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이민혁-149화 (149/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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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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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버도 엔비 코덱 베타 테스트는 이전과는 달리 큰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기존의 매니아들을 상대로 반응만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컸다.

특히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이 엔비 코덱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다.

바로 홍대 카페 몇 곳에서 플레이 된 그 음원 소문이었다.

-한 번 들어봐, 진짜 죽인다!

보통 사람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들. 이들 매니아들은 이 소문에 대해서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들은 최고의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천만원도 그냥 쓸 수 있는 이들인 탓이다.

자연스럽게 이게 돌기 시작했다.

메이버 뮤직 게시판으로 전이가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열기가 생각보다 뜨거워지자 메이버도 질겁한 채 방향을 바꾸었다.

기존 이민혁 과장이 제안한 엔비 코덱 로열티 제공 방식에서 바꾸어서 그냥 기술을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절대로 안 됩니다.

엔비 소프트에서 무조건 반대하기 시작했다.

메이버 기획팀은 따로 인원을 할당해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겼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엔비 엔지를 매입해!

이민혁은 이미 회사 이곳저곳에 아는 인맥이 있는 터라, 그들을 통해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는 몸을 납작 엎드렸다.

‘완전히 바보(?)는 아니군.’

***

온라인 유통에 변화를 일으킨 회사는 역시 누가 뭐래도 냅스터다.

다만 그들이 한 행동은 남의 음원을 무료로 뿌렸으니, 불법이다.

문제는 기술 트렌드의 변화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옛날의 법은 의미가 희석되어버린다.

결국 이 냅스터 관련 소송은 새로운 기술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냅스터를 죽도록 미워하는 업체도 있다.

주로 음반음계 오프라인 협회다.

이들은 온라인 시장이 성숙될수록 자신의 입지가 죽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때문에 상원 청문회에서도 압력을 행사했다.

그들의 지지를 받는 상원의원 입장에서는 냅스터를 그로기로 몰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냅스터를 죄악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유료 온라인의 성숙을 지켜보는 몇 몇 업체 입장에서는 관점이 다르다.

이 새로운 시장.

미국 내의 여파가 냅스터에 부정적이라고 해도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바로 독일 베트텔스만 그룹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그 반대급부를 좀 더 높이 봤다.

그들은 소송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냅스터 측에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공동개발에 대해서 제의한 것이었다.

-같이 일 해봅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긋지긋한 소송을 남발하는 이가 베트텔스만 그룹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소송은.......

-협상 안을 사인하면 소송은 바로 끝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물론 냅스터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은 슬쩍 접었다.

이제까지 반드시 냅스터를 죽여야 끝내겠다는 태도.

그 행동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활용하겠다는 태도다.

냅스터는 해적 행위 때문에 상원 청문회에 까지 가서 욕을 처먹는 분위기. 이들은 바로 이 상황을 언론을 통해서 적극 알렸다.

-우리가 지금 개발하는 새로운 시스템은 사용한 1명당 4.95달러 정도의 저렴한 유료 서비스입니다. 자금은 저희 냅스터 지분 일부 매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베텔스만 계열사인 BMG의 토머스 회장은 이 냅스터의 반응에 대해서 즉각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인과 파일 공유는 이미 기존 시장에서 보여 주지 못한 놀라운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전송 방법에 높은 신뢰가 더해진다면 향후 음악 산업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저기 토마스 회장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냅스터 회장을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도 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타협만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한 기자들 전체를 허탈하게 하는 말이었다. 도대체 지금까지 미국 정부까지 압박해서 그 난리를 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들 바보는 아니다.

이 묘한 그들의 행보에 대해서 눈치를 채지 못하는 이들이 없었다.

‘돈 때문이군.’

다만 이런 베르텔스만이 소유한 세계 제3위 규모 음반사인 BMG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냅스터에 대한 깊은 신뢰를 안겨주었다.

이진해 사장도 이런 저작권의 변화에 대해서는 기가 찼다.

