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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곧 이어진 잔소리.
책임은 회피한 채 자꾸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처신에 대한 맹비난이었다. 질책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 되었다.
이진해 사장도 스트레스(?)를 풀고 나서는 기획팀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깍지를 낀 채 힐끗 정 이사부터 쳐다보았다.
“좋다고 하자. 정 이사, 어떻게 하자는 말이야?”
“이 과장 제안대로 엔비 소프트와 전자 지도 업데이트 관련해서는 전략적인 제휴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건 반대로 된 것 아냐? 우리가 핵심 네비 기술을 가지고, 지도는 외주 줘야지?”
“그게 좀........”
“기술이 없다고?”
“.........”
박호진 팀장이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다시 끼어들었다.
“그 기술이란 것도 초기에 맵 전자 지도 관련 경험을 쌓았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반복적인 지도 작업은 외주를 줄 테니까요. 지금은 그 관련 기술 자체가 저희에게 없습니다. 아니면 다른 지도 업체를 인수하던지 해야 하는데, 그것도 지금 당장은 문제입니다.”
“결국 지금은 엔비와 타협하고, 전자 지도 작업, 그 다음에는 메이버 유통하고 매칭 작업에 더 충실해서 부가 가치를 올리자. 그거야?”
“네.”
“그래, 그건 그렇게 해. 정 이사, 넌 이번에 해체된 직원들과 같이 상담을 해봐. 무슨 문제가 있는 지, 앞으로 고민이 뭔 지, 회사에 불만 같은 거다.”
“알겠습니다.”
회의는 끝이 났지만 분위기는 묘했다. 다들 이제까지 잘 나가는 것만 생각했지, 간과한 부분을 뒤늦게 느낀 것이었다.
‘이건 정말 심각하구나.’
8장 내부 문제
실상 메이버는 어떻게 보면 기업 성장 과정에서 보면 지금이 한창 좋을 때다. 매출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수익성 모델은 줄줄이 나오고 있었다.
기존 수익 모델 매출이 둔화되어도 새로운 컨텐츠 수익이 늘어나면서 돈은 쌓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장 속에는 어두운 면이 많이 생기고 있었다.
오로지 수익성을 위한 기업으로만 조직이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최근 일어난 한국 내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시장 확장이라는 매출 이익에 좀 더 집착하기 시작했다.
고객 만족을 표방하는 이 시점에서는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고, 시장 구조의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
여기에 부가 가치의 창출이 보다 핵심적인 가치가 된다.
하지만 이 보다는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급급해서 조직을 급조하고, 채용한 인원을 이곳저곳에 막 배치해 버렸다.
그 결과의 희생냥이 최지선 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경영진이 이걸 안다고 해도 쉽게 바로 잡을 수가 없다.
수익 모델이 계속 나와야 이들의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그 수익 모델을 찍어내는 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민혁 과장이다.
의사 결정이 위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올라오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민혁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민혁은 당연히 지금 엔비 소프트 내에서 진행 중인 전자 지도 작업에 대해서 조사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 불필요한 노가다 반복 작업에 대한 것은 바로 메이버 측으로 넘겼다.
강호정은 의외로 여기에 대해서 큰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민혁이 의아스러웠다.
“너 정말 괜찮아?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노하우인데, 이걸 메이버 측에 넘기는 게?”
“민혁 형도 참, 저희도 이제 좀 컸습니다. 이 정도 일 따위는 관심 없습니다. 지금 엔비 OS 빌드 튜닝과, 추가 리빌딩 작업하는 것만으로 힘듭니다.”
“자식.”
“하하하, 다 탁월한 선배에게 배운 거죠. 어디 사자가 개를 키우겠습니까? 사자는 사나운 사자를 키우는 법이죠.”
“그래. 그렇다면 나도 좀 편하다.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지 마라. 우리 엔비 소프트가 가는 방향은 로열티 산업이야. 노가다 기술 쪽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그런 것은 그냥 양보하는 것이 오히려 좋아.”
“대신에 다른 파트너 기업에게 신뢰를 얻는다고요?”
