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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결국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봐야 했다.
하지만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민혁도 이 안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
권수민 부장도 이미 인사팀과 상담을 할 때 눈치를 좀 챘다.
‘드디어 온 건가?’
이미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던 터라 솔직히 그다지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도 부서이동을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다.
이유는 메이버가 이제 막 성장하는 회사이고,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를 오라는 부서가 없었다.
사업부로 조직 개편 되면 자기 자리는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 결과와는 달랐다.
그는 결국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장선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불편했다.
하지만 정말 괴로운 것은 바로 밑에 직원이다.
“저기 권 부장님, 저희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다려 봐.”
처음에는 간단하게 처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운이 좋은 이들은 다른 부서로 가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아예 자기 직무와 불만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옮겼다.
“김 대리, 축하해.”
“권 부장님 덕분입니다.”
말로는 고맙다고 하지만 실상 내심은 좀 다르다. 부서 이동을 하면서 연봉이 재조정이 되었는데, 이 원인이 실상 여기 있으면서 한 실적이 문제가 되었다.
“휴우, 정말 힘들어 죽겠어. 다른 부서는 전부 스톡옵션이다, 인센티브다, 진급이다 난리인데, 우리 팀만 이 모양이야!”
대놓고 그에게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실상 무능한 자신에 대한 질책이었다.
‘빌어먹을.’
***
권수민 부장은 퇴근하고 나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는 때문에 다른 친구들을 불러써 술이나 우선 걸쳤다.
알코올이 들어가고 나면 그나마 좀 정신이 버틸만 하다.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한 것은 아니지만 걸을 때는 비틀 거릴 정도다.
“아, 당신, 또 술 마셨어요!”
“이놈의 여편네가 왜 그렇게 화를 내!”
술에 의존한 큰 목소리.
하지만 그의 아내도 눈치가 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일단 물러났다.
정작 일이 터지는 것은 그 다음 날 아침이다.
아침부터 잔소리를 막한다.
“당신 그놈의 술 당장 안 끊으면 앞으로 집 안에 못 들어올 줄 알아요!”
하지만 문제는 이게 아니다.
“참 현아 이달에 피아노하고, 영어 과외 들어야 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영어 성적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녀가 내놓은 것은 현아의 영어 성적표다. 이전까지만 해도 90점 이상에서 멤 돌던 점수가 무려 70점까지 추락했다.
권수민 부장은 성적표를 살피면서 힐끗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눈치만 보고 있는 딸 표정을 살폈다. 당장에라도 울려는 분위기다. 아마 피아노 역시 무슨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아내가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 당신 힘든 것은 이해가 되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요. 우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 치고, 영어나, 피아노 안 듣는 애들이 없으니까. 현아가 다른 애들과 놀 때면 그것 때문에 왕따 당해요.”
“알았어.”
“어머, 당신 허락하는 거에요?”
권수민 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주섬주섬 밥공기를 비우고 나서는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가 상의를 챙겨주면서 슬쩍 다가와서 한 마디 더해주었다.
“저기 여보, 울 아빠 다음 주에 생신인 것 아시죠? 요 몇 달 못 갔으니, 용돈이라도 좀 두둑이 줬으면 하는데, 괜찮죠? 으음, 한 백만원, 아니 백오십만원, 어때요?”
속에서 뭔가 팍 올라왔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당신 마음대로 해.”
“어머, 정말 고마워요!”
그제야 애교를 부리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힘들다.’
***
죽고 싶다.
권수민 부장의 마음이다. 그는 물끄러미 한강 다리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도 곧 잘 한강에서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여기에 올지 몰랐다.
지금 당장 자살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이곳에 오고 싶었다.
‘자살하는 사람들 마음은 어떤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불편했다.
대기발령 사유는 회사 업무량이 줄면서 직무를 부여할 수 없는 경우에 잠정적으로 직위를 해제하고, 대기를 명한다.
이것은 징계가 아니라, 정당한 경영권의 행사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부당대기발령 구제 신청을 해도 소용이 없다.
법적으로도 경영권 행사는 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사유가 해소 되는 경우에 다시 직무를 부여받을 수 있다.
‘내 잘못이지.’
권수민 부장도 변명거리는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 누구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회사를 퇴직하고 나서가 문제다.
지금 나이에 다른 관련 업종에 들어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남은 선택은 몇 가지가 없다.
‘치킨 집일까?’
담배 한 대를 베어 물었지만 스트레스는 오히려 더 심해만 갔다.
치킨 집 한다고 해서 잘 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잘 되면 잘 되어도 또 문제다.
바로 옆에 치킨 집이 수십 개씩 생기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끝이 아니다.
그 다음에 늘어나는 것은 바로 치킨 체인점이다. 이 때 부터는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는 터라, 무조건 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 파산. 신용 불량자. 그 다음에는 빚더미에 놓인 채 살아야 한다. 그러다가 견디지 못하면 자살하게 된다.
‘나도 그렇게 될까?’
***
권수민 부장은 회사에 출근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그 행동 자체가 고역이었다.
경비원부터 시작해서 통로를 지나가는 임직원의 시선이 마치 화살 같았다.
그들은 별 다른 의미가 없는 행동이지만 그에게는 너무도 무거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휴업 수당 규정이 적용 되어서 평균임금의 70%가 나온다. 일단 급료는 받으니, 그걸로 위안이 된다.
문제는 아내다.
아마 갑자기 급료가 준 것은 안다면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남아 있는 회사 팀원 안색은 다들 비슷비슷했다.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보다 못한 김 과장이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저기 권 부장님, 이번 조직 개편 말입니다. 이렇게 막 결정하는 것은 불법 아닙니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업무량 감소나, 조직 개편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합법이야.”
