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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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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가 마스터카드 내부 일을 아는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 정보를 얻자 곧 오성 전자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건 곧 두 회사 고위 라인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일이었다.
박주명 이사가 이지민 수석을 겁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지민 수석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뒤늦게 내부 인맥을 통해서 확인한 후에 자조지종을 알 수가 있었다.
‘이사님이 내 뒤통수를 쳤단 말인가?’
그녀도 배신감을 느꼈다.
불과 얼마 전에 키스까지 진도가 나간 상황이다.
아마 분위기가 맞았다면 그 이상도 나갈 수 있었다.
그런 관계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그녀는 결국 바로 엔비 소프트 본사를 찾아가서 이민혁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냉랭한 목소리.
이민혁도 전생에 유부남 경험이 있는데, 갑자기 살살한 그녀 어조를 이해 못할 리가 없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마스터카드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 그거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어떻게 저에게는 한 마디 이야기도 없이 그럴 수가 있어요? 뻔히 우리가 비자카드와 서로 거래하는 것은 모르세요?”
“아, 잠깐만요.”
그는 하던 일을 우선 정리한 후에 비서에게 커피를 시켰다.
이지민도 억지로 커피를 마시고 나서야 마음을 추스렸다.
다행히 서로 이야기를 할 분위기가 된 셈이다.
이민혁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사실 칩 단말기와, 저희 프로젝트와는 전혀 무관하다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이민혁은 완전히 폭주기관차처럼 폭발하기 직전의 이지민을 보면서 혀를 찼다. 그녀와 있으면서 전혀 본 적이 없는 태도였기 때문이다.
‘괄괄한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군. 늘 조용해서 그런 식으로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더 매력적이기는 해.’
조용할 때는 또 그 맛이 있다. 그게 또 조강지처와는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이다. 여자마다 조금씩 성격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건 기밀이기는 합니다만 저희가 목표로 하는 것은 IC 칩입니다. 그러니, 결국 단말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셈입니다.”
“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기에 나온 반응이다. 애초에 비자카드가 왜 오성 전자와 다급하게 협력한 것인지도 잘 이해를 못한 눈치였다.
이민혁은 굳이 그런 의문을 다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도 도움을 얻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힌트를 주었다.
“아마 마그네틱 카드가 보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 겁니다. 그건 조사하면 알게 될 테니까요.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IC 칩 카드죠. 이건 핸드폰하고는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전체적인 스마트 카드에 대한 시장과, 그 개요에 대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알 수가 있는 내용이니,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지민 수석에게는 보다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가 진행한 프로젝트도 따지고 보면 이와 영역이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오히려 너무 결과에 집착해서 제대로 그 부분을 살피지 못했다.
이민혁이 그런 부분을 대놓고 찍어서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녀 스스로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그랬군요.”
“이제 화가 풀리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자세한 상황도 모르고, 그냥 달려와서요. 하지만 이사님이 뒷........”
“후후후, 왜 제가 수석님에게 술수라도 부렸을까 그런 겁니까?”
“아, 아니에요.”
“하하하. 누구에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회사 생활할 때는 그런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보통 이간질이라고 흔히 이야기를 하죠.”
“하아.”
그녀는 뒤늦게 한 숨을 내쉬었다.
실상 박주명 이사 말을 너무 쉽게 믿을 것이 컸다.
하지만 한 편으로 이민혁을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한 것은 고작 응용 단말기 개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민혁은 그 짧은 기간에 스마트카드 원천기술로 돈벌이를 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건 그냥 묻는 건데요. 설마 벌써 스마트카드 IC 결과가 나온 건가요?”
“왜 알고 싶으세요?”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닌데.......”
이지민 수석은 다시 원래 모드로 돌아가 버렸다. 자존심 강한 그 모습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이민혁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가 없었다.
이민혁이 실상 원한 바였다. 비자카드와는 아직 연결 고리가 없었고, 이미 마스터카드 쪽과 협상을 시작한 상황이라서 그쪽에 직접적으로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뭐 말 나왔으니, 잘 되었습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그쪽 오성에서도 비자카드 쪽과 좀 이야기를 나누어서 공동 스펙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까지 EMV는 일반화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마그네틱이 대세입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이니, 그쪽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이건 단순히 한국 카드 시장만 해당되지 않으니까요.”
