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별 후 월드스타-102화 (102/165)

제102화

102화 – 자신의 이름으로 우뚝 서는 것

[실시간 홍대 거리 박동하]

누군가가 올린 게시글.

해당 게시글은 일파만파 퍼져,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이들이 홍대로 몰려들게 만드는 기적을 보였다.

여학생과 나란히 서서 찍힌 사진.

자세히 보니, 그녀는 동하의 제자라고 했던 한솔이었다.

그녀의 라이브는 여성판 동하를 보는 것 같다면서, 칭찬의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 잊혔던 한솔의 존재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동하와 비슷한 루트로 가닥을 잡았는데, 인플루언서가 먼저 되는 걸 꿈꿨다.

생각보다 그녀의 노래가 대단했기에.

“선생님, 이거 깜짝 이벤트에요?”

“응. 맞아. 놀랬지?”

“네…… 혼자 노래하는 거 생각보다 떨리고 좋네요. 헤헤.”

잠시 만담을 가지는 동안,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

동하는 이때야말로 한솔의 곡을 선보일 때라 여겼다.

“끝나면 요 앞에 있는 카페로 와. 거기서 차 타고 뒤풀이하러 가자.”

“네!”

“마지막 곡은 네 곡으로 불러.”

한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집에 있는 엄마가 생각났다.

만약 엄마가 이 노래를 들으면 무어라 할까?

생각이 깊어졌다.

엄마는 참 이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험악한 말과 행동이었지만 바르게 크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받았던 고통과 상처가 없어지는 건 아니었으니, 참으로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솔은 진짜 마지막 곡을 부르기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사람들은 한솔의 마지막 곡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동하가 칭찬을 마구 퍼부어주었기 때문에,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완벽한 무대를 선보여야 가수라고 할 수 있겠지.

‘선생님. 이 노래, 진짜 잘 부를게요.’

그녀에게는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 반드시 여태 불렀던 노래보다 훨씬 잘 불러야 한다.

MR이 흘러나왔고, 전주가 끝났다.

한솔은 지난날을 떠올리며 첫 소절을 입에 담았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노래.

자신의 인생을 담아 음표를 그렸고, 자신의 인생을 담아 가사를 붙인 노래였다.

그녀에게 가족이란, 상처뿐인 단어였다.

만약 지금이라도 관계가 좋아진다면, 옛날을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잘 부르네.”

“그러게요. 연습할 때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죠?”

“네. 의외로 한솔이가 무대에 강한 타입인가 봐요.”

“저게 진짜 한솔이의 목소리죠. 제가 생각한 거랑 똑같네요.”

동하는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이 맛에 프로듀싱을 하고, 가수를 키우고 배역을 내보내는 거구나.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저렇게 멋지게 노래를 부르니, 스승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저 감동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쳐다보는 관객들을 보라.

한솔은 지금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 가수로 성장했다.

이제 슬슬 정식 데뷔까지 해도 괜찮겠지.

“슬슬 데뷔할 때 됐네요.”

“정말요? 이야…… 엄청 빨리 데뷔하네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OST도 하나 만들어 주려고요. 이번에 하는 사업에서.”

“아…… 좋네요. 진짜 동하 군단 만들려고요?”

지아는 은은하게 들리는 음악을 배경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회사에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동하를 위해서 완성되는 팀.

동하를 독립적인 법인으로 빼냄과 동시에 투자자가 되는 것.

이덕만 대표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동하에게도 SS엔터에게도 나쁘지 않을 그림.

동하는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었으며, 모든 것을 자신 뜻대로 그려 나갈 수 있었으니.

지아 역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들어보죠. 이제 클라이맥스에요.”

“네.”

두 사람은 잡담을 그만두고 한솔의 노래를 마저 감상했다.

애절함, 그리움, 막연한 두려움.

딸, 아들에게 어머니란 참 커다란 존재였다.

자녀들에게 어머니란, 인생을 배우는 존재이자 어른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이들이었다.

한솔은 그런 어른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 왔었다.

그녀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지난날의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까?

답은 이 노래를 부르며 그녀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동하는 노래의 큰 틀을 그렇게 짰다.

어른이 되어, 어른이 되어가는 어머니를 다시 바라보는 이.

한솔은 어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그간 많은 생각을 해 왔겠지.

“저도 엄마 생각나네요. 일찍 돌아가셔서 별로 기억은 없지만.”

“많은 이들이 어머니를 떠올리겠죠.”

“노래 진짜 잘 부르는데요? 동하 씨 순위가 위험한 거 아니에요?”

“하하, 저도 2집 앨범 내면 되는데요 뭐.”

동하는 아직도 빌보드 차트 순위에, 그것도 10위 안에 주된 곡이 올라가 있었다.

구원은 여전히 1등.

몇 주만 지나면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는 대기록이 완성되지.

국내 차트 역시 계속해서 1~2위를 왔다 갔다 하는 중이었다.

한솔의 곡은 국내 한정으로, 그런 동하의 곡을 위협할 수준의 완성도를 지녔다.

특히 그녀의 매력적인 음색이 방점을 찍으며, 사람들을 감정의 소용돌이로 이끌었다.

노래가 모두 끝났을 때, 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

작지만 오래 가는, 여운이 느껴지는 리액션이 쏟아졌다.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하은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씨…… 진짜 엄마 노래는 치트키 아니야?”

