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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불괴 대채주-62화 (62/218)

62화 지법을 겨루다

육소봉은 강대력이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자신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을 대체로 재미있는 사람으로 여기긴 했다.

이런 재미있는 사람들과 적대 관계를 이루지 않았기 때문에, 육소봉은 강호에 친구가 많았다.

육소봉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기라……. 무슨 내기를 할 건가? 혹시 자네도 내 두 손가락을 노리나? 서문취설이 그의 손과 내 손가락 두 개를 바꾸고 싶다고 한 적이 있네. 하지만 나는 내 손가락을 건 내기에는 뛰어들지 않아. 자네도 내 손가락을 취하려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게.”

강대력이 웃으며 말했다.

“육소봉, 자네는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군. 나는 자네의 두 손가락을 취하는 데는 관심이 없네. 그렇지만 자네의 두 손가락이 천하에 둘도 없는 손가락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 목도인(木道人)조차 자네의 두 손가락이 어쩌면 엽고성(叶孤城)의 천외비선(天外飞仙)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건 목도인이 나를 추켜세우려고 하는 말일세. 엽성주의 일격이면 육소봉이 아니라 육사(死)봉이 될 거네.”

잠시 육소봉의 이야기를 듣던 강대력이 자신의 조건을 꺼냈다.

“이만하면 서로 뜻은 털어놓은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는 자네와 지법을 겨루고자 하네. 자네가 이기면 원하는 사람들을 넘겨주겠네. 만약 내가 이기면 말이야, 자네의 지법에 대해 설명해주게나. 어느 쪽이든 자네를 난처하게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하겠네.”

그러나 지금까지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대력이 육소봉에게 내기를 내민 것 자체는 크게 의외는 아니었다. 정면 승부로는 강대력이 아직 육소봉을 감당하기 어려워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소봉이 가장 선호하는 지법을 겨루자는 제안은 상당히 의외였다.

육소봉 정도의 인물에게 강대력이 최근 쌓아올린 강호의 명성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의 눈에 강대력은 그저 재미있는 사람에 불과했다.

강대력은 상석에서 내려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네.”

우웅.

강대력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는데도 강대력의 옷자락이 휘날렸다.

육소봉은 강대력이 뿜어내는 기운을 보고 크게 놀랐다. 어느 새 그의 입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육소봉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보통 내기가 아니군. 하마터면 방심할 뻔했지만, 강 채주의 공력도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강대력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럼 시작할까.”

강대력은 말을 마치며 손가락으로 술병을 툭 건드렸다.

촥.

술병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강대력이 조금 전에 잠재점을 소모하여 습득한 일양지의 위압이 터져 나왔다. 술병에 담겨 있던 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육소봉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강대력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말했다.

“칼로 물을 베어도 물은 더 빠르게 흐를 터이나, 육 대협의 영서일지(灵犀一指)라면 이 술을 잡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육소봉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력이 대단하군. 그러나 이렇게 좋은 술을 낭비해서야 쓰나? 내가 잡지 못하면 큰 낭비가 아닌가?”

육소봉은 갑작스런 상황에도 뒷걸음치기는커녕 마치 학이 춤을 추는 것처럼 우아하게 두 손가락을 내밀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양지의 힘을 받아 빠르게 날아오던 술이 육소봉의 손가락 힘에 이끌어 휘어졌다. 마치 육소봉의 두 손가락에 제압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술은 그의 손가락을 타고 입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하하하, 술맛이 좋군. 내기의 힘이 묻어 있어 더 맛있는 것 같네.”

육소봉은 덤덤한 미소를 지었다가 곧 몸에 힘을 끌어올렸다. 그의 몸이 마치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돌진하더니, 두 손가락이 강대력의 급소를 향했다.

강대력은 몸의 중심을 앞으로 두며 힘을 끌어올렸다. 하늘을 가득 메운 듯한 손가락이 강대력을 덮쳤다. 눈앞에서 새하얀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전광석화 같은 공세에 강대력은 내심 혀를 찼다.

‘역시 육소봉이야. 속도로 밀어붙이면 승산이 없어. 차라리 힘으로 강경하게 맞서는 게 낫겠어.’

강대력은 짧은 순간 판단을 마쳤다. 그가 괴성을 지르자 그의 몸에서 내기가 잔물결처럼 흘러 나왔다.

강대력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면서 순식간에 청금색으로 변했다.

강대력은 자신을 향해 날아온 육소봉의 공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되받아쳤다.

“받으시게!”

강대력의 몸에서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내력이 터져 나와 육소봉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흑풍채 채주. 정말 과감하군.’

육소봉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의 지법 앞에서 이렇듯 죽자 살자 덤벼드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육소봉이 어쩔 수 없이 공세를 거두고 강대력의 공격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궤도를 바꾼 그의 두 손가락은 마치 횡포한 검처럼 강대력의 일양지를 손쉽게 무너뜨렸다.

육소봉이 대응하는 사이, 강대력은 한 발 더 가까이 접근했다. 강대력의 내기로 가득 찬 손가락이 육소봉의 얼굴을 향했다.

육소봉이 굳은 얼굴로 몸을 물렸다. 그 순간, 육소봉의 두 손가락이 커다란 호를 그리며 강대력의 식지와 맞붙었다.

