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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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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은 알다시피 다소 내성적이면서도 소극적인 성격이다. 그녀는 더욱이 대학생이니, 한창 미모가 끗발을 올리는 시점이다.
따라서 주변에서 혹하면 쉬게 귀를 기울이는 성향이 있다.
미팅이나, 소개팅 역시 다르지 않다.
“지연아, 이번에 나올 거지?”
“아, 안 돼.”
“부탁 좀 하자. 이번에 특별히 한 사람이 빵꾸나서 그런 거야. 너 사정 잘 안 나니까. 그냥 자리만 좀 채워주라.”
“나 사귀는 오빠 있는 거 알잖아?”
“어머, 애가 모니, 일편단심 났네. 요즘 그런 게 어디 있냐? 세컨은 기본이고, 써드가 선택이란 거 몰라? 지금 같은 시대에는 늘 백업이 있어야 하는 거야.”
한 사람이 이러면 그냥 씹어버리면 된다. 불행히도 다른 친구들이 같이 끼면 상황이 다르다. 무려 여섯 명이 옆에서 설득하는데,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녀들이 그러는 이유는 이미 미팅 상대가 의대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얼굴마담인 그녀가 있어야 분위기가 살고, 실상은 그녀를 원하는 상대도 있었다.
이지연은 순수한 마음에 친구들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물론 이민혁에 대한 반감(?) 역시 빼놓을 수가 없었다.
곧 참석한 미팅 자리.
다들 동갑내기인 터라, 대화는 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이들 중에는 집안도 빵빵한 애도 있다.
다른 친구들이 다소 미안해서인지 그와, 그녀를 이어지는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다만 술이 한 잔 먹고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지연도 순수한 상대에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민혁과의 ‘결혼’ 이야기가 나온 이후에 부담을 떨치기 어려웠다.
간간히 다시 가까워지는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다르다.
아직은 한 남자와 살을 맞대고 사는 것이 좋을 턱이 없다.
더욱이 여자 마음은 갈대라. 지금처럼 순수하게 만날 수 있는 남자를 보자 더 마음이 흔들린다. 솔직히 호기심도 있다. 아직은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다.
거기에 상대는 이민혁과는 달리 자기 마음을 잘 챙겨줄 수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지연씨는 미모보다는 마음이 더 예쁩니다.”
“제가 늘 꿈에도 그리던 분이 이지연씨입니다.”
일종의 애교라면 애교다.
시간은 꿀처럼 흘러만 갔다.
***
상대는 의대 입학 수석에, 의대 내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최고의 기남아다. 거기에 부모가 부동산 재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민혁처럼 이것저것 신경 안 쓰도 될 정도였다.
그런 남자가 늘 전화하고, 자신을 기다리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상대는 더욱이 그녀가 남자를 만나는 것을 아는 듯 했다.
골키퍼가 있어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결사의 모습도 있다.
그녀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바뀔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민혁의 태도다.
도대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지, 없는 지 요즘은 통 연락도 없었다.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너무 분노하고, 화가 나서 결국 전화를 걸어보았다.
불행히 통화 중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자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번에는 문자로 보냈다.
“오빠, 미안하지만 나 할 이야기가 있어.”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금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나중에 이야기 하자.”
“정말 이럴 거야?!”
화가 났지만 그게 문자인 터라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 반응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좀 이해해주렴. 너도 내가 얼마나 정신없는지 알잖아? 최근 엔비 컨소시엄에 문제가 생겨서 그걸 해결해야 해.”
“알았어. 그러면 우리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일종의 엄포였다.
보통 이 정도하면 연락이 오게 마련인데, 이민혁은 냉정했다.
“그래,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오, 오빠!”
“미안.”
그녀는 참지 못해서 다시 전화를 했지만 이번에 전화를 받은 이는 바로 임경은이었다.
“이 차장님,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하아, 알았어요. 나오면 전화 달라고 좀 전해주세요.”
“어머, 너 지연이구나. 이 차장님, 지금 좀 정신이 없어. 그러니 아마 시간이 걸린 거야. 우리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그래.”
“........”
그녀는 허탈해서 도저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민혁 행동은 전혀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지연은 도저히 그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문자를 다시 보냈다.
“오빠, 우리 당분간 서로 연락하지 말자.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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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회귀 전에 이민혁 인기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가 그나마 오성SDS에 있을 때는 맞선이 많이 들어왔지만, 이직하고 나서는 아니었다.
중견 기업이나, 중소기업 임직원을 좋아할 여자는 많지 않다.
이민혁이 그렇다고 연예인처럼 탁월한 마스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국 남자 보통 수준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게 회귀 전의 여자에 대한 그의 보편적인 성적표다.
그가 그렇다고 이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또한 아니었다.
솔직히 미인을 많이 쫓아다닌 것은 사실이다.
태반이 박살났다.
그나마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실상 맞선이다.
집에서 주선해주는 여자를 만나면서 그럭저럭 사람을 만났다.
이런 중에 나빠진 것은 바로 그의 회사 생활이었다.
불안이 점점 심해지면서 그 때는 연애 문제는 엉망진창이었다.
최지연을 만난 것이 이 시기다.
그녀도 현실도피적인 상황이었고, 그건 이민혁 역시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결혼은 시작부터가 서로 꼬인 상황이었다.
그나마 결혼이 그 현실적인 면에 버퍼링을 해준 것이 사실이다.
이민혁이 가장 행복한 시기가 바로 이 때였다.
