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새로운 시작
***
최근 경제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과거처럼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 활성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기 회복이 어느 정도 가시적이 되어야 지갑을 연다.
이런 성향은 최근 소비자를 상대로 조사해보면 소비를 줄이겠다는 가구를 통해서 확연히 드러난다.
IMF 이후에 국내 경제 성장률에서 소비, 투자 비중이 크게 줄어들면서 오히려 수출에 더 목을 매는 상황이었다.
고용 불안, 주식 시장 침체도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런 중에 나타난 것은 바로 임시 근로자와, 일용직 비중의 증가였다.
무려 10% 가까이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고용 상황은 좋지가 않았다.
이민혁도 디토이, 최근 토토빌에서 양산 검토와 더불어서 곧 시제품을 내려는 찰나인 터라, 이 상황이 다소 걱정스러웠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회귀 전과 이렇게 상황이 똑같은 거야? 아니면 원래 상태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말 인건가?’
그도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생각보다 간단하게 답을 알 수가 있다.
물속에 있는 개구리 온도를 조금씩 올려 가면 개구리는 그 온도 변화를 알기 어렵다.
어느 정도 임계치를 넘어가면 그 때서야 물이 뜨겁다는 것은 안다.
이민혁의 회귀 전 한국 경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당시에 그 자신 역시 끓는 물속의 개구리 중에 하나인 터라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물이 끓기 시작하자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그 자신부터 죽어버렸다.
스스로 자살한 것 같아도 그렇지가 않다.
시스템의 변화가 어느 임계를 넘어가면서 일어난 결과였다.
‘결국 다른 사람들 역시 시간이 흐르면 모두 죽는다는 말인가? 소름 끼치네.’
한국 경제의 종말.
그 자신은 회귀 하면서 그 결론을 보지 못했다. 다만 지금 일어나는 현상과, 회귀 전의 그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이민혁은 때문에 좀 더 심각하게 이 엔비 디토이 판매 추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
고용 불안이나, 저금리로 인해서 소비 심리는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제일 피를 본 것은 바로 주식 투자한 이들.
김신영 차장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터라, 여유 돈이 풍족했다.
코스닥과, 거래소를 누비면서 한 때는 수익이 짭짤했지만 지금은 원금의 1/10도 채 안 된다.
벤처 기업에 무려 5,000만원이나 퍼부었지만 완전히 쪽박을 차버렸다.
3억 5천에 샀던 32평 아파트는 2억 8천에 내놔도 팔리지 않았다.
특히 이 투자 때문에 회사 일을 등한시면서 팀 갈등이 심해지자 회사를 옮겼다.
벌이도 신통치 않았다.
지금 당장은 상관없어도 퇴직한 후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딸 아이 피아노 학원도 끊을 수밖에 없었다.
40만원 사립 유치원에서 7만원 하는 초등학교 유치원으로 옮겼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장인이다.
그 자신이 소개해줘서 퇴직금 2억을 투자했는데, 이게 2/10로 줄어버렸다.
결국 그도 미안해서 장인, 장모를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사는 것으로 처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턱하고 막혔다.
아내와의 말싸움은 갈수록 심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예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
김신영 차장은 요즘 들어서 ‘자살’이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힘들었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기운을 차려서 뭔가 해보려고 해도 그게 간단치가 않았다.
아니 실상 이게 문제였다.
의지.
앞으로 잘 살아가겠다는 신념만 있어도 어떻게 해보겠지만 상황이 녹록하지가 않았다.
김신영 차장이 한 날은 집으로 가는 중에 너무 힘이 들어서 자주 찾아가는 메이전트 가맹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박카스D나 하나 먹을까 해서다. 이 음료가 의외로 뇌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생긴 습관이다.
기껏 천원 가격이라서 부담도 없었다.
곧 바로 원숏해서 마셨다.
속에 쌓인 것이 쫙 빠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기자 눈에 들어온 것은 귀엽게 생긴 곰 인형이었다.
너무 아기자기해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참 희주가 저거 갖고 싶다고 했던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라 태반이 다 비슷하다.
택시 운전사 같은 경우에는 20일 꼬박 일해도 한 달에 180만원정도 집에 가져다주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김신영 차장은 곧 마음은 다 잡은 채 앞으로 가서 가격을 확인했다.
“헉? 25만원?!”
너무 비싸서 그도 좀 어이가 없었다.
옆에서 마침 재고 물건을 정리하던 아르바이트가 툴툴거렸다.
“어쩔 수가 없죠. 그놈이 워낙에 특이해서 그런 겁니다. 그거 메이버에서 따로 관리를 해주니까요. 생각도 하고, 말도 합니다.”
