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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562화 (562/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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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4장 돈 문제

최근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잘 보면 외국 군대나, 경찰 훈련을 위해서는 아예 군사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생각보다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인권 침해 문제다.

공식적인 훈련 중에 혹시라도 문제가 터지면 외교 문제로 비화된다.

여기에 인권 문제가 서로 겹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때문에 전략적인 요소에는 아예 민간인 전문가를 주로 활용한다.

이들이 주로 가는 무대는 마약 전쟁과 같은 영역이었다.

천호군 역시 여기에 대해서는 꽤나 해박하게 알고 있었다.

“민간 군사 조직에게 군사훈련에 대한 권한을 주어서 다른 외국 군대 훈련을 진행시키고, 필요할 때면 이들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민혁도 당연히 잘 알고 있다.

“그거야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하지만 세세한 것을 잘 아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테면 이런 작전 자체가 의회나, 언론의 감시를 피해갈 수 있는 점입니다.”

“의회보다는 확실히 언론이 문제죠.”

실상 미국 민간군사업체는 설립 역사도 오래 되었다.

이들 중에는 아예 외국 군대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꼽는 곳이 바로 사우디 왕족 경호가 주 임무인 곳도 있다.

“저도 얼핏 들어서 아는 내용인데, 이쪽은 정말 보수도 괜찮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거야 그렇겠죠.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하시는 겁니까?”

“지금 제가 소개해주려는 그 친구도 원래는 국정원 요원이었다가 CIA로 전직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CIA 조직 속성상 아무래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습니다.”

“인종차별이야 늘 있는 나라 아닌가요?”

“아니 그 정도가 심합니다. 특히 위험한 작전에도 자주 투입시키니, 불안하죠.”

“확실히 일반 회사도 차별하는 직원을 뺑뺑돌리니, CIA같은 정보원이라면 더 심하겠군요.”

“하지만 워낙에 능력이 좋아서 한 3년 정도는 있었던 걸로 압니다. 그 일을 그만 둔 후에 간 곳이 바로 PMC입니다. 이 일은 꽤 적성에 맞는 지 전 세계를 누비면서 5년 가까이 돌아다녔습니다.”

“경력이 꽤 화려하네요?”

“워낙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이니까요.”

“그러면 한국에 돌아온 것은 PMC를 은퇴한 이유입니까?”

“아닙니다. PMC 중에 알게 된 사우디 왕족 덕분에 그 쪽에서 다시 보디가드로 일했습니다.”

“헐, 보디가드까지 했어요?”

“네.”

“아니 그러면 지금도 보디가드를 하고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9.11 테러 이후에 일이 좀 생긴 것 같더군요. 결국 그 일을 그만두고는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뜻밖이군요. 9.11 테러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니.”

“네. 지금은 잠깐 휴지기라고 보면 될 겁니다. 아무래도 이제 나이도 있고, 정착을 하고 싶은 셈입니다. 다만 워낙에 경력이 경력인지라, 마땅히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우리 엔비 소프트는 향후 해외 쪽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분위기이나, 딱 적임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곧 차가 도착한 곳은 경기 지역의 한 가게 앞이었다.

이민혁도 차에서 내려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그 친구도 일을 그만두고 나서 계속 놀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분식집?”

이민혁도 허탈한 표정이었다.

“그게 좀.......알다시피 한국에서 별 다른 인맥도 없고, 그렇다고 노가다만 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자영업이니.”

“허어, 저도 충분히 이해해요. 일단 들어나 가보죠.”

그도 당연히 잘 안다. 회사를 퇴직한 후에 전전하다가 결국 종착지는 자영업이었기 때문이다. 그 끝은 물론 좋지 않았다.

***

조경구는 딱히 지금 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비록 이전에 했던 일에 비하면 좀 뭐하기는 하지만 나름 좋게 생각했다.

그는 특히 취미가 한 때는 요리였던지라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익숙한 얼굴의 한 사람을 보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 대령님?”

“후후후. 그놈의 대령 이야기는 그만 빼지 그래.”

“아, 네, 저, 정말 반갑습니다. 설마 이곳에서 보게 될 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당연히 추측은 했겠지. 우리같은 업종에 있다 보면 서로 알게 마련이잖아?”

“하긴.”

조경구 역시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 역시 자기 경력 때문에 알게 모르게 추적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다만 명목상으로도 완전히 은퇴한 그를 찾는 이가 있을지는 몰랐다.

