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이민혁-870화 (870/1,035)

870====================

새로운 시작

2장 모멘텀

정작 스티븐 행보에 관심을 보인 것은 역시 오성 전자만이 아니다.

안명수 대통령 역시 그냥 있지 않았다.

그는 이미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진 터라, 이미 김대제 장관가 오성 전자 담당자 통해서 들은 엔비 패드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합니까?”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제품은 처음입니다.”

“호오.”

그도 기술은 잘 모르기에 김대제 장관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 역시 어느 정도 충분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어렴풋하게나마 의미를 알았다.

“좋아요. 이대로 그냥 있을 수 없습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납니다.”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들이 한 것 중에는 관련 정부 기관도 있다.

바로 문화관광부다.

이번에는 아예 모바일 게임 대회를 열었다.

그 상품으로 건 것은 바로 자본이다.

1등에는 무려 50억부터 시작해서 총 상금으로 건 금액이 무려 200억이다.

“안 대통령님, 좀 지나친 거 아닐까요?”

“김 장관님이 저에게 그렇게 설득하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 애플과 같이 서로 손을 잡고 진행하는 모바일 기기는 분명히 돈이 됩니다. 사전에 그 기반을 닦아두면, 그게 다 좋은 일자리에요.”

“하하하, 그것은 제가 한 말인데, 안 대통령님에게 들으니, 묘합니다.”

“아, 김 장관도 참 니꺼 내꺼 따지지 맙시다.”

문화관광부에서는 대대적으로 엔비 밸리를 비롯한 지금 전국에서 진행되는 벤처 밸리 관련 기업에 이 대회를 알렸다.

다급하게 진행된 일이라서 비난을 하는 이들도 적지는 않았다.

“도대체 뭐야?”

“정말 생각 없이 일한다.”

“또 나중에 가서 딴 소리하는 것 아냐?!”

***

공무원 사회와는 달리 이미 엔비 밸리에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하던 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회였다.

농작물을 기르면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윈드랜드라는 게임부터 시작해서 엔비 소프트의 지능형 NPC를 도입한 크레인이라는 게임도 있고, 심지어 다양한 퍼즐 게임도 많았다.

이들 중에는 이미 메이튠즈 통해서 탄탄한 수익을 올린 이들도 있었다.

이들이 한 번에 작업 진행한 이 게임 역시 엔비 빌드를 사용해서 포팅이 진행되었다.

뜬금없이 진행된 일 때문에 이들 업체는 한 동안 밤을 꼬박 새웠다.

곧 이어서 우수 게임이 발표가 되었다.

언론에서도 이들 게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그런 차에 나온 아이팟A.

이들 게임이 실행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핸드폰에서는 오히려 재미를 보지 못할 게임들이 이 플랫폼에서는 그 성능이 극대화되었다. 아이팟A에 대한 인기는 점점 더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우와, 진짜 잘 만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플의 한국 상륙.

그 첫 제품에 한국 매니아들의 반응이다.

특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저 감동의 눈물마저 보일지경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3D가 이 정도 속도가 나올 수 있는 거야? 이것은 꿈이야. 환상이라구. 정말 잘 만들었다.”

용산 한 대리점에 쭉 늘어서 있는 줄은 이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팟A 플랫폼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다양한 게임이 더 놀라웠다. 이들 게임은 기존의 게임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아르 OS 5.0의 성능 때문이다.

게임 모드로 동작할 때는 각각의 인터페이스 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 중간에 끼어드는 프로세스를 다 막아버리니, 랙이 확률적으로 쉽게 나올 수가 없다.

어지간히 로드가 많이 걸리는 게임도 어느 정도는 할 만했다.

게임 매니아 입장에서는 돈이 아깝지가 않았다.

그들은 아예 아이팟A 가격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냥 카드주고, 결제하면 그게 다였다.

이 불경기에도 그들이 보인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이민혁은 느긋한 표정을 한 채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떠올린 것은 역시 윈도우 10 RS 버전이다. 아예 게임을 위한 전용 모드로 만들어서 게임을 보다 부각시킨 방식이다.