“으음, 이사님 말씀은 저희가 비자카드와 이야기를 다시 하데, 칩 개발이 끝나면 우선적으로 저희 단말기를 채택하겠다는 말씀이세요?”
“그렇죠. 그러면 서로 트러블이 일어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그녀도 선뜻 이민혁 제안을 오케이 할 수는 없었다. 이런 식은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다. 그저 IC 칩 단말기를 개발한 것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이민혁은 의미심장한 표정이었다.
“잘 될 겁니다. 아마 이번 일만 성공하게 되면 이 수석님도 회사 내에서 좀 편해질 겁니다.”
“알겠어요.”
그녀도 잽싸게 일어나서는 사무실을 나서려고 하다가 뒤늦게 이민혁이 한 제안의 의미를 깨닫고는 몸을 돌렸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강호정이 마치 감시라도 한 것처럼 나타나서는 툴툴거렸다.
“민혁 형, 이건 권력 남용입니다.”
“얌마, 이 수석이 먼저 와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무슨 남용이야?”
“암턴요.”
그는 불만과, 질투에 불타올라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니 항의까지 했다.
“한 사람만 고르시죠.”
“고르고 말고가 어디 있냐? 이건 어디까지나 업무적인 관계일 뿐이야.”
“키스는요? 들어보니, 모니카와도 관계가 심상치 않던데?”
“그거야 술 한 잔 같이 한 거, 야아, 너 지금 날 취조하는 거야?!”
“전 오로지 회사 발전을 위한 겁니다. 형이 여자에게 휘둘리면 그것만큼 꼴 볼견도 없지 않습니까? 남자는 여자에게 당당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이민혁은 피식 웃으면서 이지민에게 한 이야기를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쉽게 말해서 비자카드 쪽에 영향을 주려면 오성 전자가 필요하다. 더욱이 오성 전자 IC 단말기는 꽤 의미가 있어. 그걸 통해서 필드 테스트를 거칠 수가 있으니까. 아마 어느 정도 결과만 나오면 세계 스마트 카드 시장까지 선점할 수도 있을 거야. 이게 회사 발전을 위한 노력 아니냐?”
“그건.......암턴, 말도 안 됩니다.”
억지를 부리는 강호정.
이민혁은 보다 못해서 일축했다.
“정 여자가 궁하면 너도 만나. 내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
“휴우, 그게 잘 안되니까요. 어디 여자 만나는 게 쉬운 일입니까? 민혁 형은 그냥 술술 다 챙기니, 아쉬운 게 없는 겁니다.”
“하하하.”
그도 웃고 말았다. 하지만 내심은 다르다. 전생의 기억에서 그도 강호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적은 여자관계 때문에 제대로 성격이 맞는 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결혼 실패의 한 요인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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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도 바보가 아니다. 콜롬비아 대학을 나온 재원 중에 재원이고, 이미 오성 전자에서 찬밥 더운밥도 다 경험한 바 있다.
그녀도 과거처럼 어수룩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자신의 재량껏 우선 시작한 것은 비자카드 담당자였다.
“정말 실망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 있다면 실무 책임자에게 저에게 먼저 알려야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사람 뒤통수부터 먼저 칩니까?!”
당찬 그녀 태도.
비자카드 담당자도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다.
어차피 그는 오성 전자 위선과 서로 채널이 있었다.
그녀는 대략 상대 태도에서 뭔가 느끼자 슬그머니 당근을 내놓았다.
“마스터카드와 엔비 소프트가 손을 잡고, 차세대 스마트카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모르시죠? 어머, 정말 몰랐습니까?”
“!”
비자카드 실무진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도 대충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마스트카드가 한국 시장에서 손을 쓰고 있을 지는 상상도 못했다.
하물면 차세대 스마트카드라니.
결국 협상은 그녀가 의도한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저희가 엔비 소프트와 아주 가깝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죠? 저도 마침 그쪽에 인맥(?)이 있어요. 그러니 어느 정도 연결 고리가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어때요?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비자카드 실무진은 저희들끼리 쑥덕되면서 눈치를 보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웠다.
