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새로운 시작
***
임경은 대리 역시 이민혁 과장의 능력을 잘 알고는 있다.
다만 세월아 내월아 식으로 메이버 뮤직 시스템만 잡고 있자 열불이 다 났다.
“과장님, 정말 이러고 있을 거에요?”
이민혁 과장은 슬쩍 모른 척 한 채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압박은 계속되었다.
그걸 모른 척했지만 역시 부비부비 애교(?)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끌끌, 정말 성격도 급해.”
“빨리 말 좀 해주세요.”
“좋아. 한 번 이야기를 해줄게.”
그가 검토한 것은 처음에는 단순 다운로드 개념이었다.
다만 이것만으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획일화다.
표절을 막으려고 해도 어느 정도 권리 범위를 벗어난 세미 표절 노래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결국 이걸 없애려면 개성이 강한 노래에 대해서 계속 어필할 수 있으면 된다.
“일종의 추천 시스템이지.”
“그건 선작하고 비슷한 것 아니에요?”
“선작이나, 댓글은 단순한 수치잖아. 이건 그런 개념이 아냐. 일테면 자동화된 정보 필터링 개념과 비슷하다고 봐야 할 거야.”
“그건 또 뭐죠?”
“이 방식은.........”
***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는 주로 자동화 정보 필터링 기술이 많이 이용되었다. 사용자 취향에 맞추어서 추천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는 내용기반 필터링, 협업 필터링 등이 있다.
이중 이민혁 과장이 집중한 것은 바로 내용 기반 필터링 추천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기존에 선호하는 아이템은 이후 시간이 지나도 선호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기존 접근한 아이템을 추출해서 사용자 선호 프로파일을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은 다시 기존 DB 유사도와 서로 결합시킨다.
여기에서 각 아이템을 대표하는 특징 벡터를 정확하게 선정한다.
크게 보면 두 가지가 된다.
하나는 DB에 있는 아이템에서 특성 벡터를 추려서 메타 데이터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 접근한 아이템과, DB 유사도를 감안해서 유사도 순서에 따라서 분류한다.
“이 특징을 잘 감안하면 각 음악의 접근성, 피치, 템포, 강도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값을 얻을 수가 있게 되지.”
바로 여러 개의 아이템 간의 유사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여러 가지 계산 방법이 있다.
이민혁 과장이 선정한 알고리즘은 바로 모한래노비스 거리다.
이것은 두 개의 벡터 간의 공분한 행렬 S를 사용해서 여러 개의 유사도 측정하는 방법인데,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개념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계산 과정 자체는 간단하다.
다만 사용자가 과거 관심을 드러낸 항목에 대해서 이게 가능하다.
따라서 흥미 유발을 위한 항목은 추천하기 어렵다.
“자 여기 차트를 잘 보면 나오지만 어떤 네티즌이 샘플을 들은 시간, 특성에 따라서 그 특성값이 전부 다 다르게 나오지. 그러면 각 네티즌의 취향을 알게 돼. 이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이 방식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자기에 맞는 노래 순위가 나와. 다른 네티즌도 비슷하지. 결국 이 데이터를 전부 합쳐서 순위를 매기게 되면, 각 취향이 충분히 감안된 노래 순위가 나와.”
이 데이터를 가지고 각 아이템의 유사한 평점을 가진 방법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퍼슨 콜리레이션 방법이 적용되었다.
공통으로 사용되는 아이템, 각 아이템에 대한 네티즌의 평점, 여기에 따른 평균, 전체 평점의 표준 편차를 다 합쳐서 결과를 만든다.
1에 가까울수록 유사도는 높고, -1에 가까울수록 그 반대가 된다.
마지막은 이걸 이용해서 다시 서로 결합시켜서 예상 선호도에 대한 값을 찾는 과정이다.
“이걸 일단 메이버 순위라고 정의하자.”
메이버 순위라는 개념은 단순히 다운로드하고는 좀 다른 개념이다.
바로 협업 필터링을 토대로 해서 여러 사용자의 취향을 모두 취합해서 대중성을 지표로 나타난 개념이다.
따라서 단순히 많이 불린다고 해서 순위에 올라가지 않는다.
누구라도 노래를 들어보면, 아 이 노래는 괜찮다 생각을 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다.
샘플 값을 사용해서 실제로 표를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다운로드 횟수와, 클릭 횟수에 따른 결과 차트가 화면 한 쪽에 쭉 나온다.