옆에 있던 민서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이자 한솔의 친구라고 소개한 하은은 성격도 참 좋아 보였다.

뮤직 피트.

지금 연습생들에겐 꿈과도 같은 선배님이자, 현실적인 롤모델이 된 그룹.

그곳에서 메인 보컬로 활동하는 하은에게 저런 반응을 이끌어내다니…….

‘한솔이 너무 잘 됐다.’

민서는 순수하게 웃으며 친구를 축하해 주었다.

버스킹은 성공적으로 끝냈다.

훗날, 홍대의 여신으로 불리는 한솔의 무대였다.

* * *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나 앨범 빨리 내야 할까 봐. 요즘 쟁쟁한 후배들이 많네.”

“감사합니다. 재밌었어요. 또 하고 싶을 정도로…….”

한솔은 윤익의 카페에 모여 간단한 강평 중이었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대단한 선배 가수들이 모여 있었다.

동하, 나유, 윤익…….

하은도 있었고, 친구인 민서까지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뿌듯한 기분이 들어, 연신 웃음을 매달고 있었다.

감동받은 관객들의 표정은 뇌리에서 평생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었다.

버스킹.

왜 동하가 처음에 그렇게 버스킹을 나가려 했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도 나가보고 싶어요. 거리 노래방이었나?”

“아, 그러고 보면, 요즘도 하나?”

“그럴 거예요. 심심할 때마다 챙겨보고 있거든요.”

하은이 말했다.

오, 아직 하고 있었구나?

그런 좋은 콘텐츠를 버릴 순 없겠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싶긴 했다.

벌써 짤방이나 게시글, 사진, 영상 등이 인터넷에 잔뜩 퍼져 있었다.

거리 노래방까지 나간다면,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수 있겠지.

“이제 슬슬 데뷔해야지?”

“네. 오늘 버스킹하면서, 더 큰 무대에도 서 보고 싶었어요.”

“잘 생각했어.”

“좋은 결과 응원할게요.”

선배 가수들의 응원은 그녀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민서가 그녀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한솔은 도와준 친구에게 꼭, 보답하리라 다짐했다.

“나도 나중에 꼭 도와줄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 번은 도와준다.”

“히히 정말?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자극 팍팍 되던데?”

“참 긍정적이라 좋단 말야. 연습 더 빡세게 하자.”

“좋아.”

동하는 두 사람이 이야기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빛을 전달해주는 모양새를 발견했다.

이런 현상은 또 처음인데,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 같았다.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나는 한 쌍이라니.

선의의 경쟁자로서, 좋은 친구로서 자라날 가능성이 높은 관계였다.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바라본 동하는 민서에게도 말했다.

한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무기를 들고 있어야겠지.

“민서라고 했죠? 연습생 생활은 어때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요즘 아이돌 판도 어려운 것이 맞죠. 언제 한 번 대표님이랑 연락해서, 도와줄 수 있으면 해 볼게요.”

“와, 와아-, 저, 정말요?”

민서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그와 동시에 언뜻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소속사의 동의 없이 이런 인맥을 쌓는 것.

그 부분에 대해서 걱정하는 거겠지.

동하 역시 그녀의 고민을 읽어냈다.

그런 건, 다 방법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값을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적절히 이용할 땐 이용해줘야겠지.

“소속사에도 저랑 인연이 닿는 것에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진 않을 겁니다.”

“맞아. 동하 선생님이랑 아는 연습생? 무조건 대우해야지.”

“곡도 받아 올 수 있으면 최고 아닌가? 어쨌든, 민서 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친구인 한솔과 하은 역시 맞장구쳐주었다.

그렇게, 새로운 인연이 싹텄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솔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만 있으면 좋을 텐데.

그녀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그녀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 * *

동하의 하루하루는 바쁘게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한창 작업실에서 음악들을 다듬고 있을 때, 다인이 직접 찾아왔다.

오늘도 바쁘게 움직였는지,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적당한 움직임은 활력을 준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동하는 다인을 맞이했다.

“방해한 거 아닌지 모르겠군요.”

“아닙니다. 저도 조금 쉬려고 했어요.”

“다행이네요. 혹시 이번에 개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나요?”

“네. 알고 있죠.”

성민으로부터 들어, 본래 한솔을 내보내려 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이제 그녀가 제법 유명해져서 오디션에 나가는 것보다 바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이득이라 판단해 방향을 틀었던 그 프로그램이었다.

힙합 경연과 더불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라는 건 아닐 테지?

왜, 프로그램 짜는데 자문이 필요한가?

아니면 공연이라던가.

동하는 궁금증을 담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쪽에서 심사위원으로 동하 씨를 섭외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떤가 싶어서요.”

“아…… 심사위원으로요?”

“네. 동하 씨 입장에선 대선배 가수분들이 같이 심사를 보시니까, 인맥도 쌓을 겸 다녀오시는 건 어때요?”

“재밌겠네요.”

다인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캐릭터를 정립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무대일 것이다.

심사위원이니 예능이나 개그 쪽 이미지 소모도 막을 수 있으면서 방송에 얼굴을 비출 수 있었으니.

무엇보다 심사위원이 가지는 포스는 또 다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면, 2집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물론, 그것도 동하가 잘 이끌어 나갔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설마 그가 사고를 치겠냐는 생각이 들어, 다인은 선뜻 그에게 제안한 것.

작가와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를 정립하겠지.

여러모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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