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이민혁-574화 (574/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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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

흥분은 여전히 대종상 무대에서도 뜨겁기만 했다.

대종상 1부가 끝나고 나서도 그건 바뀌지 않았다.

이민혁이 무대에서 내려 왔을 때는 주변에서 서로 인사를 청하기에 급급했다.

“세상에 이런 분을 아직까지 몰랐다니, 정말 무대 놀라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연예인의 환대를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슬쩍 명함까지 내놓았다.

“엔비 기획사? 서, 설마 앨리사를 키운 그 기획사는 아니겠죠?”

“맞습니다. 으음, 저도 비공식적으로 그 쪽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관심 많은 가수 분이라면 늘 문이 열려 있습니다.”

“와와.”

그제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에는 연예가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한 이민혁이 그렇지가 않았다.

엔비 기획사라면 그들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단순히 기획사 만이 아니다.

엔비 소프트 자회사인 터라, 자본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국 헐리우드에도 어느 정도 손을 뻗혀 놓은 터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이민혁은 덕분에 주변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현지는 그게 영 못 마땅한 얼굴이었다.

“정말 실망이에요. 내가 이런 소식을 여기 대종상에서 듣다니, 말이 되나요?”

“아, 말했잖아요. 후배들이 하는 회사를 잠깐 거둘어 주고 있다고.”

“설마 그게 엔비 기획사였어요?”

“그 비슷하죠.”

“정말 자꾸 그럴 거에요?”

틱틱 거리는 최현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 얼굴에는 의외로 기쁨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이곳 대종상에 데려 올 때만 해도 약간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마치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구른 사람 같았다.

“하하하.”

이민혁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만큼은 무대에 올라서 그런 지 피가 뜨겁기만 했다. 그 흥분이 싫지는 않았다.

“자자, 곧 2부 들어갑니다. 이민혁씨 다음 무대 준비 부탁합니다.”

“네.”

최현지도 파이팅을 외쳤다.

“잘해요!”

***

보름달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행운이다. 매우 길한 징조로 많이 사용되고는 한다.

하지만 서양에서도 의외로 이걸 두려움으로 간혹 보는 경우도 있다.

‘Can't Fight the Moonlight'란 노래 제목도 따지고 보면 달빛에 맞설 수는 없다는 의미가 있다.

바로 이게 리앤 라임스가 부른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주제곡이다.

이 노래는 리앤의 강렬하면서도 허스키한 특성이 아주 잘 가미되어 있다.

따라서 가창력이 좀 떨어지는 피클에는 아무래도 좀 무리한 감이 있다.

이민혁은 때문에 단순히 이 노래를 그냥 연주하기 보다는 좀 더 강약의 필요성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힐링이라는 것도 인간의 감성을 어루만져 주는 관점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조금 방향을 바꾸어 보았다.

굳이 이런 흥겨운 무대에서 너무 힐링 힐링하는 것도 맞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강남 스타일처럼 밀고 나아가는 느낌이 좋다.

이게 바로 선율 강약이다.

순차적인 음률을 통해서 각 패턴을 점점 강화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템포는 이 리앤 노래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이건 마치 흐르는 물과도 비슷하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오른막과 내리막을 굽이 치도록 표현하는 것이다.

이건 마이클의 노래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그의 노래는 격렬한 비틀을 뒤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민혁은 그런 비트 조절이 필요했다.

화음 코드를 왼손으로 누르면서 그 비트를 조금씩 강하게 줄 필요가 있다.

마침 무대에서는 피클이 격렬한 안무와 더불어서 노래가 시작 되었다.

피클의 가창력이 좀 떨어질 때는 강력한 피아노 음이 그걸을 감쌌다.

순간 피아노와, 노래가 서로 결합되면서 팍 치고 올라갔다.

그걸 다른 연주가들이 받쳐주면서 강력한 비트로 바뀌었다.

이민혁의 손끝은 마치 장인이 마지막 화룡정점을 찍듯이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그 어떤 피아노 곡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연주였다.

피클은 그 음률의 파도에 휩쓸려고 사력을 다해야 했다.

목이 찢어져라 외치고 또 외쳤다.

그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피클의 단점을 그대로 보완했다.

