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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692화 (692/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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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그들 역시 엔비 소프트에 대해서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민혁이 이걸 확연히 느낀 것은 오늘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쯤은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SH 텔레콤을 방문할 때였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달랐다.

보는 족족 허리를 숙이는 SH 텔레콤 직원.

그들이 보이는 행동은 그저 단순히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공경이다.

그도 평소와는 좀 아주 많이 다른 이들 반응에 곤혹스러웠다.

오늘따라 협력업체(?) 관리 때문에 동행한 강호정은 혀를 찰 뿐이었다.

“형,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민혁은 힐끗 그를 째려봤다.

“좋은 뜻은 아니다.”

“좋은 뜻 맞아요. 다만 좀 질투가 나서 그럴 뿐이죠.”

힐끗 쳐다보는 정지민 비서.

그녀는 이민혁 왼편에 찰싹 달라붙은 채 아예 시선을 피해버렸다.

이민혁은 힐끗 자신을 향해서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SH 텔레콤 여직원을 발견하고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보이는 눈빛은 정지민 비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예 와서 품에 꼭 안겼으면 하는 흠모의 눈빛이었다.

그는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서는 부리나케 안으로 더 빨리 들어갔다.

하지만 곧 이어서 보게 된 다른 남자 직원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평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한결같은 시선으로 이민혁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도 조금은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SH 텔레콤은 애초부터 악감정으로 시작한 터라 회사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임직원은 오히려 그를 마치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의 단단한 과거 앙금이 조금씩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과거를 잊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번민이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실상 그가 여기에서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도 포용할 수 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한 것은 또한 사실이다. 너무 협소한 마음으로는 좀 더 큰 세계 시장을 나설 수는 없었다.

***

회의 분위기도 사뭇 기존과는 달리 이민혁을 주로 주시하고 있었다.

내용 자체도 엔비 소프트와 무관하지는 않았다.

“신규로 출시되는 모든 SH 텔레텍 제품은 아르 스마트 칩을 탑재할 예정입니다.”

이건 단순히 제품 출시만을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이를 통한 종합적인 서비스가 포함된다.

기존에는 외부 업체를 통해서 외주가 갔던 프로젝트인데, 이걸 SH 텔레콤 자체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엔비 소프트에 한층 더 힘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이민혁은 곤혹스러울 밖에 없었다.

“굳이 이제까지 잘해온 그 서비스를 본사 측에서 진행하겠다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게 아무래도 고객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가 있습니다. 그 서비스를 바탕으로 해서 응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SH 텔레콤이 엔비 소프트와 연관 관계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계속 서로 엮여들어가는 일이라서 SH 텔레콤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민혁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뭐 엔비 소프트 입장에서는 굳이 나쁜 제안은 아닐 겁니다. 그쪽에서 마케팅이나, 영업 측면이 더 따라올 테니까요. 하지만 선뜻 잘 이해가 안 되는군요.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 말입니다.”

“이미 임원 회의에서 결정난 내용입니다. 가능하면 엔비 소프트 측의 서비스와 최대한 협조하라는 요청 때문입니다.”

“호오, 그래요?”

“네.”

단호하게 말을 끝맺는 영업 팀장.

의외로 거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민혁은 불과 지난 주와 또 달라진 이들 분위기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는 대우가 좋기는 한데, 그게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라서 썩 좋게만 보이지 않았다.

그가 그렇다고 타인이 고개를 숙이는데, 그것까지 불만을 토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전생에서는 그렇게 고압적이기만 하던 SH 텔레콤 직원이 이제는 허리를 대놓고 숙이는 모양세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전형적인 모습인 탓이다.

***

이민혁이 딱히 원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아르 스마트 칩 자체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는 있다.

SH 텔레콤이 이 칩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로 휴대 전화 하나로 지불 결제가 모두 가능한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존 SH 텔레콤의 모든 핸드폰에서 일괄적으로 적용이 되었다.

기존에는 외주 업체를 통해서 시범적으로만 지켜보았는데, 이제는 SH 텔레콤이 아예 대놓고 본격적으로 이 서비스를 진행한 것이었다.

