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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10장 무력
이민혁도 딱히 원한 것은 아니지만 최성우 교수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김광현 차장에게 지시를 내려서 최성우 교수를 감시하는 도끼파에 대한 내사를 진행시켰다.
아니 그는 필요하다면 그들을 현행범으로 잡아 넣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런 중에 엔비 소프트와, 최성우 교수가 서로 만나서 협의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서 일부 알려지고 말았다.
최성우 교수가 아니라, 현대 대학의 사무원을 통해서 이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다.
그는 곧 바로 김광현 차장에게 지시를 내려서 아예 전담 인원을 배정시켰다.
결과는 시의적절했다.
도끼파가 아예 대놓고 최성우 교수를 습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한 이들은 바로 엔비 소프트 경호원이다.
입고 있는 옷도 특수하게 만들어진 방검복이었고, 평소 훈련으로 단련된 그들을 만에 하나라도 이길 수는 없었다.
재수가 없어서 촬과상을 입은 이가 나오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일단 잡은 도끼파는 기다리고 있던 경찰관에게 인계되었다.
이 부분은 김광현 차장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먼저 저희 쪽에서 손을 쓰려고 했는데, 경찰이 너무 빨리 달려드는 바람에 더 손을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민혁은 오히려 반대였다.
“그게 더 이상해요. 딱 칼같이 맞추어서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설마 경찰 내부에서도 그 도끼파에 손을 썼다는 말씀입니까?”
“그럴 수도 있죠. 그건 곧 알 수가 있을 겁니다.”
이민혁 추정대로였다.
잡혀 들어간 도끼파 조직원 4사람은 증거 부족으로 석방되었다.
불구속 기사 형태로 가는 것 같았는데, 이것도 변호사가 선입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이들이 다시 최성우 교수에게 전화한 것은 그 다음 날이다.
“최 교수, 이번에 운이 좋았어. 하지만 다음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번처럼 경찰에 신고하면 네 딸을 일본에 팔아먹는 걸로 시작할 거다!”
최성우 교수는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랴부랴 엔비 소프트 측에 이 사건을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 놈들을 잡아 넣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이민혁도 다소 곤혹스러울 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설마 그쪽에서 경찰 내부에도 손을 썼을 지는 몰랐습니다.”
“서, 설마요? 저, 정말 경찰에 뇌물이라도 먹였다는 말입니까?”
“그 이상일 겁니다. 지금 관할 경찰서장은 당시 이명구와 동료였던 김철성이란 자입니다. 이명구 시의원은 이 도끼파하고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마, 맙소사!”
최성우 교수는 충격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역시 주변의 협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 정도인지는 상상도 못한 얼굴이었다.
이민혁은 이 안건에 대해서 분명히 확신에 가진 채로 말해주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이미 상황 확인은 다 끝났으니까요. 이제 미끼를 던져서 놈들을 일망타진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경찰서장이 이 조직과 관련되어 있는데, 어떻게 잡는다는 말입니까?”
“그거야 증거가 있으면 됩니다. 방법은 많으니까, 너무 걱정을 마십시오.”
“정말 그게 가능합니까? 경찰끼리 내부에서 입을 맞추면 증거인멸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는 상대의 걱정에 피식 웃으면서 한 가지를 더 말해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명확한 증거가 천하에 드러난다면 그도 방법이 없을 겁니다.”
***
이민혁이 큰 소리를 친 것은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아르 매트릭스.
이것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비록 과거에 비해서는 거의 범죄 확인용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아르 매트릭스는 이미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르 CT다.
이 장비가 전국 곳곳에 설치되면서 급격하게 그 영역이 넓어졌다.
특히 사람이라면 일단 병원에 가게 되고, 그들이 아르 CT를 사용하는 순간에 모든 생체 정보는 아르 매트릭스 내에 저장이 된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다른 장비와 접목한다면 그 추적은 쉬울 수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 꼽는 것은 역시 엔비 폰이다.
