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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1장 계륵
메이버 고스톱 엔비 임상 실험 결과는 생각보다는 성공적이었다.
이 덕분에 게임 중독 환자 가족을 중심으로 해서 이 소식은 급격히 알려졌다.
이들 환자 중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게임 중독의 폐해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늘어났다.
-정말 감사합니다.
메이버 게임 게시판은 이 환자들의 방문기로 그야말로 난리였다.
-우와, 진짜 대단합니다.
-정신과를 찾는 환자 중에도 이 고스톱 한 이들이 있는데, 숫자가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정신과 병원에서는 쉬쉬하지만 다들 상당히 놀란 눈치입니다.
-인터넷 중독 자체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아마 훨씬 많은 겁니다.
-전에 어떤 뉴스 보니 인터넷 사용자 10%가 중독 중상이 있답니다.
-헐? 그러면 나도 정말 중독자야? 이거 한 번 해봐야 겠네.
-정말 효과가 있어요. 회사만 가면 증권사 트레이딩 화면이 계속 아른 거렸는데, 지금은 정말 별 일 없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메이버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인 기업입니다.
대부분이 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다 메이버 고스톱 엔비를 통해서 치료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마다 기질적인 차이가 조금씩 있다. 그 기묘한 차이 때문에 특성 변화가 생겨났다.
이 결과에 대한 불만 글이 시간이 지나면서 메이버 게임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메이버 고스톱 효과가 없습니다! 왜 저만 안 되는 겁니까?!
치료 방법을 내놓으라는 부탁이다.
메이버에서도 처음에는 이 안건을 무시했다.
-메이버 고스톱 엔비는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환자가 완벽하게 치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중독 환자 가족들도 충분히 공감하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자기 가족 치료가 더 우선이었다.
막 우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메이버 측은 정말 너무 합니다. 아니 세상에 사용자를 위해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돈 많이 벌었잖습니까? 이번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억지다.
다만 이것은 너무 답답해서 하는 하소연이었다. 게임 중독 때문에 가족 전체가 고통 받는 이들은 게시판에 눈물의 사연을 한 가득 올렸다.
-저희 남편은 게임에 빠져서 지금 사표를 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은 PC방에서 아예 삽니다. 아무런 일도 안하고, 지금은 생활비도 부족해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메이버 고스톱 엔비 때문에 효과를 좀 보나 싶었는데, 다시 원점입니다. 제발 저희 가족 좀 살려주세요. 흑흑흑, 부탁합니다.
몇 번에 걸쳐서 합리적인 사유를 달았다.
불행히도 아예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욕설만 더 올라왔다.
-그 메이버 정말 너무하네.
-악덕 기업이다.
-사채 기업 같아.
-........
애초에 엔비 게임은 외주 업체 프로젝트였다.
메이버 고스톱 사행성을 없애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이미 그 결과를 통해서 메이버는 할 바를 다 해놓았다.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
메이버 기획팀에서는 부랴부랴 이 안건에 대해서 협의를 해야 했다.
그들도 처음에는 이 안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이슈가 튀어나왔다. 가장 큰 항목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충성 네티즌이다.
-잘은 모르지만 만약 기존 충성 네티즌에도 악영향을 주면 어떻게 될까요? 중독에서 빠져나온다면 우리 메이버 페이지뷰 자체가 줄지 않을까요?
그건 곧 메이버 매출 격감이다.
메이버처럼 큰 포털이라면 타격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10% 페이지뷰만 줄어도 광고 수익이 이 정도로 팍 깎여버린다.
심각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한 거야?!
백기수 팀장은 결국 실무진 몇 사람과 같이 검색 팀의 한 사람(?)을 찾아갔다.
***
이민혁은 당연히 엔비 게임 결과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다만 그 역시 그 엔비 게임 추이 변화를 보면서 예상 밖의 결과에는 당혹스러웠다.
‘요상하게 흘러가네.’
분명히 좋은 의도로 시작했는데, 그게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방향인 셈이다.
‘역시 미래가 정해진 것이 아니구나.’
때 마침 기획팀에서 찾아왔다.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엔비 게임 때문입니다.”
“그건 저보다는 엔비 소프트 측에 한 번 전화를 해보세요.”
