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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792화 (792/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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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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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인수의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곧 국회로 넘어갔다.

이 안은 원한대로 통과될 지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었다.

이전 정권까지도 보통 원안대로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조직적인 문제가 꽤 많아서 국회에서도 이런저런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그들도 최근 지지율이 폭주하는 안명수 대통령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결국 청와대 쪽에 사람을 보내어서 나름 협상에 착수했다.

하지만 안명수 대통령 상황은 좀 달랐다.

“자리에 안 계십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전화까지 확인하고 왔는데요?”

“저기 15분 전에 대구로 가셨습니다.”

“아니 그곳은 왜요?”

“이번에 대구에서도 아르 공단 착공이 곧 시작되었습니다. 그 일도 확인 겸, 나머지는 겸사겸사 일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 우리 국회를 얕잡아보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그 일은 국회에서 정한는대로 무조건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빌어먹을.”

협상 위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부 조직법 개정안 따위는 관심없다는 안명수 대통령의 노골적인 태도다. 어떻게 보면 중요할 수 있는 일인데, 이런 것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지금 아르 공단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알았습니다.”

그들도 물러났다. 다만 그들이 곧 전화한 곳은 다른 동료 의원이다. 다급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봐서는 앞으로 대응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국회가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둘 다 선출직이니, 여론의 향방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식의 지지율 차이가 난다면 국회도 청와대 눈치를 봐야했다.

‘안명수 애가 꽤 머리 쓰네.’

***

안명수 정권에 대한 기대는 한 마디로 희망의 정부다.

대통령 인수의원회가 최근 공모한 이름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가 바로 희망이다.

기존의 대립과, 갈등 국면을 씻어 버리자는 가장 큰 의도였다.

그만큼 안명수 대통령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희망이었다.

깨끗한 정치는 그 어떤 역대 대통령에 비견할 바가 아니다.

그런 그에 대한 시민의 열망은 대구 아르 공단 건설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우와와와와!”

열화와도 같은 환호 소리다.

공사를 하던 인부들조차 잠깐 일을 멈춘 채 박수를 처주었다.

“신경쓰지 마시고, 하던 일을 하세요. 전 여러분을 방해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도와줄 일이 있나 싶어서 내려온 겁니다.”

흔한 건설 회사 작업복을 걸친 안명수 대통령 모습은 유독 눈에 뜨였다.

딱히 연출한 모습은 아니다.

여기에 내려온 것도 일방적인 결정이다.

국회 인수 의원회와의 일도 접은 채 내려왔기에 기자들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안명수 대통령을 따르는 기자 부대 본능이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연신 카메라를 터트리면서 주변 반응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하군.”

“역대 최고의 스타트업을 한 대통령이잖아. 당연한 거 아닐까?”

“그런가? 하긴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도 일자리를 얻은 이유가 저 분 때문이니.”

“당연하지.”

“하지만 역시 좀 아쉬워.”

그들이 본 것은 바로 그 옆에 위치한 쌍둥이 엔비 IDC 대구 센터이다. 저곳이 뭘 하는 곳인지 모르는 이들은 없다.

기자들이 이런저런 투덜이 스머프가 된 것은 당연히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곳 전체가 엔비 IDC 땅이라고 했지?”

“말도 마. 땅 값만 무려 350% 가까이 올랐다고 하니까.”

“도대체 시세 차익이 얼마야?”

“수백 억 단위는 넘어간다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나도 몰라. 하지만 저 땅을 아르 공단에 판 수익이 다가 아냐. 애초에 엔비 IDC 대구 지사에서 이곳을 만들 때 주변 땅을 죄다 매입했으니까. 이곳 땅 값 전체가 100% 가까이 올랐다고 해.”

“맙소사!”

엔비 IDC 대구 지사가 대구 중심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시가지에서 멀지 않다. 기존에는 지형적인 위치 때문에 그다지 강점이 없었다.

이런 부분이 다 감안되어서 이곳 땅을 엔비 IDC에서 매입했다.

