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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후후후.”
“형, 이래도 괜찮을까요?”
“뭐가? 내가 잘못이라도 했냐?”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영 마음에 안 들어요.”
“어쩔 수 없다. 부패 공무원을 전부 우리가 손을 대기도 좀 그래. 지금처럼 하나씩 풀어가는 것도 한 방편일 거야. 요는 남용만 하지 않으면 돼.”
“그렇다면야.......”
그 다음은 쉬웠다.
퍼플 소프트 움직임은 좀 더 구체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언론에 노출된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진행하는 앨리 릴리에 대한 일 역시 괜찮은 소재다.
이 일의 전모가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이 약의 부작용을 당한 적지 않은 임산부는 큰 쇼크를 받았다.
그들은 결코 그냥 있지 않았다.
이 플로옥세틴 부작용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수 천 명의 부부들이 한국 앨리 릴리 지사로 몰려가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앨리 릴리는 진실을 밝혀라!”
“이 악덕 업체야, 도대체 뭘 감추고 있는 거야?”
“너희 새끼들 때문에 우리 아이가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알아? 피가 나올 상황이다!”
그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앨리 릴리도 당황했다.
그들도 이미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아는 일이었다.
다만 정확한 내막까지는 잘 몰랐다.
아니 알아도 덮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장사하기 정말 쉽다.
허가 관련 공무원에 돈 좀 풀기만 하면 되니까.
문제는 이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들이 허가와 관련해서 돈을 준 상황이 언론을 통해서 드러났다.
누가 이 사실을 흘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서로 만나서 돈을 주고받은 상황이 적나라하게 다 까발려 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경비 업체를 대거 고용해서 시위하는 이들을 압박했다. 그런 중에 불상사도 터져나왔다.
‘금방 끝나겠지.’
***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제가 안명수 대통령님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가볍게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지켜보는 것 알고 있습니다.”
식은땀까지 흘린 서울 지검장 황기훈.
나는 새를 떨어트릴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공무원 중에는 그래도 힘 좀 쓴다.
그런 그도 대통령 당선자 앞에서는 그야말로 호랑이 앞에 고양이 새끼였다.
“야아, 당장 애들 모아!”
“아, 알겠습니다.”
상황 전모가 정확히 어떤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지시였다.
위계질서조차 무시한 이 진행.
하지만 수사는 전격적이다.
누가 뭔가 관여하고 말고 할 시간적인 틈이 나타나지 않았다.
황기훈 서울 지검장이 지시를 내려서 진행한 수사팀이 앨리 릴리 한국 지사를 전격 압수 수색했다. 이와 더불어서 진행된 수사는 역시 이들에게 돈을 받은 정황이 있는 공무원이다.
제약 허가와 관련된 이들 뿐만 아니라, 의료 협회 역시 포함된다.
무려 30명이 동원된 수사여서 그런 지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증거는 곳곳에서 나왔다.
그들도 미처 이런 수사를 전혀 예상 못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와주에 드러난 몇 가지 정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약 부작용 때문에 고통 받는 몇 몇 환자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무마한 기록이다. 이 와중에서 드러난 병원의 행패 역시 무시하기 힘들었다.
***
“세상에.”
강호정의 탄식이다.
그 역시 오늘 아침 갑자기 일어난 앨리 릴리 상황에 치를 떨었다.
“아니 이 새끼들은 도대체 뭡니까? 앨리 제약 회사야 돈 때문이라고 하지만 병원 돌팔이 이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이민혁 역시 기사 내용을 봤다.
그 내용 중에는 앨리 릴리에게서 약을 받은 병원 업체 임상 결과다.
그 결과 태반이 전부 다 조작되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그 부작용으로 고통 받았다.
이 사실을 병원에서 전부 다 은폐했다.
그 중에는 호흡기 질환 때문에 죽은 이가 무려 두 명이었다.
갑자기 태아가 죽어버리자 그 신혼 부부 집안은 풍지박살 났다.
아내가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한 가족은 신부가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그것 때문에 남편은 큰 부상을 입었다.
그 가족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그 충격적인 진실.
문제는 병원에서 돈 주고 이 사실을 전부 다 은폐한 정황이다.
그들은 이들 임상 결과를 전부 다 조작해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의료 협회 내에서도 이미 인맥 통해서 아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중간에 돈을 막고 입을 다물었다.
