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이민혁-148화 (148/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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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5장 열기

엔비 소프트에 대한 것은 메이버 기획팀에서도 알 수는 없었다.

그들도 로열티 계약 때문에 상대 법인을 조사해보았지만 몇 가지 의혹만 주르르 나올 뿐이었다.

“뭐? 지난 주에 법인 설립이 끝났다고? 백 팀장, 너 돌았냐? 이걸 임원 회의에 보고 하라고? 사장님이 응, 수고했어. 그러고 넘어갈 것 같아? 아니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겠어?”

“저도 추가 확인을 해보았고, 실제로 엔비 소프트를 방문해봤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정상적인 회사 맞습니다. 사무실도 있고, 음향실도 있었으며, 따로 소프트웨어 팀도 있었습니다.”

결국 정황만 봐서는 이민혁이 방문한 이례로 법인 설립했다는 의미다.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이 부분은 결국 이민혁에게 따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솔직히 좀 도와줬습니다. 인디 음악 쪽이 돈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제대로 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니까요.”

“휴우.”

딱 이 정도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민혁이 기획팀의 김 과장을 도와준 일은 이미 기획 팀원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에피소드다. 그런 그가 다른 업체 도와준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정 이사도 이 안건은 임원 회의에서 간단하게 언급해야 했다.

이진해 사장은 물론 괴이한 표정이었다. 역시나 괴롭힌 것은 박 부장이사.

“박 부장, 뭐 변명 없냐?”

“이 과장이 너무 어리숙한 면도 있습니다. 그건 저보다 사장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기 정 이사님이라, 백 이사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설마 모른다고 잡아떼실 겁니까?”

“아닙니다.”

“이 과장 애는 너무 순둥이라서 문제야.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어떻게 다른 회사를 도와 주냐? 자기 회사 챙길 생각만 해야지!”

웃기는 사실은 이 안건이다.

이민혁 과장을 직접 깨진 못하니, 박 이사를 주로 두들겨 맞았다.

주로 기존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메이전트만 해도 지금 다른 몇 몇 업체에서 무섭게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대안이었다.

“야아, 박 과장, 아니, 박 팀장이구나,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안심하지 말랬지? 지금 다른 놈들 뭐하는 지 알아? 아후고 뭐고 이놈들은 배알도 없어. 죄다 다 우리 콘텐츠 베끼고 있어!”

특히 아후는 최근 콘텐츠 사업부를 따로 꾸린 후에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었다. 이민혁 스카우트에 실패했지만 다른 쪽에서 인재를 구한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야지. 밑에 직원 관리하는 것은 자네의 가장 기본 덕목이야!”

박호진 팀장은 제대로 된 실적을 내놓고도 욕막 죽으라고 들었다.

‘휴우, 정말 이 짓도 못해먹겠다.’

***

무려 두 시간에 가까운 갈굼을 당하고 나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박호진 팀장도 잔뜩 열받아서 회의 끝나자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한 사람을 찾았다.

바로 이민혁 과장.

하지만 그의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이 과장 어디 갔어?!”

싸늘한 목소리.

임경은 대리가 화들짝 놀랐다.

“네? 이 과장님은 삼일 휴가 냈습니다. 그건 박 팀장도.......”

“휴우.”

박호진 팀장은 흥분한 채 곧 자기 자리에 가서 풀썩 앉았다.

회의실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권 차장이 뒤늦게 나타나서는 박 팀장을 데리고 휴게실로 사라졌다.

임경은 대리는 참다못해서 이민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크, 큰일 났어요. 박 팀장님이 화 엄청나서 이 과장님을 찾습니다!

날아온 대답은.

-쿨쿨.

그 다음은 몇 번 전화를 해보았지만 아예 대답도 없었다.

***

알다시피 한 동안 무리하면 잠이 꿀처럼 달콤하다.

다만 사람이 계속 잠만 잘 수는 없다.

아무리 피곤해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민혁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때 와 있는 다양한 문자가 있었다.

임경은 대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부분은 다 패스.

그 외에 부모님에게서 온 잔소리도 있다.

아무리 바빠도 문자는 하라고 되어 있었다.

이민혁은 깔끔하게 문자 몇 개는 보냈다.

-민혁이는 정신없이 바쁨.

그 다음은 역시 이지연.

