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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2장 아르 매트릭스
최황필 과장은 오늘 따라 영 찜찜한 시선 때문에 불편하기만 했다.
그도 별다른 생각이 없이 출근했는데, 시선이 좀 달랐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야?”
“저기.......”
말을 하다가도 그만두는 이들.
그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는데, 자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야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했다.
형사로 보이는 이들과, 그들 앞에 서 있는 홍문성 부장검사였다.
“이, 이게 뭐야?”
홍문성 부장검사는 냉랭했다.
“최황필 당신을 뇌물 수수 협의로 체포한다.”
미라다 원칙이 줄줄이 나왔지만 곧 이어서 나온 것은 욕설이었다.
“도대체 당신같은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이야?!”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곧 이어서 나온 것은 바로 최황필 그 자신의 흔적이다.
뇌물을 어떻게 받고, 최형준과 어떤 식으로 엮여 있는 지에 대한 부분이다.
“최형준이 이미 자백했으니, 거짓말 따위는 할 생각 마라.”
“이, 이럴 수가, 마, 말도 안 돼. 도대체 이런 것을 어떻게......”
하지만 그의 변명은 오래 갈 수가 없었다.
곧 수갑이 그의 손에 채워졌다.
그가 한 일은 바로 최형준에게서 이용호 회장과, 그의 주가 조작설에 대한 악성 루머 수사 여부였다. 고교 동창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줄이 있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문제는 악성 루머 관련해서 멀쩡한 시민 오십 여명을 체포했다.
그들은 물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 받은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이 안건은 뉴스를 통해서 외부에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말들이 퍼져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
“저는 정말 모릅니까? 형준에게서 부탁을 받고 한 것 뿐입니다.”
“부탁 받은 거 치고는 돈 규모가 작지 않아. 무려 1억을 받았는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헛소리 하지 말고 불어!”
“정말입니다.”
실제로 이 부분이 문제였다.
최형준이 최황필을 통해서 부탁하기는 했지만 이용호 로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거는 없었다. 두 사람이 이번 일을 통해서 뇌물을 주고받은 것뿐이다.
하지만 이 일은 단순히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미 10년 넘게 서로 끈끈한 관계로 유착되어 있었고, 그 중에 한건만 해도 감옥에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
이민혁도 곧 고개를 갸웃했다. 수사가 최황필에서 주춤한 것 때문이다. 이번 이용호 게이트도 잘만 활용하면 확실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의치가 못했다.
최황필 총경은 어디까지나 악성 루머를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소모품에 불과했다.
좀 더 몸통이 될만한 건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한가한 사람은 아니었다.
“민형 형, 도대체 뭐하는 거에요? 이번 팬택 핸드폰 출시 기념 행사에는 안 갈 겁니까?”
“아, 그거 나 지금 바쁘다.”
“그게 정말 형이 해야 할 일인데, 또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는 거에요?”
“얌마, 우리 회사 일이 어디 한 둘이냐. 이미 다 끝난 일 따위는 관심 없어. 스마트 카드는 어느 정도 결과도 나왔고, 나머지는 실무진에서 처리하면 되잖아.”
“모니카도 꽤 기대하는 눈치던데.......”
“일이 좀 바빠.”
“혹시 게임이라도 하는 겁니까? 요즘 문명에 대한 악성 루머도 자자하던데, 형도 설마 문명하신 것은 아니겠죠?”
“아니라니까.”
하지만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것은 마치 무슨 온라인 게임 화면과 비슷했다. 복잡한 자료가 떠 있는 것 때문에 차이가 있었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좀 달랐다.
“와우, 정말이잖아요. 형 그러면 이제 게임 사업도 하는 거에요? 가만 그거야 라그하임할 때는 왜 손을 뗀 거에요?”
호들갑을 떠는 강호정.
그도 행사 같은 것은 취향에 안 맞는 지 오히려 호기심만땅이었다.
이민혁도 슬쩍 화면을 기다리면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일이 마치 게임하는 것과 비슷했다. 아르가 가이드로써 그에게 안내를 해주었고,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서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임이라.”
“헐, 진짜 게임 만드는 거였어요? 이거 어드벤처 게임 비슷하네요. 가만 뭐가 이리 복잡해요. 이름만 잔뜩 나열해 있고, 어라 애들 이번에 줄줄이 구속된 애들 아니에요?”
최황필 총경, 최형준 제일 투자금융, 양현중 대주주에 대한 것은 이미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 되면서 한국 전체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이들이 한 활동들은 저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강호정도 어지간해서는 놀라지 않은데, 화면에 줄줄이 서로 링크되어 있는 자료를 보자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이야, 이거 정말 기막힌 음모 시나리오네요. 여기에 불법 로비 자금과 연동 고리만 나온다면 괜찮은 게임 탄생할 것 같네요.”