강대력은 순간적으로 식지의 감각을 잃은 것처럼 느꼈다. 강대력의 두 손가락은 육소봉의 손가락 사이에 꽉 끼여 미는 것도 안 되고 빼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강대력의 공격과 육소봉의 거리는 불과 세 치 정도 남은 상태. 그러나 육소봉의 손가락 사이에서 강대력의 구양 내기를 응집한 일양지가 제압되었다.

강대력은 상당히 크게 놀랐다.

‘뭐야! 구양 내기를 담은 일양지가 이렇게 허무하게 제압된다고?’

육소봉은 보조개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일찌감치 이 결과를 예상한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자신의 두 손가락 힘에 놀란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흑풍채의 채주 강대력도 육소봉의 지법을 넘지 못했다.

“흑풍 채주, 조금 전 공격은 대리단씨의 일양지 아닌가? 배운지는 얼마 안 된 것 같군. 대단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나를 넘을 순 없네.”

강대력이 육소봉을 보더니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절맥단혼(截脉断魂). 맥을 끊고 혼을 자르다니. 육 대협의 영서일지는 과연 명불허전이군. 일양지로도 밀어낼 수 없다니, 정말 놀랍군.”

지금의 강대력은 지법으로 금과 옥을 부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거대한 바위를 깨버리는 것도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육소봉의 두 손가락 사이에 꽉 끼이자, 옴짝달싹 못할뿐더러 손에 감각까지 잃을 지경이었다.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흑풍채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강대력이 육소봉이라는 이름난 대협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들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있었다.

흑풍채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채주가 기적을 이뤄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강호의 세계는 음험했지만 또 한 편으론 매우 공평했다.

재능과 실력이 있는 사람만이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육소봉의 명성은 강대력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강대력은 육소봉을 넘어서지 못했다.

육소봉이 보조개를 보이며 환하게 웃고는 두 손가락을 내리며 말했다.

“승부가 갈렸으니, 강 채주도 본인의 말을 지키시게.”

강대력이 웃으며 말했다.

“육 대협, 너무 앞서나가지 말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순간, 강대력은 주저하지 않고 스테이터스에 남아 있던 잠재점과 수위점을 소모해버렸다.

강대력의 구양신공이 1경에서 2경 초입 단계에 이르렀다. 동시에 그의 내기가 폭등했다.

순간적으로 육소봉도 놀랄 정도의 뜨겁고 매서운 기세가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들끓었던 화산이 폭발하면서 나온 뜨거운 기운이 강대력의 손가락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같았다.

스윽.

육소봉이 제압하고 있던 강대력의 손가락에서 강력한 내력이 솟구쳤다.

육소봉이 화들짝 놀랐다.

‘내기가 이렇게 강해지다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던 강대력의 손가락이 어느새 강력한 용과 같이 변해 있었다.

육소봉의 얼굴이 한껏 상기되었다. 이대로는 그의 두 손가락이 강대력의 공격을 잡아두지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판이었다.

육소봉은 두 손가락의 내기를 폭발시켜 강대력의 손가락을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우르릉.

두 사람의 대결이 치열해지자 공기가 진동하고 발바닥이 뒤로 밀리면서 먼지를 일으켰다.

육소봉의 안색이 굳어졌다.

‘……젠장!’

위기임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손가락을 뗄 수도 없었다.

강대력과 육소봉의 내기가 서로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손을 떼는 사람이 치명상을 입는 상황이었다.

육소봉은 진땀을 흘렸다.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채에 이처럼 실력이 뛰어난 괴짜가 튀어나올 줄은 누가 알았으랴.

겨우 한 순간 방심했을 뿐인데, 이렇게 궁지에 몰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육소봉은 몹시 크게 놀랐다.

하지만 놀란 건 강대력도 마찬가지였다.

강호에서 육소봉의 무공 실력은 막강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었다. 영서일지라는 강력한 절기가 있었고 경공술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기는 다른 고수들보다 약간 뒤떨어져 있었다.

이 점이 바로 육소봉의 약점이었고, 강대력의 모든 대응은 이 점을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일부러 끌고 간 내기 대결에서 육소봉은 강대력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주었기에 좀처럼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강대력은 구양신공이 2경을 돌파하면서 단숨에 내기가 3,000점까지 상승했다.

이 정도의 내기는 과거 강대력이 강기경에 있을 때의 내기와 비슷했다. 게다가 구양신공을 통한 내기의 위력은 보통의 내기보다 훨씬 강력했기에, 지금의 강대력은 당시의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 역량을 지녔을 터였다.

그런 강대력이 전력을 다했지만 육소봉과 접전을 벌일 뿐 도저히 우세를 점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실력에 경악하는 사이, 각자의 내기는 이미 현관(玄关)을 지나고 있었다.

각자의 육근(六根)과 십맥(十脉)이 모두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강대력은 스테이터스에 나타난 제시어를 바라봤다. 그제야 두 사람이 지금 소문으로만 듣던 쇄관(锁关) 상태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공을 겨룰 때는 간혹 위험한 현상이 동반할 수도 있었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두 사람의 공력이 같을 때, 기운은 현관을 넘어 육근과 십맥을 봉쇄하는 쇄관 상태에 들어선다.

어찌되었든 두 사람이 서로의 육근과 경맥을 봉쇄했으니, 잠시 동안 위험을 벗어났다고 해도 무방했다.

육소봉이 식은땀을 흘리며 쓴웃음 지었다.

“강 채주의 내기가 정말 놀랍군. 이렇게 하지. 이번 대결은 자네가 이겼네. 그러니 여기까지 하는 게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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