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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3장 아르 티처
폴더 서비스는 의외로 별 것 아닌 것 같았지만 실제 네티즌 반응은 좀 달랐다.
메이버가 자사 포털을 이용해서 그 서비스를, 특히 검색 서비스와 결합시킨 것이 꽤 적지 않은 이들에게 시선을 끌었다.
일단 편의성 때문이다.
늘어나는 자료를 관리할 때, 하드 보다는 네트워크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 출장이나, 외부로 나가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간단한 것 같아도 실상은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쪽의 물꼬와 비슷하니, 아무래도 그 성향이 나쁠 이유가 없다.
메이버 기획팀에서도 뒤늦게 이 서비스에 대한 시장 파악과,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 나쁠 수가 없었다.
기획팀이 조금씩 이 관련 마케팅과, 영업을 확인하면서 두 팀을 중심으로 해서 메이버 내에 공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박호진 이사는 역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내가 이 맛에 회사 다녀.”
“지금 그런 말을 하실 자격이 있으세요? 이사님이 먼저 알아서 하셔야죠.”
“알아. 하지만 나도 삽질을 거듭하다보니, 아무래도 자신감이 떨어졌어.”
권태명 부장 역시 눈치를 보더니, 한 숨을 내쉬웠다.
“아무래도 이 부장하고는 다르잖아. 우리들은 나이도 있고, 이제 머리도 잘 안 돌아가. 관리하는 일이라면 모르지만 새로운 일을 파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외부 서비스만 가져오는 일인데요?”
“간단하지. 그런데 그게 확신이 잘 안 써. 이 부장 자네는 마치 미래를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런 고민도 없이 잘만하던데, 우리는 안 그래.”
“하하하. 그렇군요.”
웃고 말았다.
하지만 이민혁도 가슴 한 구석이 뜨끔했다. 그도 미래를 몰랐다면 딱 하나의 서비스 제휴만을 정해서 이렇게 밀어붙이기 어렵다.
그 서비스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아니, 그런 행동한 것이다.
사소한 것 같아도 그렇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있었다.
박호진 이사가 곧 바로 지적했다.
“괜찮겠어? 자네 일도 꽤 만만치 않을 텐데, 고작 폴드 서비스 따위 일이나 하고 말이야.”
“그게 어때서요?”
“겸손한 건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상합니다. 일에 무슨 귀천이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십니까? 오히려 제가 이사님은 제가 일을 배울 때 그런 거 구분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한 분 아닙니까?”
“지금 자네는 그 때초의 초짜가 아니잖아.”
“저 초짜 맞습니다. 늘 배우는 기분으로 열심히 일하는 중입니다.”
“그거 지금 게기는 거야?”
“하하하, 절대로 아닙니다.”
호탕하게 웃는 이민혁.
일종의 습성이다.
회귀 전의 고집이 아니라, 바뀐 미래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버릇이다.
어떻게 보면 겸손한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도 모르겠군.”
“걱정 마십시오. 다 잘 될 겁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한 것은 박 이사님이지 않습니까?”
“지금 나에게 잔소리하는 거야?”
“하하하, 아닙니다.”
이상하게 계속 웃는 이민혁. 두 사람은 괴이한 표정을 한 채 과거 모습을 찾기 힘든 이민혁을 요리조리 살피기만 할 뿐이다.
***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원래 노현무 후보자의 공약이기는 하지만 안명수 대통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로 슬쩍 끼워넣었다.
문제는 이전절차다.
2-3년간 토지 매입과, 보상, 인프라 구축, 정부 청사 공사와 같은 일행을 진행해야 한다.
이 행정수도 이전 의원회는 곧 바로 공청회를 통해서 이전해야 한다.
원활한 이전을 위해서 특별법이 필요하고, 다양한 몇 가지 법률도 필요하다.
특히 소모적인 논쟁이 가장 크다.
이전과 동시에 부동산 투기가 전국적으로 자행될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안명수 대통령도 염려하는 부분이다. 그는 때문에 대통령 자문 의원과 같이 이 일을 협의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크게 염려하는 것은 불로 소득이다.
이로 인해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것은 곧 경제에도 악영향이 된다. 쉽게 돈을 벌수가 있는데, 누가 엔비 밸리와 같은 쪽에 집중하겠는가.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큰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할 내각과, 비서진이다.
