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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민혁-860화 (860/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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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거기에 코닝에서 제작한 글래스 역시 딱 시기에 맞추어서 여기에 추가되었다.

그 얇고, 섬세한 디자인은 지켜보는 이들의 입을 다 다물게 했다.

“!”

다들 설마 했지만 정작 시제품이 나오고 나서야 충격을 좀 받았다.

기존에 에이서가 내놓은 그 흉기. 무려 2.5cm 두께에 해당하는 제품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비록 하드 디스크 타입에 비해서는 용량이 너무 작은 것이 문제가 되지만 그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나머지는 상황이 다르다.

이민혁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역시 이 시장 자체가 없어서 크게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가장 염려하지 않은 이유는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아직은 배터리나, 칩 기술, OS 관련 기술이 없어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한 것보다 더 좋았다.

“으음.”

하지만 이리저리 화면을 터치하면서도 이민혁 안색은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점점 더 굳어갔다.

무려 15년 후의 미래에나 이 정도 수준의 태블린이 나온다.

하지만 음성 인식이나, 영상 인식, 거기에 아르 스마트카드 기술은 오히려 미래 그 시절보다 보안 측면에서는 한 수 더 위였다.

‘이거 좀 문제가 있구나.’

뒤늦은 깨달음.

말 밀어붙이다보니, 결과는 나왔다.

중간에는 그 조차 결과를 보기 위해서 방해할 수가 없었다.

강호정이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그 물건을 빼앗아서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그는 특히 워드 작업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기능 게임까지 진행하면 감탄사를 계속 남발했다.

그것은 다른 엔지니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 맙소사. 이거 정말 대박입니다!”

“세상에 정말 이게 가능했다니!”

그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어디까지나 각자 영역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칩 내부에 대해서는 잘 알아도 그게 정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몰랐다.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오고 나서야 이 제품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의 그 결과물은 좀 다른 법이기 때문이다.

***

“혀, 형, 이, 이거 진짜 물건이에요. 설마 이렇게 얇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호들갑을 떠는 강호정.

역시 오도방정이 그 선을 넘어갔다.

하지만 김정민을 비롯한 다른 임직원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매 한 가지였다.

비록 메모리 용량 때문에 불만이 나오기는 했지만 제품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딱 필요한 기능만큼만 구비되어 있다.

굳이 더 이상의 복잡한 성능은 없었다.

아르 OS 5.0은 바로 그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기존의 어떤 제품과도 비교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PDA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제품은 근본적으로 그래픽 데이터 처리 때문에 사용자와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까지 다 해결된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아르 가속기가 정말 대단하지. 아마 모르기는 해도 이미지네이션에서 이거 팔기시작하면 불티나도록 잘 팔릴 거야.’

특히 이 아르 가속기는 PDA와, 태블릿 사이 크기도 얼마든지 상업적으로 가능했다.

이제는 iOS가 지금 당장 나와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민혁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는 결과가 너무도 잘 나왔다. 일을 막 하다 보니, 난관을 넘기 위해서 오버하기는 했는데, 너무 오버해버렸다.

‘정말 문제야.’

강호정은 오히려 의아했다.

“형, 도대체 왜 그러세요? 결과가 이렇게 좋은데, 좋아해야죠.”

“좋구나.”

“아니 지금 그 말을 하면 어떻게 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다. 너 나보고 미쳤다고 한 지가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어. 이제 와서 그런 소리야?”

“휴우.”

강호정도 뭐라고 할 말을 못하는 눈치다. 그 역시 자신이 한 말을 지난 번과는 달리 아주 잘 기억했다.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기억까지 했기 때문이다.

“원래 뱁새가 황새 뜻을 모른다고 하잖아요. 그냥 너그럽게 봐주세요.”

“그놈의 입을 죽지 않는구나.”

“헤에.”

이민혁도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굳이 강호정을 괴롭힐 생각이 없었다. 그보다는 지금 다른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결과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게 더 심각했다.

