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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8장 심화
검색 엔진은 IT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에 하나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기술 연구는 끊이지 않는다.
그건 메이버 역시 다르지 않다.
이 일을 맡은 이가 사실은 박호진 팀장이다. 김범진 차장과, 권태명 차장이 서로 역할 분담을 해서 하는 일이 바로 이 검색 엔진에 대한 개발이다.
자잘한 일은 이민혁을 통해서 지시를 내리지만 그건 다 분리되어 있는 일이라서 검색 엔진 메인과는 좀 다르다.
메이버 엔진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볼 수 없게 한 것이었다.
일종의 기술 보안도 있지만 아무래도 높은 직급이라는 측면이다.
최근 진행하는 몇 가지 프로젝트는 바로 차세대 엔진 개발과 관련이 있다.
이 검색 엔진은 기존의 엔진을 한 단계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
기존에 이민혁 과장이 한 모든 프로젝트 결과와 링크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여전히 불완전한 부분이 많았다.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게 되면, 딱 필요한 기능을 찾는 부분에서 취약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너무 복잡한 큰 덩치다.
여기에 다른 팀에서 진행한 응용 애플과 같이 연동하면서 너무 늘어져서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이것 때문에 한 동안 말이 많았다.
박호진 팀장이 이민혁 과장이 하는 일을 내버려두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가 못했다.
결국 위에서 압박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민혁 과장에 일을 잘라서 줬는데, 결과가 팍팍 나오자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버텼는데........
이진해 사장도 보고를 받고 나서는 눈빛을 반짝였다.
“호오, 지능형 검색이라, 아이디어 괜찮은 걸?”
“하지만 아직 결과가 완전히 나온 것은 아닙니다.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이 과장 본인 스스로도 확신을 못했으니까요.”
“그건 박 부장 자네도 마찬가지잖아. 아직까지 헤매고 있으면서 이 과장 탓만 해서는 좀 그렇지 않아?”
“휴우, 그게 쉬운 게 아닙니다.”
“넌 맨날 그러더라. 프로젝트 진행할 때는 뭔가 크게 할 것처럼 벌였다가 나중에 가면 또 헤매잖아. 그러다가 결국에 가서는 용두사미가 되어버리고, 이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이들은 그저 눈치만 본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폭탄 맞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보다못한 백주윤 이사가 끼어들었다.
“이 사장님,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박호진 팀장은 이미 차세대 엔진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한 번 진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응? 백 이사 자네가?”
“제가 명색이 기술총괄이기는 하지만 한 게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한 번 회사에 기여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진해 사장은 힐끗 박호진 팀장을 쳐다보았다.
“박 팀장 생각은 어때?”
그도 멈칫했다.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이미 합병 되고 나서 새로운 사업부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아직은 메이버와 제대로 융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밥그릇을 넘겨주려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저희 쪽에서 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 과장도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인 터라........”
“그건 제가 알아서 이 과장과 한 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진해 사장도 잠깐 고심하는 눈치였지만 기존에 개발 중인 차세대 엔진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박 팀장, 자네도 알겠지만 요즘 다른 회사에서 진행하는 검색 엔진 개발을 무시하기 어려워. 이런 무한 경쟁 속에서는 다른 소수 직원의 편의만 봐 줄 수는 없어.”
“휴우, 알겠습니다.”
***
메이버와의 최근 세 회사 합병은 겉으로 봐서는 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각종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특종으로 다루었다.
다만 아직 메이버 내부에서는 세 회사가 서로 완전히 융화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나마 한게임 같은 경우에는 메이버와 완전히 가는 길이 달라서 문제가 없었다.
다른 회사는 이와는 경우가 많이 달랐다.
어느 정도 구조 조정이 필요했다.
결국 자연스럽게 밀리는 이들은 회사에서 나가야 했다.
워낙에 조용한 구조 조정이라서 표가 나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불안해하기는 매 한 가지다.
조태수 팀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존 회사에서 나름 좋은 실적을 쌓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그가 한 실적은 서서히 밀려버렸다.
그는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백준윤 이사가 그를 부른 것은 이 무렵이었다.
“결국 지능형 검색 엔진은 저희 쪽에서 맡는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지. 이민혁 과장과 같이 손을 맞추어서 진행해야 할 거야.”
“검색 엔진팀의 그 이민혁 과장 말입니까?”