“원하는 게 뭡니까?”
“향후 아르 보안 칩이 나오면 그 초도 물량을 보장해주세요. 필요하다면 기술적인 지원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건 그 계약서입니다.”
그녀가 내놓은 것은 두 회사 사이에 필요한 기술 협력에 대한 계약서였다. 향후 생길 수 있는 로열티 문제를 사전에 결론 내놓았다.
애초에 이 아르 보안 칩이 나오게 되면 당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로열티다.
엔비 소프트도 일부 가지지만, 마스트카드나, 비자카드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금액이 작아보여도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 업체 태반이 장사를 잘 해도 이러한 로열티 때문에 매년 수 십 조를 털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비자카드 입장에서는 이걸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일단 계약서상에는 한국 시장이라는 제약도 걸려 있었다.
“특이하군요. 전 해외 시장까지 다 포함할 줄 알았는데.......”
“그러면 그쪽에서 이 계약을 진행하려고 하겠습니까?”
“하긴.”
계약은 어렵지 않게 체결되었다.
이 안건은 곧 바로 이민혁에게로 통보가 갔다.
이지민 수석은 물론 회사 내에도 이 계약에 대한 것을 슬쩍 보고했다.
“비자카드와 추가적인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빠진 채 마치 기존 비자카드 계약에 옵션을 추가할 정도로 보고를 올렸다. 이게 얼마나 미묘한 지 별 다른 반박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박주명 이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일은 제대로 하기는 해. 하지만 그래봐야 영향력은 꽝이지.’
크게 보면 비자카드와의 제휴다. 나머지는 이 협상에서 나오는 자잘한 가지에 불과했다. 이지민 수석 정도 되면, 그게 오히려 더 중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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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 보안 개발은 오성 전자,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엔비 소프트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일이라서 순조롭기 짝이 없었다.
이건 기존 아르 핸드폰보다 더 개발 속도가 빨랐다.
아르 핸드폰 자체가 새로운 아르 칩이 들어간 터라, 단순히 칩 문제 만이 아니라, 디바이스 드라이버 이슈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핸드폰 OS에 진행하는 포팅 작업에서 의외로 문제가 많이 터졌다. 특히 팬택은 계속해서 사고를 터트렸다.
이민혁조차 이 팬택의 삽질에 기가 차서 김태경 과장에게 따졌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아르 핸드폰 자체가 가지는 속성을 너무 간과한 것이 큽니다. IC 칩 핸드폰은 아르의 하드웨어적인 면만을 집중한 터라, 오히려 더 빠르게 출시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지민 수석의 뛰어난 직관이 빛을 발한 까닭이다.
그녀는 쉽게 갈 수 있는 방향과, 아이디어를 절묘하게 적응한 터라, 쉽게 시장에 출시했다. 비록 제대로 된 결과가 아니더라도 해도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일이었다.
하지만 아르 핸드폰은 근본적으로 많이 다르다.
OS도 OS이지만 아르 지능 자체와, 아르 칩의 접목이 더 큰 문제였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던 부분인데, 막상 마무리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난 것이었다.
이민혁도 전생에서 별의 별 삽질을 다 한 터라, 뒤늦게 개발 내막을 듣고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삽질을 하는 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지금 기간에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높이 평가할 일입니다.”
“가능한 시일을 줄이겠습니다.”
실상 김태경 과장이 사과하고 말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팬택이 진행한 것만으로 높이 평가할 일이었다.
그만큼 신제품 개발은 어렵다.
하물면 그게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형 핸드폰인데, 더 당연한 일이다.
이민혁은 이 때문에 오성이나, SH 텔레콤, KT 프리텔에 좀 술수를 부려서, 일테면 아르 실험 데이터를 보내는 방식, 삽질을 더 진행시켰다. 이 경우에는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결국 프로젝트는 빙빙 돌 수밖에 없었다.
이런 중에 더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아르 보안 칩 프로젝트였다.
이유는 바로 이지민과, 모니카의 열정적인 간섭인데, 두 사람은 여성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장점인 현실적인 개발 방향에 대해서 보다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3연참..
우솨와솨.
1. 대단하다.
2. 저러다가 탈난다.
3. 아몰라.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