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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프롤로그
한강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이민혁은 그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담배를 베어 물었다.
새삼 지난 기억이 쭉 떠올랐다.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기업인 오성SDS에 입사한 거다. 그 때만 해도 한창 힘든 시기인 터에,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다.
부모님이 그렇게 좋아하던 모습은 처음이었다.
다만 당시 벤처 열풍이 문제였다.
이민혁은 이때만 해도 경력도 없고 해서 버티려고 했다.
불행히도 줄을 잘못 섰다.
본의 아니게 분사된 회사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민혁은 이 때문에 직장 상사와 많이 싸웠다. 왜 자신이 오성SDS에 남겠다고 했는데, 그걸 받아들여주지 않느냐고 했다.
‘너무 대기업의 안정성을 믿었어.’
시작이 꼬이면서 새로 설립된 메이버에서 직장 상사에게 완전히 찍혀버렸다. 더욱이 그가 초대 사장이 되어버렸으니, 그 다음은 말도 못한다.
사사건건 교묘하게 시비를 거는 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민혁은 당시 경력이 없는 터라 어떻게 해서라도 버텼다.
3년의 시간은 실상 군대보다 더 빡신 기간이었다. 회사에서 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결혼 따위는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는 결국 만3년차가 되자 미련 없이 사직서를 던져버렸다.
‘최악의 결정이었지.’
이민혁은 왜 그 때 참지 못했나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눈물이 절로 나온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한 인생은 그 다음 직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메이버 사장 이진해가 알렸는지, 그 덕분에 회사 생활 자체가 색안경을 받은 채 시작해야 했다.
이직, 이직, 이직의 반복이었다. 우역곡절 끝에 다시 포스크 계열사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회사 구조조정이었다.
회사를 잘리고 나서는 정말 패닉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회사 상사가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했지만 아예 조직이 사라져버릴 지는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더욱이 결혼한 지 불과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고, 아내는 임신 6개월이었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남들이 말리는 자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딱 1년이었다.
원금을 다 날려먹고, 빚만 무려 7천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눈만 감으면 아내와, 자식 생각이 났지만 이제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약국에서 구한 기관지 약을 통째로 입에 털어넣었다.
머리가 핑하고 돌았는데, 몸이 비틀거릴 정도였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곧 한강에 몸을 던졌다.
차가운 물.
입을 통해서 들어오는 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고통스러운 순간은 생각한 것보다는 더 오래갔다.
‘제길 그냥 모텔에서 약 먹을 것을.’
뒤늦게 후회했는데, 곧 정신이 흐릿해졌다.
이제는 죽는 가 싶었다.
그런 중에 본 것은 괴이한 일렁임이었다.
물속이니, 당연한 것 같지만 형태가 좀 달랐다.
곧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한 사람에 대한 후회는 떨칠 수가 없었다.
‘지연아, 미안하다. 내가 내세에는 널 행복하게 해줄께.’
한 방울 눈물.
이민혁의 회한이 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