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이민혁-903화 (903/1,035)

903====================

새로운 시작

7장 대형 아이보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솔직히 토토빌테크 지금 사정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엔비 소프트의 유일한 자회사라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비록 엔비 소프트 본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최소한 회사에서 사람들을 함부로 자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영태 전사장도 굳이 월급쟁이로 바뀐 터라 무리하지 않았다. 그 역시 우역곡절을 경험하면서 많이 바뀐 셈이다.

김상희 수석 역시 잘 살아남았다.

다른 이들은 중간에 회사를 그만둔 이들이 많았지만 끝까지 버텼다.

자존심?

그게 무슨 의미일까.

이민혁이 딱히 압박을 넣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 토토빌테크에서 한 짓이 있는 터라, 알게 모르게 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즉 나갔으면 하는 마음.

그게 암묵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는 죽으라고 붙어서 회사에 잘 살아 남았다.

그 결과.

지금 토토비테크 사정은 나쁘지 않았다.

실상 아이보 IIa 모델이 제대로 매출이 늘지 않은 것은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엔비 소프트에서 암묵적으로 해외 판매를 하는 듯 마는 듯 하다가 결국 다 막아버렸다.

다만 이민혁이 특히 집중한 것은 바로 기존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활동 자체에만 집중했다. 이 AS 항목도 다른 기업과는 꽤 차별화가 된다.

일단 한 번 고객은 끝까지 고객이다.

제품 불량이 발생하면 무상 수리는 기본이다.

여기에 무상 업그레이드 역시 다르지 않다.

“카아, 진짜 죽인다.”

“역시 엔비 소프트야.”

“워낙에 모회사에서 돈이 많으니, 이 정도 서비스는 일도 아니지.”

“정말 장사 한 번 끝내주게 한다.”

“이런 회사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사뭇 신기하기만 해.”

이 도를 넘어선 서비스 때문에 토토빌테크는 상상히 손해는 꽤 봤다.

하지만 대신에 잃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신뢰다.

김상희 수석도 처음에는 엔비 소프트 행동을 비웃은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도 결국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대단하다.”

기존과는 고객의 반응자체가 전혀 다르다.

일단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구입한 제품에 대한 조사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 꼼꼼하게 기록으로 다 남겼다.

이런 정보들은 전부 토토빌테크에는 큰 자산이 되었다.

거기에 다양한 엔비 계열사의 혜택도 있다.

ARM이나, 애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아이팟A 제품에 대해서는 20%할인이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이런 사이드 마케팅 효과는 생각보다는 더 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예 구입하기 싫으면 안 팔아 이런 태도는 여전히 문제다.

이민혁은 여기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털어놓았다.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아이보 IIa는 아직까지 불완전한 제품입니다. 기구도 그렇고, 관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아이보 IIa 자체가 워낙에 정교한 시스템이다.

기존의 아이보는 어느 정도 둔탁한 형태여서 충격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아이보 IIa는 원활한 움직임이 좋아진 대신에 충격에는 취약했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정교한 부품을 채용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아이보 연구소에서도 계속 수정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것이 아르의 빅데이트에 따른 튜닝 작업인 것은 말한 것도 없다.

다양한 테스트를 위해서는 인형같은 형태는 곤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다양한 모델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아이보 IIa도 초기 모델과는 달리 강아지도 여러 종류가 분화되었고,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애완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내수는 그다지 좋지 않은 터라, 제한된 소비자 기호 시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좁은 시장에서 계속 삽질만 했다.

해외 시장을 넓힌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파나 싶었다.

하지만 역시 문제가 된 것은 이 민감한 기계 부분이었다.

이런 부분은 토토빌테크 내부에서도 계속 불만이 나왔다.

“너무 좀 지나친 것 아닐까요? 엔비 소프트 의도는 잘 알지만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사업을 할 생각이 있는 건지도 요즘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낙희 과장은 좀 생각이 달랐다.

