름도 개명했다.

하지만 불행한 과거는 여전히 가나를 따라왔다.

그루밍이 아닌 레몬에 들어온 이후에도.

항상 입지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탓에 과시욕까지 생겼다.

불행한 과거에 대한 보상심리로 인해 그루밍의 연습생이었다는 거짓된 사실을 떠벌리고 다녔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통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엔 생각 없이 과거를 꺼낸 것에 대해 후회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인 것을 보고 난 뒤에는 습관성이 되어버렸다.

과거가 밝혀질까 불안해하고, 불안하니까 과거를 꺼내 과시하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결국, 과거의 망령이 찾아와 잊고 싶었던 유령을 다시 깨웠다.

고스트라이터라는 유령을.

“우우웁!”

헛구역질이 난다.

먹은 게 없으니 토해낼 것도 없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노루비 역시 자신과 같은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이다.

과거의 망령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늘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를 내가 살자고 절벽에서 밀어버렸다.

스스로가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다.

“우웁!”

되돌릴 수 있을까?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닐까?

가나는 항상 당당했던 하랑을 떠올렸다.

하랑은 이미 한번 가나를 구해준 적이 있었다.

욕실에서 기절한 가나를 구하려고 문을 부수고, 다친 손으로 병원까지 업고 달렸다.

심지어 가나가 입원했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도 않았다.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결정에 망설임이 없었다.

이젠 가나가 누군가를 도울 차례다.

이마저도 안 하고 지나가면 정말로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릴 것 같다.

가나는 눈을 질끈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한 번의 벨 소리가 채 울리기도 전에 하랑이 전화를 받았다.

- 가나 언니?

하랑의 목소리 뒤로 나지막하게 힙합 비트가 울리고 있다.

이미 촬영이 시작된 모양이다.

가나는 마른침을 억지로 삼키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랑, 잘 들어. 루비 언니, 디스전 상대. 렌시아가 아니야.”

- 네? 갑자기 무슨…….

“밴시. 언더 래퍼 밴시랑 붙게 될 거야.”

- 잠시만요. 그걸 가나 언니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썼으니까. 루비 언니 디스곡.”

-…….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했는지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침묵이 불안했던 가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렌시아 랩하고 노래. 내가 쓴 거라고. 오늘 밴시가 가지고 나올 디스곡도 내가 썼어.”

여전히 수화기에서는 대꾸가 없다.

하랑의 침묵이 이어지고, 힙합 비트만 나지막하게 들려올 뿐이다.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좀 더 빨리 고백했어야 했는데…….”

- 박은영.

“…….”

이번에는 가나의 말문이 막혔다.

버렸던 이름이 하랑의 입에서 튀어나올지는 몰랐다.

- 류하민하고 커피도 마시고 작업도 했다던 그루밍 연습생.

“너? 그걸…….”

- 지어낸 말인 줄 알았는데…….

수화기에서 넘어오는 낮은 읊조림에 가나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 고마워요. 지금이라도 이야기해 줘서.

“너, 내 옛날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 지금은 좀 바빠질 것 같으니까 숙소로 돌아가거든 이야기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랑과의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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