“그러시지 마시고요. 이미 이 과장님이 어느 정도 이 프로젝트에 다 관여했지 않습니까? 그러니 잘 아실 테니, 그 부분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도 뒤늦게 안 불편한 진실(?) 때문에 이 안건 만큼은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엔비 게임은 중독 환자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집착하는 현상 자체를 완화시키니까요.”
“그건 확인 해보셨습니까?”
이민혁도 좀 야구공에 한 대 맞은 표정이었다.
“아뇨. 정확히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그걸 왜 해야 합니까?”
백기수 팀장도 좀 갑갑한 표정이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박호진 팀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슬며시 다가오자 그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휴우.”
박호진 팀장도 골이 띵한 표정이었다. 중독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게 포털 매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간과한 것이었다.
이민혁이 보다 못해서 소리쳤다.
“그건 지금 포털 최근 페이지뷰를 확인하면 될 것 아닙니까? 이미 메이버 고스톱 엔비 베타는 진행 중이니,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일부만 그래서.......”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 일부 고스톱 네티즌의 페이지뷰를 살펴보면 되죠. 그게 포털 전체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겁니다. 아무래도 좀.......”
“!”
뒤늦게 기획팀도 인정하고는 곧 사라졌다.
박호진 팀장은 물끄러미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관자놀을 툭툭쳤다.
“이 과장, 어쩔 거야?”
“메이버 고스톱 엔비는 이미 끝난 일입니다. 사행성을 없앴고, 그 정도면 할 바를 다한 겁니다.”
“네티즌이 그냥 안 있을 텐데?”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이민혁은 결국 오리발만 내밀었다.
박호진 팀장도 머리를 굴려봤지만 지금에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자꾸 문제만 양산하지 좀 마!”
그는 그냥 무시해버렸다.
***
물론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기획팀이 다시 왔는데, 그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정말 페이지뷰가 2.3%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메이버 규모에서 2.3% 페이지뷰 감소라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더 심각한 사실은 메이버 고스톱 엔비만 붙잡고 하는 것이 아니니,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민혁을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눈총에 억울한 표정이었다.
“아니 절보고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정 문제가 된다면 메이버 고스톱 엔비 서비스를 중지하면 되겠죠. 오류 문제 때문이라고 하면 되잖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백 팀장은 곧 바로 이민혁 제안대로 메이버 고스톱 엔비 서비스를 스톱시켰다.
-고객 여러분에 양해를 구합니다. 메이버 고스톱 엔비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아서 잠정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결코 이들 선에서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곧 바로 임원 보고로 올라갔다.
이민혁은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에 골머리를 앓고 말았다.
***
인터넷 사용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용자 수는 급증했다.
이것은 한 편으로 인터넷 사용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인터넷 인구가 늘어난 장점이 있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생긴 현상이 바로 인터넷 중독 현상이다.
이 현상에 걸리면 식사 장애나, 조울증이 나타나서 정신질환을 야기한다.
곧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주어서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현상이 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정 이사 역시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최근 조사를 통해서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다만 그 당시에는 무시했는데, 지금은 좀 상황이 달랐다.
“인터넷 중독 센터에서는 아예 무료 상담 서비스까지 합니다. 주로 고려대 심리학과 재학생과, 교수가 운영하는데, 사이버 중독, 특히 섹스나, 대인 관계 중독에 대한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자가진단 서비스로 판단하는 거야?”
“네. 하지만 이런 사이트는 의외로 최근 많이 늘어났습니다. 청년의사 중독 센터도 또 다른 예입니다.”
진단과, 치료법을 네티즌에게 다 오픈되어 있다.
특히 인터넷 중독에 쉬운 유형은 아예 온라인 서비스까지 진행한다.
다른 사이트의 경우에는 신경 정신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
아예 전문가가 직접 체크 리스트를 통해서 중독 상태를 자문 받는다.
이진해 사장도 기획팀의 보고서 내용을 살핀 후에 골치가 아팠다. 이 분야 쪽은 포털하고는 무관하다. 오히려 매출에 악영향을 주는 분야라서 알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게임을 가지고 중독을 치료하거나, 체크하거나 한 이들은 없군.”
“사실 좀.......많이 특이한 겁니다.”