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걸 누가 해킹하겠어?”

이게 고객들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초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이들도 많았다.

비록 다국적 카드 회사에서 엔비 소프트를 민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다.

모르는 서민들은 비자 카드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도 잘 모른다.

더욱이 그들은 해외에서 주로 인정을 받으니, 그냥 카드를 사용하는 서민이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엔비 소프트의 보안 브랜드 가치는 자연스럽게 변화를 거듭한 상황에서 SH 텔레콤이 뒤를 밀었다.

자연스럽게 이 아르 칩 역시 핸드폰에도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건 SH 텔레콤 만이 해당되지 않았다.

KT 프리텔을 비롯해서 오성 전자를 비롯한 모든 핸드폰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단가 자체는 칩 10달러 기준으로 했을 때 들어가는 부대 비용까지 포함하면 30달러 정도 더 올라가기는 하지만 안정성 면에서는 더 강점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은 바로 아남 반도체다.

아르 칩 역시 단가가 무려 10달러 정도였는데, 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드디어 지난 달을 기준으로 300억 흑자를 달성했다.

“형, 진짜 놀랄 일입니다.”

강호정은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경악을 금치못했다.

그가 알게 모르게 엔비 자회사를 관리하는 터라, 이 아남 반도체 사정을 잘 아는 탓이다.

이민혁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전생에서 근 10년 가까이 아남 반도체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확실히 이건 높이 평가할 일이다.”

“아남 반도체 인수한 것도 당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엔비 소프트보고 미쳤다고 그랬죠. 지금 개들은 죽도록 까이는 중이라니까요.”

“그렇게 심해?”

“제가 형한테 말은 안 했지만 말도 마세요. 그놈들은 뻑하면 우리 엔비 소프트를 깨는데, 덕분에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 지 아십니까? 인터뷰를 가면 꼭 아남 반도체 태클이 들어와요.”

최근 바뀌기는 했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남 반도체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아르 스마트 칩 이후에 조금씩 좋아졌다고 해도 아남 반도체의 구조적인 적자는 간단히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반도체 설비 회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데, 이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주고객인 TI의 강압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추가 반도체 설비를 요구하고 있었다.

아남 반도체는 결국 모회사인 엔비 소프트 측에 간간히 도움을 청했다.

불행히도 이민혁은 그 요구를 들어줄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참으라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애초에 전생의 아남 반도체는 힘든 상황이 지속되는 터라, 그도 섣불리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지금과 같이 아예 새로운 캐시 카우가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말이다.

그 와중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강호정의 심정은 아마 누구도 추측하기 쉽지가 않다.

“제가 죽을 놈이 되었죠. 형은 무조건 기다리고 하고, 아남 반도체는 이러다가 정말 파산한다고만 하죠. 적자 생기면 그걸 전부 우리가 메워야죠. 이것도 국세청에서 계속 딴짓을 거는 바람에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국세청?”

“자회사만 일방적으로 몰아주기잖아요.”

“그렇기는 하겠네.”

아남 반도체 적자는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부 압박은 심해졌다. 그런 중에도 언론의 비난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 계열 문제를 담당한 강호정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이민혁은 그런 강호정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때? 이번에 많이 배웠지?”

“뭘요?”

“잘 생각을 해봐. 적자인 기업이 어떻게 흑자로 돌아가는 지 그 과정 말이다. 그건 돈으로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그거요?”

강호정도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그 역시 정신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직접 다 경험했다.

아남 반도체 회사 지분 인수부터 시작해서 그 주변 산업이 변해가면서 일어나는 매출 증대와 같은 부분이다.

그가 비록 엔비 소프트 책임자는 아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회사 인수 합병에 대한 감을 얻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민혁은 그게 꽤 만족스럽기만 했다.

“잘 한 번 생각을 해봐. 이제 너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 관리하는 곳이 계속 늘어나게 될 거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생겨. 그렇다고 안 되는 회사를 밀어주라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괜찮은 회사라도 해도 고비를 넘길 때 처신이 중요하다.”

