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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693화 (69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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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이민혁도 일일이 ARM 특허를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런 문제가 있을 지는 몰랐군요. 이 문제가 심각합니까?”

“네. 전반적으로 잘 보면 설계시에 서로 겹치는 영역이 좀 있습니다. ARM에서 의도적으로 특허 범위를 좀 키운 터라, 그게 문제가 됩니다. 특히 애들은 아예 자기 자산이 아닌 것도 광범위하게 특허를 출시해놓은 터라, 이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자칫 소송이라도 걸리면 문제가 정말 복잡합니다.”

“뜻밖이군요.”

“죄송합니다. 저도 사전에 신경을 쓴다고 했지만 역시 인력이나, 기술적인, 경험적인 측면에서 ARM에 뒤처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도 굳이 상대를 타박하지 않았다. 애초에 ARM은 아예 이쪽 칩 설계 전문화된 기업이다.

엔비 소프트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는 하지만 칩 설계는 한 사업부의 일환일 뿐이다.

그나마 엔비 소프트가 가진 특허 때문에 경쟁력을 가진다.

실제 칩 설계만 놓고 본다면 역시 ARM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

이민혁은 몇 가지 확인을 더 하는 중에 아차했다.

“혹시 저전력 설계 기술도 포함됩니까?”

“네. 기능이야 어떻게 해서라도 구현하면 되지만 저전력은 좀 다릅니다. 저희 쪽에서도 이사님의 도움 덕분에 많이 따라잡기는 했지만 역시 근본적인 격차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필드에서 사용될 수 있는 그런 현실적인 기술 말이겠군요. 하긴 ARM은 그 쪽으로만 파는 회사이니, 어쩔 수가 없겠죠.”

“죄송합니다.”

문명수 팀장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역시 이민혁 도움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불타 올랐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설계 시에 아주 작은 차이라고 해도 그걸 무시하기는 쉽지가 않다.

문명수 팀장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ARM 엔지니어 역시 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더욱이 저전력에만 지금까지 근간으로 삼아온 터. 그걸 쉽게 극복하기란 간단하지가 않다.

이민혁 역시 곤혹스럽기는 매 한 가지다. 그가 ARM 특허를 모두 달달 외우는 것도 아니고, 큰 줄기만 잡아 주었다.

그것이면 어느 정도 문명수 팀장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하지만 기능적인 것은 어떻게 구현하면 된다고 할 지 모르지만 저전력은 좀 다르다.

저전력 설계 자체는 같은 기능을 구현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고민을 하던 끝에 이 안건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역시 ARM은 그냥 두면 안 되겠습니다.”

“네?”

“이왕 말 나왔으니, 지금이 오히려 괜찮은 기회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정 비서, 대우 증권의 김성인 부장에게 연락해서 미팅을 한 번 잡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서, 설마 ARM 주식도 매입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저도 가능하면 돈질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주식 매입 대금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코닝 지분을 팔아야죠. 어차피 너무 많이 매입해서 좀 부담스러우니까요.”

“하, 하지만 지금 코닝은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까? 이대로 간다면.......”

그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걱정 마세요. 어차피 코닝 주가는 25달러를 넘어가기 어려울 겁니다.”

“네?”

그도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민혁이 코닝 주가 흐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바로는 코닝 주가가 많이 올라도 25달러에서 횡보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 20달러는 어떻게 보면 엔비 소프트로 인한 거품이 끼어서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오른 것뿐이다.

“코닝 주가는 조정 국면을 거치면 결국에는 15달러 안팍 정도에서 유지할 겁니다. 더 떨어질 수도 있고요. 이 가격도 실상 코닝 전체 매출과, 엔비 글래스 매출을 감안하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야 엔비 글래스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최근 1.3달러 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많이 오른 겁니다.”

“아.”

문명수 팀장도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최근 한국 언론에서 띄우기 시작한 코닝 평판 때문에 다소 간과한 부분이다. 아니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코닝 주가 폭등에 의혹을 드러냈다.

그게 장미빛 기대에 파묻혀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 뿐이었다.

이민혁은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후에 코닝 주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코닝 주가가 폭등하는 것은 실제 스마트폰 시장이 완전히 열린 후에나 가능하다.

문제는 이 스마트폰이다.