‘그게 꽤 효과가 있었지. 설마 그 흐름을 15년이나 빨리 보게 되다니. 역시 스티븐답다니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강호정은 물론 멍하니 넋을 놓은 채 구경에만 여념이 없었다.

이민혁은 결국 강호정을 구박했다.

“어떠냐? 내 말 맞지? 우리가 했다면 이 정도 물건은 안 나와. 이런 분위기는 더 말할 것도 없어. 나라고 해서 일본 게임 업계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니까.”

강호정 역시 따로 받은 아이팟A를 든 채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루, 만들기는 잘 만드네요. 참 이것은 명기에요. 명기.”

“애플이 원래 그래. 물건 잘 만들지. 물론 생산이야 오성에서 하지만 결국 그 관리는 애플이 하니까. 그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딱 수익성을 감안한 스티븐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

“평판이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그것까지 우리가 관여할 수는 없어.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 조나단을 중간 완충 장치로 둔 것도 그 일환이니까.”

“그렇겠죠. 휴우, 하지만 이 반응은.......”

그도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은 눈치였다.

한 쪽에 나와 있는 한 기자는 제일 앞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에 좋아하는 한 고객과 인터뷰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이민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번 일은 꽤 잘 풀린 것 같아. 이제 미래의 수레바퀴대로 잘 굴러가겠지.’

***

세계 부진 경기 여파는 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계속 되었다.

기업들이 흑자인 상황에서도 최대한 투자를 미룬 궁극적인 이유다.

한국 정부에서 내수 위축 때문에 나름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기업은 이미 이런 정부 요청에 나몰라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성 전자만 해도 풍부한 내부 유보금을 단기 금융 상품 쪽으로 돌린다. 이 과정에서 이자 수익 챙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단기 채권 상품에 투자함으로 수요가 아니라, 오히려 공급 주체가 되었다.

오성 전자는 특히 이라크 전을 명분으로 내세워서 아예 기존에 하던 투자 계획 전체를 보류했다. 이 덕분에 중소기업은 아주 죽을 맛이다.

일감 부족과, 자금 사태 때문에 치를 떨었다.

현일 전자 역시 오성 전자 측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였다.

이 회사 사장 박재건은 집 담보로 어떻게 버텨 보지만 이제는 최악이다.

그는 내일 당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오성 전자 담당자 측에서 연락을 해 온 것은 한계에 도달했을 때였다.

‘무슨 일이지?’

박재건 사장은 오히려 이 오성 전자의 갑질이 걱정스럽기만 했다.

혹시라도 또 뭔가 협박할까. 지금 위기를 이용해서 더 요구하지 않을까. 아니면 다른 무슨 강요 협박이라도 할까.

그가 원래 연락하던 곳은 경기도에 위치한 오성 공장 중에 하나다. 그곳에서 원래 PDA 쪽을 생산했는데,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구조 조정이 끝난 후에 텅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공장 입구 쪽에는 근로자가 잔뜩 달라붙어서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공장 입구 쪽은 전체 라인이 풀가동한 채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대형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공장 전체가 윙윙 울리면서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일을 하던 작업자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계속 떨어진다.

그들 입가에는 연일 미소가 가득했다.

불과 지난 주에는 앞으로 퇴출되면 어떻게 하나, 우리도 노조를 만들어서 오성 전자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은 추호도 보이지 않았다.

“?”

박재건 사장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를 기다린 이가 있었다.

자재팀의 최 차장이다. 그는 아예 공장 앞에까지 나와 있었다.

“박 사장님, 오랜 만입니다. 요즘 잘 지내시죠?”

“말도 마십시오. 아주 죽을 맛입니다. 한데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PDA 사업은 이미 접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접었죠. 이번에는 좀 다른 제품입니다.”

그가 내놓은 것은 바로 아이팟A.

최근 한국 언론들도 핫하게 주목하는 제품이었다.