‘다른 것을 떠나서 애플이나, 오성 전자 주가 문제야. 이대로 둘 수는 없어.’

강호정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러세요? 결과가 좋고, 이제 수확만 하면 되잖아요. 그놈의 바보 언론들을 박살 제대로 내고요.”

“후후후, 그래. 너 말이 맞자.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겠지.”

“바로 그거에요!”

***

아르 패드에 대한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것은 일반인보다는 오히려 그 의미를 더 잘 아는 이다. 그 대표적인 이라면 역시 메이버의 박호진 이사다.

그가 아르 패드 5.0 시제품을 보고 난 후의 얼굴 표정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정신적인 쇼크를 받은 것 같았다.

그 누가 뭐래도 이민혁을 키운 장본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지금 박호진 이사가 메이버 내에서도 다시 권한을 잡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민혁 때문이다. 그 압도적인 역량을 발휘해서 팀 조직 전체를 정비했다.

최근 메이버 내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에 이민혁이 이미 깔아놓은 결과물의 가치 자체를 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 엔비 패드 5.0은 전혀 다르다.

“이 OS는 뭐야? 설마 이것은 자네 스스로 만든 거야?”

이민혁도 박호진 이사에게 받은 이후의 것에 대해서는 굳이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 셈이죠. 제가 원래 대학 학창 시절에도 이쪽은 좀 했으니까요. 제 프로필에도 잘 나와 있는 내용 아닙니까?”

“정말 대단하군. 휴우, 자네는 내가 본 최고의 엔지니어야.”

“과찬입니다. 어떻게 보면 박 이사님 덕분에 지금 제가 있는 것이니, 사실 그런 이야기를 다른 이도 아닌, 박 이사님에 들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문제가 아냐. 자네 정말 대단하이.”

“하하하, 고맙습니다.”

다만 그도 곧 표정을 바꾸었다.

“가만 자네 이걸 나에게 가지고 온 것도 설마 자랑하려고 했던 건가?”

“자랑이라고 보다는 박 이사님은 꼭 보셨으면 했습니다. 절 키워준 분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이 부장, 자네 정말.”

“하하하, 그렇게 감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뭐 우리 사이에 이런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죠. 저를 진심으로 이해하면서, 돌봐준 것도 따지고 보면 박 이사님이니까요.”

“그렇지 않아.”

“아뇨. 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훈훈했다.

다만 그도 잠깐 머뭇거렸다. 이민혁과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자신에 대한 마음이 간단치 않은 것을 알았다.

자연스럽게 지난 몇 가지 일이 떠올랐다.

그 중에는 이민혁에게 굳이 알려주지 않은 것도 있었다.

‘괜히 알아봐야 문제만 되어서 입을 다물었잖아.’

그 당시 이민혁은 고작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 때와는 전혀 다르다.

굳이 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그 자신에게 관련된 진실이니, 이제는 알 필요가 있었다.

“갑자기 지난 이야기를 해서 그렇지만 오성 SDS에 분사될 때 자네를 데리고 나온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 하지만 그 동기 자체는 좋지가 않았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진 부장 알지?”

“당연히 알죠.”

이진 부장.

모를 수가 없는 일이다. 그가 오성 SDS에 입사했을 때 첫 팀장이다.

당시 메이버를 벤처로 분사시킬 때 원래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서 대상자를 골랐다. 대부분은 본인 의사가 컸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는데, 이민혁도 그 대상에 들어갔다.

그 역시 이런저런 갈등을 많이 했지만 오성 SDS에 남으려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 때 나선 것이 박호진 이사다.

이런 내막은 이민혁 잘 모르는 것이었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진 부장이 어떻게 해서라도 자네를 데리고 나가라고 했어. 만약 회사에 남는다면 자신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퇴출시킬 거라고 했어.”

“네? 아, 아니 왜요?”

“잘 알면서 그래? 자네가 이진 부장에게 대든 것은 잘 알잖아. 그것 때문에 다른 팀원 시선도 곱지는 않았지. 이진 부장이 낙하산이라는 것은 파다했잖아. 물론 그게 결국 진실로 드러났지만.”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요?”