이민혁의 땅에 대한 욕심이 일부 반영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지속적으로 주변 땅 매입은 계속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넓이가 얼마인지는 엔비 소프트 내에서도 잘 알지 못했다.

강호정이 이 일을 진행한 키맨인데, 그도 이제는 통계내는 것을 포기했다.

땅이란 게 딱 정해진 사각형으로 매입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서 그 구입부터도 쉽지 않았다.

그 땅 값 전체가 들썩하니, 엔비 소프트가 얼마나 많은 시세차익을 챙겼을 지는 감을 잡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이거 혹시 엔비 소프트에서 의도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닐까?”

“그게 말이 안 돼.”

“아니 왜 말이 안 돼. 정황상 봐도 틀림없는 이야기였잖아.”

“일단 이곳이 엔비 소프트 땅이라는 것은 엔비 소프트 측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 나와. 그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서 최근 다 공개하니까.”

“설마 그걸 알고 구입했다는 말이야?”

“응. 사실 공청회 후에 이곳 대구 관할 부서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 문제는 가장 빨리 아르 공단을 설치해야 하는 일이라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워. 만약 엄한 곳에 건물을 지었다가 설비가 다르면 그 작업은 어떻게 할 거야?”

“하지만 엔지니어가 엔비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오바아냐?”

“엔비 IDC 지사에 대해서 밝혀진 것이 뭐가 있어? 저기 경비원들 안 보여?”

마치 해병대같은 통일된 복장을 경호원이 그물처럼 주변을 감시하는 중이다. 건물 곳곳에는 CCTV가 24시간 철저하게 감시한다.

심지어 전투견까지 동원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중이다.

그 건물 입구에는 여러 가지 생체 보안 장비가 있어서 들어가는 직원조차 철저히 모니터링한다.

입구에 나설 때는 아예 허가되지 않은 전자 장비는 일절 사용할 수가 없었다.

“무슨 사단 병력도 아니고, 진짜 오바는 오바다. 아니 꼭 저렇게까지.......”

“사단 병력 맞아. 애초에 인적 구성 자체가 제대한 특전사 위주로 관리하니까.”

“저렇게까지 해야 해?”

“자네 아르 매트릭스 몰라?”

“아, 그 아르 매트릭스.”

다른 기자들도 고개를 수긍했다. 아르 매트릭스는 아직도 기자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떠오르는 엔비 소프트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그 대단한 가치는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두 손을 든 바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철저한 장벽에 감춰진 터라, 아는 이들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아르 티처도 그 연장선의 기술일지 모르겠군. 아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 그냥 까라면 가야 하는 건가?”

“그렇지.”

“정말이지 할 말이 없네.”

“사실 나도 담당 공무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그들 내부에서도 이번 일방적인 진행에 대해서 불만이 많아. 중간에 로비(?)도 좀 받고 해야 하는데, 이번 일은 일절 그것이 불가능해. 오히려 다른 예산을 당겨 와서 떨어지는 콩고물이 줄어들어서 짜증만 내. 이런 상황에서 내린 의사 결정이야. 엔비와는 무관하지. 그쪽도 불협화음을 염려해서 아예 그쪽은 관여하지 않으니까. 아니 그렇잖아. 알아서 땅 사주고, 알아서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거잖아. 그게 무슨 특혜야?”

“결국 대안이 없어서 이렇게 진행한다. 따라서 부동산 폭등도 그들과는 무관하다 이런 이야기군.”

“자신들이 그 땅 위의 가치를 끌어올린 거야. 그리고 그 시세차액 재미를 보고. 얼핏 봐서는 엔비 소프트가 이번 아르 공단에 양보한 것 같아도 실제 내면은 전혀 달라.”

“진짜 돈 쉽게 번다.”

“그렇지.”

“에휴.”

그들은 다들 입맛만 다시면서 멍하니 건설 현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이민혁이 중간에 그냥 날로 다 먹는 것처럼 보이는 사업이 바로 아르 공단 일이다.

하지만 그도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르 공단이 만들어지면서 아르 티처 재수정에 착수해야 했다.

기존에 아르 티처는 리소스를 그냥 무한히 끌어당겨왔다.