그는 솔직히 경선 때까지만 해도 거의 혼자였고, 후보가 되어서도 다르지 않다.
당내 갈등에 휩 쌓이면서 제대로 된 인맥을 쌓을 틈이 없었다.
실상 이런 취약한 부분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안명수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 상상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대기업의 행보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안명수가 대통령 될 리가 없을 테니, 그 뒤감당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작 정말 안명수가 대통령되고 나서는 큰 패닉에 휩쌓였다.
그들이 정작 제대로 안명수 대통령과 소통 창구를 만들지 못한 이유다.
안명수 대통령 역시 이런 이유 때문 내각, 비서진 인선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가 그런 중에 듣게 된 이민혁의 행보는 기가 찰 일이다.
“무슨 소리야? 메이버에 가 있다니? 아니 그러면 민정 수석을 비롯한 그 인선은 어떻게 된 거야?”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민혁 이사, 이 친구 참. 일의 우선 순위를 전혀 모르는 것 같군.”
“그게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민혁 이사는 엔비 소프트 이사이기 이전에 메이버 직원이니까요. 자기 일에 충실한 겁니다.”
“그게 말이 안 되잖아. 그 엄청난 자산가가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메이버에서 놀고 있어?!”
“그게 저도 잘......”
이 부분은 최근 이민혁을 열심히 지켜보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문이다. 그들도 도대체 이민혁이 왜 저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국무총리나, 비서실장 부분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밑의 내부 청와대 실무진 인선은 전혀 또 다른 문제였다.
민정 수석과 같은 요직 경우에는 이민혁도 필히 알아야 한다. 그가 이 인선에도 직접적인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안 되겠어.”
벌떡 일어선 안명수 대통령.
“아니 어쩌시려구요?”
“직접 가야지. 그 친구는 그냥 놔두면 또 어디 숨어서 놀고 있을 친구야. 내가 죽으라고 고생할 때 저기 해외에 놀러가서 아주 아방궁을 차렸더군.”
이민혁이 무려 네 명의 초 미인과 휴가를 간 이야기다. 한 가십 일간지에서 그 사진을 찍어서 기사화시켜버렸다.
아는 이들 사이에는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아, 그거야, 회사 휴가라고......”
“그런 소리 마!”
***
메이버는 일단 한 가지 일이 해결되자 그 다음은 쉽게 풀려갔다.
간간히 이민혁에게 압박하는 정신 나간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앞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민혁은 이 묘한 회사의 사내 알력을 느끼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최근 와서 돈 놀이에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는 현실감이다.
덕분에 지난 회귀 전의 그 추억을 다시 한 번 돌이킬 수 있었다.
임경은 차장과 화해도 그 연장선이다.
그는 아예 내친 김에 강호정까지 따로 불러 내서 근사한 점심이나 사주었다.
한 끼에 무려 5만원 가까이 하는 한식 집이었는데, 강호정은 입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했다.
“그렇게 좋아?”
“그럼요. 형이 얼마나 쫀쫀한데요. 저 같은 거 아예 신경도 안 쓰잖아요. 그 차가운 냉대를 당해본 사람만이 알아요.”
“내가 그렇게 심해?”
“본인은 잘 모르죠.”
“아니 그러면 왜 사전에 말 안한 거야?”
“형이 알게 모르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앞뒤 안 돌아봐요. 말해도 소용이 없고, 괜한 잔소리만 들기 일 수잖아요.”
“그런가?”
‘그랬어.’
메이버 다닐 때는 아니다.
정확히는 회사를 그만 둔 후에 사업할 때 일이다.
그 때는 정신없이 앞만 보았다.
먹고 살기 바쁘니, 다른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중에 생긴 습성 중에는 안 좋은 일도 있다.
이게 사실 큰 문제다.
그게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딱 한 가지.
바로 엔비 소프트의 기술 혁신이다.
특히 이민혁 그 자신이 추구한 그 신념을 위해서 마구잡이로 밀어붙였다. 그게 곧 시드 머니가 되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미래 지식을 이용해서 투기로 돈을 번 것이다.
하지만 실상 그 기반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믿을만한 인적구성이다.
대부분이 이미 전생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들 뿐이었다.
이민혁은 순간 다시 한 번 긴장했다. 자칫하면 이상한 문제를 직면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아르라는 최강의 무기가 있지만 굳이 어려운 문제를 만들 이유는 없다.