“농담이겠지?”
그는 피식 웃으면서 곰인형을 쳐다보았다.
“곰돌아, 너 시체놀이 할 거야?”
곰돌이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이리저리 팔을 움직이고, 목도 돌렸다. 간단하게 몸 풀기를 한 후에 맞은 편에 있는 김신영 차장을 쳐다보았다.
“됐어요?”
불만이 가득한 소리.
김신영 차장은 충격에 빠져서 옆을 쳐다 보았다. 이게 단순히 인형이 하는 일반적인 음성과는 달리 마치 사람이 하는 말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저, 정말 인형 맞아?”
“첨단 인형이라는 것이 맞을 겁니다. 곰돌아, 간단하게 너 소개나 좀 해봐라.”
곰돌이는 곧 바로 자기 재원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특히 그 자신의 몸에 사용된 CPU와, 관절 기능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 심지어 TV 리모콘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 여러 회사의 제품이 사용가능하다는 것 역시 포함된다.
혼짜 쫑알거리는 모습은 사람이 말하는 모양을 그대로 따라한 터라, 일반적인 인형과는 근본적으로 많이 달랐다.
아르바이트는 힐끗 김신영 차장을 한 번 쳐다본 후에 대답했다.
“너 말도 할 수 있지?”
“물론.”
“그 따위로 말하지 말랬지.”
“싫어. 너가 시켰잖아?”
“이 자식이 말하는 투가 그게 뭐야? 자꾸 그러면 초기화 시킨다.”
“잘못했다. 알바야.”
아르바이트는 발끈해서 놈의 주리를 틀었다.
곰돌이는 그제야 하소연 모드로 바뀌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앞으로 조심 해.”
“주인, 알겄다.”
“제길 이놈은 말하는 투가 왜 이 따위야? 한 번 잘못 입력되면 이런가? 지금까지 키잡한 것이 아까워서 다시 초기화하기도 그런데.......”
난감한 얼굴이었다.
“이, 이 봐, 정말 이거 가짜 아니지?”
“가짜요? 한 번 사용해보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세요. 특히 무선랜을 통해서 메이버와 접속해서 연결하고 나면 그 성능이 전혀 다릅니다. 말과, 행동에 좀 더 다양성이 들어갑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행동과 표정 변화가 더 생겨나죠. 지금 이게 가장 단순한 형태죠.”
“믿을 수가 없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달에 돈 모아서 사려고 하는 게 이거니까요. 집에 하나 두면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거던요.”
그도 잠깐 고민해보았다. 옆에서 둘의 행동을 보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다.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딸은 특히 갑자기 불이익을 보면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5만원이라고 했지?”
“넵.”
“하나 주게.”
“알겠습니다.”
***
김신영 차장은 물론 집에 곰돌이를 가져간 후에 오히려 아내에게 좀 많이 깨졌다.
“당신 미쳤어?!”
25만원이면 한 달 생활비다.
그걸 인형에게 퍼부었으니, 그녀가 돌아버린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장인, 장모가 있었다.
“애야, 김 서방 그만 좀 괴롭혀라. 가장 힘든 것이 요즘 김 서방일 거야!”
“아빠는 쓸데없이 간섭하지 마세요!”
목소리에 핏대가 올라갔다.
집 안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그녀는 열 받아서인지 곰돌이를 집어던졌다.
“당장 환불 받아와요!”
하지만 그 곰돌이를 잽싸게 채간 것은 바로 딸이었다.
그녀는 곰돌이를 품에 안고는 곧 바로 자기 방에 들어가서는 문을 닫아버렸다.
김신영 차장 아내는 열 받아서 한바탕했다.
하지만 딸아이가 들을 리가 만무했다.
다행이라면 시간이 지나자 그녀도 제풀에 지쳐서 떨어졌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 그냥 넘겨버렸다.
‘녀석이 마음에 드나 보군.’
***
김신영 차장도 곰돌이 때문에 바가지 좀 긁혔다. 아내에게 깨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신경 쓰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니까.
그는 하루 일을 끝내고 나서는 과연 딸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기대에 오늘은 일찍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자 역시 거실에는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그 목소리였다.
거기에는 뜻밖에도 장인 장모의 쾌활한 음성 역시 빠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근 6개월 만에 돌아온 집안의 웃음 소리였다.
그는 몰래 보안키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았는데, 거실에서는 딸아이가 뭐와 놀고 있었다.
바로 곰돌이다.
곰돌이는 균형 때문에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애초에 직립 보행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사지를 이용해서도 걷는 동작 자체는 없었다.
오로지 음성 인식을 통해서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놀랍게도 곰돌이가 움직이고 있었다.