이민혁 과장은 그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이걸 잘 보면 단순히 다운로드 순위와, 메이버 순위는 좀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어. 설사 다운로드 순위가 낮다고 해도 대중의 공감대를 많이 얻은 노래는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지. 즉 다양한 취향의 노래가 나올 수 있는 환경적인 기반이야. 그러면 베낄 이유가 없어지지. 어때?”
“정말.......놀랍네요.”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옆에서 그냥 놀고 있는 것만 봤는데, 그 결과는 전혀 달랐다.
메이버 순위는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개념이 다 결합되어 있다.
내용기반의 필터링 방식의 취약점인 효율적인 특징에 대해서 현저한 성능저하 부분에 대한 보완도 가능하고, 질의와, 아이템과의 상관관계가 모호한 경우에 생기는 성능저하도 막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보편적인 공감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집적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굳이 로드가 방만하게 분사되어서 시스템 부하가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그녀가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단점도 좀 있다. 사용자의 취향이 소극적이게 되면 충분한 대중성이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박호진 팀장은 다행히 이 이론을 좀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필요한 자료를 보내주지.”
“감사합니다. 다른 것은 더 볼 것이 없습니까?”
“당연히 없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꽤 감탄한 표정이었다.
‘역시 이 과장이라니까.’
***
서테지가 컴백하면 뮤지션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대부분의 이들이 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팬 설문을 조사해보면 응답자 70% 이상은 서테지 컴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약속을 저버려서 실망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불과 25%에 불과하다.
이것은 서테지 만의 독특한 자기 색깔에 기인한다.
일테면 참치로 회 요리를 만든다고 할 때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독특한 자기 개성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퓨전 음식을 든다.
동서양이 서로 조화된 색다른 조립법으로 무더운 여름에 입맛이 떨어진 이들에게는 최고의 요리법이다.
실제로 요리 축제에서 보면 중국, 태국, 일본 등지의 현대식 조립법은 다양한 부분이 서로 융합된 독특한 메뉴가 많다.
쇠고기와, 커리밥, 옥수수, 닭고기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코코넛 소스를 잘 섞어서 결합시키면 색다른 요리가 만들어진다.
이건 먹고 나면 쇠고기의 절묘한 맛과, 닭고기의 쫀득한 맛이 결합되어서 그 혀를 자극한다. 여기에 코코넛 소스가 이 맛과 서로 결합해서 은은한 향취를 풍긴다.
이런 형태의 요리는 기존 미식가 뿐이 아니라,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신세대가 정말 환영하는 요리이다.
이런 퓨전 요리 방식은 한국에도 90년대 청담동 일대에서 시작되어서 점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국적인 취향과, 구시대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서로 결합되어서 주목을 받은 것이었다.
문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음악, 패션이 서로 결합하는 것이 하나의 현상이다.
국악과, 랩을 결합시킨 하여가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런 퓨전 요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불협화음이 결합되어서 색다른 색깔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다만 역시 문제가 있다면 이런 요리를 만들기가 어렵다.
서테지가 오랜 동안 침묵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더 좋은 노래.
더 독창성을 감안한 노래.
다만 잘 요리가 되어서 어느 정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노래를 원했다.
이런 노래가 과연 얼마나 좋은 효과를 줄 지에 대해서는 그 역시 의문이었다.
이민혁 과장이 매니저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은 후에 방문한 것은 바로 기존 신곡의 이 마무리 단계에 빠져 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메이버 맞으시죠? 그 메이전트 서비스 저도 감명 깊게 봤습니다.”
임경은 대리가 오히려 더 놀랐다.
“어머, 서테지씨가 그런 것도 보세요?”
“당연하죠. 어떤 기업체도 그런 식으로 쉽게 사회에 기여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는 대기업도 쉽지가 않아요.”
이민혁 과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제가 오히려 민망합니다.”
슬쩍 자신이 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서테지도 바보는 아니다. 그 역시 매니저 통해서 메이버 측 담당자가 연락 왔다고 했을 때 거절하지 않은 이유였다.
“설마 그 메이전트 담당자이세요?”
“비슷합니다. 제가 그 서비스를 런칭했으니까요. 다만 저도 서테지씨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운 뿐입니다.”
간단한 자기 소감.
