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이민혁-883화 (88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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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하하하, 국장님도 참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아무리 그래봐야 언론의 힘 앞에서는 안명수 그 인간도 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되어서 한창 승리의 기분에 날뛰고 있는 것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지지자 열기도 식죠. 지금 말 나오고 있는 대북 송금 논란이 그 시작일 뿐입니다.”

곧 이어서 나온 것은 향후 어떻게 여론을 바꾸어가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다.

김영준 국장은 묵묵히 술을 마시면서 경청했다.

바로 그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이 일이 그 자신 혼자 결정할 수는 없었다.

“최 편집국장도 그렇지만 사장이 문제입니다. 그 정도는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그 부분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중요한 것은 김영준 국장님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번 일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 힘만으로 무리입니다.”

“걱정 마세요. 백업 역시 양 방송국에서 같이 힘을 더할 테니까.”

“그렇다면야.......”

곧 목소리가 좀 잦아들었다.

아무래도 주변을 염려한 것이다.

다만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오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사과 박스.

그것과 같이 나온 것은 뜻밖에도 차량 키.

“나머지는 여기 있으니,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다 서로 좋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김 국장님이 앞으로 조신일보 사장이 되면 더 큰 일을 맡게 될 겁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쩝.”

김승현은 다소 입맛을 다시면서 멍하니 화면 상에 찍힌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번 작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늘 가지고 다니는 아이보 IIa을 이용했다.

그 덕분에 카메라에 보이는 장면은 초점과, 화질이 제대로 잡혔다.

노이즈조차 없이 깨끗한 화면이었다.

그 화면에 나타난 것은 오만원권이 잔뜩 들어있는 사과 박스 상자였다.

‘도대체 얼마일까? 보통 한 박스에 3천 기준으로 잡아도 6억은 가볍게 넘어갈 것 같은데, 아니 저 많은 돈이 왜 필요한 거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김승현은 곧 인내를 가진 채 김영준 국장의 뒤를 추적했다.

곧 이어서 보게 된 것은 역시 김영준 국장이 만나는 이들이다.

대부분이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거나, 아니면 방송국 쪽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김영준 국장은 놀랍게도 자기 인맥을 또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장면이다.

돈을 받는 장면은 아예 따로 몰래 카메라로 찍어서 보관했다.

일종의 보험이었다.

‘정말 대단한 인간들이다.’

곧 이 사실은 그 자신이 의뢰 받은 채널 통해서 이민혁에게 넘어갔다.

이민혁도 그 내용을 일일이 다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지만 오히려 안도했다.

‘역시 있었구나. 이 자들이었어.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한 암 종기. 그나마 다행이다. 타이밍이 좋구나.’

***

“지금 한국은 백척 간두에 서 있다. 전쟁이냐, 평화라가 우리 민족 생존을 좌우하고 있다. 자칫 외세에 휘둘 리는 순간에 우리 민족은 끝이다.”

일종의 위기 고조.

그 다음에 그것을 막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다.

특히 민족을 하나로 일치단결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그 화두가 간 것은 역시 우리 민족을 하나로 모아서 나가야 할 지도자의 덕목에 대한 부분이었다.

“포용력과, 타협, 갈등 해소가 가장 이 사회 지도자가 가져야 할 일입니다. 자기 권력 사유화를 위해서 배타적으로 권력 장악하려는 종파주의적 선택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이 나라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게 될 것이다!”

교묘하게 북핵 문제와, 미국 문제를 끌어들였고, 그 다음에는 오히려 지금 안명수 정권이 진행하는 개혁을 자기 권력 사유화라는 명목으로 비판했다.

문제는 이 기사가 끝이 아니다.

곧 이어서 다른 언론에서도 거의 동시에 이런 종류의 기사가 솟아졌다.

그 다음은 역시 공중파 방송이다.

뉴스를 통해서 나온 것은 안명수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 장면이었다.

안명수 대통령에 대해서 반발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과장 확대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중요한 사실 중에서 몇 가지는 다 빼버린다.

그 다음에 이어진 사실만 편집해서 교묘하게 선동질하는 방법이다.

특히 북한을 압박, 봉쇄 전략에 대한 대응책을 놓친 점과 같은 부분이다.

이것은 미국과 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마치 안명수 정권 고집 때문에 갈등 대립 국면으로 치달은 것처럼 언급했다.

“이것이 바로 혈맹에 대한 배신이다!”

***

김영준 국장은 쾌재를 불렀다.

‘성공이다.’

생각보다는 효과가 좋았다.

“김 국장님, 정말 축하합니다. 이번 기획 기사 진짜 제대로 대박입니다.”

“다른 방송국 봤습니까? 전부 우리 국장님 기사를 다 베끼기 바쁩니다.”

“오죽하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베껴서 웃음거리가 됩니까?”

“하여간에 한국 언론은 어쩔 수가 없죠. 독창성이 없으니까요.”

“우리 국장님이 조신일보에게 있어서 보배나 마찬가자입니다.”

포도주 잔을 들어올린 채 축배를 즐기는 모습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일 년 에 한 두 번 할까 말까다.

분위기 진작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파티인 터라, 신문사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김영준 국장 역시 이 권력을 만끽했다.

“하하하, 제가 뭐 한 것이 있습니까? 여러 후배님이나, 동료분들이 저를 잘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잘 좀 부탁하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언론사가 되는 것도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건배!”

조신일보 전체가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뜨거운 열기였다.

다른 부서 기자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이다.

조신일보는 이번에 대박친 김영준 국장 기사 때문에 잔치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경찰이 나타나서 그에게 수갑을 채우자 다들 경악했다.

“뭐, 뭐야? 이, 이거 언론 탄압이야?”