이 폰을 일단 사용하게 되면 목소리와, 위치 정보는 전부 아르 서버에서 일일이 다 관리한다. 초기 값은 물론 대놓고 감시가 아니라, 정보를 모으는 쪽에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아르 매트릭스가 감시 모드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다르다.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해서 그 정보가 일일이 다 올라온다.
이 정보 내에는 통화 내역을 비롯해서 모든 개인 정보가 다 포함된다.
마치 미국 NSA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능이다.
그 정보 중에는 뜻밖에도 이명구 시의원과, 김철성 서장의 통화 내용도 있었다.
“이 시의원님,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아니 이 도끼파 새끼들은 일을 정말 이 따위로 하면 언론에서 눈치라도 채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이 김 서장, 너무 그렇게 팍팍하게 나오지 좀 마세요.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그놈들을 그냥 석방하는 게 간단한 문제인지 압니까? 경찰서 내부에서도 벌써 말들이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걸 잘 관리하는 게 김 서장이 해야 할 일 아닙니까?”
“제 말은 그게 아닙니다. 도끼파 새끼들 내부에 심상치 않은 뭔가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내부 다툼 때문에 이명구 시의원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빌미로 반대파를 없애려고 하니까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증거도 없는 마당에 어떻게 한다는 말입니까?”
“한 놈이 그쪽으로 붙었습니다. 그놈이 통화 테이프를 가지고 있답니다.”
“설마 제 통화 내용 말입니까?”
“네.”
“그, 그걸 어떻게 안 겁니까?”
“그놈이 지역 신문사에 그 증거를 넘겼습니다. 다행히 중간에 그 증거를 일단 가로채기는 했지만 오래 못 갈 겁니다.”
“젠장.”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도끼파도 일방적으로 그들과 거래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보험이 필요했다.
아마 그것 때문에 과거 살인 교사에 대한 것을 녹음해 놓았다.
문제는 조직 내부에 내부 갈등이 생겨나면서였다.
그 증거를 아는 놈이 아예 언론 쪽으로 흘리려고 한 것이었다.
아마도 이것 역시 도끼파 반대파에서 손을 썼을 수도 있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일단 내부 단속이나 잘 하세요.”
“알았으니, 조심하세요.”
“물론입니다.”
***
이민혁도 아르 매트릭스를 통해서 올라온 전화 내용을 확인하고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곧 바로 김광형 차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내부 고발인을 한 번 확인해보세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내부 고발자인 서민욱이 그 다음 날에 집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내막을 잘 모르니, 갑자기 일어난 죽음에 대한 보도만 나왔다.
“가족에 따르면 서민욱씨는 평소 지병인 고혈압을 알고 있었는데, 샤워를 하다가 나오면서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까지는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됩니다.”
서민욱이 도끼파 조직원이라는 것은 언론에서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그가 그냥 지병이 있어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 나올 뿐이었다.
이민혁도 뒤늦게 이걸 보고 받고 나서는 황당하기만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죄송합니다. 그 쪽에서 생각보다 좀 더 빨리 움직였습니다.”
“설마 그러면 이거 단순 죽음으로 끝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좀.......”
김광현 차장도 난감한 얼굴이었다. 그도 경찰 내부에 손을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김철성 서장이다. 그가 경찰 내부에 대한 모든 통제권을 쥐고 있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김철성 서장의 연결 고리다.
이명구 시의원도 문제이지만 최영진 의원과도 관련이 있었다.
이 최영진 의원은 비록 몰락해가는 여당이기는 하지만 그 내부에서 적지 않은 파워도 있다. 이들은 다시 청와대 쪽과도 선을 닿은 흔적이 있었다.
이미 아직까지도 시끌시끌한 이용호 게이트와도 연결 고리가 있어서 합부로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그렇다고 안명수 의원에 이런 일까지 부탁할 상황이 아니었다. 안명수 의원은 한창 기선을 잡은 대선 레이스 때문에 똥오줌을 못가리고 있다.
