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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5장 노키아
핸드폰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역시 가장 선두 업체에서 더 심각하다.
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노 기술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바이오 기술과 연계가 된다.
음성인식 기술이 이 핸드폰과 만나게 되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네트워크 기술이 여기에 합쳐진다면 빅맹에 가까운 폭발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핸드폰이 개인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하나의 매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시대가 열리게 되면 핸드폰을 통해서 문서를 보내거나, 받을 수도 있다.
즉 생산이나 유통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은 더 나아가서 핸드폰과, 다른 아이템과의 연결 수단이 될 수가 있다.
노키아, 에릭스 역시 이런 개념에 대해서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국에서도 이 통신 분야 쪽은 정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민혁도 이런 부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르네상스야.”
강호정을 비롯해서 잠깐 회의실로 나와 있는 엔비 임직원은 눈만 깜빡거렸다.
다들 자기 일에 푹 빠져서 주변 세상 일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나마 외부 수혈한 김태경 과장조차 아예 한 달 동안 푹 절여 놓은 명태같았다.
그나마 강호정이 요즘 인식의 전환을 한 것인지 그냥 있지 않았다.
“설마 노키아 제안을 거절하실 생각이세요? 어차피 코스닥 상장을 하려면 지분 일부를 내놓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럴 거면 차라리 노키아 같은 회사에 내놓은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게 간단하지 않아.”
그도 관자놀을 톡톡 치면서 고심에 빠져 들어갔다. 자세한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어서 돌려 이야기를 해야 했다.
“으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만약 오성 전자 측에 우선 독점적으로 이 칩을 공급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영어 아르 칩이 탑재가 된다면 미국 시장에서는 노키아를 압도할 거야.”
“아.”
강호정도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시장의 변화였다.
이민혁도 애들을 한 번 쭉 돌아보았다. 다들 관심이 없는 얼굴이었다. 빨리 회의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래, 이런 회의를 소집한 내가 잘못이다. 그래도 너희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야. 노키아 측에서 2.5% 지분 매입에 6억 달러를 제안했으니까.”
“6억 달러?”
그제야 눈에 돈이 착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헉, 6천억요?!”
“그보다 좀 더 되겠지. 그 정도 돈이라면 아무래도 지금 대출 받은 8천억에 대한 부담을 들 수가 있을 거야. 남은 천억까지 합치면 대략 7천억은 좀 더 될 테니까. 일단 이 정도는 알고 있었으면 해. 그러니 지금 하는 일에 더 신경을 써 주고.”
그는 곧 김태경 과장을 돌아보았다.
“김 과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다른 해외 언어 관련 부분에 대한 특성 연구는 좀 더 서둘러야 할 겁니다.”
하지만 김태경 과장은 의외로 한 가지 문제를 내놓았다.
“그게 좀 문제입니다. 아르 칩 자체가 한국어 전용이라서 영어나, 일본어 쪽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 중간 인터페이스를 어느 정도 틀을 잡아주셔야 합니다. 저희들은 한국어 칩을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비슷한 점이라도 없나요?”
“한국어 엔진으로 영어나, 일어를 처리하게 되면 생각보다 버그가 많이 나옵니다. 그 부분을 줄여 나가고 있지만 지금 방식으로 안 됩니다.”
“알겠어요. 그건 내가 우선적으로 한 번 보도록 할께요.”
곧 회의는 끝이 났지만 역시 회의실을 나가는 임직원의 표정은 한결 밝기만 했다.
최근 다소 정체되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힘이 좀 빠졌는데, 역시 돈 소리를 들으니, 다들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
한국과는 달리 영어 음성 인식은 AT&T에서 음성학을 기초로 해서 시작한 것이 그 시초다. 그 이후에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했고, 정확도 자체는 생각보다 많이 높아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음성 인식에 대한 다양한 알고리즘이 많이 나왔고, S/W 개발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로봇에서는 이런 기능이 당연히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식 원리 역시 한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를 통한 입력, 잡음 처리와 같은 특징 제거, 특정 성분 확인, 다양한 모델 선택, 인식, 그 다음은 역시 분석이다.