“응. 박호진 팀장에게도 부탁을 해봐. 도움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하지만 그는 다소 불안한 표정이었다.
“그 쪽에서 그렇게 잘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라면 아예 외면할 것 같습니다.”
“그건 조 팀장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일단 큰 줄기는 여기 있으니, 이것을 참조해. 나머지는 이민혁 과장에게 잘 좀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
조태수 팀장은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이런저런 깊은 상념에 빠졌다. 그도 대화를 할 때는 좋게 들었지만 말 속에 담겨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말이겠지.’
***
최근 합병 이후에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에는 중복되는 팀의 병합이다. 이민혁 과장이 소속된 팀 역시 이름이 검색 엔진팀으로 변경이 되면서 이런저런 자잘한 변화가 있었다.
다만 이 검색 엔진팀만큼은 팀 조직에 변화는 없었다.
지금까지 결과가 좋은 터라, 아예 손을 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조태수 팀장이 이 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느낀 소감은 가정적인 분위기다.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팀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그들 중에 역시 가장 예쁜 임경은 대리를 골랐다.
“저는 보안 설계팀에 조태수 부장인데요, 혹시 이민혁 과장님을 볼 수 있을까요?”
한 쪽에서 죽으라고 일만하고 있던 이민혁 과장은 곧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 때문에 저를 찾으시죠?”
“아, 이 과장님이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미 박 부장님에게 전달이 갔겠지만 저희 팀에서 지능형 검색 엔진을 맡기로 했어요. 그 때문에 잠깐 업무 협조를 좀 부탁할까 싶어서요.”
박호진 팀장이 뒤늦게 이야기를 듣자 곧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아, 미안, 내가 깜빡하고 이야기를 안했는데, 사실이 어떻게 된 거야 하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심지어 권 차장이나, 김 차장조차 안색이 굳어 있었다.
이민혁 과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박 부장님, 잠깐 이야기 좀 하죠!”
“그러지.”
***
누구라도 그렇지만 자기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을 좋아할 리는 없다.
그건 이민혁 과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도 이제까지는 많이 참았는데, 아니 자기가 내놓은 아이디어조차 먹으려고 하는 반응에는 그냥 있지 않았다.
“박 부장님, 저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겁니까?!”
회의실이 쩌렁쩌렁했다.
박호진 팀장 안색도 좋지가 않았다.
“휴우, 난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냐. 기존에 이미 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니, 중복되잖아. 거기에 그 결과마저 나오지 않은.......”
이민혁은 냉정한 목소리로 일축했다.
“제가 이미 많이 도와준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한 결과에 살만 더 붙이면 되지 않습니까?!”
가면 갈수록 올라가는 목소리.
“이 과장, 너 너무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그의 어조는 더욱 살벌했다.
“권 차장님은 그럴 수가 있다고 하죠. 같은 팀원이니, 좀 양보도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저 쪽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이건 그냥 밥상을 차려 놓으니, 와서 날로 다 먹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이민혁 과장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만 갔다.
박호진 팀장도 묵묵히 듣다가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알겠네. 내가 한 번 김 차장이나, 권 차장과 다시 애길해서 사장님과 다시 협의를 해보지.”
그는 냉혹하게 소리쳤다.
“절 완전히 호구로 아나 봅니다만 더 이상은 이런 식은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
박호진 팀장도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그놈의 성격 조용하다 싶었는데........’
***
90년 중반에 등장한 웹의 급속한 팽창에 따라서 검색 엔진에서 색인하는 문서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후, 러이코스, 엠파스와 같은 검색 엔진 회사에서 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있어서 검색 속도는 검색 엔진 성능 평가의 큰 척도다.
다만 이 방식은 키워드 중심으로 문서를 검색하는 기본 프레임 자체는 동일하다.
따라서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 기능이 떨어졌다.
권태명 차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사용자 편의 중심의 검색 엔진에 대한 것은 꽤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죠. 저희가 진행하는 차세대 검색 엔진보다 오히려 더 강점이 많죠.”
김범진 차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제가 박 팀장님에게 누누이 말했지 않습니까? 너무 수동적인 검색 엔진은 향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거라고요.”
권태명 차장 역시 기획팀의 안건 하나를 살피면서 혀를 내둘렀다.