이민혁은 실제로 꽤 놀라 있었다. 그도 작업이 끝나자 서테지를 만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될지는 몰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서테지 입장을 모르기에 하는 소리다.
이미 컴백에 대해서 결론을 내린 상황이었다.
노래 장르에 대한 것도 철저하게 비밀로 했고, 헤비 메탈, 힙합, 트랜스 등이 서로 섞여 있는 새로운 형태였다.
기존의 노래는 학원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주로 거론해왔는데, 이번에는 시대의 변화에 다소 맞춘 것이었다.
다만 그는 이미 서테지의 이번 컴백곡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시작인데........
이미 염두에 둔 이야기를 꺼내었다.
“저는 다른 것을 떠나서 대중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원했습니다. 메이전트는 따지고 보면 그런 일환의 하나입니다. 우리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이 사회에 환원될 수가 있어야 하니까요.”
이미 컴백곡 ‘울트라맨이야’에서는 대중 문화는 매니아를 통해서 발전하고, 이들이 경쟁력을 통해야지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주제가 담겨 있는 곡을 만든 서테지.
이민혁의 의견은 달콤하기 짝이 없는 유혹이었다.
“저도 비슷해요. 그것 때문에 기존의 ‘난 알아요’와 같은 랩에서 벗어나서 저만의 생각을 담고 싶었어요. 이 주제 자체가 보다 대중들이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죠.”
“호오, 그거 정말 멋진 생각이십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스러워요.”
두 사람은 서로 코드가 비슷하게 맞아 들어갔다.
정확히는 이민혁이 서테지 코드에 맞춘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다.
서테지처럼 몇 년 동안 새로운 창작을 위해서 짱 박혀 있는 가수에게는 그 자신의 본질을 알아주는 이에 대해서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 고민한 메이버 뮤직 시스템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주세요.”
“제가 거절할 수 없겠죠?”
“물론이죠.”
서테지는 신바람이 나서 귀를 기울였다.
딱 봐서는 어떤 제안을 해도 거절할 것 같지가 않았다.
임은경 대리는 옆에서 물끄러미 그 광경을 쳐다보기만 했다.
‘저, 정말이었어. 이 과장님이 쉽게 계약이 된다고 했을 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그녀가 아닌, 누구라도 놀랄 일이다.
메이버 순위에 대한 시스템 설계는 차분하게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청취, 다운로드에 따라서 이걸 관리하고, 기존 타켓 네티즌 DB를 응용해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선호도를 추가하는 부분. 여기에 대중성을 넣기 위한 몇 가지 알고리즘에, 다만 이 부분에서 자세한 설명은 보안 이유로 생략했지만 서테지는 역시 쉽게 알아들었는데, 대해서는 서테지도 깊은 감탄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그저 놀랍다는 말 외에는 안 나옵니다. 저희 가수보다 노래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아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왕년에 노래를 좀 했지요.”
“어? 정말입니까?”
“하하하, 아니에요. 농담입니다.”
가벼운 농담.
하지만 분위기는 한결 더 좋아졌다.
원래 서테지가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유명했는데, 그것과는 좀 다르게 흘러갔다.
그는 어느 정도 메이버 순위에 대한 것을 다 듣고 나서는 기꺼이 이민혁 과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제 신곡 발표와 동시에 이 메이버 뮤직에 올리죠. 그건 기존 앨범과는 별개로 해서 진행하겠습니다.”
“탁월하신 판단입니다.”
“돈 때문은 아니에요. 다른 가수들에게 또 다른 수익원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런 점은 좀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합니다.”
이민혁 과장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 정도를 가장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면 서테지씨가 이 계약을 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역시 이미 메이전트를 비롯한 메이버 콘텐츠를 통해서 느낀 바가 있기에 굳이 더 말을 길게 늘어놓지는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드리죠.”
두 사람은 깊은 신뢰가 담겨 있는 악수를 청한 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임은경 대리는 상상도 못한 계약 체결 과정에 그저 망연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 과장님은 정말 신비한 분이셔.’
서테지의 컴백곡이라면 메이버 뮤직가 자리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구심점이 하나가 된다면 다른 가수들 역시 참여할 것이다.
여기에 다른 대중 역시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자기 노래를 만들어서 이 메이버 뮤직에 올릴 수가 있으니, 그건 꽤 흥미로운 결과가 될 것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소박이라도 한 번 받아 봤으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