알고리즘은 실상 한국어 처리에서 사용된 것과 비슷한 형태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역시 한국어와 차이가 있는 것은 음성 인식 시스템이다.
특정 벡터를 추출한다고 해도 한글과는 어순이 전혀 다르다.
여기에서부터 혼란이 생긴다.
몇 가지 문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교과서에나 쓰는 방식이다.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는 어순이나, 다양성 면에서 차이가 꽤 심했다.
이게 한국어 아르 칩을 사용하게 될 때 오류가 생기는 이유였다.
아르 지능이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필터링을 해준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즉 이 분석을 영어로 해야 할지, 아니면 한글어로 해야 할 지도 문제다.
만약 영어를 받아서 그대로 영어 인공 지능 패턴으로 처리한다면 처리가 더 빨라진다.
이걸 한국어로 번역해서 기존 아르 칩대로 처리하게 되면 한 템포 느려진다.
이게 간단히 느려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바로 사람이 직접적으로 대응할 때는 갑갑하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음성 인식 시간, 인식률이 상업화에 있어서는 가장 큰 관건이다.
‘이거 쉽지 않겠어.’
이민혁은 뒤늦게 가장 큰 문제가 뭔지 곧 깨달았다.
영어 아르 칩이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 자체가 더 큰 문제였다.
전생에서는 쉬리가 빠른 대응을 보인 것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CPU 자체가 아주 빨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도 좀 느린감이 있다.
실제적으로 쓰는 사람이 잘 없는 것도 그 이유다.
그냥 재미 삼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좀 다른 이슈였다.
‘역시 쉽지 않아.’
새삼스러운 일도 없다.
그도 최근 아르 바이러스 때문에 푹 빠져 있었는데, 이 새로운 문제를 보자 기분이 묘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번역 이슈로 넘어갈까 하다가 곧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게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단순히 번역 이슈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인이 사용하는 그들의 문화 자체를 담아야 했다. 그건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해야 했다.
‘역시 노키아의 도움을 얻어야 할까? 어차피 미국 시장 진출을 하려면 그 교두보가 필요하기는 한데, 어떻게 하지?’
이런 이슈는 생각도 못한 문제였다.
오로지 인터넷과, 통신 서비스가 발전하기만 기다린 터라, 이 분야 쪽의 발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대한 이슈는 간간히 나오기는 한다.
데이컴 자회사 중에는 실상 국내를 슈퍼 허브로 감안해서 건물과, 장비를 인수 받는 조건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웍스는 미국 본사 측의 자금난 때문에 한국 영업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들 아이웍스는 결국 국내 시장을 포기하는 수순을 밞고 있었는데, 때 마침 KIDC에서 괜찮은 제안을 받은 것이다.
KIDC에서 원래 검토한 것은 새로운 센터를 설치하는 방향을 좀 바꾼 셈이다.
이들이 인수한 센터는 주로 서비스 호시팅이나, 모바일 IDC 전용이다.
이 아이웍스 코리아 내에 있는 기존 업체에 대한 영업권 인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민혁도 이 안건을 살펴보면서 아이웍스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도 처음에는 미국에 새로 데이터 센터를 설립할까 하다가 생각을 좀 바꾸었다.
어차피 미국 업체 중에는 아이웍스처럼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인수 방식은 생각보다는 많은 강점이 있었다.
하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미국의 다양한 제약 이문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에서 어려운 회사 인수하는 것도 꽤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건 엔비 소프트 혼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게 실상 이민혁의 고민이었다.
결론을 생각보다 간단했다.
애초에 데이터 센터 자체는 생산적인 아이템이 아니라, 서비스 형태다.
그건 엔비 소프트 목적과는 좀 떨어져 있다.
‘역시 자회사 형태가 좋겠어. 그것도 굳이 우리 엔비 소프트 혼자 나설 필요도 없고. 여기에 노키아 만이 아니야. 다른 오성 전자나, SH 텔레콤 역시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지.’