어렵지만 뒤뚱뒤뚱 거리면서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균형을 잃은 채 벌렁 나뒹굴었다.
그게 마치 갓 태어난 아이와 같았다.
놀라운 것은 곰돌이 말.
“안 해!”
“잉, 곰돌아, 잘했다, 한 번 더!”
“싫어.”
징징 거리는 곰돌이.
놀랍게도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말을 하는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 감정이 들어간 정도는 아니었다. 사람과 반응하는 응답 특성, 속도, 직관적인 태도가 도저히 인형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았다.
장인 역시 신기한 눈빛으로 곰돌이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사위를 보자 손을 흔들었다.
“김 서방, 일로 와봐. 이거 도대체 얼마주고 산 거야?”
“25만원 줬습니다만?”
“정말이야? 이거 말하고, 행동하고, 사람처럼 대화하는데도 그 정도 가격이야? 내가 보기에는 50만원 줘도 비싸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요?”
“와서 보고 이야기를 해봐.”
그는 옷도 벗지 않은 채 거실 소파에 앉아서 딸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곰돌이나, 딸아이나 지능은 거의 비슷해 보였다.
둘 다 갖은 장난을 다 치는데,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딸아이가 유치한 표현을 쓰는데도 곰돌이는 다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너무 짧은 기간이라서 표현하기 어렵지만 처음에 구입했을 때와는 곰돌이 어휘 자체가 조금씩이지만 달라져 있었다.
“서, 설마 말을 배우는 것은 아니겠죠?”
“글세, 난 그렇게 보이는데? 처음 전원 넣었을 때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어.”
장모 역시 한 쪽에서 신기한 얼굴로 곰돌이를 안아주었다.
딸아이는 자기 친구 빼앗겼다고 난리였다.
너무 귀여워서 앙증맞기만 했다.
곰돌이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자 딸아이가 곧 곰돌이를 잡아주었다.
둘은 그대로 거실에 뒹굴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앙증맞았다.
집 안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침 시장 보러 갔다가 들어온 아내 역시 그 모습을 보았다.
그녀도 처음에는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분노가 가득한 모양이었지만 집 안에 가득한 웃음소리를 보자 피식 웃고 말았다.
김신영 차장은 곧 바로 사진기를 꺼내 와서 이 가족사진을 찍었다.
딸 아이가 노는 모습이 신기한 것도 있지만 곰돌이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은 것 때문이었다.
그가 인터넷 포털에서 이 엔비 디토이 게시판, 정확히는 메이버 내의 게시판을 찾아서 이 글을 곧 바로 올렸다.
곧 이어서 감탄 댓글이 이어졌다.
“우와, 진짜 물건이다. 일본 첨단 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 우리 중소기업에서 하다니.”
“토토빌테크? 도대체 뭐하는 기업이지? 진짜 듣보잡 기업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 수가 있어?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
토토빌테크에 대한 것은 찾아봐도 나오는 내용은 없었다. 아예 자사 홈페이지조차 없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이었다.
게시판 공지에 부랴부랴 올라온 글이 그 대체였다.
곧 이어서 사용자들도 한 가지 사실을 알고는 화들짝 놀랐다.
“뭐야? 이것도 알프 솔루션의 다른 변종이야?”
“아씨, 알프는 이제 지겹다. 학교만 가면 그놈의 알프, 알프, 정말 알 배기겠어.”
“도크알프라네요.”
“작명 센스하고는. 이것도 그놈의 엔비 소프트 솜씨였어?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어. 사람 말을 알아듣는 인공지능을 그놈들이 아니고, 누가 개발하겠어?”
불만이 많았지만 관심 역시 그에 비례해서 급격히 늘어났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엔비 디토이 판매에도 영향을 주었다.
판매 직후 불과 한 달이 채 지났을 무렵에는 무려 십만 대가 팔려나가는 기엄을 토했다. 이 결과에는 많은 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이미 한국 내수 시장 자체가 아예 죽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알려진 그 판매 주체는 바로 1인 가구, 특히 대가족 중심의 일가족이 많은 이들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3연참.
1. 징하다.
2. 대단하다.
3. 아몰라.
5. CPU가 아니라서 다행인듯.
6. 또 CPU 드립할 것 같아서 불안했음.
aa. 새로운 도전.
bb. 새로운 마법.
cc. 절대 마법사.
14. 400회 기념 쿠폰 27장 투척.
15. 400회 기념 쿠폰 20장 투척.
16. 400회 기념 쿠폰 15장 투척.
17. 400회 기념 쿠폰 10장 투척.
18. 400회 기념 쿠폰 5장 투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