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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73화 (7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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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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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재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에 본 오성 전자 면접에서도 이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이름이 호명 받자 곧 천천히 면접실로 들어갔다. 실무 면접에 이은, 이차 면접인 터라 가능하면 준비한 이력서 내용을 차분하게 다시 떠올렸다.

자리에 앉자 정면에서 보게 된 이는 일차 면접에서 본 적이 있는 이였다.

다른 면접관들은 특이하게도 그의 눈치를 보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꺼냈다.

‘이 분이 인사 책임자다.’

느낌이 팍 오자 다시 한 번 마음 단단히 다진 후에 입을 열었다. 자신이 태어나면서도 시작해서 중, 고등학교, 대학 시절 이야기다.

다들 물끄러미 듣기만 했다.

이력서 소개가 끝나고 나자 주변에서 좀씩 질문이 들어왔다.

하지만 중간에 있는 이는 그저 침묵만할 뿐이었다.

그 옆에 앉은 이가 제일 끝 쪽에 있는 이의 눈총을 받자 결국 입을 열었다.

-이 과장은 질문할 것 없어?

-휴우, 정말 피곤해서 그래요. 제가 꼭 이 자리에 왜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 부장님이야 팀 관리만 하면 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옆에서 보다 못한 정민준 이사가 참견했다.

-이 과장님이 바쁜 것은 알지만 앞으로 이 과장님 밑에서 일해야 하는 친구입니다. 그러니 그런 점을 감안해서라도 좀 진지하게 봐주세요.

따가운 압력.

뭐가 어떻게 하란 이야기였다.

거기에 은근히 무시하는 그런 점도 없잖아 있었다.

이민혁도 주변의 압박이 이어지자 별 도리가 없었다.

그는 잠깐 어떤 이를 뽑아야 할지 고심하는 눈빛이었다.

보통 벤처에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다르다.

‘팀워크와, 탄탄한 경험이지. 김 대리도 따지고 보면 그게 문제이니까.’

-조유재씨는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조유재도 주춤했지만 곧 입을 열었다.

-최근 들어서 벤처 환경이 나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자칫 한 사람의 빈 구멍이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그러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떤 직원들이 문제일까요?

-빈번한 직장 이동, 조직 생활에 부적응한 경우나, 능력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우에는 쉽게 회사를 그만 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네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 것 같아요?

-전 조직 경험이나, 적응 능력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기 극복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팀워크가 최고이니까요.

-하지만 너무 획일적인 모습은 오히려 창의성을 죽일 텐데요?

-개성이나, 실력을 중심으로 해서 회사 조직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본적인 역량은 이미 어느 정도 보았으니, 이렇게 면접에 나와 있을 것이고. 따라서 조직에 보다 잘 융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배가 아프지 않아요? 남 잘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그게 팀웍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회봉사나,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한 것이나, 유통업체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을 꾸준히 쌓은 것도 그런 기반이 회사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훌륭해요.

딱 이게 다였다.

그는 일사천리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아내고 나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면접관들은 다들 이민혁 과장을 째려봤는데, 혼자 노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은 눈치였다.

‘귀찮아.’

***

다른 것을 떠나서 이민혁 과장은 솔직히 지금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딱히 긴장할만한 것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다.

다만 있다고 하면 곧 한국에 닥칠 경제 위기다. 바로 소위 말하는 금융혼란. 그 후의 미래는 잘 모르지만 아마 국가 경제 붕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민혁도 물론 이 때문에 무너져가는 이들을 돕기는 하겠지만 집착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그가 어떻게 나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 개인의 작은 미래는 바꿀 수 있겠지. 하지만 역사의 큰 물 줄기는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지.’

특히 한국 경제의 몰락은 이익 집단의 첨예한 이익 때문이다. 서로 그냥 앉아서 타인을 착취해서 돈을 벌려는 이들의 대립인 터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한 것이었다.

한 사람이 마침 사무실에 나타나 있었다.

임경은 대리가 커피 한 잔을 타주었는데, 상대는 뜻밖에도 일본 DSN 은행의 이토였다. 그는 기획팀과 투자 때문에 협의 중인 것으로 알았는데, 의외였다.

더욱이 왜 여기에 있는 지도 알 수가 없었다.

상대가 자신을 보자 곧 호들갑을 떨었다.

“오, 이 과장님, 안녕하세요.”

“아, 네. 무슨 일 때문입니까? 제가 알기로 투자는 기획팀에서.......”