“하지만 그 업무가 준 것은 저희들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권수민 부장의 안색이 좋지가 않았다. 실상 이 이슈의 책임자는 바로 그 자신이다. 부장이라면 자기 업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나, 수익성을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다른 형태로 답을 찾고, 그것을 기획팀과 협의를 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미안하다.”
“네? 아니 이건 권 부장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정작 제대로.......”
“그만해라.”
“이건 아닙니다. 아니 다른 사업부가 잘 나가는 것도 결과적으로 보면, 일이 지금 수요와 잘 맞은 것 아닙니까? 저희는 기획팀에서 정해준 일만 한 것이 죄라면 죄입니다. 그건 회사가 잘못한 것 아닙니까?!”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불행히도 일방적인 기획팀 잘못이라고 하기가 어려웠다.
사전에 그 문제를 알고, 풀어가는 것은 결국 팀 책임이다.
그걸 등한시 대가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건 내가 회사에 이야기해볼게.”
“권 부장님, 좀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십시오. 그래야 됩니다.”
“그래.”
‘괴로워.’
***
권수민 부장은 이미 오성SDS에서 아픈 경험을 해보았다.
조직을 굴리다보면, 싫던 좋던 하기 싫은 일은 누군가 해야 한다.
그게 재수가 없을 수도 있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조직 입장에서 그 부위를 도려내려고 한다.
그건 항의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 처우를 받는다거나, 고임금의 경우에 이슈가 된다면 부당대기발령에 대한 신청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달라.’
그는 회사 휴게실 한 쪽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면서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보고는 쉽지만 상황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한 사람이 다가온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안녕하세요. 권 부장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만 누구신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회사를 오가다보면 임직원을 보기는 하지만 이렇게 익숙한 얼굴은 흔치가 않았다.
“전 현재 검색팀에 있는 이민혁 과장이라고 합니다.”
“이민혁 과장이라면........아, 당신이 그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이민혁 과장이었구료.”
이민혁은 어깨를 뒤로 살쩍 물러나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이거 제 이름을 알고 계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잠깐 인사와, 간단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하지만 권 부장도 마냥 시간만 때울 수는 없었다.
“무슨 일 때문입니까?”
그가 내놓은 것은 현재 진행 하려고 검토 중인 바로 메이버 미국 법인이다. 이와 더불어서 진행할 수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다.
권 부장도 바보가 아닌 터라, 살짝 흥분한 채 계획을 살폈다.
“서, 설마 이게 저희 팀에게 새로 배당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민혁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맞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솔직히 멕서치 알파가 국내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지만 미국은 좀 다릅니다. 따라서 결과가 그렇게 좋지가 않을 겁니다. 임원들도 당연히 이 정도는 예측합니다. 즉 다른 의도에서 이걸 진행하는 겁니다.”
“설마 저희 팀을 희생냥으로 삼는다는 말입니까?”
이민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일도 누군가 해야 하니까요. 다만 살다보면 운이 더럽게 나쁜 경우가 있습니다. 저만 해도 한 때는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이 과장님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절 잘 모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는 운이 안 풀리는 사람은 더럽게 안 풀립니다. 권 부장님이 그런 경우일 겁니다. 그걸 예측할 수 있는 게.......바로 이 메이버 게임 USA입니다.”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미국은 검색 엔진과, 웹보드 게임과 같은 게임 시장은 전혀 다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건 한국 메이버 게임과, 메이버 만을 놓고 봐도 알 수가 있다.
두 회사가 합병되지 않았다면 같이 이렇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영역 자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메이버 게임에서 미국 시장을 진행하려면 아마도 태스크 포스를 꾸리고, 서비스 전략, 현지 인력 등을 확보하는 작업부터 시작될 겁니다. 더욱이 웹보드 게임 같은 경우에는 아직은 시장 규모나, 형태만 봐서는 초기 단계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경쟁력은 충분할 겁니다.”
권 부장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뒤늦게 자기 운세와, 메이버 미국을 관련시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대로 간다면 제가 메이버 미국 쪽으로 배치 받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결과가 안 나와서 잘린다는 말씀이군요. 정작 그 결과는 메이버 게임 미국에서 다 먹고요?”
이민혁은 눈빛을 반짝였다.
“거기에 테러나, 총기 사건이 일어나서 사회적인 이슈가 된다면 게임은 직격타를 받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모든 것을 권 부장님이 전부 다 뒤집어쓰게 될 겁니다.”
“하, 하지만 그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그는 일축했다.
“재수 나쁜 사람은 뭘 해도 재수가 나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권 부장님 과거 이력을 볼 때 그렇게 됩니다.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겁니다.”
“하아.”
그는 깊은 한 숨을 내쉬고 말았다. 이민혁 과장 이야기가 얼토당토않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알았지만 그 자신의 관점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이상하게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권 부장은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렇다고 하죠. 저보고 어쩌란 말씀입니까?”
이민혁 목소리는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제가 제안하는 대안은.........”
두 사람의 목소리는 아예 옆에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권 부장의 눈빛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깊어만 갔는데,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이민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도 물론 지금 듣는 이야기가 다소 황당했지만 이미 자살도 생각해볼 정도이다. 거기에는 불행한 운명 역시 포함된다.
따라서 이 과장 제안을 마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는 없었다.
‘다들 이 과장, 이 과장 할 때는 몰랐는데, 정말 놀라운 사람이구나.’
============================ 작품 후기 ============================
화를 내는 분이 많은데, 권 부장 같은 이들이 많다?
0. 전설의 투수(메이저 리그2)
1. 많다.
2. 아니다.
3. 기타.
4. 치유의 정석 재미있다고?
6. 새로운 도전
7. 새로운 인생
8. 새로운 야구(메이저리그)
b. 치유의 정석(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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