이미 미국을 시작으로 해서 일본, 한국에도 출시가 된 상황이다.

초도 물량으로 풀린 20만대가 불과 2주일도 안 되어서 다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찌라시 형태라써 확실치는 않지만 반응이 좋은 것은 분명했다.

애플 주가가 요동치는 것 때문에 언론에서도 계속 기사를 내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사장님이 전원 버튼 쪽은 전문가 아닙니까? 지금 저희가 초기에 선정한 업체는 불량이 너무 많습니다. 이거 한 번 보십시오.”

전원 스위치는 디자인적으로 나빠 보이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결합 부위다.

그 부분이 약해서 그런지 키감이 그렇게 좋지가 않았다.

아니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생산 중에 나온 불량률이 문제였다.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는 불량 물품을 확인하는 이들은 다들 감정이 상해 있었다.

“정말 지겹다.”

“아니 이렇게 불량이 많아서 어떻게 처리하라는 거야?”

“도대체 초기에 업체 선정을 어떻게 한 거야?”

“처음 업체 선정한 쪽은 도저히 계약이 맞지 않아서 바꾸었다는 소리가 있잖아. 아마 그 문제가 결국 터진 거야.”

“빌어먹을.”

다른 업체와 전화하면서 목소리가 계속 올라갔다.

“아 거기 정말 제대로 일할 생각이 없습니까?!”

“휴우,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주문이 너무 뜬금없이 솟아진 상황이라서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기존 부품과는 좀 다르지 않습니까? 더욱이 그쪽에서 요구하는 기구 모양이 문제에요.”

두께와, 디자인 때문에 지지를 할 공간이 마땅히 나오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전원 스위치 형태가 여러 부품이 결합되어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게 조립할 때 자칫하면 불량나기 쉽다. 이런 물건이 시장에 팔리면, 게임을 하던 고객이 클레임을 걸어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수율 문제는 어느 정도 기반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박재건 사장에게는 일상적인 문제다. 그는 그제야 자신에게도 이것이 기회라는 것을 판단하자 일단 부품부터 확인했다.

다행이라면 이 부품은 과거 애플에도 공급한 적이 있었다.

그것과 사이즈가 거의 일치했다.

애플에서도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비슷한 형태로 디자인한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중간에 약간의 변형이 있었다.

그것 역시 양산 공정에서 몇 가지를 더 추가하거나, 수정만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아 보였다.

“딱 맞네요.”

“그럴 것 같았는데, 역시네요. 이거 당장 납품할 수 있죠? 여기 몇 가지 자재는 변경해야 합니다. 이 재질로 하면 됩니다.”

원 재료는 이미 공장 내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물론입니다.”

“그러면 바로 계약하죠.”

“어, 확인은 안 해보십니까?”

“이미 충분히 검토까지 한 상황입니다.”

오성 전자 직원이 바보가 아닌데, 그냥 불렀을 리는 없다.

이미 사전 테스트까지 다 확인한 상황이다.

아마 수급과, 단가, 품질 이런 여러 가지를 감안했을 것이다.

“일단 가능한 빨리 샘플부터 만들어 주세요. 기존에 납품했던 것과 비슷한 신뢰성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일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해주셔야 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박재건 사장 입장에서는 정말 마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재고 물량과, 부족한 물량에 대한 확인부터 시작했다.

“이, 이봐, 최 부장, 나야, 그래, 지금 당장 직원들 대회의실에 모이라고 해. 그래. 한 놈도 예외는 없어. 당장이야!”

그만 바쁜 것은 아니다.

오정 전자 직원 역시 다른 곳에 전화를 걸어서 이런저런 조율하기 바빴다.

오더가 폭주하면서 단가를 줄일 수 있는 업체가 필요했다.

거기에 신뢰성까지 잡아야 한다.

그들은 다른 것을 일절 놓고 죽으라고 전화에만 매달렸다.

“야아, 뭐해? 빨리 움직여!!!”

다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도 일감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더 변경된 것이 문자를 통해서 날아올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