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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632화 (632/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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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신재민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마 허공에 저런 결과가 디스플레이 되었다면 정말 영화 속에서는 가능한 가상현실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지금 상황은 그렇지가 못했다.

화면상에서 3D로 표현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의 CADD가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결과였다.

“마, 맙소사, 그,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실장 대답은 간단했다.

“나도 몰라. 엔비 소프트 측에 문의를 하면 우리 쪽에서 보내준 데이터를 토대로 빅데이터화 시킨 결과라고만 해. 내가 하도 쪼으니, 하는 말이 ‘당신들도 자기 밥줄 오픈합니까?’였다.”

“설마 우리 연구소 데이터를 다 그 쪽으로 보낸 겁니까?”

당연한 질문. 어떻게 보면 기업 보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 소프트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다. 남의 것을 도둑질한 적은 결코 없었다. 있다고 하면 주가 조작 정도였으니, 신뢰하나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설마 너희들이 이 작업을 다 하려고? 그럴거면 내가 그렇게 다시 계약할게.”

“아, 그, 그건 아닙니다.”

당황한 신재민. 그도 잘은 모르지만 지금 화면에 나오는 데이터양만 봐서는 그 작업 역시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실장 역시 비슷했다.

“아마 의문이 많은 거다. 나도 비슷하다. 이 아르 매트릭스가 요상한 도깨비 방망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구조는 몰라. 다만 추측으로는 300억 짜리 슈퍼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이 정도 성능이야 당연하다는 거야. 그 외적인 인터페이스야 기존 엔비 소프트 기술력 관련이 있겠지. 음성 인식만으로 얼마든지 우리 데이터를 처리할 수가 있으니까. 그것 외에 더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너희들이라면 그걸 공개하겠냐? 기업 비밀일테니, 이야기를 안하겠지.”

잠깐 대답을 끊은 그.

“아마 내 추측인데, 최근 5,000억 가까이 퍼부은 것도 그런 내막이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야 설명이 안 되잖아?”

“아.”

신재민 뿐이 아니었다. 다른 연구원 역시 엔비 소프트의 기술을 떠올리고는 수긍, 아니 여전히 의문이 많이 남지만 그것 역시 내부 보안 기술이라고 치면, 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신재민은 특히 현실적이었다.

“이런 설비를 고작 1년에 1억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니, 엔비 소프트가 의외로 돈만 밝히는 기업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아직까지는 이 아르 매트릭스가 뭔지 다들 제대로 모르니까.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이겠지. 가장 웃기는 것은 이걸 놀이 공원에서 사용한다는 거야.”

“그야말로 슈퍼 컴퓨터 낭비군요.”

“엔비 소프트도 뭔가 계산이 있겠지.”

“아마 그들도 모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 전문 영역까지 엔비 소프트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지금 이 툴 역시 저희 데이터를 토대로 구비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하지만 다른 부분도 있을 거야. 당장에 브랜드 이미지만 해도 하늘과 땅차이로 바뀌었잖아. 요즘 너희들 기사 안 보냐? 미래의 먹거리 기업하면, 0순위가 엔비 소프트야.”

잠깐 호흡을 끊은 그.

“뭐 그거야 우리가 걱정할 것은 아닐 거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걸 가지고 신약 개발을 빨리 진행시키는 거야. 불만 없지?”

“네!”

힘찬 대답이었다. 사실 현명 제약 경우에는 기술은 있지만 자본, 즉 설비가 떨어져서 어려워진 경우였다. 그들도 이제 도구를 갖췄으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

신약 제조에서 보통 사용하는 CADD의 특성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분자 표현자를 사용할 때 작용기, 화학적 성질, 분자의 기하학적인 구조, 등에 대한 것이다.

목적하는 이 분자의 독립 변수는 다양한 의존성이 존재하게 된다.

분자량이나, 표면적과 같은 경우이다.

실제로 상업적인 CADD 툴이 좋을수록 이런 선형 조합에 대한 유연성이 높다.

각각의 툴은 이 특성 자체를 활용해서 데이터로 수치화, 이를 통해서 분자 활동에 대한 예측 모델을 만들 수가 있다.

문제는 이것 자체가 소수성을 일반화한 수학적인 모델이 있다고 해도 그 속성에 따라서 조금씩의 차이는 존재하게 된다.