이민혁도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다. 그도 전생에서 특수 요원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조경구는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그 나이 또래에서 보이는 징후는 별로 없었다. 아직은 체력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표시다.

다만 워낙에 경력이 대단한 터라 호기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간단한 소개에서 그 역시 색다른 시선으로 이민혁을 쳐다보았다.

“아, 엔비 소프트라면 저도 들어봤습니다. 이번 9.11 테러로 한 몫 단단히 챙긴 업체라고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글쎄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9.11 테러 덕분에 이익을 본 이들이 꽤 많으니까요.”

약간의 적대어린 시선도 있었다.

9.11 테러에 대해서 뭔가 아는 눈치였다.

이민혁도 그런 부분이 좀 이상했다.

“9.11 테러와, 우리 엔비 소프트가 그렇게 이상해 보였습니까?”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하게 보니까요.”

“다른 이들이라면?”

천호군이 설마해서 소리쳤다.

“CIA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왜 아니겠습니다. 겉으로야 여론 플레이를 통해서 한 걸음 물러서기는 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니까요. 무려 1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는데, 그냥 방치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민혁도 그제야 안색을 딱딱하게 굳힌 채 긴장하기 시작했다.

지금 현생에서 그가 일으킨 가장 큰 변화라면 9.11 테러를 이용한 일이다.

이건 규모가 너무 커서 전생과는 역사 자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일이 그냥 의혹으로 끝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확실히 CIA가 날 추적해야 말이 되겠지. 그러면 그 놈들도 CIA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이민혁도 고민을 하던 끝에 불쑥 다시 질문했다.

“외람된 질문이지만 혹시 CIA 측에서 아예 저를 제거까지 할 수도 있습니까?”

조경구도 꽤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CIA 측에서 꽤 부정적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테러 리스트로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보다는 혹시라도 초감각이나 그런 능력이 있지 않아 의혹을 가지는 정도입니다. 더욱이 엔비 소프트가 최근 걸어간 길은.......의혹을 살만한 구석이 많지 않습니까?”

“하하하, 초감각이라니.”

그도 허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문득 미래 지식을 아는 것도 따지고 보면 초감각이라면 초감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쪽은 너무 간과한 부분이었다.

“여기 저희가 왜 왔는 지 아시죠?”

“물론입니다. CIA가 관심을 가지는 정도인데, 당연히 힘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저도 조금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기다리죠.”

“네.”

그도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조금은 복잡다단한 표정이었다. 이민혁에 대한 일은 생각한 것보다는 CIA에서 심각하게 여기기 때문이었다.

***

미국 대사관에 나온 차량 한 대는 서울 도심을 통과해서는 천천히 움직였다. 차량은 계속해서 움직일 것 같았지만 서울 외곽 순환도로 휴게소에서 잠깐 멈추었다.

외국인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는데, 한 사람은 간식을 사러갔다. 또 다른 한 명은 화장실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관광객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화장실로 이동했다.

시원한 물줄기 때문에 몸이 짜릿한 지 간간히 몸을 떨었다.

사무엘은 그 느낌이 좋아서 잠깐 주춤했다. 다만 그는 갑자기 옆에서 들린 간단한 안부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누, 누구?”

하지만 상대 옆 모습은 꽤 익숙했다. 너무 오랜 만이라서 쉽게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곧 누구인지 금방 떠올렸다.

아니 떠올린 것이 아니라, 실상 그가 지금 관리하는 요주의 인물 중에 하나인 터라 금방 알아보았다.

“조?”

“오랜 만이야.”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날 미행한 건가?”

“비슷해.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 심각한 것은 아니고.”

“이상하군. 이미 이쪽 일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아니었나? 돈도 좀 번 것으로 알고.”

“돈이야 많을수록 좋잖아. 더욱이 이번에 사업(?)한다고 좀 설치다가 손해를 많이 봤걸랑. 나도 좀 준비를 철저하게 했어야 했는데.......”

딱히 그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경찰을 하던, 연구원을 하던, 아니면 세일즈를 하던 결국 한국의 종착지는 자영업자이다. 전직 CIA 요원이라고 해서 뾰쪽한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뭘 알고 싶은 거지?”