“그래.”
실제로 이 이관 작업에서는 엔비 소프트도 메이버 측에 별 다른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암묵적인 제안이라면 역시 메이버 유통과, 엔비 OS와의 밀접한 관계 정도다.
이 계약은 이민혁이 중간에 끼어서 추가 항목을 넣었다.
두 회사 간의 깊은 파트너 쉽이다. 이 계약은 당장에 큰돈이 되지 않았기에 메이버 임원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일이 진행되자 그 다음은 쉬웠다.
메이버 유통 관련해서 해야 할 전자 지도 작업은 생각보다 많았다.
특히 메이버 유통 회사들이 들어오고, 추가적인 업체 계약이 늘어난 후에는 단순히 한운 택배 영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이 다 포함된다.
이 일의 양은 생각보다 많았다.
정혜지 팀장도 뒤늦게 기획팀에서 입안된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털어버렸다.
그녀는 일단 기존 권 차장이 진행한 지도 일을 일부 이관 받았고, 여기에 메이버 유통 관련 지도를 전부 다 합쳤다.
그 다음에는 이 일을 각 팀원에게 나누어주었다. 필요한 것은 팀 내에 인원을 나누어서 다시 외주 처리로 가닥을 잡았다.
최지선 대리 역시 갑자기 받은 일 폭탄에 오히려 즐거워했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정혜지 팀장도 다른 팀원들 눈치를 살폈다. 그녀도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바로 소통이다. 직원과의 대화도 문제지만 기획팀과의 거리 역시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아픔을 경험한 후에는 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우리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 보자!”
“네, 팀장님.”
이게 사실은 큰 모멘텀이었다.
팀원끼리 신뢰가 쌓였다.
그 다음에는 기획팀을 통해서 새롭게 팀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완전히 부서진 팀이 서서히 다시 치유가 된 것이었다.
***
최지선 대리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도 이민혁에게 부탁은 했지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건 단순히 추측이 아니다.
어떤 회사라도 조직론적인 관점에서 직원을 본다는 것을 일기 때문이다.
‘회사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직원을 봐서, 이런 편의를 봐주기 어려울 텐데, 어떻게 된 걸까?’
사회조직 연구에서 보면 변화, 선택, 보존이 기본적인 3단계다.
이것을 기본으로 해서 조직과, 환경이 그 형태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환경적인 변화에 대해서 구조 조정은 필연적으로 따른다.
메이버라는 조직에서 본다면 그녀 팀은 불필요하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잘라버리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그 조직이 새롭게 일거리를 만들고, 오히려 문제가 된 부분을 치유한 것이었다.
최지선은 곧 바로 검색 팀을 찾아가서 이민혁을 다시 만났다.
“이 과장님이 하신 거에요?”
“네? 그건 아닙니다. 기획팀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게 하신 것은 이 과장님이시잖아요? 기획팀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데요?”
“하하하, 전 어디까지나 몇 가지 조언을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엔비 소프트 측에서 전자 지도 제휴를 한 것은 이 과장님이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녀는 와락 이민혁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회사 이직을 생각하면서 갈등해야 했던 그 아픔 경험이 절로 떠올랐다.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팀장도 성격이 좀 문제가 있지만 나머지는 괜찮았다.
그건 다른 팀원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들 메이버 내에서 추린 인재들이라서 그런지 같이 일하기 너무 좋았다.
이곳 메이버에서 평생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근 두 달 동안은 하루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심지어 스트레스로 인해서 병원을 가야 할 지경까지 악화되었다.
“흑흑흑.”
이민혁은 뻘쭘한 자세로 그녀 등을 다독거려줄 수밖에 없었다.
오가는 검색 팀의 부드러운 시선은 자연히 따라왔다.
특히 박호진 팀장은 다른 두 사람과 커피를 홀짝인 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담겨 있는 것은 의외로 이민혁 과장에 대한 깊은 신뢰였다. 그건 다른 두 사람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힐끗 세 사람과 이심전심의 눈빛을 마주한 채 깊은 상념에 잠겼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일까?’
