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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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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혁도 미래 비선 실세의 인사전횡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대통령이 탄핵되어서 구속까지 될 정도의 원인 중에 하나인 탓이다.
그가 이 문제를 전적으로 아르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이 안건 관련해서 프로필을 일일이 다 체크했다.
오다가다 이제는 엔비 소프트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강호정이 그냥 두고만 보지 않았다.
“형, 그 일 말이에요. 그거 청와대 쪽 관련 일인데, 꼭 해야 합니까?”
“나도 어쩔 수 없다. 안하면 안명수 대통령이 그냥 있을 것 같냐? 뻔질나게 이곳으로 올 텐데, 너 정말 괜찮겠어?”
강호정 인상이 썩은 무처럼 팍 구겨졌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요즘은 대통령도 정말 좋은 직업만은 아니더라요. 이것저것 귀찮은 일만 잔뜩 생기잖아요. 경호부터 시작해서, 휴우, 정말 다시 보고 싶은 양반은 아니네요.”
“하하하.”
그도 호탕하게 웃고 말았다.
하지만 강호정도 오늘은 진지했다.
“다 좋아요. 청와대 인사를 봐주는 것 같은데, 권력 좋죠. 하지만 우리 일과는 무관하잖아요. 꼭 그런 일까지 해야 해요?”
이민혁은 잠깐 프로필 서류를 한 쪽으로 밀어 넣고 나서는 커피를 홀짝거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 하냐?”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그 일이 우리와 무관한 것은 지나가는 애도 알아요.”
“아니 관계가 있어. 사실 메이버 정도의 기업 수준이라면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수준은 좀 달라. 규모의 경제 문제이니까.”
“네?”
“한국인 가처분 소득이 얼마 정도일 것 같아?”
“그거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248만원 정도야. 재미있는 사실은 1인당 소득은 말 안 해. 왜냐하면 너무 비참하니까. 이런 통계치도 제대로 말 안하지. 그렇게 되면 언플 하기도 쉽지가 않아.”
“에게, 그것 밖에 안 되요?”
“그러니까. 너가 잘못 아는 거야. 아니 어떻게 보면 교묘하게 언론을 이용해서 정보 통제를 하는 거지. 일종의 세뇌라면 세뇌고. 이런 상황에서 소득이 오르기는 하겠지. 하지만 세금은 어떨까? 세금이 더 빨리 오르게 될 거다. 그러면 오히려 가처분 소득이 줄게 되지. 아니 어느 정도 조정은 할 테니,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거다. 대략 15,000달러 기준이지.”
“형, 진짜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공무원 탐욕이 심하다고 해도 그 정도면 돈 없는 이들 중에 죽는 사람이 속출할 텐데요?”
“자살율 전 세계 톱이 그렇게 나온 수치야.”
이민혁도 여기까지 하고 나서는 자세한 미래 이야기는 줄였다.
“좋다. 그 부분은 그렇다고 하자. 복잡한 이유가 있다고 치자. 중요한 것은 가처분 소득 규모야. 15,000달러면 한 달에 고작 130만원 정도야. 그걸로 뭘 구입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어. 어떤 사업을 해도, 무슨 수익 기반이 있어도, 그 어떤 놀라운 기술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잘 나가는 회사는 괜찮잖아요?”
“꼭 필수적인 사업 위주야. 먹는 거, 입는 거, 이런 위주야. 더 있다고 한다면 소규모 형태의 고가 브랜드 상품 정도야. 다양한 상품 기반 시장 자체가 다 사라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사업도 다 무용하게 될 거다.”
“너무 극단적인 생각 아닐까요? 그래도 우리 엔비 소프트는......”
“우리는 그 소규모 형태의 시장에서 로열티를 받는 거야. 음원이나, 아니면 광고 시장, 그것도 아니면 게임과 같은 콘텐츠 위주야. 정작 큰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미국 시장이야. 주식 투자도 그 연장선이고, 아르 검색기도 한 좋은 예지. 메이버도 따지고 보면 그 소규모 형태의 시장일 뿐이야. 결국 매출 증가는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르겠지. 아닌 기업은 당연히 수출 기업이잖아. 그 쪽은 다르니까. 베트남이나, 필리핀만 해도 오히려 한국보다는 경제적으로 더 좋아. 그만큼 공무원 수탈이 심한 거야.”
“으음.”
강호정도 별 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실상 이민혁이 한 말은 미래 헬조선의 참혹한 모습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설마 그렇게까지 갈까라는 의문이지만 딱히 반박하기는 그랬다. IMF 이후에 한국 경제의 처참함은 굳이 그 자신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다시 주제를 돌렸다.
