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157화 – 그래도 너희가 손해일걸?
중국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사실이 퍼졌다.
그들은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를 써 내려갔다.
모든 것이 꽌시로 이뤄진 시장.
사람들끼리 엮인 나라는, 결국 아는 사람들 위주로 돌아가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철저하게 외부 사람들을 배제하는 문화.
자국이 최고라는 문화가 오랜 시간 자리했기에 자연스럽게 기사 내용도 그쪽으로 흘러갔다.
괘씸하지 않은가.
감히, 소국의 스타라고 하는 이가 대륙의 제안을 무시해?
“더 자극적으로 써.”
“이것보다 더요?”
“그래. 아주 악랄한 놈으로 만들라고. 알았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요?”
그 소리를 들은 상관이 들고 있던 서류철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때 당한 모욕과 치욕.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이미지를 끌어내려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하라면 빨리빨리 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예. 알겠습니다.”
“건방져서는……. 본때를 보여줘야 해, 아주.”
“그런데, 진짜 박동하가 그렇게 무례했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그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아주 구구절절하게 떠들었다.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마치 웅변하듯 열변을 토했다.
말만 들어서는 정말 어디서 맞고 온 사람처럼 억울하게 보였다.
“당연하지! 중국어 좀 할 줄 안다고 아주, 유세란 유세는 엄청 떨더군!”
“정말입니까!?”
“그래! 아주 따박따박…… 아무 연고도 없는 놈이 말이야. 그런 건방진 새끼는 다시 대륙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격노하는 상급자를 본 기자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신의 승진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아주 독하게 써야겠다.
그렇게 마음먹고는 상사가 시키는 대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지면, 자연스럽게 동하의 이미지는 엄청나게 떨어질 터다.
중국에서 큰 공연은 물론, 자잘한 행사도 나오지 못하겠지.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상상 이상이라는 걸 생각하면, 큰 손해를 볼 것이라 생각했다.
“다 썼습니다. 한 번 봐주시겠어요?”
“그래 어디…… 오, 그래. 이 정도는 써 줘야지! 잘 썼어!”
“그럼, 이대로 올리겠습니다.”
“오탈자 검수 제대로 하고. 알겠지?”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SNS나 뉴스에도 비슷한 기사가 나갈 것이다.
중국 전역에서 상품도 판매할 수 없겠지.
중국인들의 마녀사냥은 언론에서도 무서워할 정도였으니까.
“박동하…… 너는 이제 중국의 힘을 맛보게 될 거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상급자의 모습은, 무언가를 깊게 바라는 눈빛이었다.
그것은 월드 스타의 추락.
마침,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스타가 있었으니까.
“이제 박동하, 그 자식이 지면 우리 애가 뜨겠지. 조만간이다.”
사람들은 이제 한국이 아닌, 중국을 바라볼 것이다.
라이징스타가 대기 중이었으니까.
* * *
“준비됐어요?”
“네. 근데 이 녹음기, 상당히 좋네요.”
“그렇죠? 제가 미국에서 파티에 다녀온 이후로 좋은 거 알아봤거든요.”
이곳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경기장을 협찬받은 동하의 팀은 근처에서 묵으며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지아는 홍보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그들이 지금 하는 일은 바로 동하를 위한 기사 작성이었다.
이미 SNS 작성은 끝났고, 유튜브 촬영도 마쳤다.
중국인들의 극성이야,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그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저희도 인터뷰랑 영상 찍은 것도 확보했고……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네요.”
“보이콧 기사도 같이 썼죠?”
“그럼요. 많은 연예인들이 참여할 겁니다.”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 역시 꼼꼼하게 챙겨왔다.
어차피 보이콧할 거라면, 확실히 하자는 것이 동하의 주장이었다.
이제 서로 안 볼 사이이니, 그냥 모든 패를 다 까겠다는 마인드랄까.
지아는 중국을 상대로 진흙탕 싸움을 불사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다신 안 볼 생각이었으니까.
“어? 지금 기사 떴어요.”
“중국에요?”
“네. 웨이보에 떴네요.”
웨이보는 중국의 대표적인 SNS였다.
그곳에 정보가 올라오면 대륙 전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으니,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곳에 대서특필했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동하 측도 바로 대응에 나섰다.
웨이보가 아닌, 구글이나 다른 매체에 떡하니 쓰레기통 피드를 만든 것.
이 모든 것은 동하가 직접 계획한 것이었다.
“중국 애들도 생각이 있으면 두 패로 나뉘어 싸우겠죠.”
“그러게요. 자연스럽게 투기장이 만들어지긴 하겠네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본질은 잊고 서로를 공격하게 될 거예요.”
거기다 완전한 보이콧을 선언하게 된다면, 중국과는 영원히 안녕이라는 거지.
중국인들이 그런다고 동하의 굿즈를 사지 않거나 노래를 듣지 않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소비하겠지.
다만, 중국과 공식적으로 협약을 맺지 않았으니 불법으로 들어오는 것이고.
동하는 거기까지 생각하여 과감하게 일을 저질렀다.
그래서, 이제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동하 씨에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공연 준비에 힘을 쏟으라고 전해줘야겠어요.”
“알겠습니다.”
“우리들은 우리들대로 힘내 봅시다.”
“네!”
동하의 명성이 곧, 엘루즌의 명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번 싸움은 절대 패배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기사가 나온 지 약 3시간.