“불법 로비 자금?”
“그럼요. 뻔한 이야기잖아요. 이용호 게이트고 지랄이고 간에 결국에는 돈 문제로 귀결되니까요.”
“그렇기야 하다만......”
“설마 형이 이런 것까지 일일이 다 할 겁니까? 그냥 이런 것은 밑에 엔지니어나, 아니면 다른 라그하임 업체 쪽에 넘겨도 되지 않을까요?”
“글세.”
그도 약간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야 일일이 게임 플레이처럼 처리했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도 없었다. 뭔가 좀 다른 대안이 필요하기는 했다.
이민혁은 때문에 계속 달라붙는 강호정을 쫓아낸 후에 아르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로 이 추적에 관한 일이었다.
아르는 뜻밖의 의견을 내놓았다.
“꼭 주인님이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른 이가 저에게 필요한 처리를 해준다면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합니다.”
“어떻게 말이지?”
“저는 어디까지나 아르봇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인공 지능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부분을 메꿔주면 됩니다.”
“그 부분이라.......”
메꿔 준다는 말이 참 애매하다.
당장에 이 현실 정보와, 게임을 연동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르는 뜻밖의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아르봇은 금감원을 비롯해서 많은 영역에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라그하임처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저, 정말? 그게 가능해?”
“네.”
이민혁도 상상을 못한 일이다.
하지만 엔비 소프트 서버에는 라그하임을 비롯해서 아르 인공지능을 사용한 게임은 어느 정도 기반 자료가 올라온다.
핵심 자료는 빠져 있다고 해도 전체 프레임 정보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건 아르와 연동된 게임 특성상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링크가 되어 있는 통로를 따라서 아르가 올라온 정보를 취합하는 와중에 빅데이터와 되어서 처리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만 애길 하면 일반적인 게임 뼈대 정도가 올라와 있다.
그것을 아르가 기존 알고리즘을 따라서 리모델링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니 짜깁기에 불과하니, 실상 이건 오히려 다른 일반적인 사고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지금 엔비 소프트 내에 설치되어 있는 슈퍼 컴퓨터 수는 최근 돈을 좀 더 벌고, 그 덕분에 늘어나서 무려 5대나 된다.
이 정도라면 인공위성도 제어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아르는 최황필을 비롯한 범죄자 수집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다 취합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얼마든지 짜깁기가 가능했다.
이민혁도 뒤늦게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는 수긍했다.
“좋아, 한 번 진행 해봐.”
“알겠습니다. 다만 빠른 처리를 원하시면 회사 내의 슈퍼 컴퓨터 네 대를 총 동원해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야. 돈 번 것도 다 이런 일 때문에 한 것인데, 지금 바로 써 먹어야지.”
***
인공 지능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실상 없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딥런닝도 따지고 보면 무에서 유 창조가 아니다.
있던 것을 좀 더 학습해서 그 중에서 필요한 것을 창출한다.
학습된 데이터와 유사한 패턴일수록 출력 하는데, 어려움을 격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활동 탐지와 같은 기능도 따지고 보면, 기존 본인 확인과 같은 과정을 근간으로 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각 인증 모델 자체는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인공 지능에게는 아니다.
아르 역시 비슷하다.
그녀가 지금까지 근거로 한 것은 어디까지나 빅데이터에 불과하다.
그것을 아예 새롭게 창안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유사 대칭 형식으로 변경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시간과, 슈퍼 컴퓨터 로드일 뿐이다.
이 로드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지 엔비 소프트 임직원도 순간적으로 컴퓨터 랙이 걸리자 당황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라? 이거 왜 이래?”
“최근에 슈컴 몇 대 더 들어오지 않았어?”
“그런 거로 아는데, 영 신통치 않다.”
“제길 또 저가 중국 슈컴 아냐? 딱 봐도 표가 팍팍 난다.”
“그렇게 불만 토로하지 말고, 한 번 가서 확인이나 해 보지.”
“쳇, 난 싫어.”
“으이구, 정말.”
곧 당장 작업이 급한 이들이 일어나서는 곧 확인에 착수했다.
다행이라면 버벅거리는 현상이 곧 잦아들었다.
“어, 이제 괜찮아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중에 민혁 형에게 애길 해야 겠어. 아니 어떻게 컴터 수가 늘어나는데, 성능은 더 떨어지는 것 같아.”
“내가 한 번 말해볼게.”