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위해서는 제반 기술이 따라가야 한다.

모바일 램을 비롯해서 다양한 부품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지금 기술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

김성인 부장도 갑작스러운 엔비 소프트 요청에 바짝 긴장했다.

이민혁이 워낙에 큰 손이라서 일단 긴장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한대로 처음부터 나온 이야기는 그야말로 쇼킹한 내용이었다.

“일단 코닝 2% 지분을 다 팔고, 그 자금으로 ARM 주식 매입을 시작해주세요.”

“ARM이라면, 그 주문형 반도체 회사 말입니까?”

“네. 지금 주가를 제가 살펴봤는데, 겨우 1파운드에서 계속 횡보만 하고 있더군요. 최근 얼마 전에는 단기로 오르나 싶었는데, 역시 세계 경제 불경기 때문에 이 주식 역시 제대로 힘을 못쓰고 있더군요.”

이건 이민혁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란 일이었다.

ARM이 실상 상승세를 타는 것은 역시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이 있다.

불행히도 지금 시점에서는 그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엔비 폰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제약이 꽤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한계가 문제가 된다.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면 ARM 가치는 높을 수가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미국 경제,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이다.

천문학적인 빚에 휩쌓인 미국, 유럽 경제 미래 전망이 좋을 턱이 없었다.

실상 세계 경제의 불투명한 미래가 점점 드러나고 있으니, ARM 주가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잠깐만요.”

그도 이민혁 설명을 일일이 다 확인하면서 ARM 주가와, 몇 가지 회사 정보를 살폈다.

확실히 이민혁 말이 정확했다.

그의 말대로 ARM 주가는 바닥을 기면서 계속 횡보를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민혁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추가 코닝 4% 지분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는 애플 주식을 매입하기 바랍니다. 아마 나머지 지분하고, 세금까지 감안하면 그 정도 필요할 겁니다.”

“애플요? 그쪽은 스티븐이 복귀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별 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ARM 주가도 나빴지만 그건 애플 주가 역시 상태가 안 좋기는 얼마 전에 1.3달러를 횡보했던 코닝과 비슷했다.

이 회사는 스티븐이 복귀하기 전만 해도 빚더미에 쌓여 있었다.

당장 파산한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애플 주가가 높을 리가 없다.

그건 최근 아이팟 신제품이 나와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아이팟을 비롯해서 스티븐이 최근 애플에 복귀한 후에 내놓은 제품 흥행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애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최근 애플에서도 이제 변화가 서서히 생기고 있었다.

회사 적자를 가중시키는 복잡다단한 사업부가 전부 다 정리가 되었다.

불필요한 인력 역시 구조 조정 대상에 올랐다.

애플이 날이 바뀌면 사람이 잘린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였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기대다.

윌가에서 언론을 통해서는 대대적으로 좋다고 홍보하지만 실상 투자는 의외로 보수적이었다.

이민혁도 뒤늦게 이 ARM, 애플 현황을 다 확인하고는 혀를 차면서 피식 웃었다.

“저도 애플 명성만 생각해서 현실적인 주가는 미처 간과했어요. 제 지시대로 한다면 아마 추가 매각 자금까지 고려한다면 두 회사 지분 60%씩 매입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 대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무려 2, 2조가 넘습니다!”

그도 ‘2조’라는 액수를 듣고 나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일을 막 진행하다보니, 미처 간과한 사실이다.

실상 돈 규모를 보자 새삼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엄청나구나.’

더 놀라운 것은 이 시기가 IT 종목이 죄다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코닝도 실제로 이럼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걸 이민혁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서 미래 가치를 바꾸었기에 지금 주가에 도달한 것이었다.

얼마 전의 이민혁 충고 때문에 요즘 생각이 깊어진 강호정 역시 경악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그 역시 무수히 나온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실제로 그 돈 규모와, 미국 IT 업계 변화를 느끼게 되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민혁은 이미 내친 김에 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코닝 지분 24%도 추가적으로 매각하기 바랍니다. 지금은 거품이 많이 낀 가격이라서 20달러를 지지하는 거지 아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거품이 빠지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엔비 폰 인기도 상상 이상인데, 그 이상 가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지금 미국 주가를 잘 보면 월가에서 의도적으로 거품을 키운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코닝은 그 대표적인 경우죠. 그러니 지금이라도 손을 떼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럴거면 나머지 30% 지분은 왜 그냥 두시는 겁니까?”