이 제안에 대한 오성 전자 반응은 바로 답이 없었다.
그들도 이민혁 제안이 무슨 의미인지 좀 생각을 해봐야 했다.
이민혁도 힌트를 주었다.
“영어 아르 칩 개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하나입니다. 지금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만으로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내에 그 전진 기지가 필요해요.”
“아, 알겠습니다.”
***
오성 전자도 처음 엔비 소프트 제안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다만 곧 이민혁의 간단한 설명을 듣자 금방 이해했다.
분위기는 곧 달라졌다.
하지만 그들은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설마 갑질 하는 거 아닙니까?”
“데이터 센터 쪽은 수익성이 그렇게 크지 않으니, 뭐 틀린 말도 아닙니다.”
“거절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어차피 엔비 소프트 측에서 강압적으로 제안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대신 나중에 영어 아르 칩 개발이 끝나고 나면 국물도 없겠죠.”
“영어 아르 칩? 아니 그게 왜 필요합니까? 지금만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 맙시다. 당신 미국에 제품 팔 생각 없는 겁니까?!”
“아.”
그제야 다들 수긍한 눈치였다.
곧 이어서 다들 인상이 험악하게 변했다. 엔비 소프트 측에서 왜 별 다른 이야기도 없이 그냥 달랑 몇 마디만 던진 것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더욱이 엔비 소프트를 늘 주시하던 이들이 한 가지 의견을 더 내놓았다.
“노키아 측에서 얼마 전에 엔비 소프트 측을 접촉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이런 제안이 나온 것을 봐서는 아마도.......”
“우리에게 기회를 주겠다? 나중에 아르 칩 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알아서 자금을 달라? 설마 그런 의미입니까?”
“아마도요.”
불만은 많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툴툴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문제는 이민혁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면 됩니까?”
“400억 정도 예상하나 봅니다.”
“겨우 400억 말입니까? 뉴욕 건물 가격 감안하면 그걸로는 부족할 텐데요?”
“다른 쪽에서도 각출하겠죠. SH 텔레콤도 있고, KT 프리텔도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노키아까지 집어넣으면 대략 2천억 정도 선이니까요.”
“그 정도라면 설명이 되겠군요. 휴우, 뭐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겠죠. 다만 그 안건은 계약을 분명하게 명시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네.”
오성 전자 내부에서도 말도 많고, 탈도 좀 있었지만 그들 역시 이민혁 제안을 거부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건 SH 텔레콤 역시 다르지 않았고, 이 일의 주동자인 KT 프리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민혁은 KT 프리텔에게는 아예 협박까지 했다.
“이번 투자는 하지 않으면 KT 프리텔은 앞으로 무조건 배제하겠습니다.”
“네.”
이렇게 해서 엔비 IDC 법인, 뉴욕 IDC 센터는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오성 전자에서 400억, KT 프리텔 400억, SH 텔레콤 400억, 노키아 역시 400억, 엔비 소프트 역시 400억을 내놓았다.
신규 법인 설립 자본금 2,000억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민혁도 이 결과에는 전생의 한 권력형 비리 재단의 전광석화 같은 설립 기억을 떠올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자기가 한 일이 꼭 갑질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가능하고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하고 나니, 기분이 좋을 턱이 없었다.
다만 그 역시 가끔은 이런 식으로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사람이 얕잡아보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럴 때는 역시 쓴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그렇게 본다면 좀 약한 면도 있다.
아직까지는 엔비 소프트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저들 협력업체와 일단 손을 잡기는 했지만 역시 걱정되는 것은 미래다.
그가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한 일을 하나씩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 오른 것은 역시 검색 엔진이다.
특히 구글이 바로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자본 마련한다고 정신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좀 달랐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이제 검색 엔진도 고민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서 같이 감안해야 할 것은 역시 소셜 미디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트 역시 그 범주에 넣어야 했다.
‘할 일이 많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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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는 좀 그렇다?
1. 좀 그렇다.
2. 노키아 퇴출
3. 기타.
4. 2016년도 이제 두 달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