다들 툴툴거리면서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슈컴이 한 대, 두 대가 있는 것도 아닌 터라, 단순히 버그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르의 수행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시무시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단순히 게임 하나 만드는 데 사용할 파워는 아니지만 뭐 그거야 쓰는 사람 마음이니,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다.
***
김승현은 딱히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먹고 살기 위한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게임이다.
목적이 목적이다 보니, 게임이 마냥 즐겁지만도 않다.
라그하임은 그나마 다른 게임 대비해서 인공지능이 워낙에 독특해서 즐길 뿐이다.
이 아르 라그하임은 좀 독특해서 해도 해도 질리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게임을 할 때면 늘 재미있는데, 어느 일정 순간을 넘어가면 마치 인공지능이 초기화 되는 느낌을 간간히 받았다.
그와 같은 게임 전문가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반인이야, 그 인공 지능이 그 인공 지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는 때문에 아르 라그하임의 제한된 수명이 아쉬울 뿐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
늘 데리고 다니던 NPC의 표정이 마치 생명이 다한 것처럼 멈춰 버렸다가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반 게이머는 어차피 NPC는 NPC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정말이었어.’
이제까지 설마 했던 그 짧은 순간을 발견하자 기분이 좋을 턱이 없었다.
“왜 그러세요?”
“아냐.”
겉은 헐리우드 영화 속에나 나올만한 초미인이지만 어디까지나 인형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가졌던 감정 때문에 혼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김승현도 더 이상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놀라운 것은 NPC 반응.
이전과는 달리 또렷한 눈빛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운영자에게서 공지 하나가 왔는데, 혹시 응할 생각이 있으세요?”
“공지라니? 내 알림 창에는 아무것도 안 뜨는데?”
“이건 제작자가 보낸 특별 공지라써 제한된 사람만 받아 볼 수가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김승현은 벌써 1년 가까이 정든 이 NPC를 거의 연인처럼 대하는 터라 그녀의 생뚱맞은 반응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번 해보세요. 꽤 흥미로운 게임 같으니까요. 보상도 확실하고요. 아마 현금으로 직접 지불하는 것 같아요. 일종의 상금 비슷해요.”
“?”
그는 더 황당했다.
NPC 반응은 더 웃겼다.
그녀는 왼쪽에는 파란색 알약과, 오른쪽에는 붉은색 알약을 내놓았다.
“왼쪽 알약을 복용하면 이대로 그냥 늘 하던 게임을 즐기면 되고요. 오른쪽 알약을 복용하면 좀 더 중요한 진실을 즐길 수가 있다고 하네요. 다만 그 진실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데요.”
“크하.”
그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유치한 멘트는 당연히 영화 ‘매트릭스’에서 수십 번을 더 봤던 장면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걸 지금 게임 안에서 이런 식으로 제안 받을 지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김승현도 곧 정색해야 했다. NPC 표정이 좀 이상했다. 죽어 있는 인형이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생명같았다.
“저, 정말 엘리 맞아?”
“그게 중요한 가요? 정말 실망이에요.”
“아, 좋아. 오른쪽을 선택하지.”
“자요.”
김승현은 자신 손에 놓인 붉은 알약을 잠깐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웃기지도 않은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도 엘리의 따가운 시선을 받자 그냥 그대로 삼켰다.
당연히 그의 몸은 변화가 없었다.
다만 변화가 생긴 것은 모니터 화면이었다.
지금까지는 라그하임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화면이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서서히 녹아들면서 곧 다른 화면으로 바뀌었다.
놀라게도 그 곳은 바로 자신의 방안이었다.
“헉?!”
김승현은 기겁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놀라운 것은 그 동작에 따라서 컴터 안에 있는 자기도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다행히 말 되는 이유가 있었다.
컴퓨터 한 쪽에 놓인 미니 카메라가 동작하고 있었다.
저절로 켜진 그 녀석은 자신을 그대로 촬영하고 있었다.
김승현도 소름이 오싹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곧 화면에는 미션이 떠올랐다.
“이용호 게이트 진실을 밝혀라.”
“?”
그도 황당한 표정으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다만 역시 오랜 프로 게이머 생활이 어딜 가는 것은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캐릭터를 움직여 보았다.
게임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캐릭터는 곧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놀라운 것은 바로 자신의 동네 광경이었다.
“세, 세상에 이럴 수가!”
실로 쇼킹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매트릭스처럼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그 못지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실제 현실을 그대로 컴퓨터 속에 재현해 놓았다. 마치 그 자신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현실 게임 같았다.
다만 역시 컴퓨터 랙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건 좋죠?
1. 최고다.
2. 이건 정치 아니라, 겜판 소설이다.
3. 겜판 소설로 계속 가자.
4. 아몰라.
5.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