“다 좋은데요. 그거랑, 저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이에요?”
“가처분 소득을 갉아먹는 가장 중요한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재벌의 중소기업 수탈이고, 그 다른 하나는 이들 재벌이 돈을 먹인 검찰이나, 공무원 집단이야. 이들 때문에 공정한 경쟁 자체가 다 사라진다. 그러면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다 사리게 될 거야.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그러면 남는 것은 부패 재벌뿐이겠지. 일자리는 당연히 줄게 되겠지. 실업자는 넘쳐나겠지. 가처분 소득은 더 줄어드면서 내수 경제는 죽어가지. 그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야. 지금 그런 기미가 보이지?”
“결국 그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하는 게, 돈에 휘둘린 썩은 검찰이란 말이군요.”
“그래. 그들이 사라지면, 일단 재벌의 정치 간섭도 약간은 완화되겠지. 이론적으로 그래. 나도 솔직히 이게 효과가 있을 지는 장담 못한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 기업 규모 경제라면 차라리 홍콩이나, 미국 쪽으로 이전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야.”
“휴우, 좀 거시기 하네요. 다들 어렵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그저 경제가 어렵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시스템 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몰랐어요. 하긴 민혁 형은 유독 사람 뽑는 것을 꺼리는 것도 이유가 있었네요.”
이민혁은 굳이 여기에 대한 대답하지 않았다.
강호정도 잠깐 이민혁이 한 말을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그가 생각해도 확실히 합리적인 주장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하죠. 형이 검찰 내부 인맥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알고 선별한다는 말이세요?”
이민혁은 방긋 미소 지었다.
“그것은 비밀이다.”
“설마 그 비선 엔지니어 아니겠죠?”
“그렇다고 해두자.”
“칫.”
다만 강호정도 그 프로필 이름 중에 한 이름을 발견하고는 툴툴거렸다.
“최중경 총경, 이 양반은 왜 낙점을 하려는 거에요?”
“그 이유는.......”
***
이민혁도 무슨 초인적인 기억이 있는 이가 아니라서 과거 자세한 이들의 이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몇 몇 유명한 이름은 좀 다르다.
그 대표적인 이로 꼽히는 것이 바로 최중경 총경. 최중경 수사 과장이다.
그는 꽤 원칙에 충실한 이였고, 그것 때문에 위에 찍힌 상황이다.
탁월한 실적이 있었지만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한 이유다.
위로 진급은 계속 떨어졌다. 결국 후배 하나가 먼저 위로 승진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사이에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최중경 총경도 이제는 서서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쳤다.
그는 이제 올해 정도에 조용히 은퇴를 할까 고민 중이었다.
다만 그가 그렇다고 자기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시민이 제보한 내용.
담당 형사들이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산에서 애 청바지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 쪽지가 있다니?”
“에이, 별 것 아닙니다. 그냥 음악 해오기나, 줄넘기 카드 같은 거에요. 그 신고한 분이 너무 오버하신 거에요.”
“줘봐.”
쪽지는 조잡한 글씨이기는 하지만 그 의미가 확연히 드러났다.
얼핏 봐서는 애들 장난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옷이 발견된 장소가 이상했다. 딱 봐도 아주 오래된 옷이나, 메모가 아닌데, 산에서 발견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나마 그 이유로 꼽는 것은 찢어진 부위다.
너무 심하게 훼손되어 있어서 도저히 입고 다닐 정도가 아니다.
최중경 총경은 본능적으로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른 현직 형사들은 그저 농담 삼아서 떠들고 있어도 말이다.
“이봐, 조 형사. 이거 한 번 확인 해봐.”
“네? 지,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세요?”
“옷을 잘 봐. 그렇게 된 옷이 아냐. 이런 옷을 그냥 산에 버리는 것이 이상하잖아. 휴지통이라면 오히려 이해라도 하지.”
“그거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오다가다 그냥 옷을 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항변이라면 항변이다.
아무래도 최중경 수사과장이 위에서 찍힌 터라 우습게 안 것이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행동은 아예 전혀 달랐다.
다만 꼭 그런 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들은 대부분 최중경 과장을 존경하는 터라, 진지하게 이 일에 집중했다.
“최 과장님, 말씀은 혹시 이런 쪽지를 내준 선생을 찾으라는 말씀이군요.”