“그 투자는 아무래도 어렵게 되었어요. 여기 메이버의 이 사장님이 생각보다 너무 깐깐한 조건을 내 걸었습니다. 저는 메이버 미래를 믿으니, 투자를 하고 싶지만 본사에서는 반대하니까요.”

삭막하면서 무미건조한 말투.

감정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이민혁은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면 무슨 일로?”

“떠나기 전에 이 과장님을 한 번 더 뵙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악수를 한 번 해도 될까요?”

“그건 상관이 없지만........”

꽉 쥐여진 손길. 이토의 눈빛이 많이 달라졌다. 그 속에는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마치 은밀한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

그는 잠깐 동안 멍하니 이토를 쳐다보았다.

뭔가 서로 감정이 짱하고 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이토는 그제야 손을 놓은 채 한 마디만 남기고는 조용히 돌아섰다.

“한국에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

이민혁은 이토가 잡은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저게 무슨 말이야? 한국에 시간이 많지 않다니?’

***

이토가 던진 화두는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민혁은 혹시나 싶어서 이런저런 추측과, 동시에 일본 DSN 은행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해 보았다. 하지만 그도 이 은행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터라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영문을 모르겠군.’

결국 추론만 해야 하는데, 단순히 문맥적인 의미만 놓고 보면 곧 일어나는 금융혼란이다. 그 이후에 한국 경제는 몰락에 몰락을 거듭했다.

그렇게 보면 일견 타당한 조언이다.

이민혁은 이 때문에 다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도 다시 결혼을 해야 하고, 자식도 나아야 한다.

국가 경제가 무너지고 난 후의 일은 너무도 잘 안다.

부패는 극에 달하고, 서민의 삶은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그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행복할 리는 없다.

새삼 지난 생지옥 같은 기억이 다시 스물 스물 떠올랐다.

이민혁은 그제야 다시 각오를 다졌다.

‘내가 또 과거를 잊다니!’

***

메이버의 최근 유료 수익화 성공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덕분에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메이버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변화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우선 MS(매크로 소프트)가 자신의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검색 메뉴 서비스를 제공한 메이버의 검색 엔진을 빼버렸다.

대신에 넣은 것은 MSN 서치다. 최근 MS에서 투자한 리얼네임즈 닷콤에 한글 회사명을 넣어서 바로 연결시키도록 만들었다.

검색 엔진에 한글 회사를 치면 바로 MSN 서치로 연결된다.

‘메이버’란 단어를 치면 리얼 네임즈 닷컴으로 바로 연결되어버린다.

언론에서는 이 MSN 서치에 대해서 MS가 독자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인터넷 검색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 포털에 대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이 안건은 팀 내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어졌다.

-이 과장, 메이버 교육은 어떻게 되어가?

-기본적인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조에 대해서는 검토 중입니다. 큰 골격은 이미 E메일로 보고를 올렸는데, 잠깐 설명을 해드리죠.

***

가상현실을 이용한 교육 시스템은 간단하지가 않다.

특히 이 VRML은 노드와, 노드 형태로 이루어진 필드 집합체다.

VRML에서는 각 이벤트는 필드, 이벤트, 노드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해서 처리를 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Route 구문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벤트는 시간 흐름에 따라서 적용된다.

각 노드는 센스와, 스크립트와 합쳐져서 한 장면 그래프를 만든다. 그 다음에 실행 엔진과는 이벤트 초기화나, 출력 신호를 받게 된다.

라우트 그래프는 스크립 노트를 통해서만 지시를 받게 되는데, 이건 다시 이벤트를 통해서 장면 그래프 쪽에 지시를 내리게 된다.

VRML 파일은 전문적인 도구와, 디자인 도구, 텍스트 에디터 등을 통해서 제작이 가능하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이 관련 전문가다.

-다른 것을 떠나서 3D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유는 지금처럼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도 그걸 관리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력을 키우고,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다른 업체 대비 독창성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정작 콘텐츠에는 오히려 더 소극적이니까요.

이건 그냥 하는 말로만 불만을 토로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VRML 데이터 코드 제어에 대한 소스가 쭉 나왔다.

스크립트가 적용된 VRML 파일 내용까지 다 포함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영어 교제 하나가 실제로 데모 형태로 들어가 있었다.

3D 형태로 화면이 나오는데, 그 콘텐츠를 직접 반영한 결과다.