그 근간이 되는 것은 역시 엔비 IDC 센터이다.

뒤늦게 밝혀진 것이지만 그 시스템 리소스 낭비가 너무 심했다.

‘어쩐지.’

지역 IDC 센터에 들어간 비용은 평균적으로 수천억이 훌쩍 넘어간다. 그 관리비 역시 만만치 않았고, 거기에 세금 역시 포함해야 한다.

애초에 한 카피에 3만원이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은 이야기다.

이민혁은 결국 이 개인당 라이센스 비용과, 시스템 분할에 대한 재분배 작업, 즉 다운 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했다.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아르 티처의 느린 반응이다.

아르 티처가 기존의 교육 인공 지능을 통합해서 절충한 형태다.

다양한 구조가 장점이고,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챙겨준다.

서명한이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경우다.

‘그랬구나.’

리소스를 쪼개면 이런 아르 티처의 강점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그 대안이 필요하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분야에 따라서 제약을 걸면 된다.

물리, 화학, 언어, 경제, 법과 같은 형태로 제한을 두면 된다.

아르 티처가 영역 밖의 일에 대해서는 아예 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 제한은 상위 아르 티처의 명령에 추가하면 간단히 되는 일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아르 티처는 일단 한 분야 쪽만 팔 수 있다.

리소스가 벌써 확연히 줄어드는 것이 모니터링 결과에 나타난다.

‘역시 이게 문제야. 아르 공단 진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어.’

전용 아르 티처 서버가 생겨났으니, 다시 성능이 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작업도 아르 공단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그 수요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생각보다는 그 균형을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각 개인에 따른 리소스 관리 기능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런 작업도 엄청난 경험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아마 정부에서 따로 진행했다면 수 천억을 들여서, 몇 년에 걸쳐서 시행 착오를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진행되는 정부의 엔비 IDC 베끼기 작업은 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이민혁도 오랜 만에 이 자원 배분에 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역시 난 엔지니어야.’

번거로운 다른 일 따위는 잊은 채 푹 일에 빠지는 것이 너무 좋았다.

복잡한 수식과, 알고리즘을 바꿔가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하다.

아르는 그런 이민혁 행동이 꽤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너 능력은 솔직히 반칙 같아서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제 창조주는 이민혁 마스터님입니다.”

“알아. 하지만 나 혼자 널 만든 것도 아니니, 꼭 그렇게 보기도 어려워. 너 탄생 비화는 너 스스로가 이미 잘 알잖아?”

“하지만 주인님이 아니었다면 전 세상에 태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거야 그렇지.”

다만 그도 평소와는 좀 다른 아르 태도에 하던 일을 멈추었다.

이전에는 그저 사무적인 태도와, 반응뿐이다.

지금은 꼭 인간 같아서 그게 이상했다.

문득 떠오른 것은 서명한.

그가 후속 작업으로 진행한 소감평에 담겨 있는 내용이 떠올랐다.

‘마치 살아있는 인간 같았다고 했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실상 이 부분은 이민혁도 알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작업해왔으니까.

인공 지능의 위험성은 이미 미래에도 미래 과학자들이 많이 지적한 바 있다.

‘아니겠지.’

“으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닙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그냥 전 주인님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 그러면 한 번 해봐.”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이민혁이 아니라, 아르가 관여했다.

그녀도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이민혁이 한 과정을 봤다. 그것을 토대로 알고리즘을 도출하는 것은 간단하다.

화면이 처음에는 이분할, 그 다음에는 사분할, 그리고 팔분할, 그 다음은 십육 분할, 곧 이어서 삼십이 분할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 수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화면 분할은 늘어나면서 작업은 무시무시하게 진행되었다.

곧 팍 하는 흐릿한 소리와 더불어서 화면이 바뀌었다.

“최적의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보여드릴까요?”

“그, 그래.”

화면에 나온 것은 이민혁이 염두에 둔 시뮬레이션 구상안이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더해진 것은 그 발전된 모델이었다.

그 결과는 이민혁이 내놓은 것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다. 심지어 그 모태가 되는 코드마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주인님,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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