그가 자칫 이런 쓸데없는 일에 엮인다면 오히려 반대파에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부검은 진행되고 있죠?”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당시 가족들은 일이 있어서 처가 쪽으로 간 상황이었습니다. 전화 통화 시에 몸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까지 된 상황입니다. 더욱이 폐쇄회로 TV 상에서는 외부 침입 흔적도 없는 경우입니다.”
“결국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이대로 끝난다는 말이군요.”
“네.”
그도 잠깐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일단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 했다.
“알았습니다. 일단 가용 인원을 총 동원해서 이들에게 대한 감시를 하세요. 곧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요.”
“네. 그런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지금 당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도끼파도 언론 때문에 당분간은 조용할 거고, 그건 나머지 인원들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요?”
“심근경색이 우연히 일어날 수는 없는 법이에요. 그것부터 시작해 봐야죠.”
“알겠습니다.”
***
이민혁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역시 아르 매트릭스를 동원해서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죽은 내부 고발자에 대한 CT, MRI 자료가 병원에 올라와 있었다. 그 병원은 아르 CT가 마침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 장비는 그 환자에게 사용되지는 않았다.
아르 메드는 곧 바로 이 정보를 분석 가공해서 검토하기 시작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에는 경색된 심근에 조영제 주입 초기에서 낮은 조영 증강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게 지연기에 강한 조영이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스톱. 잡설은 빼고 본론만 일단 이야기를 해 봐.”
“기존 검사 결과로는 그 원인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안 된다는 이야기야?”
“아뇨. 지금 분석된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만 이걸 아르 CT를 통한 재해석을 진행한다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르 메드는 귀여운 의사 가운을 입을 채 눈빛을 반짝였다.
“아르 CT는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 그러니까. 결과만.......”
아르 메드는 시무럭한 표정이었다. 그녀도 잘난척을 하려고 하는데, 이민혁이 반대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일단 먼저 화면을 보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곧 이어서 나타난 것은 바로 사망자의 아르 CT 결과였다.
기존 CT, MRI 장비에서 얻은 데이터를 가공해서 아예 새롭게 데이터를 만든 것이었다.
***
심장기능검사를 위해서 보통 사용하는 게 TFE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걸 이용하면 심근과, 혈류 사이에 대조를 통한 영상을 얻을 수가 있다.
이 펄스열에서 정상 심근과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오히려 혈액에 의한 경게를 더 확인할 수사가 있다.
이 지연 영상을 활용해서 아르 CT와 결합시키면 흥미로운 결과를 나타낼 수가 있다.
바로 급격한 혈액의 변화를 세세하게 관찰이 가능하다.
비록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환자라고 해도 이 중간 기록은 다 영상에 남아 있었다.
각각의 데이터들은 의미를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아르 메드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거꾸로 환자가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순간을 되돌릴 수도 있었다.
바로 환자가 사망하기 직전에 일어난 혈액의 흐름에 관한 것이다.
이 결과는 물론 부분적으로 끊어지는 곳이 있어서 정확할 수가 없다.
아르 메드는 기존 다른 환자 데이터를 가져와서 이것을 일부 메꿀 수도 있다.
마치 유전자 조합을 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이다.
하지만 기존의 단순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미 기존 환자 검사를 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심근경색 과정에서 일어나는 단축 면상이 하나 둘씩 나타날 때면 마치 환자가 죽는 그 경련의 순간을 그대로 재현한다.
기존 아르 CT에 대한 로드까지 합쳐졌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연상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엔비 소프트 내에 있는 슈퍼 컴퓨터는 이런 부하 정도는 소꼽 장난에 불과하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환자가 죽는 순간의 현상을 거꾸로 재현해냈다.
이민혁은 추리고 뭐고 필요가 없는 이 결과에 입을 살짝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도 가능했어?”
============================ 작품 후기 ============================
오늘부터 한 편씩 올립니다.
1. 뭔가 이유가 있구나.
2. 아몰라.
3. 기타
4. 설마.
5. 아쉽다.
6. 충분히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