“최근 특정 분야의 전문 정보를 취급하는 검색 엔진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건 단순한 정보 보다는 특수한 정보가 더 목적이죠. 다만 이 쪽도 사용자 위주의 검색이라서 밀접한 지식 정보를 검색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에 이민혁 과장이 내놓은 계층적인 검색 방법이 그 대안이죠. 사실 그 덕분에 페이지 뷰 숫자가 증가 폭이 가팔라졌으니, 그 때 이미 수정을 했어야 했습니다.”
세 사람이 서로 협의를 거듭할수록 나오는 것은 역시 이민혁 과장이 제안한 지능형 검색 엔진의 중요성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판단할 수가 없었다.
미래 지식 기반 사회에서 범용 검색엔진보다는 전문 검색 엔진 활용도가 더 중요하다.
특히 지식 탐사 시스템과의 결합은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박호진 팀장도 좀 갑갑한 표정이었다.
“저보고 어쩌란 말이죠?”
“일단 사장님에게 잘 이야기를 해서 우리 쪽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어차피 신규 채용이 되면 직원은 늘어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
박호진 부장은 어느 정도 팀 내의 의견 조율이 끝나자 이진해 사장에게 다시 개인적으로 조율을 해보았다.
반응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호오, 박 부장, 자네가 하겠다고?”
“저 혼자라면 다른 문제이지만 팀 내에 의견이 다 반대입니다. 더욱이 이번 일도 이민혁 과장이 혼자 큰 방향을 잡은 것 아닙니까? 그 개발 자료를 다 내놓으라는 것은 좀 아닌 거죠.”
이제 와서 그런 소리.
실상 박 부장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지 잘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아니면 그러면 스톱옵션을 만오천주나 준 게 공짜야? 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 준 거지.”
“네? 마, 만주 아니었습니까?”
“참 자네에게 말 안했군. 추가로 오천 주를 더 줬어. 나도 사람인데, 좀 미안하잖아. 그런 것도 감안했던 거야. 원래는 추가 만주로 생각했다가 아무래도 지금과 같은 사태 생길 것 같아서 중간에 자를 거야.”
“휴우.”
박호진 부장도 한 숨을 팍 쉬웠다.
그 자신도 겨우 만 주(?)에 불과했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진해 사장 생각은 달랐다.
“자네도 지금 하는 프로젝트 다 내놓으면 내가 3만주를 주겠어. 그럴 수 있어?”
“그런 말씀 마세요.”
“좋아, 그건 그 정도로 하지. 자네 의견대로 하는 것으로 해. 백 이사에게는 내가 이야기를 잘 해줄 테니까. 다만 앞으로는 좀 긴장을 해야 할 거야. 이런 식으로 중재하는 것도 향후에는 쉽지가 않을 거야.”
“백 이사 말씀입니까?”
이진해 사장도 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박 부장, 자네도 SDS에 있을 때, 경험해봤잖아. 조직이란 게 사장 뜻대로 되는 것이 아냐. 조직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익을 무시할 때도 많아. 무조건 백 이사 의견을 중간에 자를 수도 없지. 그러니 그건 극복하려면 결과뿐이지. 이 과장에게도 잘 좀 이야기를 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할 거야. 자네도 알겠지만 이 과장 실적이 무섭잖아. 밑에 있는 임 대리 같은 경우와는 달리 다른 팀의 상급자라면 군침을 흘릴만 하지.”
“네.”
그도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안색이 좋지가 않았다.
***
보통은 회사 내부 갈등에 대해서 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이민혁 과장 경우는 좀 예외적이다.
박호진 팀장도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은근히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백주윤 기술 이사요?”
“이 과장도 이제는 좀 보이지? 실적이 쌓일수록 노리는 이들은 생기게 마련이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것도 신경을 좀 쓰야 할 거야.”
“으음.”
이민혁 과장도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이걸 모를 리가 없었다. 어느 정도 실적이 있으니, 해방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 큰 적이 생긴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정말 열받은 이는 박 부장이었다. 밑에서 치이고, 위에서 욕 먹고, 다른 팀에서 알력을 받아서 아주 죽을 맛이었는데 그걸 이 과장에게 내색도 못하고,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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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혹시 상사와 갈등하고 계신 독자분이라면 20번을 더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무조건 회사에 붙어있으세요.
통쾌해요?
1. 지루하다.
2. 몰겠다.
3. 그냥.
4. 너무 밋밋하다.
5. 쿠폰 소박이라도 주고 싶다. ㅠ.ㅠ;
6.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