전화 한 통 안 했더니, 벌써 온 전화 회수만 무려 10통이었다. 거기에 문자 역시 만만치 않게 와 있었다. 주로 소녀의 감성이 듬뿍 담겨 있는 멘트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전 일 이야기만 해도 좋아요. 그러니 오빠가 너무 부담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굳이 이것저것 따지지 않은 따스한 말.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

이민혁은 굳이 나머지 문자를 다 확인해보지 않아도 이미 회사에서 지금 진행하는 일은 어림짐작했다.

‘엔비 소프트 확인하고, 로열티 지분 검토, 그 다음에는 포팅 작업이겠지. 기본 프로토 타입은 이미 내가 만들어 놓았으니, 김 대리가 알아서 잘 할 거야. 나머지는 호정이가 처리하겠지.’

강호정은 예상한 대로 대학 시절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어디 가지 않았다. 더욱이 인터넷 기업을 전전하면서 잡초와 같은 근성도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알려준 테크닉을 마치 물을 흡수하는 솜처럼 빨아 당겼다.

예상대로 그 결과는 문자로 와 있었다.

-민혁 형, 메이버에서 연락 받았고, 로열티 계약 사인까지 끝났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메이버 측과 포팅 작업 시작합니다. 진행 결과는 하나씩 보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큰 일은 거의 다 끝나 있었다. 과거라면 자신이 전부 다 진행했을 테지만 믿음직한 후배 하나 잘 챙긴 덕분에 잡일은 줄일 수가 있었다.

‘진작 이렇게 해야 했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는 이지연이었다.

조강지처(?)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 감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문득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곧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한 번이라도 잘 해줘야지. 보자, 뭐가 좋을 까나. 여자가 좋아하는 것은.......’

***

블루는 원래 98년에 미술인 후원 사업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IMF를 맞아서 문화 산업이 죽으면서 이를 돕기 위한 하나의 프로젝트가 그 근원이다.

주로 판화 제작, 퍼포먼스, 아트 광고와 같은 다양한 문화 이벤트 작업이다.

경제 한파가 심해지면서 문화 예술인은 완전히 죽어버리면 오히려 더 활성화가 되었다. 기부 금액이 더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술인은 혹독한 시련을 경험했다.

그 고통은 실상 예술인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여기에 블루가 기획한 프로젝트는 그 예술인의 아픔을 승화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미술관이나, 화랑과 같은 환경이다. 해외전과 같은 이벤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블루에 변화가 생긴 것은 바로 올해 급증한 기금 때문이었다.

바로 메이버였다.

메이버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기부 금액이 더욱 늘어났고, 이것은 블루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결국 이전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홍대 부근이다.

이민혁은 원래라면 전전하던 한 업체에서 이 블루 프로젝트 일을 도와주면서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미래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좋구나.”

그가 몇 년 후에 보게 되는 미래가 좀 더 빨리 당겨져 있었다.

홍대 부근이라는 장소적 특성, 이점이 보다 크게 작용되었다.

“오빠!”

이지연이었다. 오늘은 음악을 즐긴다는 제안에 각선미와, 허벅지 라인이 노골적으로 보이는 반바지와, 상체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코디를 하고 있었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야릇했다.

에로틱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더 섹시미를 자극했다.

청순함이 가득한 모습과 어울리자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이민혁은 자연스럽게 팔짱을 한 채 길거리를 활보했는데, 따가운 눈총을 많이 느꼈다. 역시 나이 차이 때문이었다.

그도 이게 부담스러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를 안으로 이끌었다.

이지연은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

“저, 정말 환상적이에요. 오빠랑 만나면서 이렇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은 처음이잖아요!”

“일 이야기만 한 거군.”

“아, 아니에요.”

“후후후, 괜찮아.”

이민혁도 그냥 웃고 말았다.

***

블루는 총 9층 건물로 미술, 음악, 공연, 이벤트가 서로 아우러져 있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미디어시어터, 1층은 이벤트 클럽이다.

4,5,6층은 스튜디오로,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7층은 자료실로 꾸며져 있다.

8, 9층은 그 때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갤러리는 부속 전시장이 아니라, 전시 전문 공간이다.

일반 작가들이 기획전을 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위층 역시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은 이들을 원조해주는 이벤트 형식이 많았다.

따라서 독특한 미술 작품만이 전시될 수밖에 없다.

상업적인 작품은 다른 작품에 밀려서 빛을 잃었다.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은 그저 눈요기에 감탄을 터트렸다.

“오빠, 이거 봐요, 정말 예뻐요!”

한 미술 작가가 그린 도시 근교의 시원한 화폭이다.