“그래. 딱 이 두 가지 숙제를 내준 선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야. 더욱이 과제 기준으로 보면, 대충 학년도 나오잖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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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과장의 추론에 대해서도 실상 처음에는 형사들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도 최중경 과장을 존경하는 이가 많았다.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달랑 이런 자료만 가지고 그 흔적을 쫓기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위주로 해서 계속 찾아봐도 답은 쉽지 않았다.
“에이, 이것은 아냐. 우리 과장님도 이제 한 물 간 거야.”
불평불만이 솟아졌다.
다행이라면 운 좋게 이런 과제가 나온 학년이 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이군.”
딱 이 학년에서 이런 과제가 나왔다.
결국 나이가 딱 나온 셈이다.
그 다음에 진행한 것은 역시 이 나이 또래에 해당하는 이들 중에 이상이 있는 이들이다.
그 청바지가 발견된 야산 근처의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해서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다들 이 일을 하면서도 그다지 확신한 이들은 별로 없었다.
너무 모호하고, 막연해서 정말 이게 무슨 사건과 연루가 된 것인지 의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가 되었다.
한 지역 초등학교 선생이 이 과제를 알아본 것이었다.
“어, 맞아요. 이거 제가 낸 과제에요.”
“혹시 이 과제를 한 애들 중에 이상한 행적이 있는 이는 없습니까? 일테면 학교에 갑자기 나오지 않다던지 한 거요.”
“어머, 그걸 어떻게 아세요?”
깜짝 놀란 선생.
그녀도 최근 나오지 않은 한 여학생을 알고 있었다.
이름은 최영진.
나이는 12살이었다.
오히려 담당 수사관이 더 놀랐다.
“저, 정말입니까?”
그녀는 아직도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 아이 주소를 알 수 없을까요?”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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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모는 의외로 실종 신고를 이미 냈다. 두 사람은 아이가 가출했다고만 생각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건이 이렇게 흘러가자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바로 아이 실종 사고다.
더욱이 그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이 한 야산에서 발견되었다.
조금만 경험이 있는 수사관이라면 이게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수가 없었다.
‘제길 납치에, 설마 살인은 아니겠지?’
벌써 시일이 좀 흐른 상황이다.
납치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벌써 죽고도 남았다.
하지만 최중경 과장 생각은 좀 달랐다.
“아직 실망하기는 일러. 잘 생각을 해 봐. 만약 아이가 살해되었다면 이 옷을 야산에 버렸을 이는 없을 거야. 다른 이유가 있겠지.”
“무슨 말씀입니까? 아직 아이가 살아 있기라도 한다는 말씀입니까?”
“난 그렇게 믿어. 아직은 분명히 시간이 좀 있을 거야. 많지는 않겠지. 그러니 빨리 수사 방향을 잡아야 할 거야.”
이 때 까지만 해도 다들 이 수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언론에서 이 사건을 알아챘다.
그들이 이 사건을 기사화하면서 최영진 납치 사건은 언론을 통해서 드러났다.
12살 꼬마 아이가 사라졌는데, 이 일을 그냥 두는 이들은 없었다.
여론은 곧 이어서 용광로처럼 활활 들 끊기 시작했다.
특히 문제가 된 이는 관할 서장이다. 아이가 갑자기 실종 신고를 받고 나서도 제대로 초등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때문이다.
“이 개 새끼아, 너는 딸자식이 없냐? 너 딸래미가 납치되어도 그 개지랄 이야?”
“도대체 수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상한 것을 느끼잖아!”
아무리 고민해도 이상한 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실종 신고는 조용히 이루어졌다. 해당 관할서 역시 그 실종신고를 받고 조사를 했지만 이상하게 드러나는 것은 별로 없었다.
폭언과, 폭설이 이어졌다.
하지만 덕분에 최중경 과장의 지지도는 그 어느 때보다 올라갔다.
불행히도 이 상황이 그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난을 받는 관할서 서장의 아버지가 바로 여권 중진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상부에서는 이상하게 압박이 시작되었다.
“가능하면 빨리 사건 종결해!”
“아니 애가 실종되었는데, 어떻게 종결을 합니까?”
“그거야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지금 이것 때문에 얼마나 난리가 났는 줄 알아? 자네 때문에 여러 사람 죽게 생겼어. 왜 남의 밥그릇까지 침범해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아 그 친구는 이제 은퇴한다면서 왜 자꾸 사건을 만들어?!!!”
관할 영역 문제는 여론의 비난 화살이 너무 심해서 최중경 과장이 결국 지휘했다. 이런 일이 관할 서장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황당한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위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건 해결이 중요하지 않았다.
최중경 과장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 역시 이미 먼저 승진한 후배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힌트를 준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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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