그 강렬한 비트에 청중들은 그저 멍하기 감상하기 여념이 없었다.

너무도 강렬한 비트의 폭풍우에 다들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었다.

피클은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올렸다.

“But you know, but you know!"

피아노 연주 역시 마무리를 위한 질주를 끝냈다.

대종상 영화제는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충격에 빠져서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그들이 아는 피클은 절대로 부를 수가 없는 노래였다.

“우와와와와!”

열화와도 환호 소리.

곧 이어서 기립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앞에 앉아 있던 연예인은 눈물마저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피클은 다 같이 인사를 한 후에 곧 이민혁에 눈짓을 보낸 후에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서서히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민혁 역시 무대막이 내려오자 슬그머니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실로 오랜 만에 가슴에 가득 차 있는 갈증을 푼 것 같아서 통쾌한 얼굴이었다.

***

대종상 영화제는 꽤 많은 이들이 볼 정도로 중요한 시상식 행사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면 최소한 이 무대를 나중에라도 꼭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아니라고 해도 결국 여러 가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대종상 시상식은 그 어느 때와는 다른 이슈가 있었다.

바로 이민혁의 신들린 연주.

그 격렬한 무대가 얼마나 놀라웠는지 대종상 영화제가 끝난 후에 각종 연예지에서 앞 다투어서 기사로 내보기 시작했다.

“천재 피아니스트 이민혁, 그는 누구인가?”

당연한 이야기다.

이건 이민혁, 정확히는 엔비 기획사가 원했던 것이다.

엔비 기획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민혁이 아니라, 엔비 기획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민혁은 엔비 기획사에서 작사, 작곡과 같은 영역에서 일하는 기획자라는 정도였다.

과거 엔비 기획사에서 내놓은 신곡 역시 그의 손길을 거쳤다는 것 역시 빠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민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엔비 기획사. 이와 관련된 연예인이나, 가수에 대한 이야기가 더 초점이 되었다.

이 소식은 언론을 통해서 한껏 부풀려지면서 브랜드 가치를 키워나갔다.

“어때요?”

김종훈 사장도 꽤나 만족한 얼굴이었다.

“정말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되었습니다. 솔직히 최근 그 쪽에는 아예 손을 대지 못해서 좀 찜찜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두었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참 말이 나온 김에 아예 피아노 연주회를 여시는 게 어떻습니까?”

“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연주회를 열 정도는 아닙니다.”

“아닙니다. 지금 난리입니다. 저희 기획사 게시판에는 온통 이사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 연주를 다시 한 번 듣고 싶다고요.”

“하하하, 그래도 안 됩니다. 제 연주는 어디까지나 기교나, 테크닉적인 관점이 큽니다. 음악회를 연주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말 아쉽네요. 하지만 저희 기획사를 알아보는 가수들도 이사님에게 관심이 많아서요.”

“시간이 되면, 틈틈이 들리겠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 아시지 않습니까?”

“휴우, 그러게요.”

그도 바쁜 이민혁을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

무대란 것이 그렇다.

반짝 시끌시끌해도 막상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혀진다.

이민혁 무대 역시 다르지 않다.

그가 가수나, 뮤지션이 아닌 이상은 그 명성이 계속 갈 수는 없다.

다른 연예인 마약 사건이나, 성추문과 같은 기사가 뜨면 거기에 밀려 버린다.

더욱이 엔비 기획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 자체가 더 문제였다.

전문적인 뮤지션이니, 그 정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이민혁도 그런 분위기가 마냥 싫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생각보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였다.

그나마 연말이라서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래도 틈이 나자 고향에 잠깐 내려갔다.

최소한 얼굴을 비추려는 의도였다.

뜻밖에도 부모님은 난리였다.

“우와, 우리 민혁이 왔구나!”

“?”

이민혁은 마치 자신이 금의환향이라도 한 것 같은 환대에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뒤늦게야 대종상 영화제 무대. 거기에 최현지와의 일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거요. 별 거 아니에요.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펑크 나서 대타로 나선 것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아무나 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냐?”

“글킨 하지만 전 엄연히 직장이 있잖아요.”

“그래도 그 아가씨는 어때? 잘 되어가냐?”