연구원이 추론한 방향과 다를 때는 정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아르 매트릭스 CADD 툴 역시 그런 부분이 다소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툴과는 차이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속성에 대한 수정이 가능하다.

각 분자 구조를 가지고 이 통계적 수치 해석에 따라서 변화를 줄 수가 있다.

이런 부분은 기존 CADD 툴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달랐다.

‘이상하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설마 이거 베낀 것 아냐?’

바로 아르의 딥러닝 결과다.

아르가 현명 제약에서 보내온 모든 자료를 처리해서 그것을 토대로 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기존 툴을 그대로 베껴서 결합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당연히 기존 툴 대비해서 효율성 면에서는 많이 취약하다.

하지만 강점이 있다.

사용자가 사용을 할수록 거기에 맞추어서 조금씩 변화를 거듭한다.

신재민이 이미 사용하기 전에 다른 수십 명의 현명 제약 연구원이 사용했고, 그것이 반영된 터라, 지금 CADD 툴은 롤모델로 삼은 CADD 툴과는 비슷하면서도 꽤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 비슷한 점도 신재민 같이 까다로운 수작업자가 사용하면서 더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예측 모델에서 몇 가지 문제가 된 값에 대한 변화, 이를 통해서 화합물 유전체나, 약물 동력학과 관련된 데이터 교정이다.

이건 사실 연구원마다 조금씩 취향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비슷한 터라, 그 공통점을 찾아서 변경하는 일이다.

당연히 일반 컴퓨터로는 백 년이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로드가 많이 걸린다.

슈퍼 컴퓨터을 기반으로 한 아르 매트릭스의 아르는 충분히 그 일을 하고도 남았다. 아니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주변의 다른 슈퍼 컴퓨터 지사 아르와 연동해서 좀 더 강력한 형태로 변화시키는 작업 역시 가능했다.

신재민 조차 그 변화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 성능이 더 좋아진 것 같잖아?’

조금씩이지만 예측 모델이 더 정확해지면서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실상 이건 아르의 사고가 아니라, 신재민의 독창성을 이용해서 그대로 베낀 것에 불과했다. 그가 그런 것까지 알 턱이 없었다.

아니 이건 아르의 창조자인 이민혁도 전혀 예상못한 일이었다.

아쉬운 사실은 이런 사고력이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저절로 초기화되면서 다른 아르가 그것을 받아서 작업하는 점이다.

그런 부분은 작업시에 기계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에이, 내가 착각했나 보네.’

그 똑똑한 신재민 조차 별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묘한 변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업 자체가 느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프로젝트 흐름이 이어지기 시작하자 그 다음 작업은 무서운 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거 잘만 하면........’

***

신약 개발은 거의 모든 의학 영역에 걸쳐서 다 존재한다.

그런 신약 중에 역시 대표적으로 꼽는 분야라면 바로 당뇨병이다.

특히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저하, 저항성으로 인해서 생기는 질환으로 한국 당뇨병 환자의 95%이상을 차지한다.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한국에서 경제 성장과 더불어서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최근에는 사망률마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나타났다.

덕분에 이 신약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제는 혈당 강하제인데, 약효, 부작용 때문에 많은 한계가 있다.

간, 신장의 부작용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은 늘 제약 회사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최근 주목 받은 물질이 바로 ERR이다. 리핀1의 새로운 전사 조절자에 대한 것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당뇨 패러다임에 대해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ERR 분자모델링, 이를 근간으로 한 신 구조 물질에 대한 합성, 이 합성법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많은 제약 회사에서도 연구해왔다.

신재민이 하는 일도 바로 이 ERR 길항제 디자인 쪽이었다.

문제는 이 선도 물질의 유도체 라이브러리 합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다양한 형태의 조합법이 가능해서 그걸 컴퓨터로 처리하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지금까지 합성한 것만 해도 대략 12종인데, 부작용 때문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효능 평가를 한 시간만 해도 족히 1년은 걸렸는데, 그 노력이 도루묵이 되었다.

새로운 조합을 하려고 해도 이놈의 컴퓨터가 느려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예측 모델에 바이딩 과정에서 최적화를 할 때면 시간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 버린다.

“야아, 신 연구원, 컴터 너 혼자서 아예 전세라도 낸 거야? 정도껏 좀 하자.”

다른 연구원의 핀잔은 필수다.