***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밥이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았다.
다만 식사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이다.
갑자기 주변에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처음에는 무슨 불이나, 아니면 대형 살인 사건이라도 터진 줄 알았다.
다들 창밖을 보기 급급했다.
곧 안으로 들어온 것은 검은 양복을 걸친 경호원이다.
그들은 이민혁 경호원과 잠깐 트러블이 있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상대 신분을 서로 안 것이다.
“처, 청와대 경호원?”
“어라? 조 대위님 아닙니까?”
“자네는 김 중위군. 세상 정말 좁군.”
“그러게 말입니다.”
다만 둘은 회포를 풀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은 곧 바로 안으로 들어서는 이들 때문에 옆으로 물러났다.
“마, 맙소사, 대, 대통령님?!”
한식 식당은 그제야 난리가 났다.
조용히 식사를 하던 이들이 전부 다 일어나서 안명수 대통령 눈치를 살폈다. 아니 갑자기 이곳에 그가 나타날 이유를 다들 몰랐다.
안명수 대통령은 마치 민심을 돌아보기 위해서 나온 것처럼 편한 표정이다. 다만 그가 앉은 것은 역시 이민혁 테이블이다.
“어라, 이거 이민혁 이사님 아닙니까? 세상에 여기에서 보게 되다니, 정말 우리는 인연입니다.”
“그러게요.”
퉁명스러운 이민혁 반응.
그는 힐끗 주변을 둘러싼 청와대 경비를 보면서 한 숨을 내쉬었다.
대통령이 그냥 운으로라도 이곳에 나타날 수는 없었다.
다 자기가 목표다.
안명수 대통령의 이야기는 역시 뭔가 좀 맺혀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부럽습니다. 삼처사첩은 옛날 조선 시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역시 현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마땅히 영웅은 호색해야 할 법이니, 딱히 문제될 것은 없겠지요.”
이민혁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말해봐야 안 좋은 쪽으로 흐를 것이 분명했다. 그는 그런 중에 가자미눈을 한 채 카메라를 들이대는 몇 몇 기자를 보면서 눈살을 더 찌푸렸다.
“전화를 하셔도 되지 않습니까?”
“이사님은 말로 해서는 잘 안 됩니다. 딱히 불만은 아닙니다. 자기 노하우를 푸는데, 그 가격을 지불해야겠지요.”
“하지만 민정 수석 임명이라뇨? 그게 정말 말이나 됩니까?”
“왜 말이 안 됩니까? 이미 사람들은 이사님이 제 경제 고문이라는 거 다 압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오죽하면 여기 이렇게 왔겠습니까? 경치 좋은 곳에서 미인과 노닥거리고, 작은 구멍가게 가서 소일합니다. 그걸 보고 있으란 말입니까?”
“아, 알았습니다. 다음부터는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곧 이어서 나온 이야기는 바로 현실적인 안명수 대통령의 고민거리다. 공약과, 관련해서 각 사회 각계의 반응이다.
문제는 이게 부동산 투기와 같은 망국병이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당장에 눈에 보이지 않은 정책으로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안명수 대통령도 막상 자신이 대통령 되고 나서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 역시 다른 역대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름 사회 양극화와, 소득 증대를 위해서 노력하지만 일조일석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런 갈등을 풀어나가려니, 이것저것 복잡한 문제가 너무 많았다.
이민혁도 초심이 아니었다면 간과할 이야기다. 하지만 그도 메이버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된 자신의 문제였다.
안명수 대통령이라고 해서 이민혁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이민혁이 역사를 비틀어서 만들어 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민혁은 문득 헌정 역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되는 이의 행적을 떠올렸다. 검찰에 끌려가서 사전 구속 심사를 받을 때의 그 모습. 비선 실세에 휘둘려서 놀아난 그 사람. 안명수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명수 대통령은 그가 뿌린 씨앗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정치 쪽에 끼기 싫어서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았다. 그 정치 중에는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 꽤 있다. 아니 아닌 부분이 더 없었다.
‘괜한 짓을 했어.’
하지만 그의 고민이 깊어갈수록 주변에서 지켜보는 대중의 시선은 더 늘어만 갔다. 그들 중에는 환호성을 부르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기자들 카메라 역시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민혁도 어색한 김치 미소를 짓지만 그 웃음은 평소와는 달리 오늘 따라 천근만근의 무게로 그의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