결국 한국 병원 전체적으로 이 약을 사용한 이들은 많은 고통을 호소했다.
“정말 심하구나.”
“형 몰랐어요?”
“내가 신도 아닌데, 이런 사실까지 다 알 수는 없잖아. 이 자들이 조작한 정보가 컴퓨터에 올라와. 그것만으로 진위 유무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어.”
“결국 압수 수색이 효과를 발휘했군요.”
“아마 그것도 전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서 그럴 거다. 내가 김 의원에게 연락 받은 대로라면 황기훈 지검장을 통해서 따로 처리를 했으니까. 아마 정식 과정을 거쳤다면 중간에 정보가 샜을 거야.”
“그래서 이렇게 되었군요.”
“당연하잖아. 여기 돈 받은 애들 중에는 검사도 몇 몇 있으니까.”
“하아, 정말 좀 그러네요.”
이민혁 역시 표정이 많이 바뀌었다. 그 역시 부패 공무원의 견제 때문에 진행한 일인데, 그 결과에는 안색이 굳었다.
어떻게 보면 안명수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잘한 선택이다.
이전이라면 이렇게 쉽게 풀어갈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퍼플 소프트의 성장이다.
만약 배후에서 그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상황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의료 협회 관련자들이 만약 검사 인맥을 통해서 손을 쓴다면 오히려 역풍을 받을 수도 있다.
‘아니 틀림없이 그렇게 되겠지. 앞으로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어.’
***
앨리 릴리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쉽게 상황이 가라앉지 않았다.
검찰 조사가 드러날수록 앨리 릴리에서 로비한 정황이 다 드러났다.
그 과정에 엮여 있는 의료 협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 역시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아마 시간이 조금만 있었어도 어떻게 정치권 쪽에 로비를 했을 텐데,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여권, 야권 의원이 끼어들면서 주춤하는 모양이었다.
안명수 당선자도 아직까지는 그들과 직접적으로 싸울 수가 없다.
그 역시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끝내라고 지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안명수 당선자는 아직까지 대통령 취임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경제와, 검찰 쪽에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딱히 정치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이기는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것을 지켜보는 다른 대기업은 그제야 다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안명수 당선자 인맥 쪽에 다시 연락을 취해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겉으로는 정치 중립을 내걸면서 별 다른 변모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물밑에서 치밀한 정보 사업을 진행했다.
그들이 실상 뒤늦게 움직인 것은 설마 안명수가 대통령이 될 지는 미처 예상 못한 것도 있었다.
노현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추측과는 다른 결과에 다들 당황했다.
이미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한국 재벌이다.
그들로써는 이제 움직여야할 상황이다.
대부분은 역시 대통령 당선자와 미팅을 가지면서 지금 당선자가 관심을 보이는 엔비 밸리에 뒤늦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저희들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돕고 싶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일이다.
오성 전자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꽤 긴장했다.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기존 정보 인력을 총 동원한 결과가 예측을 벗어났다.
솔직히 안명수 의원은 당시만해도 전혀 눈에 띄이지 않은 듣보잡 의원이다. 그가 비록 인기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열기였다.
그것이 실제 투표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그게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들과 예상한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자 이제는 뭔가 해야 했다.
다행이라면 그들은 안명수 당선자와, 이민혁 이사 관계를 안다.
이민혁 이사는 그들이 모를 수가 없다.
오성 전자 내에도 이민혁 이사와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진 이가 있다.
그것도 여자였다.
이지민.
그녀는 갑자기 자신에 대한 회사 내부 반응이 완전히 바뀐 것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도 바보가 아닌데, 그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다.
곧 이어서 이민혁 이사와 관계 진전 이야기가 나왔다.
아마 이전이라면 그녀도 자존심 때문에 울컥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기존에 진행하던 모든 일을 다른 후임자에게 일단 넘겨줬다.
향후 맡아야 할 일에 대해서 고민했다.
박영태 차장은 그런 의미에서 꽤 좋은 조언자였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만한 일이지만 이유야 어쨌든 이민혁 이사님과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더욱이 지금까지 경험한 많은 일들도 향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분이 안 좋아요. 전 제 힘으로 한 번 일어서고 싶었어요.”
“지금이라도 하면 됩니다. 다만 이민혁 이사님과 같이겠죠. 이제는 누구도 간섭하는 이도 없을 테니, 마음 편하지 않습니까?”