“이놈들은 정의고, 뭐고 어쩌고 따지지만 결국에는 돈에 미친놈들 같아.”

정 이사 역시 방긋 미소 지었다.

“돈 때문에 어쩔 수가 없을 겁니다. BMG 입장에서는 해적 파일이 돌면 타격이 엄청나니까요.”

“정이 안 가는 놈들이야.”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국제음반업계협회에서 베르텔스만의 법정 밖 화해에 대해서 딴지걸고 있으니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임원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 사건이 해결 되었나 싶었는데, 아직도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들은 지금처럼 어설프게 넘어가는 것보다는 냅스터의 이번 항소심의 심판을 통해서 처벌하자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건 냅스터 소송이 궁극적으로 불법적인 행위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 거기에 대해서 처벌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런 행동도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현재 항소심에서 계류 중인 다른 소송에 대해서도 협상을 위해서는 좀 더 유리한 판결을 얻자는 것입니다.”

“베르텔스만은 뭐라고 그래?”

“그들 입장에서는 시장 선점이 우선이니까요.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략 6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 출자를 통한 온라인 음반회사를 런칭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렇게 된다면 유니버설이나, 소니, 워너의 행동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겁니다.”

“그놈들은 어때?”

“애들은 아직 소송을 취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상황 추이를 지켜보면서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는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냅스터 인수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아직 항소 중인이 사건이 문제겠군.”

“그런 부분은 꽤 부담스러울 겁니다. 시장 선점은 하고 싶지만, 자칫해서 소송부담까지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 리스크 감안해서 협상해야 하는데, 냅스터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끌끌.”

이진해 사장도 골치가 아픈 지 관자놀을 툭툭 쳤다.

다른 임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잠깐 고심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이제 싹이 트고 있는 우리 국내 유료 음원 시장과는 달리 지금 세계 유료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야. 좋아. 뭐 다들 이제는 분위기 알겠지?”

“네.”

임원 태반은 고개를 끄덕인 채 수긍했다.

이진해 사장은 다시 정 이사를 쳐다보았다.

“그 엔비 소프트는 어떻게 되었어? 아직 매각할 생각이 없데? 정 안되면 그 엔비 코덱 협상안은 어떻게 되었어?”

“그 쪽에서 무조건 반대합니다.”

“엔비 코덱 베타 테스트 결과 때문에 그래? 하지만 그 음원 때문이 아니라, 우리 메이버의 브랜드 가치 때문이야. 그 정도는 알 텐데?”

“그런 것도 있지만 아예 팔 생각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 저희 메이버 측에서 싫다면, 기존 계약은 파기해달라고 합니다. 아후 측과 따로 계약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이 과장 탓할 생각은 마. 그 친구는 어디까지나 엔지니어이니까. 계약은 자네 기획팀에서 할 일이잖아. 더욱이 엔비 코덱 가치를 생각해서 기술을 매입하자고 한 것도 자네고?”

“엔비 소프트의 김종훈 사장은 애초에 돈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이입니다. 그냥 자기 음악을 하고 싶어서 그 업계를 시작했고, 지금도 그냥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돈이나, 다른 것으로 아예 먹히지 않습니다.”

“진정한 뮤지션이라는 건가? 아니면 더 큰 걸 노리는 꼼수야?”

“음악을 좋아하는 이입니다. 엔비 코덱도 따지고 보면 김종훈 사장의 지금까지 노력한 음악 세계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까요. 어지간한 음원은 그 범주에서 크게 비켜나지 않습니다.”

쭉 이어진 설명.

임 대리에게 일부 들은 것도 있지만 엔비 소프트에 대해서 철저한 실사를 통해서 얻어진 내용이다. 그것을 토대로 보면 엔비 코덱이 마냥 운이 좋아서 나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인디 음악을 추구한 진정한 뮤지션.

그들의 음원을 통해서 하나의 규칙을 만든 것이다.