-가장 큰 문제는 VRML 애니메이션입니다. 시간 흐름에 따라서 동작하는데, 제어 템플릿을 만들어서 생성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 중첩되어 있어서 대역폭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더욱이 이 데이터는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 상업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곧 나온 것은 이 VRML를 사용했을 때 일어나는 대역폭의 실제적인 변화다.

다른 2D 방식에 비해서는 적게 수배, 많게는 수십 배의 차이가 난다.

그 시뮬레이션 결과가 각 VRML 예제에 따라서 어느 정도 로드를 받고, 어떤 정도의 서버를 사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도 일목요연하게 다 나왔다.

최근 들어서 다시 마음은 잡은 김진승 대리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저기 이 과장님,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요. 저걸 알면, 저 기준으로 해서 시스템을 설계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민혁 과장은 힐끗 그를 잠깐 째려봐 준 후에 일축했다.

-김 대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냐. 특히 HTML과, TIME 동기화는 구현해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생겨. 미디어의 배치, 콘텐츠의 상호작용 사이에서 많은 한계가 생겨.

겉으로 봐서는 좋아 보이지만 상업적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다.

정작 교육 콘텐츠에 치중해야 하는데, 좀 더 발전된 시스템을 적용한 터라 오히려 엄한 곳에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저 부분은 작업한다고 해도 그 로드도 만만치 않다.

다만 이미 문제점이 다 나와 있다.

따라서 저런 부분은 인력을 적절히 배분해서 진행하면 못할 일은 아니었다.

이민혁 과장은 대놓고 못하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었다.

박호진 팀장은 묘한 시선(?)으로 또 고집부리고 있는 이민혁 과장을 쳐다보았다.

‘이 프로젝트는 하긴 싫은가 보군.’

***

회의가 끝나고 나자 세 사람(?)이 다시 서로 모였다.

역시 권 차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과장이 이상하게 이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박호진 팀장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권 차장님 생각은 어때요? 혹시 이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저요? 지금 하는 일 때문에 이 일은 무리입니다. 지금 이 과장이 지적한 것처럼 생각보다 로드가 많이 걸릴 겁니다. 그러면 교육 콘텐츠 따로, 시스템 따로 나가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김 차장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건 완전히 리소스 먹는 하마일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아 보여요. 단순히 콘텐츠만으로 기존 다른 교육 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돈은 돈대로 안 될 테니까요.”

“그 보다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난이 더 클 겁니다. 최근에 빅4 교육 업체들 보니, 엄청나더군요. 덕분에 작은 업체는 줄줄이 다 파산했습니다. 언론에서조차 이 과열된 양상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게 문제군요.”

박호진 팀장도 이민혁 과장이 깽판(?)친 회의 내용을 떠올리고는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메이버 교육을 해서 수익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 모르기는 해도 영세한 업체는 줄줄이 다 죽어버릴 것이다.

이미 메이버 쇼핑도 어느 정도 자리매김하면서 수익성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예 교육과 같은 분야를 파고드는 것도 좋은 일만은 아니다.

최소한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랬다.

그는 때문에 이 문제를 이진해 사장에게 보고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더 간단했다.

-이 과장 생각(?)이 그렇다면 메이버 교육은 다음으로 미루지. 다만 간간히 리서치는 계속시켜. 김 대리(?)에게 시키면 되잖아. 앞으로 교육 분야는 돈이 되는 것은 사실이잖아. 특히 불경기에도 어느 정도 안정된 수익원이 되니까.

-알겠습니다.

김진승 대리도 뒤늦게 이 결과를 알게 되었는데, 그의 충격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 과장님, 진짜 대단하다. 사장님이 직원 눈치를 다 보다니.’

(새로운 시작 4권에서 계속)

============================ 작품 후기 ============================

어느 듯 4권입니다. 쿠폰 소박이라도 한 번 받아 봤으면.....ㅠ.ㅠ;

갈등 구조가 좋다?

1. 갈등구조가 좋다.

2. 뜬금없다.

3. 긴장감이 돈다.

4. 쿠폰 27장 투척.

5. 쿠폰 20장 투적.

6. 쿠폰 10장 투척.

7. 기타.

8. 그래도 많이 늘었다. 아슬아슬하지만 잘 가고 있다.

9. 불안불안하다.

10. 싼게 비지떡이다.

11. 다시 산에서 내려오는 것 같아보인다.

12. 이민혁 과장이 정말 대단하다.....실제로 대단한 건데.....짜증내는 독자분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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