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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23화 (2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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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시작이 잘 풀리자 그 다음 작업은 쉬웠다.

강동구 차장도 상대가 전혀 모르면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다. 한게임 코드 소스 중에 중요한 부분은 설명하기도 난감하다.

그런 부분은 임경은이 게임에 대한 큰 골격을 알고 있어서 작업하기 순탄했다.

임경은은 이제 직장 생활 1년도 채 안 되었지만 타 업체 직원과 술술 일을 잘 풀어갔다. 누가 봐도 믿기 어려울 일이었다.

강동구 차장도 결국에는 혀를 내둘렀다.

“이야, 경은씨, 정말 놀랍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해도 될 것 같아요!”

“어머, 강 차장님도, 아니에요.”

***

박호진 팀장은 자신이 지시를 내렸지만 다소 걱정했다. 말이 좋아서 사람을 키우는 거고, 일을 도와주는 거다.

자기 노하우를 푸는 건데, 그게 결코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민혁 대리가 의도적으로 안 가르쳐 줘서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우려반기대반이었는데.......

불과 3일이 채 되지 않아서 임경은은 별 다른 도움 없이 한게임 직원과 일을 잘 풀어가고 있었다. 게임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데, 필요한 일을 척척했다.

그도 놀라운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권태명 과장도 옆을 지나가면서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이 대리, 진짜 대답하네요.”

김범진 차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원래 난 친구였죠.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박호진 팀장도 혀를 내두른 채 쳐다보다가 이민혁 대리가 다른 팀과 미팅을 다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서 다시 자기 자리에 앉자 손짓했다.

“이봐, 이 대리, 우리 잠깐 커피나 한 잔 하지.”

“지금은 너무 피곤해요. 다음에 하죠.”

아예 노골적인 외면.

박호진 팀장은 발끈했다.

“이 대리, 너 자꾸 그럴 거야?”

“저 정말 피곤해서 그래요. 좀만 쉬게 해주세요.”

“중요한 이야기야.”

“휴우, 알겠습니다.”

그는 우거지상을 한 채 컵을 들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

회의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박호진 팀장은 커피 한 잔 하자고 한 후에 내놓은 이야기는 아기 이야기였다.

“어젯밤을 잠을 제대로 잘 못 잤어요. 이 녀석이 새벽에 깨어나서 막 우는데, 재운다고 생고생했죠.”

권태명 과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환절기에는 조심해야죠. 특히 밖에 차가운 바람을 신경 많이 쓰야 해요.”

김범진 차장 역시 그냥 있지 않았다.

“요즘은 미세 황사가 특히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성인조차 이 미세 황사가 폐 안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되니까요. 아기는 더 하죠.”

“그것 때문에 지금 고민에요. 요즘 공기 청정기 알아보는데, 이것도 복잡하더라고요.”

“필터, 경제성, 실용성을 잘 고민해야 할 겁니다. 작고, 가벼우면 설치가 간편하고 공간 차지가 적죠. 인테리어 소품으로 생각해야 하니, 그런 점도 고려하면 더 나쁘지 않습니다.”

“참 권 과장님도 지난주에 하나 장만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전 좀 좋은 거 샀습니다. 발뮤다 제품인데, 에어에진 EJT 타입죠. 가격만 해도 무려 98만원이 넘더라고요. 아주 출혈 좀 했죠. 덕분에 아주 죽겠습니다. 하하하.”

하는 이야기가 전부 공기 청정기 이야기였다.

그 다음은 아기다.

이민혁 대리는 멀뚱히 세 사람을 이리저리 쳐다보다가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저기 박 부장님.”

“아? 참 이 대리, 자네가 있었지. 자네도 집에 공기 청정기 하나 장만 해. 여자 친구가 놀러왔을 때 그거 요즘 필수야. 그래야 로맨스도 만들고 그렇잖아.”

“휴우, 그건 제가 알아서 하죠. 하실 이야기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그 친구 참 유들이가 없어. 자네는 그러다가 여자 친구에게 욕 먹어.”

세 사람은 한 동안 이민혁에게 이런저런 가십거리 이야기만 했다. 하지만 장난치는 것 같아도 은근히 뼈가 있었다.