“뭔가 의도한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솔직히 지금까지 아이보 개발 결과만 잘 봐도 문제가 되는 것이 많지 않습니까?”

“의도적으로 손실을 본다는 말입니까?”

“엔비 소프트가 다른 계열사와는 달리 우리 토토빌테크에 대해서 별 달리 푸쉬를 가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요?”

물론 전혀 아니었다.

이민혁도 실상 토토빌테크는 버린 자식 취급한 것이 맞다.

그가 당시에 했던 일이 워낙에 큰 투자와 관련이 있는 터라, 구멍가게 수준의 토토빌에크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민혁은 아직 이 생태계가 제대로 성숙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이보가 그 대표적이다. 초기 흥행은 좋았지만 어느 정도 시장이 커져갈 단계에서는 더 이상 그 매출 규모가 크지 못했다.

매니아층이 그 기본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최낙희 과장이 그런 부분까지는 잘 몰랐지만 그는 그래도 이민혁을 믿었다.

그는 그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마치 아르가 한 것처럼 묵묵히 자기 길을 팠다.

다양한 형태로 연구를 거듭했다.

자본은 충분했다.

회사에서 만약 새로운 투자를 진행할 때면 ‘노우’라는 답변은 엔비 소프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무조건 패스다.

“저, 정말 이대로 진행해도 됩니까? 추가로 들어가는 개발비만 해도 30억은 족히 넘어갑니다. 그 정도라면 대기업도 가볍게 생각할 금액이 아닙니다.”

“상관없어요. 하고 싶은 대로 계속 해봐요!”

***

얼핏 봐서는 이민혁 행동이 무모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당시 아르 돔과 관련된 복잡한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단순히 기술 문제만이 아니라, 주변 상황까지 다 고려해야했다.

무조건 하라는 식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덕분에 다양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보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 역시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죽이다.

기존 아이보 모델은 정교한 기구나, 금속을 주로 사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부분에 대한 고객의 요청이 많았다.

“왜 그렇게 딱딱한 재질로만 사용해요? 천연 가죽이 비싸면, 인조 가죽은 안 됩니까? 얼마든지 괜찮은 것이 있잖아요?”

“아, 그것도 검토 중입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가죽에 대한 연구는 진행 되었다.

다른 협력 업체나, 연구소 통해서 필요한 요청을 한 것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가 않았다.

이민혁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토토빌테크에 대해서 관심을 돌릴 때였다.

‘호오, 인조 가죽이라.’

모든 일이 늘 그렇지만 처음이 어렵다.

전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이민혁도, 아르도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정도 데이터가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그는 마침 아이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시점이었다.

“모든 관련 자료를 정리해서 서버에 올려주세요.”

“알겠습니다.”

***

아르 매트릭스에 대해서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아르가 이 시스템을 전부 다 관리한다.

아르가 딱히 타 회사 기술을 공짜로 얻는 것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정작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빅데이터에 체계화다.

최근 이민혁이 작업한 아르 업데이트 덕분에 이 작업은 가속화가 되었다.

기존에는 아르가 중앙집권적인 형태였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병렬 처리가 가능하다. 바로 신경망 구조 방식이 업데이트 된 결과다.

여기에 추가적인 부분은 바로 록히드 마틴에서 허락한 정찰 위성과, 통신 위성이다. 이것을 통해서 지구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지면서 빅데이터화를 진행 중이다.

기존에 이미 누적된 데이터와 결합이 되면서 부족한 부분이 계속 추가 되었다.

이 행동은 간단했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효율 자체가 올라가면서 점점 모든 영역에서 정보가 입체적으로 쌓여갔다.

그런 교차 정보 중에는 역시 화학 회사에 대한 부분도 있다.

록히드 마틴이 군용으로 개발하는 물질 중에는 의외로 중요한 실험 자료가 많았다. 아르가 얻고자 한다면 못할 것이 없는 자료이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그 중에는 화학 회사에서 진행하는 고분자 재료에 대한 것도 있다.