“그럴까요? 좋습니다. 말 나온 김에 그것 역시 다 팔도록 하죠. 총 18조군요. 아마 중간에 수수료다, 세금이다 뭐다 제하고 나면 16조 정도 안팍 정도가 나올 겁니다. 그 돈은 일단 해외 계좌에 그대로 두기 바랍니다.”

“!”

18조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강호정 역시 쇼크를 받기는 매 한 가지였다.

김성인 부장은 너무 큰 충격에 입을 딱 벌린 채 뭐라고 항변도 못했다.

그가 몇 마디 한 결과 치고는 너무 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민혁은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코닝 주가는 거품이 너무 많이 끼어 있습니다. 수급이나, 아니면 월가 놈들의 작전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제 지시대로 따라 주세요. 다시 어느 정도 주가가 횡보할 때 그 때 추가로 다시 매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그도 간단히 대답했지만 이마에는 이미 땀으로 범벅이다.

***

대우 증권 내에서도 이민혁의 지시는 파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회사 내부적으로 도대체 이민혁이 왜 이렇게 극단적인 처방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뒤늦게 미국 주식 시장이나, 코닝, 애플, ARM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 후에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코닝 주가가 좀 이상합니다.”

“누군가 배후에서 같이 작업 들어간 것이 분명합니다.”

“엔비 소프트가 워낙에 고부가가치 기술을 가지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그걸 이용해서 한 몫 단단히 챙기려는 것 같아요.”

“아마 엔비 소프트에서 그런 점도 코닝 주식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꼈을 겁니다.”

“확실히 지금이 딱 팔기 좋은 시점입니다.”

“하지만 괜찮을까요? 무려 18조나 되는 엄청난 물량입니다. 비록 다우지수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작은 돈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월가 자금 흐름이 경직된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어쩔 수가 없잖아. 우리야 고객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제 말은 금감원에서 말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요.”

“뭐, 미국 주식 시장인데, 우리와는 무관하잖아. 좋게 생각해야지.”

이런 저런 의견이 나왔지만 이민혁 의견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이민혁의 강력한 결정에는 대우 증권도 더 이상의 의견은 내놓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특히 애플에 대해서 더 확인하고는 오히려 이민혁 주장에 수긍했다.

애플만 해도 그렇다. 이 회사는 일단 스티븐이 회사에서 쫓겨난 후에 막말로 막장을 구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스티븐이 복귀한 후로는 달랐다.

회사 내부적으로 구조 조정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철저하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게 외부 실적으로는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뿐이었다.

ARM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저전력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인 터라, 향후 모바일 시장을 감안한다면 나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역시 문제가 있다면 아직까지 모바일 시장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점이다.

그 때문에 회사 매출이나, 이익이 아직까지 좋게 나오지 않았다.

이런 미묘한 두 회사의 미래 가치가 서로 결합되어서 두 회사 주가가 좋지 않을 뿐이다.

코닝은 오히려 이 반대다.

고릴라 글래스라는 기술 우위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바일 시장이 이제 막 성숙기로 접어들어가는 단계였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주가는 너무 단기 고평가 되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대우 증권에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한 후에 내린 결론은 이민혁의 지시가 이상적이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김성인 부장 역시 감탄을 토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들 너무 겉으로 드러난 것에만 집착하는데, 이민혁 이사님은 전혀 다른 것 같아. 현실을 그대로 보는 눈이 탁월한 것 같아.”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할 수는 없었겠죠.”

그 역시 지난 엔비 소프트 투자 경험을 떠올리고는 결국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럴지도.”

“애플 주가가 최근에 좀 더 내려간 것은 국산 엔비 폰이 시장을 일부 잠식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 때문인데, 이민혁 이사님은 향후 이 회사 가치가 좀 더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자 빨리 시작이나 하자구. 워낙에 자금 규모가 커서 정신없이 움직여야 할 거야.”

“그러죠.”

대우증권은 엔비 소프트 담당자는 오랜 만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일에는 기존 다른 파트 팀까지 추가로 차출 되어서 진행되는 터라,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활기에 넘칠 수밖에 없었다.

그들 역시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얼마든지 이익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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