이민혁도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지만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내 눈치 보는 거야? 가만 이 분위기는 확실히 맞군. 허참, 어이가 없군.’

그는 뒤늦게야 자기 영업 경험을 떠올리고는 툴툴거렸다.

“경은씨 때문이죠?”

“아, 경은씨, 좋더군.”

“신경 좀 썼죠.”

“흐음.”

세 사람은 그제야 이민혁 대리 얼굴을 요모조모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에 난감한 얼굴이었다.

이민혁은 피식 웃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저도 경은씨랑 같이 일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이번에 좀 더 신경을 쓰죠. 아마 잘 적응할 겁니다. 한게임에서 보낸 신규 콘텐츠 살펴봤는데, 그 중에 꽤 괜찮은 것도 있지만 부족한 것도 있더군요. 그 부분은 강 차장이랑 다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아마 그걸 통합해서 메이버 게임을 런칭하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언제까지 될 것 같아?”

“이달 말까지는 베타 테스팅까지 될 겁니다. 몇 가지 게임 기획은 제가 고민해서 추가할 생각입니다. 지금 받은 게임 기반이라서 작업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그냥 술술 풀어놓는다.

마치 아는 답을 칠판에 적는 것과 같은 태도다.

세 사람조차 다들 혀를 내두른 채 좀 질린 기색으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알겠네. 가서 일보게.”

“그럼 전 이만.”

권태명 과장은 이민혁이 사라지고 나자 결국 혀를 찼다.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입니다.”

김범진 차장은 오히려 한 가지를 더 걱정했다.

“앞으로는 이 대리가 깽판 치면 위계질서가 엉망이 될 것 같아서 그게 더 걱정입니다.”

박호진 부장도 나직이 한숨만 푹푹 쉬웠다.

‘너무 한 사람이 튀어도 팀에 문제가 될 텐데, 정말 심각하네. 말해봐야 본인이 싫으면 이 대리가 멋대로 할 것이 분명하잖아.’

이민혁 본인은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걸 받는 다른 사람은 많이 다르다. 더욱이 신규 인원이 막 들어온 상황에서는 그것도 간단치가 않다.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

임경은은 실상 당찬 여인이다.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서클 활동이다 뭐다 많은 활동을 해왔고, 그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녀가 굳이 오성 전자나, LH 전자와 같은 좋은 일자리를 마다하고 메이버에 온 이유다.

그런 그녀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것은 등에 날개를 날아준 것과 비슷하다.

학창시절의 그 놀라운 대인 관계 능력에 전문성이 합쳐지자 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강동구 차장과의 코웍 뿐만 아니라, 다른 한게임 내의 팀 프로젝트 역시 같이 검토를 했는데, 그 중에서 몇 개를 골라냈다.

“이건 롤 플레이 게임 같은데, 너무 아이콘적이라서 별로일 것 같아.”

“이 대리님, 그건 아니에요. 저같은 여자들은 이런 거 의외로 좋아해요.”

“여자라.......”

그도 미처 간과한 부분이다. 실상 인터넷 쇼핑도 그렇고, MP3 시장도 그렇지만 의외로 여성 구매력이 생각보다 높다.

“.......괜찮은 아이디어야.”

“맞죠? 그러면 바로 진행해도 되죠?”

“응. 내가 배치는 박 부장님과 한 번 이야기를 해볼게.”

“고마워요!”

호들갑을 뜨는 그녀.

실로 난리였다.

***

한게임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조직이라서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다. 이 안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여성차별이다.

정확히는 밥그릇 싸움에서 밀린다.

임경은은 이런 한게임 내의 직원과는 좀 방과자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그녀가 요청하게 되면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 게임 중에는 귀여운 아이콘 방식을 이용한 게임도 있었는데, 주로 여성의 감성이 많이 가미된 게임이다. 너무 유치해서 별로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여자들에게는 좀 다르다.

더욱이 한게임 특성 고정 매니아 유저에게는 이게 별로이지만 메이버 유저는 좀 다르다. 그들 중에는 무던한 취향도 꽤 많다.

이걸 홈페이지 상단에 링크시켜놓자 유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여성이 가지는 매니아적인 성향은 일반적인 고객과는 달라서 지갑을 쉽게 연다. 자연스럽게 이들 중에는 한게임 정식 유저가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 숫자가 불과 1주일이 채 안 되어서 무려 만 명이 훌쩍 넘어갔다.