바로 인공 피부다.

이 부분은 의외로 토토빌테크에서 외주로 맡긴 연구 방향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조잡한 결과물이다.

실험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서로 연관성이 없었고, 이론도 없다.

그저 반복 삽질만 거듭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결과를 내려고 했다.

마치 록히드 마틴이 사막에서 뺑이치면서 미사일 포대 자료와, 경험을 누적한 것과 진배가 없었다. 그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이 방법이 바로 진피 유사체에 각질세포를 배양시킨 방식이다.

‘콜라겐을 이용한 지지체라......., 다 좋은데, 내가 이런 것까지 봐야 하나. 이거 아무래도 너무 산으로 간 것 아냐?’

이런 저런 고심거리였다.

하지만 이민혁도 결국 수긍했다.

‘모르겠다. 일단 한 번 갈 때 까지 가보자.’

***

콜라겐이 가지는 수축성과, 인장강도는 변형이 심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콜라겐 스폰지가 그 대안이다.

기존의 다른 화합물과 섞어서 감압 하에서 동결시키는 방식이다.

이 지지체 자체는 수축성이 적고, 인장강도, 생물학적인 안정성도 좋다.

이런 방법 자체는 생산비용이 많은 단점이 있지만 제품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역시 일종의 고분자 중합체를 이용한 방법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독성이다. 이런 부분은 향후 소비자 건강과도 관련이 있어서 간단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이민혁도 곤혹스러웠다.

‘이거 어려운 걸.’

사실 이 인공 피부 분야는 이민혁 그 자신의 전공이 아니다. 생판 모르는 것을 보니, 이해를 쉽게 할 수가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아르다. 그녀는 기존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토대로 해서 빅데이트 근간을 만들었다. 이 자료 중에는 의외로 록히드 마틴 자료가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

그 다음은 토토빌테크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같이 결합시켰다.

그들이 소소하게 넘긴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연구를 했던 이들은 멋모르고 한 삽질이었다.

하지만 아르는 그것을 토대로 해서 체계적인 작업을 진행했다.

마치 거대한 탑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

한 걸음 한 걸음.

처음에는 쓰레기 더미를 쌓는 것과 비슷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쓰레기 정보는 배제되었다.

이 지루한 반복 과정에서 그나마 괜찮은 것은 인공 피부의 셀룰로오스 메쉬와, 콜라겐 타입 I을 사용한 방식이다.

셀룰로오스 메시가 기본적으로 바탕이 된 후에 천천히 감압 상태에서 진행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추가로 사용한 것은 바로 식물의 섬유아세포다.

식물세포를 고분자 물질과 다양한 압력에서 결합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다양한 온도와, 압력, 보조물질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것이 바로 토토빌테크에서 외주로 맡긴 연구소 그 결과물이 바탕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귀중한 연구였는데, 정작 록히드 마틴과 같은 곳에서도 파지 못한 영역이었다.

이민혁 입장에서도 혀를 찼다.

‘쯧쯧, 고비를 결국 못 넘었구나.’

뭐라고 해야 할까.

딱 한 고비만 넘기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연구 결과다.

불행히도 그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은 섬유아세포였다.

고분자 물질과 서로 결합하기에는 좋지가 않았던 것이다.

아니 그 가능한 환경 온도나, 압력 특성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삽질을 무수히 반복했지만 아슬아슬한 그 고비를 놓친 것이다.

‘안타깝네. 이런 식으로 연구를 해왔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그도 이 사실은 굳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보다는 아르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어느 정도 공정과, 필요한 재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이 물질 제작을 외부에 외주로 주느냐 하는 부분이다.

자체 연구소를 설립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업체에 넘길 수도 있다. 불행히도 후자의 경우에는 보안을 신경쓰야 했다.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직접 해야겠어. 어차피 토토빌테크는 여유가 많으니, 이런 일도 할 수 있을 거야.’

“호정아.”

“넵.”

“할 일이 좀 있다.”

“말씀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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