“아니 더 있는 것 같지만 나도 그 이상은 잘 몰라. 굳이 이런 이야기를 자네에게 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났지.”

“설마 그래서 절 그렇게 걱정 많이 하신 겁니까?”

“그래. 이진 부장은 메이버로 분리된 후에도 계속 자네를 노렸어.”

“.......”

이민혁은 순간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도 이진 부장 이야기를 여기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가 아는 바로 원한을 가질만한 이는 SH의 최민근이었다.

물론 SH 최민근이 대놓고 이민혁을 괴롭힌 것은 아니지만 방향만 놓고 봐도 그랬다.

그 악연은 지금도 이어지니까.

다만 이진 부장 이야기는 좀 달랐다.

그도 직접적으로 그 내막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자, 잠깐만요. 설마 그 작자가 저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었다는 말입니까?”

“말도 마. 간혹 회사 모임이 있을 때면 유독 자네를 씹었으니까. 할 수만 있다면 죽여 버리겠다고 벼루는 적도 있었어.”

“결국 그 말씀은 박 이사님이 저를 SDS에 데려온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인간 때문이었다는 말이세요? 설마 메이버에 온 이후에도 계속 그 인간이 박 이사님을 협박이라도 한 겁니까?”

“그게.......”

“맞군요.”

박호진 이사도 다소 안색이 편치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자네 능력이 너무 아까웠으니까. 다만 걱정이 많이 되었지. 자칫하면 자네가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늘 저에게 너무 나서지 말라고 경고 했었군요. 자중하라고 그랬고. 가능하면 다른 부서와 갈등하지 말라고 한 것도.”

“휴우.”

“그랬구나.”

그는 순간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메이버에 온 이후 생활이 실상 전생에서는 편치 않았다. 얼핏 생각하면 조직의 왕따 같지만 꼭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교묘하게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그는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박호진 이사가 곧 바로 한 가지를 말해주었다.

“지금 상황은 자네가 메이버에 있을 때와는 많이 달라. 그러니 너무 그 친구에게 마음 쓰지 마.”

“아니 지금 저보고 참으라는 말씀입니까? 힘이 없다면 모르지만......”

“꼭 자네가 손을 댈 필요가 없어. 지금 상태가 안 좋으니까. 정 궁금하면 한 번 SDS 쪽에 알아 봐. 그러면 곧 알게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

어차피 엔비 패드 출시와 관련해서는 마무리 작업이 필요했다.

시제품이 나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양산이나, 향후 판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거기에 디자인 변경도 필요하다.

심지어 부품 수급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생각보다 일이 많다.

이민혁은 그 때문에 나머지 일은 적당히 담당자에게 맡긴 후에 오성 SDS 내부에 대해서 먼저 세세하게 살폈다.

‘어? 애들 왜 이래?’

오성 SDS는 생각보다는 상태가 아주 안 좋았다.

바로 조직 개편 때문이었다.

최근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 대대적인 조직 구조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 개편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그룹 구조 조정 본부의 지시에 따라서 7천명의 직원이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 결정도 모든 것은 구조 본부의 역량에 달려 있었다.

경영 자율성이라는 명분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보다는 아예 조직 자체를 대규모로 축소했다.

SM-SI 분리가 그 대표적이다.

해외 사업이나, 솔루션 사업 역시 대폭 축소되었다.

문제는 이런 일방적인 구조 조정이 바로 미국 매킨지 컨설팅의 제안에 따라서 오성 SDS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른 것이었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된 거야? 그것도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잖아?’

============================ 작품 후기 ============================

무려 3년만에 떡밥 하나 회수 된 듯?

1. 떡밥 해결된 듯.

2. 문제는 또 다른 떡밥이 나왔음.

3. 정말 징하다. 이 이야기를 이제야 하다니.

4. 아 몰라.

5. 기타.

6. 보는 내가 사리 생기겠다.

7. 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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