그것이 실상 엔비 코덱의 본질이었다.

이진해 사장이 그런 것 정도를 간파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휴우, 이 과장이 역시 일하나는 제대로 하는 군.”

“네, 저희도 조사하면서 정말 이번만큼은 이민혁 과장 저력에 새삼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어줍 잖은 해외 뮤지션 음원을 가지고 연구하거나, 아니면 해외 음반사 쪽을 팔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뮤지션을 찾아서 그걸 접목했습니다.”

“자네 생각대로 움직이면 그게 어디 이 과장인가? 그 친구는 그 친구만의 색깔이 있지. 그렇지 않고야 지금까지 실적은 말이 안 돼. 다른 직원과 다르게 대우한 것도 그런 저력을 인정한 거잖아?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자네들도 마찬가지. 자기가 일은 못하는 것은 좋아. 하지만 남의 앞길을 막지는 마!”

“네.”

다들 순순히 수긍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해외 음원 시장의 변화를 잘 보면 이민혁 과장의 행동이 마냥 이상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의문이었다.

‘설마 해외 음원 시장의 변화를 미리 사전에 다 알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물론 이진해 사장은 박 부장에게 한 마디 정도는 남겼다.

-박 팀장은 혹시 모르니, 이 과장과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봐.

-네.

***

디지털 혁신의 무법자로 인정받은 냅스터가 다른 음반업체와 손을 잡고,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다른 이익 단체들이 다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민혁은 다른 누구보다도 이런 변화에 대해서 한 사람의 저력을 새삼 느꼈다.

‘스티븐이 그렇게 보면 대단한 사람이지. 이런 이해관계 당사자, 작곡가, 작사, 가수를 모두 모아서 협상을 했잖아?’

어떻게 보면 산업 혁명, 정보 혁명에 이은 콘텐츠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는 이미 엔비 소프트에 대한 지분(?)이 있는 터라 느긋했다.

메이버 측에서 계속 엔비 소프트를 압박하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후후후, 엔비 소프트는 애초에 그런 권한이 없지. 시간 낭비야.’

입가에 미소가 자주 걸렸다.

그 음흉한 미소는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임경은 대리가 간간히 태클 걸었다.

“영계 생각하나 봐요?”

“응? 무슨 소리야?”

“지연이가 의외로 자기 자랑은 좀 하는 편이에요. 홍대에 가서 멋지게 춤도 추고, 너무 행복해서 죽을 뻔했다고 하대요.”

“그건 아냐. 블루 클럽에 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설마 일 때문에 그 클럽에 갔다고 핑계 되는 거에요?”

“사실이니까.”

임경은 대리도 가자미 눈을 한 채 째려봤다.

다행이라면 박호진 팀장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봐, 이 과장, 우리 이야기 좀 하자.”

“그냥 여기서 하면 안 됩니까?”

“엔비 소프트 때문에 그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이미 베타 마무리 단계이고, 이제 곧 정식 런칭하지 않습니까? 계약은 이미 다 끝났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야기 좀 하자구.”

“알겠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감을 잡은 것이었다. 임경은 대리에게 가벼운 윙크(?)만 남기고는 조용히 일어섰다.

그녀도 그 광경이 이상하게 웃긴지 피식 웃고 말았다.

***

회의실에 들어가서 처음 시작한 이야기는 가벼운 조크다.

이지연 이야기가 우선 나왔다.

“정말 20살이야?”

“저도 잘 모릅니다.”

일단 오리발.

“정말 그럴 거야? 이 과장 자네가 엔비 코덱 설계할 때 도와줬다고 하는 것을 목격한 용의자도 있어!”

“하지만 그 알고리즘은 엔비 소프트 음원을 이용해서 만든 겁니다. 테스트, 심지어 수정 작업 역시 도움을 얻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음악을 하면서도 돈이 없어서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도와준 것에 불과합니다!”

소위 말하는 대형 닭발.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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