두 사람이 하는 말은 당연히 영어가 아니라, 아랍어였다. 그 때문에 간간히 쳐다보는 이들이 있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혹시 그 쪽에서 엔비 소프트의 이민혁 이사를 감시하고 있어?”

“글세.”

“이해할 수가 없군. 이미 언론을 통해서 다 확인된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 금액 규모가 크잖아. 더욱이 그 돈도 미국 증권가에서 벌어들인 돈이야. 무려 1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인데, 그게 조용히 덮혀질 리가 없잖아. 그 일이 테러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 심하고.”

“하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죽이려고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아는데.......”

“그건.......”

사무엘은 잠깐 멈칫했다. 자세한 것을 밝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 부분은 한국 CIA 내부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조경구는 그제야 이민혁에 대한 CIA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났고, 별 다른 협의점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정말 관련이 있다면 사무엘이 보이는 행동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가지를 더 알게 된 것은 엔비 소프트를 누군가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굳이 이런 것까지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한 가지만큼은 알고 싶었다.

“혹시 날 아직까지 감시하는 것은 아니겠지? 난 이미 그 쪽에서는 손을 뗐어.”

“알아. 하지만 아무래도 자네 행적은 알 필요가 있잖아. 괜히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 생각도 없고, 어설픈 CIA 퇴직 요원이라면 이런 일도 하지 않아. 좋게 생각하라구.”

“혹시 내가 엔비 소프트에 들어가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뭐?!”

그도 꽤 놀란 눈치였다.

조경구는 그의 행동에서 기묘한 쾌감을 느꼈다. CIA에 있을 때면 이놈들이 자신에게 한 행동은 무시, 차별 그 자체였다.

당시만 해도 그 역시 CIA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조차 없었다.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뿐이었다.

애초에 이민혁 제안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죽음 때문에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 일도 CIA에 대한 의혹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앞으로 재미있겠군.”

그는 피식 웃으면서 사무엘 옆을 지나가면서 툭 쳤다.

이제 막 오줌 줄기가 끝나 가는 시점에서 뒤에서 밀어버리자, 그만 옷이 오줌에 다 튀어버렸다.

“야아, 조!”

“후후후.”

***

이민혁도 조경구를 만나고 나서는 심사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테러에 대한 것은 다 잊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CIA에서 따로 자신을 어느 정도 지켜본다는 것은 국정원과 같은 집단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야 별다른 협의점이 없어서 지켜보는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자꾸 괴이한 일이 엮이면 상황이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너무 쉽게 생각한 셈이다. 테러보다는 차라리 다른 쪽으로 돈을 벌었어야 했다. 이렇게 눈에 뜨이면 앞으로가 더 큰 문제였다.

국정원이던, CIA던 엔비 소프트가 진행하는 모든 일을 지켜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는 미래 지식을 활용하는데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그건 이민혁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뜻밖이라면 바로 조경구다.

“앞으로 잘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상하군요. 딱히 엔비 소프트를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는데.......”

“엔비 소프트보다 더 싫어하는 애가 있습니다.”

“그건 정말 뜻밖이군요.”

그도 상대가 누구를 지칭하는 지 굳이 묻지는 않았다.

조경구는 의외로 믿을 만 했다.

그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맡은 일에서 알 수가 있다.

원래 한국 특수 부대 출신으로 국정원에 차출된 경우였다.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서 CIA, PMC를 두르두르 거쳤다.

그런 중에 단 한 번의 불협화음이 없었다.

이것만 봐도 상대는 꽤 괜찮았다.

다만 이민혁 한 가지 만큼은 꼭 알고 싶었다.

“혹시 최근 날 노린 이들에 대해서 짐작이라도 하는 것이 있습니까?”

“저도 확실히는 잘 모릅니다. 다만 엔비 소프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 대해서 CIA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들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쉽지 않을 겁니다. CIA에서도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 같으니까요.”

“으음. 그놈들 눈에 제가 꽤 위험해 보였나 보죠?”

“아무래도 돈의 규모 문제이지 않을까요? 무려 조 단위의 수익을 얻었다면, 누군가 손실을 봤을 겁니다. 그놈들이 노린다고 봐야 할 겁니다.”

“손실을 본 이들이라.......”

이민혁 그조차도 만약 도박을 해서 자기 돈 1조5천억을 딴 놈이 있다면 죽여버렸을 것이다. 사람 마음은 결국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일은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었다. 결코 이상한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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