“에.......”

그도 눈살을 찌푸린 채 잠깐 머뭇거렸다. 이민혁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미처 생각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고서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맞는 것 같아요.”

“자식, 그렇게 기 죽을 거 없다.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솔직히 너 말고 내가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 그러니 좀 고깝더라도 다 이유가 있을 테니, 잘 참아 봐.”

“칫.”

“가자, 술이나 한 잔 사 주마.”

“어, 정말입니까?”

“물론이다.”

정지민 비서가 냉큼 달려와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민혁은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 비서도 같이 가려고요?”

“네!”

“뭐 본인이 좋다면 그러죠.”

정효주 비서는 슬그머니 이들 세 사람 일행에 끼어들었다.

이민혁은 그 광경에 별 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는 이보다 깊은 상념에 잠겨 있는 강호정을 힐끗 쳐다보았다.

자신이 한 말 때문에 꽤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그가 원한 바이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그가 가장 신뢰하는 이는 강호정이다.

그건 이미 전생을 통해서 다 검증을 거친 터라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강호정 같은 이가 또 있다면 하는 마음이다.

불행히도 그 과정 자체가 문제다.

전생에서는 이미 한 번 직접 경험해서 아는 일이지만 현생은 좀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전생의 아픔 경험 때문에 엔비 소프트 임직원 충원에 대해서 머뭇거린 것이었다.

***

아남 반도체가 매월 마이너스 300억 흑자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매출 증대였다.

이런 흑자 신장세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MP폰 판매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익은 더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남 반도체는 10만원에 안착한 후에 12만원까지 한 번 찍기는 했지만 매물벽에 부딪쳐서 밑으로 다시 추락을 거듭했었다.

하지만 300억 흑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드디어 10만원 매물벽을 완전히 뚫어버린 채 이제는 12만원을 껑충 뛰어올라서는 13만원에 안착했다.

여기에서 다소 주춤하기는 했다.

이민혁도 이 기분 좋은 소식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도 한 가지 뉴스를 더 듣게 되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형, 그거 들었어요? 이번에 오성 전자가 포터블 CPU 개발을 성공했데요.”

“그래, 나도 들었다.”

오성 전자가 내놓은 것은 휴대용 기기 CPU 사장을 노린 것이었다.

PDA나, 스마트폰과 같은 차세대 시장에서 인텔과, TI에 도전장을 내놓았다.

이민혁이 이걸 모를 리가 없다.

향후 오성 전자가 핸드폰 시장에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중에 자사의 CPU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회사의 CPU를 병행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성 전자 CPU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지금 출시한 CPU는 바로 그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오성 전자가 ARM이나, MS 등의 CPU 업체 협력 강화을 선보인 점이다.

이미 영국의 ARM과 IP와 관련된 기술 계약까지 맺은 상황이었다.

강호정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정말 놀랐습니다. 아니 MP 폰이나, 핸드폰 개발에만 집중하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CPU를 내놓다니, 믿기지 않아요.”

“오성 전자를 무시할 수는 없지.”

그는 누구보다 오성 전자에서 미래에 내놓을 엑시노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노트 7에서 다소 휘청하기는 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CPU, LCD, 메모리 등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무려 65% 이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모든 패키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민혁는 곧 바로 문명수 팀장을 호출해서 지금까지 진행된 신형 엔비 CPU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걱정되는 것은 ARM에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허입니다. 지금까지 이사님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특허로 출원하기는 했지만 ARM에서 이제까지 내놓은 특허 중에는 서로 중복되는 것이 꽤 있습니다.”

그가 내놓은 것은 미처 언론을 통해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잡다한 ARM 특허다.

이 항목들은 이민혁도 전생에서 미처 몰랐던 부분이었다.

그 역시 실상 IP쪽의 전문가는 아닌 터라, 세부적인 항목에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이전에는 다소 간과한 부분이었는데, 실제로 조사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전 회사에서는 굳이 ARM하고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간과했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질문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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