“김영준 당신을 직권 남용과, 사기, 공갈, 협박, 허위 사실 유포, 뇌물죄로 체포합니다.”

“!”

다들 경악했다.

아니 현직 기자가 무슨 뇌물죄라는 말인가.

공갈, 협박은 또 뭐고?

김영준 국장은 오히려 비웃었다.

“잠깐 갔다 올 테니, 나머지 잘 좀 부탁해!”

“아, 알겠습니다. 저희도 당장.......”

불행히도 계속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조신일보 한 쪽 TV에 나온 뉴스 특보 내용은 좀 달랐다. 바로 김영준 국장이 뇌물을 받는 장면이다.

더욱이 무려 수 십 억에 달하는 사과 박스와, 이를 가지고 뇌물을 돌리는 모습이다. 심지어 그 와중에는 꽤 오래 전에 쓰 놓은 기사와 관련해서 협박하는 내용도 있었다.

일일이 다 녹음된 그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공장 인허가 관련해서 허용치를 벗어난 환경 부분 기사 내용가지고 협박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현직 형사가 사고로 사람을 죽인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그 사건을 기사화하지 않은 조건으로 형사 고발이 된 피해자에 대해서 손을 쓴 것도 있었다.

이런 사건 수십 건에 대한 증거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퍼져버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현직 김민웅 의원이었다.

그가 김영준에게서 돈을 주고 여론을 조작하기로 한 내용.

그것 역시 다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이 증거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서 법정에서 사용되기는 어렵다.

불행히도 벌써 인터넷에 조회 건수가 300만 건을 넘은 것이 문제였다.

조신 일보 입구 쪽에는 몰려와 있는 시위 수백 명이 항의했다.

그들은 오물이다, 계란 투척을 하면서 조신 일보 앞쪽을 온통 쓰레기 통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이 언론이야? 아니면 가짜 뉴스 편집군이야?!”

“너희 새끼들은 모조리 폐간해야 해!”

웃기는 것은 김영준을 연행하던 경찰도 그 인분을 맞아서 똥 냄새를 풍겼다는 점이다.

이민혁 역시 물끄러미 이 사건을 뉴스 통해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군. 다음 단계는 역시.......’

***

조신일보 김영준 국장 사건은 그냥 가볍게 끝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단순히 그 한 사람 만이 아니라, 각종 언론 게이트로 부각되면서 전반적인 수사로 점점 커져만 갔다.

이것은 단순히 그 사건 자체로의 의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에 조신일보가 보도해온 모든 기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여론 조작을 한 두 번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민웅 의원 역시 탈당과 동시에 두문불출했지만 상황이 그냥 끝나지 않았다.

비록 불체포 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조사는 할 수가 있었다.

그가 무조건 계속 모른 척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국회는 교묘하게 김민웅 의원면직에 대해서 시간을 끌었다.

여론의 비난이 솟아졌다.

“이 부패 의원 새끼들아, 너희들이 그러고도 인간이야?”

“저번에 잡아 넣었잖아. 그런데 또 이런 부패 개새끼들이 있는 거야?”

“정말 지겹다. 도대체 왜 저런 부패한 새끼를 뽑은 거야?!”

이 상황이 계속될수록 국회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의외로 적지 않은 인식의 전화를 주기 시작했다.

위기의식, 그 다음에 이어진 불편한 진실.

시민 의식도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변화가 생겨났다.

이전에는 부패에 관대했지만 지금은 또 상황이 많이 다르다.

특히 조금씩 나오던 보편적인 복지라는 인식 역시 희석되기 시작했다. 바로 급격한 포퓰리즘 사회 전환 자체가 조금은 주춤했다.

다만 이런다고 해서 시대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속도가 늦어진 것에 불과했다.

여전히 1/M 하자는 이들은 넘쳐 났으니까.

그들에게 갑자기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이민혁이 안명수 대통령을 슬그머니 만나서 한 이야기는 아주 간단했다.

“엠비텍 사건의 근원은 역시 가처분 소득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결국 수요는 사라집니다. 그게 모든 경제의 핵심입니다.”

“증세를 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까?”

“증세해도 됩니다. 다만 문제는 우리 국민의 현실적인 소득을 토대로 해서 세금을 부과해야 겠죠. 복지다, 증세다 다 좋은데,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 남는 돈으로 복지를 해야 합니다.”

“그렇겠죠.”

안명수 대통령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 역시 이민혁 말 속에 숨어 있는 한국 세율이 높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감세 정책을 말하는 겁니까?”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국세청에서 알아서 할 문제겠죠. 국민들이 내는 세금 규모를 전부 다 확실하게 계산해보세요. 그것을 토대로 나머지는 안명수 대통령님이 결정하시겠죠. 분명한 사실은 수요가 살지 않으면, 저도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대통령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신제가치국 평천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당장 나와, 내 가족이 궁핍한데, 무슨 남을 생각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한 번 내각을 통해서 검토해보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는 일어서는 안명수 대통령에게 슬쩍 서류철을 내밀었다.

“이것은 뭡니까?”

“이번 사태는 아마 짐작하실 테지만, 나중에 시간나면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일을 진행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자료를 어떻게 쓸 지는 역시 안 대통령님이 결정하시면 될 듯합니다.”

***

지금 안명수 정권은 운이 꽤 좋았다.

전 정권에서 일단 IMF를 벗어났고, 국가 부채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엔비 소프트 덕분에 비록 제한적이라고 해도 국가 경제가 살아났다.

전국 곳곳에서 지어진 벤처 단지는 원래 수요 자체가 없어서 다들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엔비 밸리 성공 때문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엠비텍을 비롯한 몇 몇 중소기업의 초대박은 시사 하는 바가 컸다.

어느 정도 샤이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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