“그거 하나는 좋아요.”
그녀는 이제까지 한 마음 고생을 떠올리면서 힐끗 다시 보게 된 엔비 소프트 본사 사옥을 한 번 쭉 올려다보았다.
다시 만날게 된 이민혁.
지난 헤어짐이 새삼 기억난다.
그가 자신에게 한 충고와 조언.
당시에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다.
그 아픔은 벌써 다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는 오히려 추억이 되었다.
그 달콤함은 그녀가 지금까지 견딜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였다.
이민혁을 다시 보게 되는 것만으로 가슴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도 최근 이민혁이 벌인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그 퍼플 소프트 일은 정말 놀라웠어요. 전 그런 일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박영태 차장 역시 공감했다.
“이민혁 이사님은 다른 기업과는 다른 뭔가 좀 차별화된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도 이제 공감해요.”
***
‘진짜 예쁘네.’
정지민이 누군가에게 질투해보기는 또 처음이다. 그녀도 나름 미모에 자신이 있지만 이 앞의 여인은 그녀와는 또 그 매력이 다르다.
그녀는 상대가 뭐라고 하는데도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괜히 질투가 나자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걸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지민은 아예 듣지 않았다. 그녀는 방해꾼인 정지민을 강제로 밀면서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 이봐요!”
이상한 것은 경비원 반응.
그들은 슬쩍 다들 피한 채 모른 채 할뿐이다.
때 마침 이민혁이 강호정과 노닥거리면서 나타났다.
이지민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이민혁을 향해서 달려가서 품에 안겼다.
“흑흑흑.”
“.......”
이민혁은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 경비원은 이제 익숙한 경험이지만 잘 적응이 안 된 눈치다. 특히 신입 경비원은 입을 딱 벌렸다.
자매 미녀 비서만 해도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저건 또 뭐야. 저 초 미녀가 왜 갑자기 저렇게 일방적으로 울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다른 것을 떠나서 딱 입고 있는 옷만 봐도 보통 여자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민혁은 가볍게 그녀 등을 토닥거려주면서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이지민을 다시 보게 될 것은 어느 정도 느꼈기 때문이다.
‘하긴 비선 실세에도 로비를 할 정도의 오성이라면 그다지 이상하지 않지. 뭐 의도는 기분이 나쁘지만 지민씨가 그걸 알고 이용했을 리는 없을 테니. 앞으로 좀 문제인데.......’
살짝 고개를 든 이지민.
그는 힐끗 아직까지 눈물이 그렁그렁한 이지민 얼굴에 떠올라 있는 연정과, 감정을 느끼고는 머리가 정말 지끈했다.
솔직히 이전이라면 넘보지도 못한 여인이 바로 이지민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민혁도 이제 아쉬울 것이 없다.
그것은 오성 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어떻게 상황을 풀어가야 하나......’
이런저런 미래의 일. 그 복잡한 양상이 저절로 하나씩 떠올랐다. 세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아도 큰 그림은 눈에 다 보인다.
이민혁은 특히 기분이 참 묘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메이버를 그만둔 후에 경험한 그 지옥. 하지만 지금 바뀐 미래에서는 묵묵히 참고 한 길로만 갔다.
그 결과 중에 하나가 바로 이지민이다. 그녀는 자신이 원한 바대로 묵묵히 참았다. 그 덕분에 여기에 다시 나타났다. 서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된 셈이다.
반대로 조강지처는 그렇게 그 자신을 원망하고, 증오했다.
이 묘한 다른 전개.
그 자신의 운명이 이제는 완전히 바뀐 것을 느꼈다.
‘아직은 안심할 수는 없겠지. 언제라도 미래의 반작용이 다시 생길 테니까. 그나저나 참......예쁘기는 예쁘다니까.’
이지민만이 아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초미인 비서 자매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 애틋한 시선은 실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남자라면 마땅히 미인의 초연민을 즐겁게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 36권에서 계속)
============================ 작품 후기 ============================
이지민 어때요?
1. 몰겠다.
2. 아몰라.
3. 기억 안 남.
4. 기타.
5. 이지민과 베드신 나옴?
6. 가이아 링크도 잘 쓰면 재미있죠. 제가 오랜 만에 다른 스탈 글을 쓰다보니, 좀 삽질한 거죠.
7. 다음 신작 기대해주삼.
8. 새로운 시작도 더 재미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