하지만 최지연은 그 이후에도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이민혁을 묵묵히 도와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당시만 해도 현모양처의 롤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하지만 이민혁의 습성은 바뀌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가 그런 중에 배운 것은 여자의 마음이다. 당시만 해도 너무 현실에 집착한 나머지 간과했기는 했지만 배운 것은 또한 사실이다.
이민혁이 지금 여유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이런 여자의 마음이다. 그의 이런 면모는 회귀 이후에는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그도 과거였다면 이지연의 전화에 대해서 전화를 하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임경은 대리가 오히려 더 안달이 났다.
“저기 이 차장님, 지연에게 전화 좀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임 대리, 지금 정신 있는 거야? 요즘 엔비 컨소시엄 때문에 회사 매출이 다소 주춤한 것을 모르고 있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사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해. 지금 해야 할 일은 공적인 일이 우선이야. 메이튠즈 관련 매출이 떨어지니, 그 일에 집착할 수만은 없어. 그 대안으로 일단 다른 컨텐츠를 더 키우는 것이 중요해.”
곧 이어서 진행된 논점은 바로 인터넷 서점 입점 경쟁이다.
최근 들어서 와우북이 한미르와, 아이러브스쿨에 인터넷 서점 코너를 개설했다. 이들은 이 기세를 몰아서 욱션과, 입점 제휴 계약을 진행했다.
실상 이 와우북은 이미 다움과도 제휴를 진행 중이었다.
메이버는 메이튠즈라는 자체 생태계에 집중한 터라, 이런 점을 간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 메이버 매출 둔화가 진행되는 터라, 이런 부분도 소홀할 수는 없다.
“하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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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은 대리나, 김진승 대리도 평소와는 달라진 이민혁 행동에 다소 이의가 있었지만 특별하게 의견을 내놓기는 그랬다.
이보다는 은근히 박호진 실장이 잔소리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호오, 와우북 측에 대한 영업을 진행하겠다고? 매출 증대는 얼마 되지 않을 텐데?”
“하지만 메이버 소설이나, 음악, 심지어 만화도 요즘은 주춤하는 형국입니다. 기존에 저희가 발굴한 신인작가 역량도 한계가 있으니, 아무래도 포화된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집토끼 관리가 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상 매출이나, 미래 가치만 놓고 보면 맞을 수가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박호진 실장은 전혀 달랐다.
“역시 이 차장이야. 이번 일은 문제가 없도록 꼼꼼하게 체크해.”
“네.”
“YES24시 쪽은 어때?”
“그 쪽은 아후나, 엠파스를 포함한 다른 포털 측과 이미 제휴를 맺은 상황입니다. 과거 일도 있고, 좀 문제가 됩니다.”
“걱정 마. 비즈니스란 게 사적인 과거 일은 문제가 되지 않아. 지금이 중요하니까. 한 번 그 쪽하고도 연락을 해봐.”
오히려 더 부추기는 박호진 실장.
이민혁은 가볍게 고개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임경은 대리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솔직히 엔비 컨소시엄 이후에는 해외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메이버 영향력도 압도적으로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거기에 비하면 국내 와우북이나, YES24시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박호진 실장도, 이민혁 차장도 오히려 내수 시장 바닥 다지기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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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즈니스란 게 한 때 나쁜 악감정이 있다고 해도 그 감정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메이버는 이미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매출로 어느 정도 자리를 굽혔다.
최근 엔비 컨소시엄으로 인해서 해외 매출이 둔화된 것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한적일 뿐이다.
다른 컨텐츠로 메꾸면 그다지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와우북이나, 예스24시 역시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이전에는 메이전트를 통한 자체 생태계 때문에 매출 타격을 심하게 입었다.
이전만 해도 계약 조건 관련해서 메이버와 티격태격하던 시절이 꽤나 많았다.
사이가 나빠졌을 때는 원한 관계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들 역시 메이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이민혁 차장이 자세를 굽히고 들어오자 그들이 반발할 이유는 없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협상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메이전트에 이들 기존 이북 컨텐츠가 추가 되자 다른 포털에 비해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것은 엔비 컨소시엄으로 인한 매출 둔화를 메꾸기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상쇄효과는 있었다.
뒤늦게야 메이튠즈 국내 매출이 다소 바닥 다지면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임경은 대리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놀랍네.’
그녀라면 선뜻할 수가 없는 판단이었다.
이건 다른 임직원 역시 다르지 않았다. 최근 이지민 사태나, 애풀의 반격 이후 해외 매출이 예상 밖으로 둔화되면서 갑자기 침울해진 회사 분위기가 다시 살짝 바뀐 셈이다.
박호진 실장이 이런 분위기를 그냥 두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우리 술이나 한 잔 하자!”
다소 위축된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우와, 감사합니다!”
분위기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엔비 컨소시엄 이슈는 메이버에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이민혁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메이버 문제는 해결했군. 그 다음은 엔비 소프트 이슈인데, 정공법을 택한 지, 아니면 우회 공략법을 택할지 고민해야 겠어.’
실상 스티븐의 역량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로 극복하기 어렵다.
결국 다른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타협을 해야 하는데, 그들이 쉽게 응할 리가 없다.
이게 이민혁의 고민이었다.
그는 하루 내내 이 고심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만 그도 정규 일과 시간이 끝나자 다른 이들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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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혁 공감한다?
1. 공감한다.
2. 아몰라.
3. 기타.
4. 5분 후에 추가 2회차 올라감.
5. 이지연은 결국 아웃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