이지연은 그 그림 옆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민혁 팔을 잡고 당기자 어쩔 수 없이 반쯤 안겼다.

하지만 그녀는 지나가는 다른 커플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커플 사진이었다.

이민혁은 그녀 반응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좋아하네.’

***

블루는 영세 예술인을 주로 후원하는데, 그 중에는 빼 놓을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언더그라운드 록밴드다.

대중, 고객의 소통이 할 수 있는 그런 장소도 만들었다.

오늘 콘서트는 모두 5그룹이다.

밴드와, 음반을 공동제작하고, 그들의 콘서트를 열어주었다.

비용은 전액 무료다. 오히려 수익금 일부를 돌려주는 식이다.

이게 의외로 인기가 있다.

이미 미니 콘서트에는 발디들 틈이 없었다.

다만 이 콘서트에서는 대중의 음악이라는 이벤트가 있는데, 청중의 요청을 받아서 멋진 음악을 보여주는 일도 한다.

바로 이민혁이 원한 목표였다. 그는 이지연을 잠깐 떨 주어 놓고는 한 쪽에 있는 DJ에 가서는 가져온 USB 파일을 내밀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파일을 받아서 플레이만 하면 됩니다.”

“네?”

“제가 가져온 음악은 제프리 다운스의 ‘Video kills the radio star’와 같은 명곡입니다. 나머지도 비슷합니다. 다 연주할 필요는 없고, 두 세 곡이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곡의 mp3 파일은 음질저하가 너무 심합니다. 혹시 다른 곡을 원하시면........”

“아뇨. 그 음질 저하는 걱정 안해도 될 겁니다. 메이버에서 최근 개발한 엔빌 코덱을 사용했으니까요.”

“엔빌 코덱이라면......최근 메이버 뮤직에서 발표한 그 코덱 말입니까?”

“오, 알고 계시네요. 그거 맞습니다.”

“그거라면 상관이 없지만.......”

“이건 wav 파일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라서 기존 앨범 음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

이지현은 곧 이민혁이 자리에 돌아오자 의아하기만 했다.

“무슨 일이에요?”

“보면 알 거야.”

이민혁은 그저 입가에 미소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곧 이어서 디제이가 제프리 다운스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서 ‘Video kills the radio star’를 플레이시키기 시작했다.

은은한 중저음은 명곡의 음질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었다.

콘서트 무대에 설치된 스피커는 그런 음질을 최대한 살려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객의 귀를 울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뭔가 좀 색다른 변화를 느낀 이들은 다들 그 음원을 음미했다.

이지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머, 이거 정말 죽이네요.”

“괜찮지?”

“이, 이건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마치 라이브 콘서트 듣는 거랑 비슷해요!”

“후후후.”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가 원한 결과였다.

‘엔빌 코덱은 단순히 복원이 아니라, 핑크 노이즈 대비해서 다양한 형태로 음원을 복원하는 방법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

이 방식은 어떤 음원이라도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했다. 일정한 레벨의 한계를 정하고, 그 기준으로 잡아서 튜닝을 한 것이었다.

그 절묘한 변화가 기존의 음원에 생명을 좀 더 불어 넣는다.

신호외곡 같지만 실상 핑크 노이즈라는 자연적인 현상과, 기존 김종훈이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을 토대로 고안한 것이다.

보다 원음에 충실하다는 것이 정확했다.

한 곡이 끝나자 앵콜 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지연은 완전히 그 분위기에 젖은 채 이민혁의 팔에 꼭 매달린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해 있었다.

이민혁은 그 모습이 한 편으로 좋았지만 자기 실수로 인해서 비탄에 젖었던 조강지처의 모습과 겹쳐지자 나직이 한 숨을 내쉬고 말았다.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조강지처에 대한 것을 챙겨줘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콘서트 무대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디제이가 그 분위기에 젖어서 지금 플레이한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엔빌 코덱’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 열기는 더욱 더 심해갔다. 이들 반응만 봐도 메이버 뮤직2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림짐작이 가능했다.

============================ 작품 후기 ============================

선작수 5,000돌파 기념,

오늘부터는 시원시원하게 갑니다.

로맨틱하죠?

1. 로맥틴하다.

2. 안만족

3. 몰라.

4. 그냥그냥.

5. 글쎄.

7. 쿠폰 27장 투척.

8. 쿠폰 15장 투척.

9. 쿠폰 10장 투척.

a.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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