이진해 사장도 한 쪽에서 골치가 아픈 표정을 한 채 보고서 내용을 살피는 김수병 이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역시 최근 나온 기획서 내용. 그 중에서 메이버 고스톱 엔비 반응 결과를 보고는 갑갑한 표정이었다.
그가 예상한 것과는 너무 달라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봐, 김 이사, 어때? 이대로 그냥 엔비 게임은 그냥 넘어갈 거야?”
“휴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런 문제가 있을 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 이사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엔비 게임 버전이 사실 후속으로 나와야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 전반적인 작업은 좀 그렇겠지만 한 두 개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하지만 매출에 악영향을 줄 겁니다.”
정 이사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았다.
“지금 메이버 고스톱 엔비 매출 잘 보면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이 엔비 게임을 적용하면서 사회적인 부각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엔비 게임 프로젝트에는 생각보다 들어간 돈이 가볍지가 않다.
최소한 그 이익은 뽑아야 했다.
문제는 이게 포털 입장에서는 판도라의 상자나 마찬가지였다.
김 이사는 울상을 한 채 다른 이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실상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 터라,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사들도 이건 선뜻 판단할 수가 없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얼핏 봐서는 매출이 좀 줄어서 나쁜 것 같아도 중독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바로 메이버 게임 매출이다.
메이전트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덕분에 성장을 꽤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요즘에는 더 늘어나지 않고 있었다.
성장 한계에 부딪친 셈이다. 이 힘든 상황 중에 실무자보고 중독성을 떨어트려서 매출 위축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김수병 이사도 이런저런 고민에 한 가지 점은 걸고 넘어졌다.
“지금 결과대로라면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말 이 엔비 게임이 효과가 있다면 기존 사용자 중독 현상이 어느 정도 치료 됩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이진해 사장이 툴툴거렸다.
“김 이사,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지금 사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매출에 영향을 안 주면서 이 엔비 게임을 잘 이용하는 거야.”
매출과, 엔비 게임은 반비례 관계다.
두 가지는 결코 같이 갈수는 없다.
그는 힐끗 혼자서 조용히 침묵한 채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웠다가 곧 표정 바꾸는 박호진 팀장에게 이를 갈았다.
“정말 이거 문제없는 겁니까?!”
박호진 부장도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잘은 모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메이버 고스톱과, 몇 몇 임상 결과일 뿐입니다. 그 덕분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확히 이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지 아무도 모릅니다. 실상 그 어떤 업체도 안하려고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 당장 메이버 고스톱 엔비 서비스를 중지시켰지 않습니까?”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엔비 게임이 효과를 받은 내용이 중독 환자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그들 위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문제는 자기 고객이 게임 중독에서 해방되면 게임을 놓게 된다.
그건 곧 게임 업체 매출 감소다.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메이버 충성 고객이 사라진다면 그건 업체에게 재앙이다.
그러니 상황이 좋을 수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걸 가지고 테스트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확히 중독성을 치료하고 나면 다시 중독되는 지, 아니면 아예 완치가 되는 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게 실상 메이버 매출 전체와도 관련이 있으니.
소규모 테스트는 그것 나름 문제다. 만약 언론을 통해서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서 일일이 다 고민해야 한다.
이진해 사장도 머리가 띵한 표정이었다.
“계륵이군.”
“네.”
그는 힐끗 박호진 부장을 째려봤지만 시선을 슬쩍 피하는 터라, 정 이사를 돌아보았다.
“지금 네티즌 반응은 어때?”
“일반 사용자는 좀 항의가 있는 선이지만 지금 중독 치료를 받는 이들은 난리입니다. 입소문 통해서 숫자가 꽤 늘어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만 오픈해도 결국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하면 답이 없습니다.”
“하아.”
깊은 고뇌가 들어간 한 숨이었다.
다만 문제는 지금 당장에 더 메이버 고스톱 엔비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일단 당분간 지켜보자. 줄어든 페이지뷰가 회복되는 지도 중요해. 그걸 기준으로 해서 다음 상황을 판단해야 해.”
“알겠습니다.”
물론 한 가지는 예외였다.
“박 이사, 넌 나 좀 따로 보자.”
“네.”
박호진 부장 안색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또 깨지겠군. 정말 이렇게 또 욕먹기는 처음인 것 같아. 이 과장은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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