“아, 현지씨요? 뭐 그렇죠. 요즘 그 쪽도 정신없기는 매 한가지라서요. 남자 이야기는 아예 귀에 들어가지도 않을 겁니다.”

“이 답답아.”

이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이미 최현지 미래를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언제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포함한다.

지금 누구라도 최현지에게 들이 대봐야 결과는 정해져 있다.

결국 본인만 상처를 입을 뿐이다.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먹히지도 않았다.

다행이라면 때 마침 걸려온 전화다.

“어, 소영씨? 그래요. 집이지. 말 놓으라고? 그게 잘 안 되네. 잠깐만.”

이민혁 부모는 귀를 쫑끗한 채 전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중에 애길해줄 께요.”

“그, 그래?”

“네.”

간단하게 두 사람을 정리한 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상대 용건은 바로 그 대종상 연주회다.

그녀는 그게 신기한 지 이리저리 쫑아거리기 바빴다.

결국 그가 선을 그었다.

“저기 소영씨, 나 지금 고향에 와 있어. 그러니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네.”

이민혁은 곧 전화를 끊자 따가운 두 사람의 눈총을 다시 받았다.

“이 사람은.......으음, 그냥 아는 동생이에요.”

“아는 동생은 또 뭐냐?”

“회사 일 하다가 알게 된 겁니다. 뭐 그렇게 복잡한 관계는 아니에요.”

하지만 두 사람은 별로 개의치 않은 얼굴이었다.

“부모님은 뭐하시고?”

“글쎄요. 아마 작은 사업(?)할 겁니다.”

“나이는?”

“20이던가? 21던가?”

“그건 너무 어리다.”

이건 이종수의 푸념이었다.

이민혁 어머니는 결국 그를 쿡 쥐 박았다.

“당신 무슨 소리야. 지금 나이가 문제야. 저 놈을 그냥 두면 계속 저러고 다닐 것 아냐?”

“설마 그럴까?”

“당신도 좀 그런 늘늘한 소리는 그만 해요.”

웃기는 것은 다음에 걸려온 전화.

이번에는 이지민이었다.

“앗 지민씨, 오랜 말입니다. 네, 저야 늘 그렇죠. 회사 일요? 아 그거 좀 고민해봐야 할 듯합니다. 아직까지는......”

이런 저런 회사 이야기.

하지만 여자와 이야기하는데, 저렇게 길 리가 없다.

두 사람은 다시 귀를 쫑끗한 채 듣기만 했다.

전화를 끊어지자 곧 다시 끼어들려고 했는데.......

“누구? 아 주희씨, 오랜 말입니다. 네? 연락요? 요즘 정신이 없네요. TV요? 하하하, 그러게요.”

두런두런 시작되는 이야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전에 중매를 봤던 여자 중에 몇 사람이 순차적으로 계속 전화했다.

이민혁도 전화를 끊고 나자 두 사람 표정이 좀 괴이한 것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너 설마 여자 울리고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그럴 리가요.”

그도 또 고향에 오자 듣는 ‘여자’ 소리에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다지 귀찮아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이 때가 제일 행복했지.’

소소한 삶.

그게 실상 그가 가장 원했던 삶이기도 했다.

다만 지금은 전생과는 좀 많이 달라진 것이 있었다.

이 소탈한 삶 속에 끼어든 또 다른 변화다.

‘엔비 소프트라......., 아무리 생각해도 좀 수수한 것과는.......거리가 멀군.’

전생과 현생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엔비 소프트는 이민혁이 이렇게까지 키울 생각은 없었다.

1년 경영 흐름만 봐도 탄탄하고, 안정적인 형태였다.

실제로 그 덕분에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았다.

규모가 급격히 커진 것은 역시 9.11 테러 덕분이다.

이걸 잘 활용해서 한 몫 잡은 것 때문에 자본 외형상으로 커진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부 구조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엔비 소프트 속성상 보안 이슈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이루기가 어려웠다.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토토빌테크, 메이버, 오성 전자 제휴, 아이보 인수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었다.

이게 평범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정치 개혁은 아니다?

1. 아니다.

2. 개혁하자

3. 기타

4. 다음 장면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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