소박하면서도 가정적인 직장 생활.
모든 임직원이 자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삶.
이민혁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상념으로 복잡하기만 했다.
***
개인주의는 사회학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구조와, 행위라는 일련의 움직임 속에 있다.
이것 때문에 미시, 거시 방법론에 대한 것도 여러 가지가 생긴다.
한국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부분이 획일화가 되어 있다.
메이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벤처 속성 때문에 그것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것 뿐이다.
결국 메이버의 성장 속에는 이런 내재적인 문제가 포함된다.
이런 조직의 구성 때문에 이해관계는 늘 끊임없이 나오게 된다.
결국 이런 문제 때문에 누구 한 사람 편의를 봐주고, 안 봐주고 할 수가 없다.
승진이나, 스톡옵션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민혁에게 배당된 십오만 주의 주식도 그런 조직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 때문에 생기는 것은 오히려 반감이다.
알게 모르게 메이버 내에서도 이민혁에 대한 질시는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최지선 이슈, 특히 메이버 지도 팀의 새로운 탄생은 그 큰 변화를 바꾸었다.
최지선 대리만이 아니라,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회사 내에 퍼트렸는데, 그 덕분에 깊은 인망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기존에 이민혁이 쌓은 그 어떤 실적보다도 크고, 값진 것이었다.
이민혁이 실상 원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뜨거운 분위기에는 당황했다.
‘생각보다 강하군.’
어떻게 보면 메이버를 먹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딱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메이버 미래다.
‘이진해 사장이 몇 년 후에 물러나게 되지. 그 이유가 아마도 알력(?) 때문이던가? 뭐 그런 점을 감안하다면 순조롭군.’
***
녹차에 대한 사랑은 실상 현대에서만 기원한 것은 아니다.
오랜 고대에서도 이미 선조들은 이 가치를 알고 있었다.
동의보감에는 이 녹차의 효과에 대해서 ‘양생의 선약’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으며, 잠을 적게 잘 수 있도록 신진대사를 자극해서 노폐물을 빨리 처리하기 때문이다.
머리와, 눈이 맑아지면서 상쾌하다.
이런 녹차의 효능을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카테킨이다.
유해 활성산소를 차단해서 노화, 암까지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 녹차 효과는 역시 온도와, 그 농도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다.
녹차를 어떻게 달이느냐에 따라서 그 효과는 천양지차다.
진심이 담겨 있는 그 녹차의 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임경은이 만든 녹차가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녀가 다소 계산적이기는 하지만 이 녹차만큼은 달인의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이민혁도 진신의 피로를 쫙 풀어주는 그 맛에 눈을 반개했다.
옆에서 뒤늦게 남은 막 녹차를 마시던 박호진 팀장은 불만이 가득했다.
“임 대리, 너무 한 것 아냐? 사람 차별을 해도 이렇게까지 하냐?”
“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이 과장 녹차는 시계까지 보면서 타고, 왜 내 차는 그냥 타서 주는 거야.”
“제가 다방 레지는 아니잖아요.”
“이 과장은?”
“그냥 제가 해주고 싶어서요. 그러면 안 되는 사규라도 있나요?”
은근히 말에 가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지난 괄시 때문인 듯 보였다.
권 차장은 혀를 끌끌 찼다.
“임 대리는 제발 그 성격 좀 고쳐. 박 팀장님이 그러면, 그냥 그렇다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잖아. 솔직히 누구만 대접하니, 불만 나올 수밖에 없지.”
“이 과장님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박 팀장이 반박했다.
“최지선 대리 일은 내가 결정해서 기획팀에 말한 거야. 그런 나는 왜 구박해?”
“그냥 제 맘이에요.”
그녀는 일축해버린 채 힐끗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 이민혁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말았다. 새삼 천덕꾸러기가 된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웠던 것이었다.
‘하아.’
“........”
이민혁은 괴상한 일상 분위기에 그저 입을 다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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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정석 완결 기념으로 3연참!
1. 대단하다.
2. 아니다.
3. 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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