제대로 될 턱이 없었다.

하지만 아르 매트릭스 CADD는 전혀 달랐다.

그가 원하는 조정을 손가락 끝만으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이미 합성해 놓은 구조를 가지고 다시 재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형 프로젝트 화면을 보면서 단순히 양손가락 조정만으로 이게 가능하다.

직관적이면서도 단순해서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고, 말 필요가 없었다.

‘주, 죽인다!’

신재민은 자신이 작업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꼭 가상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 때문에 전율을 금할 수가 없었다.

비록 평면으로 보는 3D 화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 가공할 툴의 효과 때문인지 기존에 그가 생각한 영감이 마치 구름처럼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된다는 생각에 따라서 그저 멍하니 작업 속으로 푹 빠져갈 뿐이었다.

양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는데, 그에 따라서 화면 툴 역시 실시간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슈퍼 컴퓨터와, 아르, 신재민의 독창성이 서로 결합된 최적의 결과였다.

어느 순간에 서서히 결과로 도출된 하나의 분자 구조는 기존 구조와는 다른 점이 R1, R2, R3가 중복으로 들어가 있는 도넛 형태였다.

이런 형태가 된 것은 저해활성과 관련이 있었다.

시뮬레이션 결과만 놓고 보면 다른 선도물질에 비해서도 3배 이상의 강한 결합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글루코네진의 mRNA 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가 있다. 추가로 달려 있는 분자 고리가 그 효과를 하게끔 되어 있는 것이었다.

신재민 연구원도 멍하니 결과 삼매경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다려도 도저히 나오지 않은 신재민 연구원 때문에 안으로 들어온 한 연구원은 결과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소리쳤다.

“어, 이게 뭐야? 서, 설마 신 연구원, 드디어 성공한 거야?”

“아, 네? 그, 그게.......”

그도 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너무 아르 매트릭스 CADD 세계 속으로 빠져 있던 터라, 지금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곧 상황을 눈치 챈 다른 이들도 우르르 안으로 들어와서는 결과를 살폈다.

“이, 이거 잘만하면.......될 것 같아!”

다들 곧 바로 자기 일을 일단 제처 두고 이 새로운 물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생각한 것보다 더 놀라웠다.

기존에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부작용이었다.

특히 당뇨병 자체가 합병증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데, 이 부작용 자체를 완화시키면서도 당뇨병을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신약 개발의 길이 열린 것이었다.

“대, 대박이다!”

신재민을 둘러싸고 현명 제약 연구원은 부산을 떨었다.

그들 역시 배가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정말 성공이라면 펀딩부터 시작해서 기존에 문제가 된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아직은 다소 불완전한 아르 매트릭스 CADD였다.

다행인지, 아니면 엔비 소프트에서 이 사실을 예측한 것인지 현명 CADD 툴에 대한 라이센스는 이 쪽에 있었다.

신재민 역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엔비 소프트 측에서 이 모든 것을 예측한 것일까?’

***

이민혁이 신도 아닌데, 현명 제약의 신약 개발 상황을 다 예측할 수는 없다. 아니 그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고 봐야 했다.

그가 최근 구입한 초대형 프로젝트 화면을 자기 사무실 한 쪽에 띄워놓고는 물끄러미 보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현명 제약 내부 모습이 적나라하게 다 나타나 있었다.

심지어 분할 화면 한 쪽에는 현명 CADD에 대한 결과 역시 나와 있었다.

대부분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아르 매트릭스와 연계되면 그 관련 정보를 전부 엔비 소프트 본사에서 감시가 가능했다.

바로 그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부분에 별 달리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아르를 태어나게 한 창조자가 그였지만 지금 결과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슈퍼 컴퓨터 때문에 연산이 빨라져서라고 하지만 그 결과 자체가 너무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비록 인터페이스가 조잡하고, 실험적인 부분이 태반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때 마침 노크 소리가 들리자 곧 바로 화면을 슬쩍 바꾸었다.

나타난 것은 바로 전설적인 게임 문명.

안으로 들어온 이는 역시 강호정.

“형, 또 문명합니까?”

“아냐. 그냥 보는 거다. 무슨 일 때문에 그래?”

============================ 작품 후기 ============================

진도가 너무 빠르다?

1. 빠르다.

2. 디테일이 부족하다.

3. 개연성을 위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

4. 아몰라.

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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