한게임 매출이 휘청할 정도로 급격한 영향력이었다.

임경은은 콧대를 높이 세웠다.

“이 대리님, 맞죠? 제 말이 맞았어요!”

그녀는 혼자 오도방정을 떨었다.

“........”

이민혁 대리도 충격을 좀 받았다. 그도 이런 미래는 생각지 못한 탓이다. 다만 뒤늦게야 이와 비슷한 게임이 좀 더 미래에 흥행한다는 것 정도는 떠올렸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그가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 있었다.

바로 임경은의 성장이다.

그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른 결과였다.

‘기분이 좀 묘하군. 난 당시 저것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주변에 바뀐 시선이다.

이전에도 직원들을 볼 때면 다들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임경은 일 이후에는 그 시선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다소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늘 옆에 다가오려고 한다는 점이다. 마치 혹시라도 주변에 더 떨어지는 콩고물이 있을까 하는 그런 분위기다.

권태명 과장의 행동 역시 많이 바뀌었다.

“여어, 이거 우리 이 대리님 아닌가? 내가 커피 한 잔 따라줄까?”

비꼬는 말투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권태명 과장이 원래가 좀 삐딱한 것도 있어서 그게 감안된 것에 불과했다.

“커피 따라주는 것까지 제가 막을 수는 없죠.”

“허허허, 이거 이 대리가 무섭다니까.”

은근히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일 재미있는 변화는 바로 임경은다.

아침에 출근만 하면 보고서를 뭉텅이로 들고 와서는 보고부터한다.

“이건 아울, 요건 시공귀환, 저건 블랙로즈에요. 아 보자, 이것은.......”

게임 하나하나는 그냥 기획서만 있지 않았다.

한게임 내의 보안자료까지 다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것까지 다 가지고 왔다. 혹시라도 런칭이 되면 작업 시간을 단축시킬 의도였다.

도대체 저런 자료를 어떻게 구했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다만 역시 추정은 미인계(?)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이민혁은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 다음에는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임경은은 혼자 신이 나서 쫑알쫑알거리는데, 이 일이 정말 재미있어 하는 눈치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좀 만 쉬웠다가 하자.”

“네. 참 커피 한 잔 타드릴까요?”

“아니, 꼭 그러지 않아도 돼.”

“어머, 이 대리님도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에요. 참, 이거 한 번 보세요. 제가 어제 쇼핑 갔다가 산건데, 목걸이 귀엽죠? 한 번 목에 매 보세요.”

“괜찮아.”

하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다. 슬쩍 그런 중에 스킨쉽까지 하면서 아예 목걸이를 매어주었다.

“우와, 정말 멋져요!”

“그래. 하지만.......”

그녀는 표 나지 않게 툴툴거리다가 스리슬쩍 넘어가버렸다.

“아뇨, 이건 그냥 이 대리님이 쓰세요. 제가 선물한 거로 해요.”

“그렇게까지는........”

“치이, 괜찮아요.”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가 곧 일어서는 그녀.

히프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곧 커피까지 타러갔다.

커피는 정성이 듬뿍 담겨 있었다.

크림을 좋아하는 것을 감안해서 딱 그 배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민혁은 주는 커피를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맛만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렇죠? 잠깐만요.”

그녀는 또 뭔 일이 있는 지 후다닥 뛰어갔다.

그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커피 맛을 음미했는데, 따가운 시선을 느끼자 힐끗 돌려보았다.

박호진 팀장과, 권태명 과장이 잠깐 보고 때문에 서로 한창 협의하다가 멍하니 시끌시끌한 이민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민혁은 슬쩍 커피 잔을 들어 올리다가 그 커피 잔이 임경은 거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는 흠칫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어요?

1. 몰겠다.

2. 쿠폰 대박이라도 좀 주고 싶다. ㅠ.ㅠ;

3. 쿠폰 중박이라도 좀 주고 싶다. ㅠ.ㅠ;

4. 쿠폰 소박이라도 좀 주고 싶다. ㅠ.ㅠ;(2연참인데......ㅠㅠ)

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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