온라인으로 대첩 아닌 대첩이 펼쳐졌다.
* * *
[박동하 사건 봤음? ㄹㅇ 소신 있더라]
[맨날 인성 좋다고 소문나서 순둥인 줄 알았는데, 전에 고소 사건도 그렇고 들이받을 땐 빠꾸 없네;;ㅋㅋㅋ
너희들도 가서 봐라 중국인들끼리 싸우는 거 꿀잼이다.
아, 중국어 번역 못 하면 어쩔 수 없고 파파X 돌려 봐.]
링크가 하나 걸렸고, 그곳에 다녀온 이들은 모두 동하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국과 중국 사이는 좋게 말해도 원수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댓글 달고 옴 ㅋㅋ
-아주 지들끼리 난리던데 ㅋㅋㅋㅋ 개 꼬시다.
-아니 싸울 거면 중국에서 싸우라고 아.
-진짜 박동하는 전설이다.
-어떻게 저렇게 빠꾸 없이 말하지? 아예 계약서 내용도 올려놨던데.
당연히 한국 사람들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한국 출신의 가수가 언제 저렇게 중국에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반응했는가.
당연히 모든 반응이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 이상한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 대부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으로 판명되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격렬한 공격을 예상한 것과 달리, 자기들끼리 두 패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이들.
중국에서의 공연을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소식을 접했다.
“……대체 어떤 새끼가 계약서를 그딴 식으로 썼지?”
“그게…….”
“대체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따위로 일하는 놈이 있어-!”
콰앙-!
대표의 일갈과 분노가 사무실에 휘몰아쳤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더불어, 이번 공연은 중국 당원들 중에서도 기대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이들의 기대까지 완전히 박살 낸 것.
당연히 책임자인 자신에게 칼이 들어오겠지.
밑에 있는 이들에게 믿고 맡겼던 것이 잘못된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당장 데려와!”
“네, 네 알겠습니다.”
중국에서도 비상이 떨어졌다.
* * *
시간은 계속 흘렀고, 중국은 어떻게든 다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동하 측은 묵묵부답.
덩달아 중국 팬들은 가까운 중국의 엔터를 직접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댓글도 별로 안 달리네요.”
“그러게요. 생각보다 효과가 너무 좋은데요?”
“이렇게까지 잘 먹힐 줄 몰랐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어요?”
동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본능적으로 그러리라 생각한 거지, 빡빡하게 계산하고 행동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이길 싸움이기도 했고.
“아, 그리고 오늘 공개된대요. 월트사의 신작 시리즈.”
“정말요?”
“네. 반응이나 확인해보죠.”
“좋아요.”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쁠 때, 드디어 광고를 뿌렸던 월트사의 TV 시리즈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동하 역시 과연, 월트사가 잘 만들었는지 궁금했기에 보기로 했다.
어쩌면, 진짜 앞길을 막아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으니.
자카르타 역시 호텔과 TV는 잘 되어있는 편이었다.
호텔 측과 얘기해, 어플은 따로 설치해 둔 상황.
요즘은 정규 채널보다 이런 OTT와 협약을 맺는 것이 훨씬 돈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어디, 보자고요.”
TV 시리즈는 월트사의 자랑인 히어로 시리즈였다.
한 남성이 절망적인 일을 겪은 뒤, 히어로로 각성한다는 내용.
설정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첫 장면부터 백인에 의해서 흑인인 주인공이 공격당하는 걸 보고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그래, 뭐 서양 영화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누군가를 공격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났다.
동하는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지아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오, 저 배우 쓰는구나.”
“왜요?”
“저 배우, 엄청 유명하잖아요. 인권 운동가로.”
“그래요?”
그러고 보니, 특정 인종이 선한 쪽에 몰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할렘이나 아프리카, 뭐 그런 쪽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설정이겠지만, 이건 아니지.
무대는 뉴욕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었으니까.
지아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안 봐도 비디오였다.
스토리는 좋지만, 결국 논란은 피해 갈 수 없을 수준.
감독과 배우,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찍었는지 모를 시리즈였다.
“텄네, 텄어.”
“저는 계속 볼게요. 이런 거라도 보면서 쉬면 좋겠죠. 분석도 하고.”
“그럼, 저는 중국 쪽을 더 지켜보겠습니다.”
“부탁할게요.”
지아는 동하가 괜히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배려해주었다.
아무리 이기는 싸움이라도, 공격당하면 상처 입는 건 똑같았으니까.
그는 월드 스타.
언제나 밝은 곳에서 사람들을 향해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주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 이거 보세요.”
“응? 참치 님이네요.”
“저번에 우리 영상도 분석하셨더라고요. 이번에는 아예 라이브로 후기 말씀하시나 본데요?”
“오, 저도 조용히 들어가서 보겠습니다.”
동하는 장르를 바꾸었다.
벌써 1화를 보고 온 유튜버 참치는 1천여 명의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중이었다.
라이브 방송에 들어간 동하는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해, 그의 목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이야, 아주 난리 났더라고요. 저한테 그렇게 광고를 때려놓곤, 제대로 통수를 때렸어요. 정말이지, 진짜 실망했습니다.”
“흐음.”
동하는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참치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진짜, 이제 월트사 광고는 안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시청자들에게 죄송해서 못 받겠더라고요.”
동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월트사는 절로 침몰하는 중이었다.
자신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면 그뿐이라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